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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중립 인사는 노조에 백전백패”
⊙ “좌파 미디어 카르텔의 조직적 여론 왜곡·조작·호도… 피해자는 국민”
⊙ MBC 간부 89.2%,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소속… “노조가 데스킹하는 셈”
⊙ 민주당 방송법, “공영방송 인사권 영구히 장악하겠다는 것”
⊙ “좋은 기사란 ‘균형 보도 전제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사’”
李眞淑
1961년생. 대구신명여고, 경북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한국외대 영어통역 석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공공정책학 석사, 서강대 정치학·언론학 석사 / 前 MBC 기자, MBC 워싱턴 특파원·지사장, MBC 홍보국장·대변인·기획홍보본부장·보도본부장, 대전 MBC 대표이사·사장 / 前 윤석열 대선캠프 언론특보·시민사회 총괄본부 대변인
펜을 가로로 잡아들더니, 잔뜩 왼쪽으로 기울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돼 있는 겁니다.”
이진숙(李眞淑·62) 전 대전 MBC 사장은 현재 공영방송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6월 9일. MBC의 〈정글도로 경찰 위협했나…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였나〉 보도 이틀 뒤였다.
“뉴스에서는 노조원이 정글도(刀)와 쇠파이프를 ‘허공’에 휘둘렀다고 강조하더군요. 경찰에게 휘둘렀다고 하면 공무집행방해, 협박, 위협이 되니까요.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현수막 자른다고 누가 정글도를 씁니까.”
지난 5월 31일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에서 노조 간부가 농성하며 진압하려는 경찰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 공격 장면은 KBS, MBC, JTBC 뉴스 리포트에선 아예 사라지거나 극도로 축소됐다. 경찰에게 철제 의자를 던지고, 쇠파이프로 경찰을 가격하고 정글도로 경찰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노조 측은 “당시 정글도는 현수막 줄을 끊는 용도로 챙긴 것”이라고 했다.
“6월 1일 자 MBC의 〈캡사이신에 진압봉, 살수차까지… ‘민주화 시계’ 되돌리는 경찰〉 〈고공농성 노동자, 경찰 진압봉에 붉은 피 흘려… 과잉진압 논란〉 보도는 어떻습니까. 민노총 시위대의 불법적인 시위 행태는 비판하지 않고 경찰의 ‘과잉진압’에만 확대경, 현미경을 들이댔더군요. 제목도 보세요. 캡사이신, 진압봉, 살수차에 더해 ‘붉은 피’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의도적으로 배치했죠. 완전히 친(親)민노총식 보도인 겁니다.”
― 이유가 뭡니까. 혹자는 MBC를 더러 ‘민노총 방송’이라고 하던데요.
“구성 성분 자체가 친민노총이니까요. 2022년 말 기준, MBC 노조 가입 대상 1400명 중 900명 이상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제1노조)고 약 80명이 반(反)언론노조인 제3노조입니다. MBC의 주요 보직자(간부)는 148명인데(2021년 기준), 그중 무려 89.2%가 제1노조 소속이고요. 경영본부장, 인사부장, 법무부장, 미래정책실장, 정책기획부장 등 노동조합법상 노조원이어서는 안 되는 회사 측 인사 상당수가 민노총 계열에 소속돼 있는 거죠. 보도국 정치국제에디터, 사회에디터, 경제산업에디터, 탐사기획에디터, 디지털뉴스에디터 등 보도 부문 간부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데스킹을 노조가 하는 셈이죠.”
MBC 입사는 ‘노조에 입회한 것’
MBC는 1988년과 1992년 대규모 파업 등의 영향으로 원래 노조가 강한 분위기였다. 그러던 차 언노련 결성 핵심인 최문순 전 노조위원장이 2005년 차장급에서 사장으로 발탁되면서 노조의 위세가 몇 단계 상승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2012년 파업 때 해직됐던 전직 노조위원장들이 연거푸 사장이 되면서 노조의 파워는 절정에 달했다.
근 30년 세월 동안 노조를 견제할 수 없었던 건 MBC가 주인 없는 회사라서다. MBC 경영진 임면권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갖는다. 여야 6대 3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 임기는 3년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때는 기존 임기를 보장해줬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출범 때는 노조와 좌파단체들이 보수 성향 이사들의 집, 학교, 교회까지 쫓아다니며 압박했다. 결국 2명이 사퇴하면서 6대 3이던 비율이 4대 5가 됐다. 그렇게 기존 사장을 쫓아낼 수 있었다. 요컨대 ‘내 편’이 정권을 잡으면 노조가 쫓아내고, ‘네 편’이 되면 노조 탄압을 외치는 식이다. ‘주인 없이 노조라는 터줏대감만 판치는 조직’이라는 얘기는 이래서 나왔다.
― MBC 기자 시절 때는 노조를 어떤 시각으로 봤습니까.
“제가 86사번인데, 1987년 당시 6·29 선언 그 무렵에는 보도지침까지 있었으니까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조의 역할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봤어요. 지금은 정도를 넘었죠. 요즘 ‘MBC에 들어갔다’는 건 ‘방송사에 입사했다’기보다 ‘노조에 입회했다’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희대의 사기극인 ‘한동훈 검언유착’ ‘바이든 날리면’ 같은 보도가 나오고,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씨로, 김정은은 국무위원장으로 표현하는 거죠.”
‘바이든·날리면’, 역사 기록될 오보·조작 방송
― ‘바이든·날리면’ 발언 자막 보도와 관련 재판이 시작됐더군요. 지난 5월 19일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 재판부는 음성 감정을 제안했던데요.
“이미 보도한 이상 음성 감정을 통해 진위 여부를 밝혀야 할 사안이죠.”
― 보도 전에 음성 감정을 맡겨야 했다고 봅니까.
“보도 전에 맡겨야 했었다가 아니고요, 음성 감정을 맡길 정도로 부정확한 음성이라면 보도를 하면 안 되는 겁니다. 본인들이 무슨 감별사입니까.”
― 이 보도를 계기로 지난 11월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때 MBC 취재단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기로 했죠. 이 같은 조치는 어떻게 봅니까.
“작금의 MBC가 언론 본연의 취재 윤리를 망각한 편파적·이념적 집단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조치에는 박수를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언론 본연의 정도를 벗어난 집단에 ‘권력’이 징계하거나 보복한다는 모양새가 되면 안 돼요. 대통령실의 단호한 조치는 MBC가 언론 역사에 기록될 오보·조작 방송을 했을 때 취해졌어야 합니다. 그래야 ‘범죄 사실’에 딱 맞는 징계와 처벌이 되는 겁니다. 적의 도발에 대해서도 ‘원점 타격’을 얘기하잖아요. 다른 방식으로 징계하고 처벌한다면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죠.”
― 현재 MBC 모(某)기자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죠. 개인의 과실인데 MBC 보도국(뉴스룸)까지 압수수색한 건 과하다는 지적도 있더군요.
경찰에 따르면 MBC 모 기자는 지난해 4월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한 장관의 아파트 매도 관련 정보 등을 모 유튜버에게 전달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보도국 전체의 컴퓨터, 사물함, 책상을 뒤진 게 아니라, 보도국 내 기자 개인의 자리를 압수수색한 거죠. 법원서 영장 발부할 때 압수수색 대상지를 정해놓지 않습니까. 이에 따른 것이라면 적법하다고 봐야죠.”
― 과거 TV조선, 채널A도 겪었지만, 언론사 압수수색이 너무 잦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언론사가 성역(聖域)은 아니지만, 압수수색은 그 자체로 언론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우려죠.
“그 우려에 공감합니다. 언론이 입법, 사법, 행정에 이어 제4부(府)라 불리는 것은 그 공공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았다는 건데, 4부로서의 위신을 지키지 못하고 있죠. 성역은 아니더라도 성역에 가까운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성역에 준하는 만큼 그 위치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입법, 행정, 사법부라고 완전한 면책특권을 갖는 게 아니니, 언론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되는 거죠. 남용이 있을 때는 제어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 제어가 결국 언론환경을 보호하는 기능도 하지 않겠습니까.”
공고한 좌파 미디어 카르텔
― 《한겨레》 등에서는 미국의 예시를 들어 이번 사안을 비판하더군요. 언론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언론사 압수수색이 1980년 이후에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요.
“그건 미국 언론사들이 어느 정도 자체적인 선진화를 구축한 게 서로 맞물렸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 채널A 압수수색 때와는 온도차가 다르다는 말도 나옵니다. ‘언론탄압’이라는 목소리가 유독 크다는 건데요.
“채널A 사건은 희대의 사기극이었고, 이번 건은 범죄 혐의가 있는 개인정보 유출 건인데, 채널A 압수수색 당시 이동재 기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기자 본인이 ‘속옷서랍’이라는 선정적인 단어를 쓰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죠. 지원사격해주는 곳도 많고요.”
한편 기자 압수수색과 관련, ‘언론탄압’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한겨레》는 앞서 지난 2020년 4월 28일 자 〈‘협박’ 등 범죄 연루 의혹… “채널A, 언론탄압으로 보는 건 무리”〉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는 이렇게 썼었다.
“(상략) 그동안 ‘언론탄압’ 논란이 일었던 사례를 보면, 검찰과 경찰, 공안기관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취재 내용과 경위를 밝히기 위해 벌인 압수수색이 대부분이었다. 2009년 MBC 압수수색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은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PD수첩〉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중략) 반면, 이번 채널A 사례는 ‘보도’가 아니라 취재기자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전 사장은 “나라가 나라다우려면 여론이 중요한데, 지금은 좌편향된 언론이 이를 왜곡, 조작, 호도하며 건강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좌파 미디어 카르텔은 상당히 공고히 형성돼 있습니다. 공영방송뿐만 아니라, 신문과 뉴미디어도 마찬가지예요. 예컨대 민주당이 성명을 내면 《한겨레》 《경향신문》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기자협회보》 《PD저널》 《민중의소리》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등이 받아씁니다. 특히 《미디어오늘》은 최대주주가 전국언론노동조합(43.97%)이고, MBC노동조합 역시 지분의 8.77%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 언론노조 기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다 김어준, 주진우, 신장식이 유튜브에서 말을 보태주면 그게 여론이 되죠. 민주당에서는 이를 다시 받아 ‘지금 여론이 이렇다’고 하고요.”
“중도·중립 인사는 노조에 백전백패”
― 기울어진 운동장의 피해자는 누구입니까.
“시청자고 국민이죠.”
― 그들을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 결국 본인 선택으로 보고, 듣는 건데요.
“방송이란 건 습관입니다. 내용이 뭐 이래? 하면서도 어제 봤던 거 또 봅니다. 물론 시청자는 본인의 선택이라 생각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보던 채널을 트는 거예요. 신문이나 잡지도 마찬가지예요. 보던 거 보는 겁니다.”
― 기울어진 운동장은 누가 바로잡아야 합니까. 언론사입니까, 시청자입니까, 정치인입니까.
“공영방송의 경우는 정치인이 바로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 인사를 어디서 합니까? 우리나라는 지상파 방송 3사와 4개 종합편성 채널, 그리고 2개 보도전문 채널만이 뉴스 편성이 가능한데, 이 중 KBS·MBC는 공영방송이고 YTN과 연합뉴스TV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예요. 현재 민주당이 정파로부터 독립이 요구되는 방통위원 자리에 ‘민주당 스피커’ 역할을 했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출신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했지 않습니까. 이는 상징성이 굉장히 큽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원한다’를 전면에 보여준 거예요. 보수에서는 최민희 전 의원을 능가할 정도의 투사(鬪士)가 필요한 겁니다. 안 그러면 바로잡을 수가 없어요.”
― 보수 정권에서 보수 인사를 앉히면 정권 교체기 때 충돌이 되풀이되는 것 아닙니까. 중도·중립적인 인물을 기용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이상적인 말이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중도·중립. 말은 좋아요. 한데 지금 상황에서 그런 인물을 선임하면 백전백패입니다. 과거 중립적이고, 상당히 신사적인 두 분이 MBC 사장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민노총 언론노조가 소위 말해 찜 쪄 먹었습니다. 노조에게 휘둘려서 사장 노릇을 못 했어요. 공영방송, 방문진, 방통위, 대통령실홍보수석, 문체부 등에는 지금까지 민노총 언론노조가 해왔던 불공정 보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인물이 가야 합니다. 처벌 단죄, 징계로 지금까지 저지른 해악을 바로잡은 다음에 중도·중립을 말해야 합니다.”
―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예전에는 채널이 소수였다지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방송 플랫폼과 개인 채널까지 증가하면서 시청자들의 취사선택권이 다양해진 상황인데, 그냥 자연 도태되도록 두면 안 됩니까.
“민영방송이라면 그래도 되지만, 공영방송은 그래선 안 됩니다. 국민세금과 공공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관여할 문제예요. 사기업이라면 당연히 경영을 못해서 망하면 그냥 두면 되죠.”
민주당의 인사저수지
이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김재철 전 MBC 사장 아래서 홍보국장과 기획홍보본부장을,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MBC 보도본부장과 대전 MBC 사장을 지냈다.
― 과거 대전 MBC 사장이던 시절 MBC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었습니까.
“그땐 노골적으로 친정부식 보도를 하지 않았죠. 그렇게 할 수도 없었고요. 친민노총 인물들이 그와 관련한 아이템을 제안하거나 기사를 써 왔을 때, 그걸 교정하고 균형 잡는 역할만 해도 버거웠거든요. 타사의 편향 보도도 포함해서요. 예컨대 2014년 KBS의 문창극 총리 후보자 왜곡 보도 논란이 있었죠. 당시 MBC 임원회의에서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이건 악마의 편집이다. MBC에서는 전체 영상을 다 보여주자. 그게 사실 보도 아닙니까? 그래서 전체 영상이 나갔죠.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걸 ‘기울어졌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지난 2014년 6월 11일 저녁 9시 〈KBS 뉴스〉는 “문 후보자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 지배와 이어진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강연 취지는 우리 민족은 고난을 겪었지만 시련을 이기고 지금 기회의 나라가 됐다는 거였다.
―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는 어떻게 봅니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적임자라 봅니까.
“이 특보가 적임자인지는 인사권자가 판단할 일이죠.”
전임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고의 감점’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동관 특보의 내정을 비판하며 ‘한상혁 전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거의 없었지만,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기용된 인물’이라고 썼더군요.
“말이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인사는 굉장히 일관적입니다. 거긴 정권 교체라는 게 없어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까지 꾸준히 맥(脈)을 유지해 오면서 그간 좌파 진영에 기여했거나, 기여할 사람을 밀어줍니다. 인사저수지가 하나라는 거예요. 그런 마당에 문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없고가 어딨습니까. 한상혁 전 위원장이 어떤 인물입니까. 민언련 공동대표, 방문진 이사 출신으로 열심히 활동해 온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의 인사는 수순이었죠. 그 인사에 걸맞게 지금 끝까지 싸우고 있잖아요.”
민주당 방송법, “인사권 장악하겠다는 것”
― 민주당은 지난 11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죠. “정권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법안”이며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노력”이라면서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시도 아닌가요?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9~11명인 공영방송 이사회를 21명의 운영위원회로 확대하고, 운영위원 추천권을 국회·학계·직능단체·시청자위원회로 분산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추천권을 가진 대상을 살펴보면, 직능단체의 경우 100% 언론노조인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으로 구성돼 있고, 학회 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특별히 챙긴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민주당 성향이 강한 곳입니다. 시청자위원은 대부분 현 공영방송사장 재가하에서 뽑고요. 21명 위원의 17명 정도가 좌파가 되는 겁니다. 사실상 민주당이 인사권을 장악하겠다는 거예요. 그야말로 정글도 휘두르듯 하는 인사를 영구히 하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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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직능단체는 왜 다 언론노조 소속입니까. 보수 언론인은 협회 설립 안 하고 뭘 했나요.
“민언련에 대응하는 기구를 만들자고 예전부터 제안을 했었는데, 지금까지 우파가 너무 바보 노릇만 한 거죠. 민언련이 1984년 설립했으니 올해로 39년이 됐죠. 전국 8개 지역에 독립지부도 뒀더군요. 민언련이 배출한 최고의 인재 중 하나가 한상혁, 최민희고요. 좌파들은 약 40년간 차곡차곡 자기네들 입지를 다져왔는데, 우파는 참, 그런 개념이 없습니다. 물론 최근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자유언론포럼 등이 생겼고, 저도 일부 조직에 소속돼 있긴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인 거죠.”
“난 목숨 걸었던 사람, 못 할 일 없어”
우리나라 첫 여성 종군기자인 이 전 사장은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을 취재했다. 이라크전 때는 현장에 남은 유일한 한국 기자였다.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취재했다. 자동차를 수십 미터씩 날리는 미사일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6mm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2003년 이라크전 때는 회사에서 신변 안전을 위해 요르단 암만으로의 철수 지시를 내렸는데, 몰래 다시 바그다드로 들어갔다. 현장과 1000km 떨어진 호텔 방에서 기사를 쓰는 게 “너무 창피해서”였다. 그해 한국방송대상 보도 기자상(2003)을 받았다. 일시 귀국 직후 한 언론에 쓴 기고문에서 그는 “나는 기자로서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했다”면서 “그 결과로 한국의 시청자들이 좀 더 정확한 뉴스를 접하게 됐다면 그건 부수적인 이득”이라고 썼다. 이후 여성으로는 최초로 지역 MBC 사장직에 올랐다. 하지만 노조를 손봤다는 이유로 ‘적폐 사장’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21대 국회의원 선거(대구동구갑)와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했다.
― 좋은 기사란 뭡니까. 객관적이면 됩니까.
“언론의 취재·보도 행위에 객(客)은 없습니다. 쓴 사람, 주체가 있기 때문에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듭니다. 다만 균형 보도는 있어요. 이 또한 결국 취재 주체가 잡는 것으로, 결국 ‘의지’의 문제입니다. ‘균형을 잡겠다는 의지가 깔렸다는 전제하에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사’면 좋은 기사라고 할 수 있겠죠.”
― 종군기자의 ‘명예’와 적폐 사장의 ‘낙인’을 모두 건넨 MBC는 어떤 존재입니까.
“너무나 안타까운 존재죠. 폭발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인데, MBC를 거친 여러 선배가 없어져야 할 존재로 인식한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앞서 국회의원과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했죠. 결국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뭡니까.
“‘저 사람은 국회의원 하려는 거야, 시장 하려는 거야?’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목표는 일관적입니다. 대한민국의 이념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에 조금이라도 제 역할을 하고 싶은 겁니다. MBC 노조와 상대하면서 느낀 게, MBC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입니다. 좌파에 치중된 구조죠. 자연인 신분으로는 기울어진 여론 지평도를 바꾸기에 한계가 있으니,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에 도전을 하는 겁니다.”
― 아직도 이진숙 하면 종군기자를 떠올립니다. 무려 20~30년 전의 타이틀인데요. 이 같은 사람들의 인식이 새로운 역할을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 봅니까.
“저는 ‘종군기자’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봐요. 제 정체성을 얘기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이 사람은 뭐든 할 수 있겠구나, 하지 않겠어요. 목숨까지 걸어봤는데, 제가 못 할 일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