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내겐 오직 누나 하나뿐 #18

[복세편살]

#18  마치 거울처럼 내 마음을 그대로 말하자면 난 네가 좋아.  

" 어젠 잘 쉬었고? "

 지상이 회의실 책상에 걸터 앉으며 물었다. 네, 아주 잘 쉬었어요. 승현이 대답하지만 지상의 표정은 영 께름칙하다. 무슨 일이 있는건지. 몇일 새 수척해진 승현의 얼굴이 안쓰러운 지상이었다.

" 흐음, 잘 쉰 것 치고는 상태가 별론데. "

 어제 그렇게 제운을 보내고. 유리를 그렇게 보낸게 속상하고 미안하기만 해서 잠 못 이룬 승현이었다. 그래요? 말하면서 핸드폰 액정으로 제 얼굴을 확인하는 승현. 지상까지 걱정하는걸 보니 오늘 정말 영 별론가 보다.

" 안되겠는데…. "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는 지상의 목소리에 승현의 눈길이 다시 지상을 향했다. 그러면 승현에게 제 손에 들린 자료를 건내주며 말을 잇는 지상.

" 이번에 중국 시단 백화점에 우리 브랜드 입점하게 된 건 알고 있지? "

" 네, 들었어요. "

" 정확히 3주 뒤에 백화점 광장에서 입점 기념 패션쇼가 열릴거야. 패션쇼의 피날레는 스왈로브스키 콜라보 신상품이 될거고. 이번 신상품 출시일 역시 패션쇼 당일으로 확정됐어. "

" 아, 그럼, "

" 응, 이번 패션쇼에 이 대리랑 디자인 1팀의 김 인제 대리가 공동 기획자로 참여하게 될거란 말. 근데 너 지금처럼 상태 메롱이면 이번 기획 못 맡겨. 패션쇼 준비하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이번 기획 다 디자인 2팀으로 넘어가는거야. "

" 쓰러지긴요! 잘 할 수 있어요, 절대. "

 다짐하듯 말하는 승현의 목소리에 지상이 싱긋 미소지었다. 매 시즌 Yours의 패션쇼에 제가 디자인한 작품을 세우고 참여했던 승현이지만 연차가 낮은 그녀가 메인 기획자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승현이 설렌 마음으로 지상이 건낸 서류를 훑었다. 그러다 이 대리. 부르며 가까이 오라 손짓하는 지상. 승현이 순순히 지상에게 다가서자 홱. 그녀의 손목을 낚아 채 제 엄지와 검지 사이로 그녀의 손목을 고쳐잡는 그. 그러면 예상대로 지상의 손가락 사이로 쏙 들어오는 승현의 가는 손목.

" 너 이것 봐. 요즘 왜 이렇게 말랐어, 건강 관리 제대로 안 할래. 패션쇼 준비하다 쓰러지는 디자이너 여럿 봤어. 다음주 당장 출국인데 너 지금보다 한… "

 말꼬리를 늘리며 잠시 말을 멈춘 지상이 제 검지 손가락과 중지 손가락을 바꿔잡으며 말을 이었다.

" 이만큼. 5키로 정도는 더 찌워와. 그래야 비행기 티켓 끊어줄테니까. "

 탁. 지상이 승현의 손목을 제 자리에 내려놓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 네에. 다음 주에 ' 너 그러다 굴러다니겠어. '란 말이나 하지마요. "

 그럴리가. 대답한 지상이 귀여운 그녀의 목소리에 승현의 머리칼을 헝클어 놓았다. 그러면 탁 지상의 손을 쳐내며 그에게 눈을 흘기는 승현.

" 요미미는 잘 있어요? "

하지만 그런 승현의 모습도 사랑스러운지 지상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늘 저녁 7시에 피란체 예약해 뒀어. "

" 아, 오늘 저녁 같이 먹기로 했었죠. 하실 말씀 있으시단게 이 패션쇼 얘기 였어요? "

 음, 아니. 대답하면서 팔짱을 끼는 그가 잠시 말을 멈추고 승현과 두 눈을 반듯이 마주했다. 두번 즈음. 그의 눈커풀이 감빡였을 때, 지상이 그와 잘 어울리는 단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그것보다 더 중요한 말. 더 중요한 말 할거야. "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그 분위기에 승현은 잠시 의아했다가도 곧 제 손에 들린 그 자료 덕에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패션쇼 조명은 어떤게 좋겠느냐, 중국 모델도 직접 섭외하냐, 묻는 통에 어느새 패션쇼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지고야 말았다.

#

 점심시간. 12시가 땡. 하자마자 디자인 1팀으로 쪼르르 달려 온 인제를 따라 직원 식당으로 내려 온 승현. 그녀가 탁. 인제의 앞자리에 제 식판을 내려 놓았다. 마침 하은은 외근 중이었고 제운의 점심은 출근 첫날부터 구 미혜 대리와 그녀의 단짝인 김 대리의 차지였으므로. 혼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나. 생각했던 승현은 그런 인제가 반가웠다가도,

" 너 신입이랑은 어떻게 됐냐? "

 누가 들을새라 속닥이며 묻는 인제의 질문은 피하고만 싶다. 어떻게 설명해야 한담. 인제와는 마음까지 터 놓을 정도로 친한 사이이긴 하지만 그와 나 사이를 구구절절 늘어놓을 수는 없다. 고민하던 승현이 질끈. 결심하듯 두 눈을 감았다 뜨고 말했다.

" 나 차였어. "

 그러면 그 한마디에 인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도. 눈치 백단인 그의 표정은 그런 승현이 영 미덥지않다는듯 바뀌고야 마는데.

" 그으래? 그럼 이 승현 오늘 축구공 기념으로 술 한잔 할까? "

" 아니, 나 팀장님이랑 저녁 약속 있어. "

 입으로 일기 쓰는 승현의 술버릇을 잘 알고 있는 인제였다. 쳇. 좀 캐보려고 했는데 안 통하네. 뾰로통해진 인제의 표정. 그러면 서둘러 화제를 바꾸는 승현.

" 너 원피스 디자인은 어떻게 됐어? "

 그런 승현의 의도를 알면서도 순순히 그녀의 뜻에 응해주는 인제였다.

" 우리도 다음주부터 생산 라인 돌려. 패션쇼 전까진 재고 확보 할 수 있을거야. "

 물론 그의 캐릭터대로 한 술 더 뜨는 것까지 잊지 않는 인제.

" 이 승현, 근데 나 완전 설레잖아. 이번 패션쇼 피날레 하 인주인거 너도 확인했지? "

 아, 인제가 하 인주 팬이었었지. 하 인주. 톱 스타인 그녀는 올 하반기부터 Yours의 모델로 발탁된 여배우였다. 가을 시즌 함께 화보 촬영을 진행했던 마케팅 팀 현주 언니에 의하면, 바비 인형을 연상 시키는 예쁘장한 외모와 달리 그렇게 성격 더럽기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 하 인주 성격 장난 없다더라, 야. 너도 조심해. 화보 촬영 때 마케팅 팀 막내 울고불고 난리였었대. "

" 아, 나도 들었음. 하 인주 발 밟고 뺨 맞았다 그랬나? "

" 응, 그것도 두 대. 발 밟아서 한 번. 그리고 죄송하다고 안 하고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 번. "

" 약간 미친녀인 같은데 그게 더 끌려. 난 나쁜 여자한테 끌린다니까. 만약 하 인주가 내 오른쪽 뺨을 때리면 난 왼쪽 뺨도 내줄거야. "

 소중하게 제 볼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말하는 인제. 역시 쟤도 제 정신은 아니라니까. 승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였다.

 점심 식사를 마친 승현이 다시 사무실으로 향했다. 아직 점심 시간이 끝나기엔 이른 시간. 평소라면 하은이나 인제와 휴게실에 죽치고 있을 시간이지만 한껏 바쁜 척 하며 인천 공장으로 출발한 인제 덕에 다시 사무실로 발걸음을 돌린 승현이었다. 점심 시간이 끝나기엔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땐. 그녀의 예상과 달리, 의자에 기대 팔짱을 낀 채 잠든 제운의 모습이. 승현은 깜짝 놀랐다가도 혹여 그가 잠에서 깰새라 살금살금 제운에게 다가갔다.

 조용조용 제 자리에 앉은 승현이 제운에게 제 의자를 당겨 앉았다. 비록 옆 자리의 제운이지만 하루 종일 그의 눈치만 보며 한 마디도 붙이지 못 했던 승현이었다. 물론 제운 역시 냉담하게도 업무 외의 일로는 승현을 찾지 않았다. 승현이 찬찬히 제운의 얼굴을 살폈다. 그가 입은 새파란 니트와 대조되는 핏기없이 하얀 얼굴. 그리고 살짝 마른 입술은 그녀를 애타게 만든다. 점심은 먹지 않았나 보다. 어제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해 놓구. 아침은 챙겨 먹은 건가? 승현의 가는 손이 저도 모르게 제운의 얼굴을 감쌌다가도. 아차. 싶은 마음에 다시 그 손이 제 자리를 찾으려 하지만 탁. 그녀의 손목을 잡아 채는 제운.

" 아, 나 때문에 깼어? "

 그리고 승현을 향한 제운의 눈빛. 당황한 승현이 제운에게 잡힌 제 손을 내빼려 하지만 제운은 승현의 손을 놓아 줄 생각이 없는듯 하다. 사륵. 다시 눈을 감는 제운의 차가운 볼 아랜 여전히 작고 따뜻한 그녀의 고운 손이. 아이처럼 그 손에 얼굴을 묻는 제운이 잠에서 막 깬듯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 마음대로 쓰다듬을 땐 언제고. "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도. 

" 그렇게 혼자서 도망가면 난 어떡해요, 마음 아파서. "

 살폿 두 눈은 감은 그 말간 얼굴도. 꼭 제 손목을 잡은 그의 큰 손도. 모든게 매력적인 남자로써 승현에게 다가왔지만 승현은 애써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승현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 점심은 왜 안 먹었어? "

 사락. 승현의 손목을 내려 놓는 제운의 두 눈이 다시 승현의 투명한 눈동자와 마주했다.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잡은 한 손을 제운이 끌어당기자 빙글. 바퀴 달린 의자 탓에 조금 더 가까워진 제운과 승현의 거리.

" 누나, 나 어제 실연 당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난 소중한 동생일 뿐이라는데 내가 밥이 넘어 가겠어요. "

 툭. 승현의 어깨에 제 얼굴을 기대며 제운이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 힘없는 그의 목소리에 승현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 어제… 그렇게 가서 미안했어요. "

 중저음의 목소리. 그리고 승현의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의 연갈빛 머리카락. 그 간지러움 탓인지. 아니면 옅은 샴푸냄새 탓인지. 그마저 아니라면 중저음의 그의 목소리 탓인지. 승현의 왼쪽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함께 있으면 지금처럼. 누나한테 애같은 투정만 부릴것 같아서 그랬어요. 누난 내 마음 받아주지도 못하는데. "

 혹여라도. 그에게 제 심장 소리가 들릴까봐 탁. 제운의 어깨를 밀어버린 승현. 그러면 상처받은 얼굴의 제운. 의도치 않게 제운의 마음을 아프게 한 승현이 당황하고.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을 먼저 깬 건 애써 옅은 미소를 짓는 제운이었다.

" 아까 구 대리님이랑 저녁 약속 한거 신경 쓰지 마요, 그냥 계속 거절하기가 좀 그래서. "

" 괜찮아, 정말 신경 안 써. "

 신경 안 써. 여기까지 였다면 좋았을 것을. 여전히 그 앞에서 바삐 뛰는 제 두근거림에 당황하는 승현은 필터링 없이 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고야 마는데.

" 구 대리님 괜찮은 여자야. "

 순간. 굳어지는 제운의 표정. 아차. 싶은 승현이 무슨 변명이라도 하려 입술을 달싹일 때,

" 오늘 점심 완전 괜찮았지? "

" 응, 내일 또 거기 가자. "

 식사를 끝내고 돌아 온 구 대리와 김 대리의 소란스러움.

" 제운 씨, 오는 길에 샌드위치 좀 사왔어. 근데 둘이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

 톡. 제운의 책상 위로 샌드위치를 내려 놓으며 묻는 미혜. 승현과 제운 사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그녀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린다. 별 일 아니에요. 대답한 승현이 그 자리를 피해버리고. 사무실을 나서는 승현의 뒷모습. 그리고 제운 씨, 어디 가? 미혜의 물음에도 승현을 따라나서고야 마는 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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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의미에요? "

 비상계단. 승현의 손목을 끌고 데려 온 제운이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넌 내 소중한 동생이야. 어제의 그 말도. 구 대리님 괜찮은 여자야. 방금 전의 그 말도. 되돌릴 수 없는 승현은 난감하기만 하다.

" 무슨 의미냐고 물었어요. 구 대리 님이랑 나랑 잘 되기라도 하란 말이에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거란 말. 그 말에 대한 대답이 겨우 이거에요? "

" 그런거 아니야. "

" 그럼 대체 무슨 의미인데. "

 다그치는 제운의 목소리에 승현의 꾹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면 또 제운은 승현의 잇새로 붉어진 그녀의 입술에 애가 닳고. 입술 깨물지 마요. 작은 목소리와 함께 제운의 엄지 손가락이 승현의 입술을 살짝 훑었다. 그러자 핏기어린 그녀의 붉은 입술은 제 자리를 찾았지만 탁. 제운의 손을 쳐내는 승현.

" 그냥 의미 없이 한 말이야. "

 귓가를 간지럽히는 네 목소리에 두근대서. 눈치없이 두근대는 제 심장 소리에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라고는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던 승현이,

" 그 정도 말은 할 수 있잖아, 누나로써. "

 제운의 두 눈을 마주하고 말하면. 누나로써. 그 한마디에 제운의 심장은 내려앉는것만 같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그 한 마디에 제운은 탁. 힘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승현은 어쩔 수가 없다. 지금은 사랑을 구하는 제운도. 그런 그에게 설레는 제 마음도. 멈추어야만 할 때다, 그 애의 누나로써.

" 그럼 나 먼저 갈게. "

 돌아서는 승현의 발걸음. 그런 승현을 붙잡지 못 하고. 툭. 힘없이 차가운 벽에 기대 선 제운이 제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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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시간은 흘러 어느덧 7시. 레스토랑 피란체. 지상을 기다리고 있는 승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외근을 핑계로 일부러 제운을 피한 승현이었다. 하지만 억지로 피해보아도 제운의 상처받은 표정은 승현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정말 이럴 수 밖엔 없을까. 멋대로 두근대는 심장처럼 아무 고민없이 다시 그 앨 좋아한다고 말하면 안될까. 하지만 유리는 승우와 같은 내 동생이야. 그 애가 유리로써 말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현 제운이란 남자를 받아들일 순 없어. 무턱대고 사랑만을 말하기엔 그 애와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어. 머리 속이 복잡한 그녀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다,

" 오래 기다렸어? "

 지상의 목소리에 눈길을 돌리면 어느새 도착한 지상이 승현의 앞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 아뇨, 저도 방금 왔어요. "

 지상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리고 이어지는 능숙한 그의 주문으로 승현과 지상의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간간히 이어지는 사담과 업무 이야기. 사실 머리 속엔 온통 제운의 생각 뿐이면서도. 제 앞의 지상에게 집중하려 애쓰는 승현이었다.

" 근데 이 대리, 오늘 무슨 일 있었어? "

" 아니요, 아무 일도요. "

" 그냥. 평소보다 좀 가라앉은 것 같아서, 음식이 입에 안맞나. "

" 안 맞긴요. 저 엄청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어제 잠을 좀 못 자서 피곤해서 그런가봐요. 아, 그런데 선배, 중요한 말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

 항상 팀장님. 이였다가 사석에서 꽤 오랜만에 듣는 선배란 호칭. 팀장님보다 친근한 그 호칭 덕에 지상이 살짝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톡. 제 손에 들린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은 지상이 냅킨으로 그의 입가를 살짝 닦았다. 승현 역시도 궁금한 얼굴로 지상을 바라보고.

" 사실 식사 마치고 얘기하려고 했던건데. 승현아, 하나 약속 할래? "

 승현아. 승현 역시도 평소와 다른 지상의 호칭이 의아해서 두 눈을 깜빡였고,

" 내 말 듣고도 지금처럼 밥 맛있게 먹기. "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의자에 걸린 제 코트 주머니에게 꺼내는 작은 가죽 상자 하나. 설마. 승현이 놀란 눈으로 지상을 바라보았고 지상의 반듯한 눈매 역시 승현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달칵. 그의 손에서 반지 케이스가 열렸고,

" 멋있게 고백하고 싶어서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어떤 말을 골라야 할 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마치 거울처럼 내 마음을 그대로 말하자면 난 네가 좋아. "

 반짝이는 은빛 링 위로 담백한 그의 고백이 이어지고 있었다.

" 물론 지금 당장 네 마음을 말 해 달란게 아냐. 거절하고 싶더라도 조금만 참아줘. "

 어색하게 웃음짓는 지상하지만 승현의 표정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한 때 짝사랑의 열병 앓게 했던 선배. 지상에게 고백을 받게 될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우리가 금요일에 만났으니까 월요일이 좋겠다. 너도 내 마음과 같다면 이 반지. 월요일에 네 손에 있었으면 해. "

" 아, 선배, 저는, "

 만약. 그의 고백이 한 달 전이었다면. 요란한 미사여구 하나 없지만. 그와 잘 어울리는 이 담백한 고백에 흔들렸을지도 모를 승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롯이 제운에게 향한 제 마음을 단단히도 묶어놓은 그녀였다. 승현이 거절의 의사를 표하려 입술을 달싹였지만 그 말을 막아서는 지상.

" 월요일. 그 때까진 네가 열심히 고민했었지만 그럼에도 난 아니었기 때문에 거절하게 해 줘. 물론, 네 손에 이 반지가 있다면 더 행복하겠지만. 지금 네가 거절한다면 나 꽤 상처받을 거 같아. " 

" 선배…. "

" 자, 그럼 약속 했었지? 내 말 듣고도 밥 맛있게 먹기로. "

 다시 싱긋. 웃으며 양 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잡는 지상.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한 손에 포크를 쥐는 승현의 마음은 어지럽기만 하다.

 한 편,

" 어? 저기 팀장 님이랑 이 대리 아냐? "

" ……. "

 피란체 3층에서 식사를 끝내고 내려오던 미혜의 두 눈이 딱. 발견하고야만 승현과 지상의 모습. 그녀와 함께 계단을 내려오던 제운의 눈길 역시 창가에 앉은 그들을 향했고.

" 제운 씨, 저기 식탁 위에 놓인 작은 상자 반지 같지? 왠지 분위기 심상치 않은데. 오늘은 아는 척 하지 말고 그냥 가는게 좋겠다, 그지? "

" …네. 그러는게. 좋겠네요. "

 제운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 제운을 이끄는 미혜의 손을 따라. 승현과 지상을 뒤로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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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18편 쓰고 갑니다!

오늘 승혀니 완전 고답이ㅠㅜ

제우니한테 왜저래.

연재 속도에 대해서 한가지 소식이 있어요.

제가 백수생활을 청산하고(야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 시작한 일에 적응될 때 까지

지금처럼 자주 소설을 올리진 못할 것 같아요.

시간 날 때마다 틈틈히 써서 올릴테니

기다리진 마시고 간간히 보이면 읽어주세요!

오백년이 걸리더라도 연재중단은 안할게용ㅎㅎ

그럼 저녁 시간 다가오네요.

저는 보건소 갔다가 빵 사와서 먹을거에요.

그럼 여러분도 저녁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