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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지 제111회
주동에게 칼을 씌우고, 두 압송관이 문서를 가지고 길을 나섰다. 주동의 집안사람들이 옷과 여비를 마련해 주고 두 압송관에게도 돈을 주었다. 운성현을 떠나 창주 횡해군을 향해 떠나갔다. 창주에 당도하여 성안으로 들어가 곧장 관아로 갔다.
마침 부윤이 등청해 있어서, 두 압송관이 주동을 대청 계단 아래로 끌고 와서 공문을 올렸다. 부윤은 주동의 의표가 범상하지 않음을 알았다. 얼굴이 대춧빛처럼 붉고 아름다운 수염이 배를 덮고 있는 것을 보고, 부윤은 이미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지시를 내렸다.
“이 범인은 감옥으로 보내지 말고 본부에 두고 심부름을 시키도록 해라.”
그 자리에서 칼을 벗기고, 압송관에게는 공문을 주어 돌려보냈다.
주동은 부중에 머물면서 매일 대청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심부름을 했다. 창주부 관아에 근무하는 모든 관원들에게 인정을 쓴데다, 주동이 본래 온화한 사람이라 다들 주동을 좋아하였다.
어느 날, 주동이 계단 아래에 시립하고 있는데, 부윤이 대청 위로 불러 물었다.
“자네는 무슨 연고로 뇌횡을 놓아 주어, 이곳으로 유배를 왔는가?”
주동이 아뢰었다.
“소인이 어찌 감히 뇌횡을 놓아 주었겠습니까? 순간적으로 부주의하여 그가 달아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이렇게 중죄에 해당하는 벌을 받았단 말인가?”
“원고가 소인이 고의로 놓아 주었다고 고집했기 때문에 이렇게 중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뇌횡은 왜 그 창기를 죽였는가?”
주동은 뇌횡의 일을 자세히 얘기했다. 부윤이 말했다.
“자네는 그가 효자임을 알고 의기로 그를 놓아 준 것이 아닌가?”
“소인이 어찌 감히 상공을 속이겠습니까?”
얘기를 나누는 중에 병풍 뒤에서 한 어린애가 나왔는데, 나이는 네 살이고 단정하게 잘 생긴 부윤의 아들이었다. 부윤은 그 아들을 금이야 옥이야 사랑했다. 아이는 주동에게 다가와 안아달라고 했다. 주동이 아이를 품에 안아주자, 아이는 두 손으로 주동의 수염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난 이 수염아저씨에게만 안길 거야.”
부윤이 말했다.
“얘야! 얼른 손을 놓아라! 말썽피우지 말고.”
아이가 또 말했다.
“난 이 수염아저씨에게만 안길 거야. 아저씨! 나랑 놀러가!”
주동이 아뢰었다.
“소인이 공자님을 안고 관아 앞을 한 바퀴 돌고 오겠습니다.”
부윤이 말했다.
“아이가 자네 품에 안기고 싶어 하니, 데리고 한 바퀴 돌고 오게.”
주동이 아이를 안고 부중을 나와 설탕과자를 사 주고, 한 바퀴 돈 다음 부중으로 돌아왔다. 부윤이 아이에게 물었다.
“어디 갔다 왔냐?”
아이가 말했다.
“수염아저씨가 거리 구경도 시켜 주고, 설탕과자도 사 줬어.”
부윤이 말했다.
“자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런 걸 사 주었나?”
주동이 아뢰었다.
“소인의 작은 정입니다. 별 것 아닙니다.”
부윤은 술을 내어 주동을 대접했다. 부중의 시녀가 은술병과 과자함을 가지고 와서 술을 따라주었다. 주동은 큰 술잔으로 연거푸 세 잔을 마셨다. 부윤이 말했다.
“앞으로 아이가 놀아달라고 하면, 자네가 안고 나가서 놀아줘도 좋네.”
“상공의 분부를 어찌 감히 어기겠습니까?”
이때부터 매일 주동은 아이를 데리고 거리로 나가서 놀았다. 주동은 돈이 있었기 때문에, 부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아이를 위해 돈을 썼다.
보름쯤이 지나 7월 15일 우란분(盂蘭盆) 법회 날이 되었다. 해마다 각처에서 강물에 등을 띄우고 좋은 일이 있기를 비는 날이었다. 그날 저녁 유모가 주동에게 말했다.
“주포교님! 아이가 오늘밤 강물에 등 띠우는 걸 보고 싶다고 합니다. 부인께서 아이를 안고 나가서 구경시켜 주라고 분부하셨습니다.”
주동이 말했다.
“소인이 안고 나가겠습니다.”
푸른 적삼을 입고 머리를 두 개의 뿔처럼 묶고 구슬을 단 아이가 안에서 뛰어나왔다. 주동은 아이를 어깨에 태우고 부중을 나와 등을 구경하기 위해 지장사로 향했다. 절을 한 바퀴 돈 다음 수륙당의 방생 연못가에서 등 띠우는 것을 구경했다. 아이는 난간에 기어 올라가 구경하면서 웃었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가 주동의 소매를 잡아끌며 말했다.
“형님! 잠깐만 이리 와서 얘기 좀 나누시지요.”
주동이 고개를 돌려 보니, 뇌횡이었다. 주동은 깜짝 놀랐다. 주동은 아이에게 말했다.
“공자님! 이리 내려와서 앉아 보세요. 내가 가서 설탕과자 사 올 테니까, 절대 딴 데로 가면 안 돼요.”
아이가 말했다.
“빨리 갔다 와. 난 다리 위에서 등 구경하고 있을게.”
“곧 돌아올게요.”
주동은 몸을 돌려 뇌횡에게 말했다.
“아우는 여기 어쩐 일인가?”
뇌횡이 주동을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서 절하고 말했다.
“형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노모를 모시고 마땅히 갈 데가 없어 양산박으로 가서 송공명께 투신하고 입당하였습니다. 아우가 형님의 은덕을 얘기했더니, 송공명 역시 형님께서 지난날에 베풀어 주신 은혜를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조천왕과 여러 두령들도 모두 깊이 감격하여 오늘 특별히 오군사가 형제들과 함께 정탐하러 왔습니다.”
주동이 말했다.
“오선생은 지금 어디 계신가?”
등 뒤에서 오용이 돌아 나오며 말했다.
“오용이 여기 있습니다.”
오용이 절을 하자, 주동도 황망히 답례하고 말했다.
“오랫동안 뵙지 못했는데, 선생은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용이 말했다.
“산채의 여러 두령들이 안부를 전하면서, 이번에 오용과 뇌포교를 특별히 보내 족하를 산으로 청하여 대의를 함께 하고자 하였습니다. 여기 온 지 며칠 되었지만, 감히 만나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밤에야 이렇게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귀한 걸음을 옮기셔서 함께 산채로 가서 조두령과 송두령의 뜻을 만족시켜 주시면 좋겠습니다.”
주동은 듣고 나서 한동안 응답하지 않고 있다가, 이윽고 말했다.
“선생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다른 사람이 들을까 두려우니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뇌횡 아우는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제가 의기로 놓아 주었고, 마땅히 갈 데가 없어 산에 올라가 입당했습니다. 저도 이곳으로 유배 오기는 했지만, 하늘이 가련히 여겨 1년 반 정도만 지나면 고향으로 돌아가 양민이 될 겁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그런 일을 기꺼이 하겠습니까? 두 분은 돌아가십시오. 이곳에서 일이라도 벌어지면 좋지 않습니다.”
뇌횡이 말했다.
“형님이 여기 있으면 남의 아래에서 시중이나 들어야 하는데, 그건 대장부가 할 짓이 아닙니다. 이 아우가 산으로 올라가시자고 권하는 것이 아니라, 조두령과 송두령께서 형님을 기다린 지 오래입니다. 지체하여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하십시오.”
주동이 말했다.
“아우! 그게 무슨 말인가? 나는 노모를 생각해서 자네를 놓아 주었는데, 자네는 오늘 되레 나를 불의에 빠뜨리려고 하는가!”
오용이 말했다.
“포교께서 가지 않겠다고 하시니, 우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주동이 말했다.
“여러 두령들에게 안부 전해 주십시오.”
함께 다리로 돌아왔는데, 주동이 살펴보니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주동은 ‘아이고!’ 소리치면서 이리저리 찾으러 다녔다. 뇌횡이 부동을 붙잡고 말했다.
“형님! 찾지 마십시오. 제가 한 사람을 더 데리고 왔는데, 아마 형님이 가지 않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아이를 데리고 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함께 찾으러 갑시다.”
주동이 말했다.
“아우! 날 희롱하지 말게. 저 아이는 부윤의 생명 같은 아이인데, 나에게 맡겼단 말이야.”
뇌횡이 말했다.
“형님은 절 따라오십시오.”
주동은 뇌횡과 오용을 따라 지장사를 떠나 성 밖으로 나갔다. 주동이 당황하여 물었다.
“자네와 같이 온 사람이 아이를 어디로 데려간 건가?”
뇌횡이 말했다.
“형님께서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까지 따라오시면 아이를 돌려드리겠습니다.”
“늦으면 부윤이 화를 낼 걸세.”
오용이 말했다.
“우리가 데리고 온 사람이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아이를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간 것 같습니다.”
주동이 말했다.
“당신들이 데리고 온 사람이 누굽니까?”
뇌횡이 말했다.
“저는 잘 모르는 사람인데, 흑선풍 이규라고 들었습니다.”
주동이 놀라며 말했다.
“강주에서 살인한 이규 말인가?”
오용이 말했다.
“바로 그 사람입니다.”
주동은 비틀거리며 ‘아이고!’ 소리치며 황망히 달려갔다. 성을 떠나 20리쯤 갔는데, 이규가 앞에 나타나 소리쳤다.
“나 여기 있소.”
주동이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아이는 어디 있소?”
이규가 인사하며 말했다.
“절급형님께 인사 올립니다. 아이는 안에 있습니다.”
주동이 말했다.
“당신은 아이를 빨리 내게 돌려주는 것이 좋을 거요.”
이규가 자기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의 머리카락은 내 머리 위에 있습니다.”
주동은 다시 물었다.
“아이는 대체 어디 있는 거요?”
이규가 말했다.
“아이의 입에 마취약을 바르고 곧장 성을 나왔는데, 지금 숲속에서 자고 있으니, 가 보시지요.”
주동이 숲속으로 들어가 밝은 달빛 아래 찾아보니, 아이가 땅에 엎어져 있었다. 주동이 급히 달려가 아이를 안아 보니, 머리가 두 쪽으로 쪼개져 이미 죽어 있었다. 주동은 크게 노하여 숲에서 뛰쳐나왔는데, 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찾고 있는데, 멀리서 흑선풍 이규가 쌍도끼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여기야! 이리 와 봐! 나랑 2~30합 싸워보자!”
주동은 분노가 치솟아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적삼을 걷어 부치고 큰 걸음으로 쫓아갔다. 이규는 몸을 돌려 달아났고 주동은 그 뒤를 추격했다. 이규는 산을 오르고 고개를 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 주동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잠시 멈춰 서자, 이규가 앞에 나타나 또 소리쳤다.
“와! 와보라니까! 나랑 목숨 걸고 한 번 붙어보자!”
주동은 이규를 한 입에 삼켜 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지만,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쫓고 쫓기는 가운데 하늘이 점점 밝아져 왔다. 이규는 앞에서 급히 쫓아가면 급히 달아나고 천천히 쫓아가면 천천히 달아났다. 그러다가 이규는 드디어 어느 큰 장원으로 들어가 버렸다. 주동은 그걸 보고 혼자 말했다.
“저놈이 이제 저리로 들어갔으니, 가만두지 않겠다.”
주동이 장원으로 들어가 대청 앞에 가 보니, 양쪽에 많은 무기들이 꽂혀 있었다. 주동은 혼자 말했다.
“여기는 필시 관원의 집인 것 같은데…”
발걸음을 멈추고 큰소리로 외쳤다.
“안에 누구 없습니까?”
병풍 뒤에서 한 사람이 나오는데, 바로 소선풍 시진이었다. 시진이 물었다.
“누구십니까?”
주동이 보니, 인물이 헌앙하고 자질이 수려하였다. 주동은 황망히 인사하고 말했다.
“저는 운성현 절급 주동인데, 죄를 범하여 이곳에 유배 왔습니다. 어젯밤 부윤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강에 등 띄우는 걸 구경하러 나왔는데, 흑선풍 이규가 아이를 죽이고 지금 이 장원 안으로 도망쳐 들어왔습니다. 그놈을 붙잡아 관아로 끌고 갈 수 있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염공이시군요. 이리 올라와서 앉으시지요.”
“감히 대관인의 성함을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저는 소선풍 시진입니다.”
“큰 이름을 들은 지 오랩니다.”
주동은 황망히 절을 하고 말했다.
“뜻밖에 오늘 존안을 뵙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미염공의 이름을 오래 전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후당으로 가서 얘기하시지요.”
주동은 시진을 따라 후당으로 가서, 말했다.
“흑선풍 그놈이 어찌하여 이 장원으로 들어와 몸을 피했습니까?”
시진이 말했다.
“용서하십시오. 저는 평생 강호의 호걸들과 사귀기를 좋아했습니다. 저의 가문은 송나라 태조황제께 양위한 공이 있어 죄를 면해 주는 보증서인 단서철권(丹書鐵券)을 하사받아,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우리 집에 숨으면 누구도 감히 수색할 수 없습니다. 근래에 아끼는 벗을 하나 사귀었는데, 족하에게도 오랜 벗이고 지금은 양산박의 두령이 된 급시우 송공명입니다.
송공명이 밀서를 보내 오용·뇌횡·흑선풍을 우리 장원에 머물게 해 달라고 했는데, 족하를 산으로 청하여 대의를 함께 하기 위함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족하께서 거절하여 따르지 않자 일부러 이규로 하여금 아이를 살해하게 함으로써 족하의 돌아갈 길을 먼저 끊어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도록 한 겁니다. 오선생과 뇌형은 왜 나와서 사과하지 않습니까?”
오용과 뇌횡이 옆 다락방에서 나와 주동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용서하십시오. 모든 것이 송공명 형님의 명령이었습니다. 산채에 가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주동이 말했다.
“당신네 형제들이 호의로 했다지만, 이건 너무 지독한 일 아니오!”
시진이 힘껏 권하자, 주동이 말했다.
“내가 갈 땐 가더라도 흑선풍의 낯짝은 봐야겠소!”
시진이 말했다.
“이형! 빨리 나와서 사과하시오.”
이규가 옆방에서 나와 큰소리로 인사했다. 주동은 이규를 보자 가슴 속에서 불길이 치솟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이규에게 달려들어 목숨 걸고 싸우려고 했다. 시진·오용·뇌횡 세 사람이 극구 말려 멈추게 했다. 주동이 말했다.
“한 가지 조건을 들어주면 산으로 올라가겠소.”
오용이 말했다.
“한 가지가 아니라 열 가지라도 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 계속 112회 ~~
첫댓글 111 수호지 연재
제가 숫자 1을 좋아 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1111회까지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아이를 죽이다니 너무 하군요
잔인합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남편이 파리채를 들고
거실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아내: "뭘 하고 있어요?"
남편: "파리 잡고 있잖아"
아내: "그래, 잡기는 했고요?"
남편: "그럼,수컷 세 마리하고,
암컷 네 마리를 잡았지"
아내: "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남편: "셋은 내 술상에 붙어 있었고,
넷은 당신 화장대에 앉아 있었거든."
맞는 말씀입니다
저희 집에는 숫컷만 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ㅎㅎ
딴은 맞는 말씀 같기도 하네요
어린 아이을 죽인건 심해도 너무 심하군요.
주동의 앞날이 궁금 합니다.
추천 꾸욱
화창한 날씨 즐기시옵소서
감사합니다
이구, 저런,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어린아이를 죽이다니
너무했네요
주동의 한가지 조건이란 뭘까요
담편이 궁금합니다
추천도 꾸욱~
감사합니다
자기들의 목적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지지 않는구만,
그들의 목적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야수야 같은 행동은 그만한 댓가를 받을 걸,
마치 산업현장에서 오직 이익만을 위해서
안전장치 없이 노동자를 노동현장에 내모는 일 같아.
감사합니다
죄없는 어린애기는
왜 죽이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