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한 분위기, 창백하고 푸른 새벽의 느낌, 추적추적 내리는 비 같은 느와르의 공식 같은 화면을 쓰는건 원래도 참 잘하는 감독입니다. 박훈정 감독은 사실 커리어 전체가 느와르로 도배되어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열심히 느와르 정서를 표방하는 감독이기도 하죠.
그리고 김선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저기 나오면서 서서히 주목받다가 갯마을 차차차로 빵 뜨는 순간 사생활 이야기가 터지면서 커리어가 꼬인 배우죠. 덕분에 한동안 출연작이 없다가 박훈정 감독의 귀공자, 그리고 폭군에 연달아 나오면서 연기 커리어를 이어나가게 되었는데, 전 귀공자에서도 그랬고 폭군에서도 그랬고 전성기를 누려야할 시기에 한번 꺽인게 참 아쉬운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마스크가 너무 깔끔하고 선해보이는 큰 장점이 있고, 폭군을 보면 마스크와 반대되는 어두운 이미지를 써먹는것도 잘 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쉬웠던건, 채자경 역의 조윤수 배우님인데, 기본적으로 연기가 약한데다가 그나마 인상 쓰고 들이받기만 하는 캐릭터에 가까워서 연기력이 들통이 안 날수도 있었는데 나레이션을 하는 바람에... 이건 순수하게 감독 탓이라고 봅니다. 신인급을 주연으로 기용하는 이상한 똥고집을 부리면서 나레이션까지 맡기는건, 너무 과해요.
전반적으로는 재미있게 잘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설마 설마 하며 불안해졌는데, 끝나는거 보고 욕을 안 할수가 없더라고요ㅋ 폭군 작품 하나를 온전히 따로 본다면 전 장점이 단점보다 큰, 꽤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훈정 감독이 욕을 먹는 이유도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잠깐 기억을 더듬어봅시다.
마녀1은 구자윤(김다미)이 시설에서 탈출 - 일반인 가정(최정우 외)에 편입 - 일상생활 - 비능력자 악인과의 전투 - 능력자(박희순, 최우식 등)와의 전투 - 악의 근원으로 ㄱㄱ 정도의 흐름입니다.
마녀2는 소녀(신시아)가 시설에서 탈출 - 일반인 가정(박은빈 외)에 편입 - 일상생활 - 비능력자 악인(진구)와의 전투 - 능력자(토우 패거리 외) 와의 전투 - 구자윤과 ㄱㄱ 정도의 흐름이죠.
폭군은 다를까요? 채자경의 서사를 보면, 채자경(조윤수)이 시설에서 탈출 - 일반인 가정(이성민)에 편입 - 생략 - 비능력자 악인(택시기사, 무기밀매상 등)와의 전투 - 능력자(폴 주변) 와의 전투 - 폭군 획득 후 런 정도의 흐름입니다.
설정은 어떻습니까. 주인공은 미소녀-미소녀-거친소녀(?) 정도로 나름(???) 다릅니다. 현실에서 보자면 신인급의 젊은 여배우라는 공통점은 있겠네요. 맨발의 피투성이 소녀라는 이미지는 거의 마녀를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생각하는데, 깨알같이 폭군에서도 써먹은것도 알뜰하다고 생각하고요.
마녀1에서는 최우식 패거리가 한-영 혼합 중2병 보그 병신체를 썼었고, 마녀2에서는 토우 패거리가 한-중 중2병 보그 병신체를 썼었고, 폭군에서는 김강우가 한-영 중2병 보그 병신체를 쓴다는것도 참 깨알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써먹을꺼면, 김강우가 일본 유학이라는 설정도 있으니 이번 폭군에서는 일본어를 활용해서, 한-중-일-미 중2병신보그체를 다 섭렵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살짝 들었습니다ㅋ
전투도 비능력자 위주로 하다가 마지막에 (CG를 써야하는) 능력자 전투를 몰아보여준다는 점도 거의 대동소이하고요. 그나마 조민수도 그대로 재활용해먹고, 일상생활 씬들을 통해 갭모애를 유도하는것도 그렇고, 더 노골적이였던 마녀1-2에 비해서는 폭군은 이래저래 나름의 치장을 더 해준 정도의 성의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뭐 치명적인 약점이라는건 또 아니긴 합니다. 액션 위주의 시리즈물은 비슷한 문제점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전례도 찾아보면 꽤 있을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게 뭐 아무일도 아닌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3부작으로 구상되어 있는 작품이라고 썰은 다 풀어놓고 2편을 저렇게 내놓은 점도 그렇고, 같은 시리즈도 아닌 폭군에까지 재활용하는건 좀 짜치긴 하죠.
그리고 박훈정 감독이 시리즈를 만드는 방식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마녀1이 2018년이고 당시부터 원래 3부작으로 구상되었다고 이야기를 했었죠. 그리고 나온게 낙원의밤(2020년) 입니다. 응? 싶지만 뭐 그럴수 있죠. 그 다음 작품이 마녀2(2022년) 였는데, 위에 지적했다시피 자기 복제를 해놨죠. 그 다음 작품이 귀공자(2023년), 폭군(2024년) 이고 그 다음 작품은 슬픈 열대랍니다. 3부작 이야기 해놓고 6년이 지났는데 자기복제 + 떡밥 살포 한편 외엔 다음 작이 없고, 계속 다른 작품 찍는게 정상적인 시리즈 진행인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귀공자 당시에도 시리즈화 이야기를 했고, 폭군은 그냥 대놓고 시리즈로 쓸 작품이고요. 더 이상한건 슬픈열대라는 작품은 귀공자의 원제였거든요. 이걸 보면 마녀 시리즈도 수습 못하면서 귀공자(시리즈화 실패), 폭군(시리즈화 될듯), 슬픈열대(귀공자의 시리즈화 재시도?) 이러고 있는겁니다. 이쯤 되면 마녀 유니버스랍시고 시리즈의 프롤로그만 한 48개쯤 만들고, 그 주인공들 싹 끌어모아서 AKB48이라도 구성할꺼냐는 비아냥 정도는 달게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ㅋ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만 신세계 프리퀄, 속편 낚시 잔뜩 했었던 박훈정 감독의 전례까지 생각해보면, 이 감독은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자) 스타일이라고 보는게 맞아보여요. 무슨 대단히 방대한 세계관, 다 하지 못한 이야기, 캐릭터들의 향연 이런게 있어서 시리즈를 찍는게 아니라, 그냥 그럴듯해보이는 떡밥만 잔뜩 뿌리고 뒷수습은 내일의 박훈정이 하겠지.. 하는 사람인거고,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은 수습이 안되는거죠. 그러니 계속 시리즈의 프롤로그만 5편째 찍고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박훈정 감독의 작품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주로 똥폼을 잡다가, 알고보니 아무것도 없는 병신이라서, 허무하게 컷 당하는게 주로 하는 역할입니다. 좀 거슬러 올라가자면 vip의 김광일 부터 시작된건가 싶은데, 누구라고 찝을것도 없이 그냥 등장하는 캐릭터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보니 박훈정 감독 작품의 마지막을 생각해보면, 뭐 몰살의 박훈정이라고 불러야되나 싶을정도로 살아남은 캐릭터들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똥폼 잡다가 대부분 병신이라서 대부분 허무하게 컷 당했거든요.
허무주의 같은 느낌으로 캐릭터 몇몇을 그렇게 취급하고 날리는건, 뭐 감독 맘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근데 대부분을 그저 똥폼잡는데 소모해버리고 저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리면 서사가 남아나질 않습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박훈정을 속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로 비유하는거고, 볼때는 재미있는데 보고 나면 어이가 없고 허무하기 짝이 없는겁니다. 폭군에서 개 똥폼잡던 김강우가 헤드샷 한방에 죽는걸 보면, 저 병신은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저렇게 나대고 다녔어? 싶은거고, 낙원의 밤에서 전여빈한테 싹 쓸리던 조폭들 보면 차승원이 만들어낸 카리스마가 아무 의미도 없는 쑈에 불과했다는 생각밖에 드는거죠.
하루키의 소설을 두고 "이딴건 문학이 아니다. 이런건 문학적 패스트푸드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비판이 있더라고요. 이 문장을 그대로 옮겨와 박훈정 감독의 작품을 두고 "이딴건 영화가 아니다. 이런건 영화적 패스트푸드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해도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폭군은 그나마 좀 나은 케이스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위에서도 언듯언듯 이야기 했지만, 마녀2 만큼 심각하게 베끼진 않았고(누굴? 자기를...) 얼개는 같아도 적어도 다른척 하려는 위장이라도 좀 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캐릭터도 전 김선호 캐릭터 정도면 기능적으로 소모되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퇴장 역시 필요성과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차승원 캐릭터는, 캐릭터 설정 자체가 영화적 캐릭터라기 보다는 SNL적 캐릭터라고 해야할만큼 과하다고 생각하고 이 역시 기능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적어도 안 죽이고 살린것만 하더라도 박훈정 감독 치고는 발전한거라고 보거든요. 시리즈를 이어나갈 힘을 남겨놔야지 뭐라도 할거 아닙니까... 이 냥반아...
여러모로 양심이 좀 없으신거 같기도 하고, 여전히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근데 또 보고 있으면 재미는 있단 말이죠... 이 양가감정이 잘 정리되게, 노선을 한 쪽으로 잡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개판 치려면 아예 개판을 치던가, 잘 찍으려면 그냥 잘 찍던가 말이죠ㅋ
개인적으로는 마녀2가 최하점이였던거 같고, 폭군은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
첫댓글 폭군은 배우들의 연기가 또 한몫 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차승원이 좋았고 김선호 배우도 귀공자에 이어 괜찮은 필모를 쌓은 것 같습니다.
마녀를 너무 깔깔대며 코메디처럼 봐서 그 이후 이 감독 작품은 안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큰 차이는 없는 모양이군요.
마른 여배우의 액션씬은
뭐 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버렸고
저도 김선호 라는 배우를
새로본 작품이었네요.
재밌었습니다!
https://youtu.be/U_iyDh_jFxk
전 그냥 킬링타임으로 봤는데 이 유튜버 리뷰 보면 또 재밌더라구요 ㅋㅋㅋ
PLAY
저도 거의없다님 좋아합니다ㅋ 최근에 좀 억지 스럽다고 느껴지는게 좀 있었는데, 박훈정 만나니 물만난 물고기 처럼 살아나는게 너무 웃긴거 같아요ㅋㅋ
박훈정은 욕을 한 트럭으로 먹어도 할 말이 없는...
당최 발전이 없고 퇴보하는 데다가
(본문에 써주신 것처럼) 염치없는 자기 스토리 복제.
유튜버 - 거의없다...가 비판하는 것처럼
미지의 피칠갑 소녀/소년 - 각성(각성에 무의미하게
소비되는 x밥 캐릭터들) - 학살 - 구린 엔딩
아주 조금씩 상황/캐릭터들만 변하지
마녀 1~2, 낙원의 밤, 귀공자, 폭군...비슷비슷해요.
특히나, 동일 세계관이라는 마녀 1~2, 폭군
내리 세 편을 자기 복제하듯이 찍어내는 거 보면...
박훈정 감독이 이 세계관을 제대로 구축해놓은 것은
맞나 의구심이 듭니다. 디테일들이 너무 허접하고
허점 투성이...(본인도 그때그때 설정 만드는 듯)
이렇게 박훈정 비판을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박훈정 작품을 기다리는 편입니다.
설정/각본의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박훈정만의 스타일에 개인적으로 혹~ 하기도 하고.
잘 보는 편이에요. ㅎㅎ
그나저나 마녀 3....떡밥들 회수는 기대 1도 안 하고
어떻게 마무리지을 지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ㅎ
박훈정은 회수가 안되니..
마무리감독 따로 구해서 찍으면 됩니다.
이분 최소 엔터업계 임원급..
제일 좋은건 시나리오 작가 따로 두는건데.. 본인이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서 절대 안 그럴거 같다는게...
마녀3 나오긴 할련가모르겠네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재능이 한편 이상 이어지질 않아요. 그리고 채자경 역할의 배우를 탓하기엔 너무 많은 역할을 홀로 책임지게 했죠. 사이드킥으로 차승원배우를 놓은 것 또한 그리 매끄러운 조합도 아니고, 최악은 다중인격! 아마 시즌2가 ‘만약에’ 이어지면 풀어질 이야기겠지만 신인급에게 너무 큰 역할을 부여함은 확실합니다.
아 뭐 빼먹은거 없나 했더니 다중인격이 빠졌군요. 다중인격 + 나레이션은 신인이 감당할 일이 아닌데, 감독이 불가능한걸 주문한거죠.
박훈정 작품은 불량식품 먹는 느낌이죠
몸에 안좋은것은 알고 있는데 먼가 땡기는맛
중2병 스러운 대사들과 과도한 폭력성, 특유의 색감, 신인(or무명)여배우의 발굴,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등등~ 저는 취향에 잘 맞아서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대부분의 영화팬들은 쓰레기라고 욕하지만요..ㅎㅎ
폭군 세계관이 마녀 시리즈와 같은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마녀가 있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른 이야기인거죠.
@theo 테오님 후기는 종종 잘 보고 있읍니다ㅎㅎ
@히하으하 고맙습니다. 자주 쓸께요ㅋ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ㅎㅎ 김선호 배우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재밌게 봤는데 베놈처럼되서 너무 괴물난무되면 재미없을것 같아요~
김선호 배우님 얼마 전에 1 대 1로 만났는데 너무나도 깔끔하고 멋졌습니다. 배우 아우라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매너가 너무 좋으셔서 팬이 되었습니다. 😊
여러모로 난놈(?)이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11년부터 지금까지 영화가 9편 입니다 9편
감독.각본.제작 다하면서 이게 되나 싶네요 ㅎㅎ
뭐 자꾸 마무리 안하고 딴거 계속하나 하시지만
다른 감독이었으면 이만큼 찍지도 못해요 ㅋㅋ
중간중간 계속 저는데 투자도 또 잘받아오고 ㅋㅋ
박훈정 감독은.. 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아도 이보다 나은 감독도 몇 안되는듯 합니다
이 사람 영화를 신세계랑 폭군만 봤는데, 쓰신 글보니 뭔가 김성모 화백 같은 느낌이네요...
어? 생각도 못했는데 김성모 비유 적절한거 같은데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