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적(樂天的) VS 낙관적(樂觀的)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낙천은 긍정적으로 타고난 성격을 뜻하며,
낙관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관점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낙천적인 사람들의 구체적인 성격 프로파일은 어떠한지
그리고
진정한 낙관주의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긍정 X 긍정
낙천적, 타고나기를 긍정적이고 밝으면서 어두운 내면이 존재하지 않는 성격
어둡지 않으면 당연히 밝은 거 아니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마음은 날씨가 아니라서,
그 내면에 밝음과 어두움이 충분히 공존할 수 있습니다.
가령, BIG 5 성격 유형에서는
외향성이 높을수록 명랑하고 활기차다고 해석하며
신경성이 높을수록 스트레스풀하고 심약하다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요.
※ 참고로, 외향성을 행복 감수성, 신경성을 불행 감수성이라고도 표현한다.
따라서, 성격심리학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이란
(고 외향성 + 저 신경성)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행복 감수성은 많고, 불행 감수성은 적은 성격인 것이죠.
성격심리학계에선,
외향성이 높고 신경성이 낮을수록 정신적 웰빙이 우수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게 또 마냥 약점이 없는 성격만은 아닙니다.
낙천적인 성격의 약점은 바로 위협 인지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이웃 나라가 처들어오고 있는데도 왕(자아)의 곁에서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는 내시(성격) 같은 존재랄까?
폐하, 아무 걱정 마십시오. 별 일이야 있겠습니까? 여봐라. 풍악을 올려라~
※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덜 쾌활하지만 그만큼 더 신중하고,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은 더 심약하지만 그만큼 더 경계심이 많다.
물론, 요즘 같이 스트레스풀한 시대에 마음 편한 성격으로 태어나는 게 큰 축복이긴 하지만,
위협 인지가 떨어지는만큼 위기 상황이 닥치면 대처가 잘 안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겠죠.
특히,
낙천적인 성격에
① 고 개방성(호기심이 너무 많음)이나 ② 고 우호성(사람을 너무 믿음)이 추가될 경우,
그 호기심과 착한 심성 때문에 악인들에게 뒤통수를 맞거나 각종 사건사고(사기 등)에 휘말리기 쉬우므로,
개방성이나 우호성은 평균 이하인 편이
(즉, 어느정도 보수적이면서 자기중심적인)
그나마 낙천적인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낙천적인 성격의 위협 인지를 높이기 위해,
낮은 개방성이나 낮은 우호성이 유효할 수 있듯이,
비판적인 태도를 기르는 것도 적절한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내시 옆에 쓴소리 하기를 좋아하는 고지식한 충신 하나를 더 세워놓는 셈이랄까?
이와 비슷하게,
어둡고 경계심이 많은 성격 또한 그와 반대되는 낙관적인 태도를 통해 어느정도 보완이 가능합니다.
쓴소리만 늘어놓는 조정 대신들 사이에 언제까지나 내 편인 내시 한 명을 세워두는 것이죠.
물론 성격과 반대되는 프레임을 갖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원래, 낙천적인 사람들이 낙관적인 프레임을 갖게 되고,
부정적인 사람들이 비관적인 프레임을 갖게 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이 부분은 수많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 연습과 훈련이란 게 별다른 게 아니고,
인문학 강의나 책을 통해 사색하고 일기를 쓰고 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내면의 힘을 기르는 거예요.
부정적인 사람들의 세상이 변화할 땐,
그 시초가 보통, 인문학적인 성찰을 통해 낙관적인 프레임을 채택하면서부터입니다.
칙칙하고 어둡던 그들의 삶에 한줄기 긍정의 서광이 비추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재밌는 건,
사람들이 낙관주의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건 잘 모른다는 거예요.
보통, 우리에게 익숙한 낙관주의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입니다.
잘 할 수 있을 거야. 잘 될 거야. 좋은 일이 있을 거야. 희망은 언제나 좋은 거야.
물론, 희망이 사람을 더 힘차게 만드는 건 맞습니다.
희망을 간직한 사람이 절망에 빠진 사람보다는 언제나 더 에너제틱하기 마련이니까요.
문제는 그 희망이 꺾이고 꺾여 절망으로 변할 때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미래형 낙관주의의 결정적 약점은
걸었던 기대감의 크기만큼 실패했을 때의 실망감이 더 큰 후폭풍으로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미국에 귀환한 스톡데일이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
크리스마스엔 나가겠지 했다가 낙담하고, 부활절 땐 나가겠지 했다가 또 한 번 낙담하고,
추수감사절 땐 나가겠지 했다가 다시 한 번 낙담했다. 그렇게 반복된 상실감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반면, 난 언제나 현실을 직시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수용하고, 이 모든 일들이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긍정에는 원래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① Positiveness : 긍정, 좋음의 의미
② Acknowledge : 수긍, 수용의 의미
스톡데일과 전사자들이 달랐던 건 다름 아니라,
미래를 마냥 긍정했느냐 (Positiveness)
아니면,
현재를 묵묵히 수용하고 또 긍정했느냐 (Acknowledge X Positiveness)
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긍정 VS 현재에 대한 긍정X긍정
이 인터뷰 이후로,
낙관주의자들이 오히려 더 절망감에 취약하더라는 모순
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부르게 되었죠.
스톡데일은 현재형 낙관주의자였습니다.
현재형 낙관주의란,
Acknowledge :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Positiveness : 또 지금 이대로도 잘 지낼 수 있으리라 믿는 것입니다.
즉, 현실에 대한 수긍의 긍정과 긍정의 긍정이 조합된 낙관주의인 것이죠.
당장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긍정의 힘을 집중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미래의 일들은 그저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
암울한 상황에서도 내면의 힘을 잃지 않는 초고수들은
언제나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에서 잘 살아남는 것부터 집중합니다.
반면, 대다수의 낙관주의자들은 암울한 현실이 아니라 언제나 장밋빛 미래에만 포커스를 맞추죠.
결국, 암울한 현실이 지속될 때,
그 현실을 버티고 선 현재형 낙관주의자들의 멘탈이
현실을 애써 외면했던 미래형 낙관주의자들보다 훨씬 더 강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오늘도좋은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