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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Stay뷰티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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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세상은 많은 발전을 이뤘다.
과학자들이 노력해준 덕분에 많은 것들이 편리해진
세상에서 특이한 기계가 출시된다.
체험형 전생 기계.
이 감각차단탱크 안에 들어가면 수면상태가 되어 영혼 깊은 곳에 각인된 전생을 체험 할 수 있다.
이 체험은 유명해져서 SNS에서는 이 전생기계를 통해 자신의 전생을 보았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잔뜩 올라왔다.
당신은, 이 체험을 위해 무려 한달을 기다렸다. 관리사는 당신에게 특별한 약물을 마시도록 하고 기계속 물 위로 당신을 눕혔다.
관리사는 당신에게 몇 가지 안내 사항을 말해주었다.
1. 전생의 특별한 순간만 보여준다.
2. 플롯처럼 인과만 보여준다.
3. 체험은 전생의 '내 존재'가 죽어야 끝난다.
4. 만약 잔인한 상황이나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체험종료"라 외치면 된다.
5. 체험 후엔 잔상처럼 전생이 떠오르지만 결국 꿈처럼 기억이 사라질 것이다.
덮개가 닫히고, 검은 어둠 속 희끄무레한 점이 보였다. 점은 빠른 속도로 갯수를 늘리더니 거대한 터널을 당신에게 보여주었다.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고, 무중력 상태가 되면서 사위가 불을 꺼버린 듯 검다가 순식간에 밝아졌다.
당신은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VR체험을 하듯
가상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만지는 것 마다 어색한 촉감이 느껴졌다. 마치, 꺼풀을 뒤집어 쓰고 만지는 것 같았다. 거울을 들여다 보니 전생의 당신은 현생의 당신과 많이 닮았다. 사촌이라 부를 법한 외모였다.
당신은 당신 마음대로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체험기계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영화관의 관객으로 존재하라는 듯 전생의 당신은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말을 했다. 당신은 누군가의 몸에 강제로 갇힌 것 같았다.
햇살은 활짝 열린 장지문을 통해 당신의 피부를 따스히 어루만졌다. 새소리가 들렸고, 가끔씩 사람들이 무어라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창문 밖을 내다 보았다.
창문 밖엔 사극에 나올 법한 옷을 입은 남녀가 빗자루질과 걸레질을 하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당신은 그들에게 지금이 언제인지 묻고 싶었지만 전생에서 이미 일어난 사건은 당신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당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전생의 나는 그들에게 이러저러 심부름을 시키고는 단장을 했다.
이유인 즉슨, 오늘이 사주단자가 오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바로, 전생의 당신이 결혼 할 상대와 생년월일을 주고 받는 날이기에 들뜬 기분으로 치장을 마쳤다.
점심즈음 상대 집안에서 사주단자와 각종 선물들을 들고왔다.
당신의 전생 속 가족들은 모두 한양에서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다. 당신의 전생 속 아버지는 영의정을 지내고 있고, 어머니는 수와 그림에 능해 모든 규중 여인들의 귀감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의 가족들이 유명한 이유는 당신의 친 언니가 현재 왕의 아들이자 후계인 세자의 세자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왕에겐 아들이 셋이 있었는데 첫 째는 후궁 소생이었고 둘째와 셋째는 정실인 왕비의 소생이었다.
여느 역사가 그렇듯, 정실의 적장자가 후계가 되었기에 첫 째를 건너뛰고 둘 째가 세자가 되었다.
당신의 친 언니는 바로, 왕의 둘 째 아들에게 시집가 세자비가 되었고 후엔 왕비가 될 예정이었다.
그랬기에 당신 가족은 특별했다. 왕가와 연이 깊을 수록 사람들은 당신들을 우러러 보았다.
그런 당신에게 사주단자를 넣은 집안은 왕가와 인연이 깊은 집안이었다. 격에 맞는 혼인이 될 것이라 사람들이 장담했다.
당신의 남편이 될 사람은, 왕실 종친이다. 친언니와 겹사돈이 되어 왕가의 여인이 될 예정이었기에 모두가 당신의 복을 부러워했다.
귀하게 태어나, 귀하게 자라고, 귀한 사람에게 시집간다.
이것이 당신이 생각한 당신의 인생이었다.
그러나, 인생이란 시작점은 알아도 그 끝 알 수 없는 법이다.
내가 태어날 곳을 스스로 결정 할 수 없듯, 죽음 또한 언제 죽을지, 어디서 죽을지 알 수 없다.
물의 흐름을 바꾸려하면, 땅이 바뀌어야 한다.
당신은, 당신의 세상을 바꿔버릴 한 남자를 만났다.
수양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바람마저도 향긋하던 봄날, 그가 당신 앞에 나타났다.
효원대군, 그는 그렇게 불렸다. 왕의 첫 째 아들이자, 서자로서 동생에게 왕위계승권을 빼앗긴 비운의 왕자.
그는 그런 세상의 수군 거림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유롭게 꽃나무 밑을 거닐었다.
당신은 그를 보는 순간 심장이 뛰었다.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이 들었을 때 운명을 뒤바꿀 거대한 바람이 꽃나무를 뒤흔들며 불었다.
댕기가 바람에 날려 그에게 살포시 닿았다 떨어졌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떨어진 댕기를 주워들었다.
당신은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안다.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는 당신에게 댕기를 건네며 말을 걸었다.
"여기서 사돈을 뵙는 군요. 오랜만입니다."
"예, 대군 자가.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당신은 마주 인사하며, 댕기를 손에 쥐었지만 이내 힘이 풀려 댕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가 매우 가까이, 당신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의 숨 닿을 듯한 거리에 당신을 숨을 참았다.
"여기, 꽃 잎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는 여상하게 말하며 당신의 머리께에서 떼어낸 분홍 꽃잎을 내밀었다. 하얗고 고운, 커다란 손 위에 놓여진 꽃잎은 건드리기만 해도 짓무를 것 같았다.
멍하니 꽃잎을 보다, 다시 시선을 올려 그와 눈을 마주쳤을 때, 그는 눈을 접고 웃고 있었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그는 꽃잎을 소중히 감싸듯 손을 말아쥐며 인사를 하고는 당신을 스쳐지나갔다.
곁의 몸종이 난처한 표정으로 남들이 쳐다본다며 당신을 재촉해 집으로 귀가했다.
그날 밤, 당신은 잠에 쉽게 들 수 없었다.
심장에 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
때는 초여름이었다. 당신은 길일을 얻어 고운 녹의홍상 위에 혼례복을 걸쳤다.
마당엔 기쁨으로 가득차 수다를 떠는 사람들의 소리가 왁자지껄 들려왔다. 당신은 어머니에게 시댁어른들께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첫 날 밤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들었다.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의 말에 귀기울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가르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혼례식 당일, 왕이 붕어했기 때문이다.
왕이 죽으면, 모든 혼례식이 멈춘다. 초상은 치를 수 있어도 혼례나 연회가 열려서는 안됐다.
그렇게 당신은 혼례를 올리지도 못하고 왕의 초상이 끝날 때 까지 미혼의 여인으로 남을 수 있었다.
***
왕이 바뀌었다. 당신의 언니는 왕비가 되었다.
가족들은 모두 기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효원대군이 왕위를 찬탈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왕이 두 번 바뀐 나라는 혼란스러웠다. 당신의 친언니는 국모였다가, 폐서인이 되어 강화도로 유배를 갔다.
유배를 떠나던 날 어머니는 울며 평복 차림의 언니에게 보따리를 안겼다. 두꺼운 솜저고리, 가면서 먹을 마른 먹거리들이 담겨져 있었다. 의금부 군관들이 언니를 데려갔다.
왕이었던 형부는 볼 수 없었다.
언니의 마지막 모습은 어머니를 끌어안고 통곡하며 울다가 마지못해 군관들에게 끌려가는 것이었다.
***
당신의 혼례는 깨졌다. 왕실 종친들 대다수가 죽임 당했거나 혼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신의 집안은 친언니가 폐서인이 된 후로 아버지의 지위마저 추락해 위태로워졌다. 만약 지금의 왕이 형부를 죽이고 언니마저 죽인다면 집안 모두가 살아남지 못 할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왕의 금혼령과 당신 집안에 내려온 칙서는 소중한 기회였다.
바로, 당신과 가족들이 모두 살 수 있는 기회.
***
당신은 궁궐에 들어가 엄격한 시험을 거치고, 최종 후보에 올랐다. 대비가 된 후궁은 자신의 서럽던 시절이 떠올라 순해보이는 규수들을 뽑았다.
당신은 그들 중 세번째였다. 그 중 으뜸이 된 여인은 왕비에 간택되었고, 당신과 다른 한 여인은 숙원에 봉해졌다.
당신이 왕의 후궁이 된 덕에 집안은 몰락하지 않게 되었지만, 원수에게 시집을 간 여자는 모든 것이 고달프게만 느껴졌다.
당신은 작은 처소를 받았다. 고원당이다. 외로운 동산에 있는 곳이라는 뜻대로 가장 후미진 곳에 지어진 이 곳에서 당신의 고달픈 궁 살이가 시작되었다.
궁녀들은 깍듯했고 예의를 지켰다. 간택된 으뜸 여인이 왕과 대례를 올리던 날, 당신도 혼례복을 입고 왕이 있는 방향을 향해 절을 했다. 신랑이 없는 혼례식은 적막하고 고요했다. 혼례가 끝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당신은 고원당에서 빠져나와 궁의 담벼락을 따라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당신은 오랜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대례가 끝나고 옷을 갈아입지 않은 그는 여전히 구류관을 쓰고 담을 따라 당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당신은 예를 지키려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와 당신을 일으켰다.
그는 당신을 데리고 고원당으로 갔다.
"안심하시오. 아무도 해하지 않게 내가 당신을 지키겠소."
왕비가 된 여인의 처소 대신, 종 4품 숙원을 선택한 왕은 기꺼이 당신을 지키겠다 말했고, 당신은 살기 위해 그에게 순종했다.
첫 날밤이 지나고, 하루아침에 왕비를 쳐내고 왕를 홀린 여우가 된 당신은 궁내의 모든 이들에게 미움을 받았다.
특히, 시어머니인 대비에게 미운 털이 박혀 회초리를 맞았다.
대비는 당신을 때리며 잔인한 말을 했다.
"애초에 너 같은 건 간택 할 생각이 없었다. 멸문지화를 당해도 모자를 집안의 너를 간택한 것은 내 아들이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 따위는 애초에 간택조차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연약한 종아리의 살이 터져 피가 맺힐 때 까지 맞은 당신은 울음을 참았다. 울고 싶지 않았다. 당신이 살아서, 살아서 아이를 낳고 왕에게 잘보여야 당신 가족들이 살아갈 수가 있다.
특히나, 유배를 간 언니를 생각하면 당신은 더욱 울 수가 없다.
언니는 이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나는, 참아야 한다.
당신은 그렇게 되뇌이며 고원당까지 절뚝이며 걸어갔다. 속치마에 피가 묻어 지져분해졌지만 상관없었다.
지켜야 할 것이 있었으므로.
그래서 당신은 그날, 목표를 정했다. 살아남아서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로.
***
왕은 수시로 당신의 처소에 드나들었다. 그럴 수록 대비와 다른 후궁들의 괴롭힘도 심해졌다. 왕은 그들의 괴롭힘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이 무사하기만을 바란다며 사랑을 속삭였고, 당신은 그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 늘 아무렇지도 않은체 했다.
그러다, 당신은 임신을 했다.
왕비보다 먼저 임신을 하니 당연히 대비는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임신한 여자를 건드리는 이들은 없었다.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뱃 속의 아기가 원자 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당신은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친정에 말했다. 어머니는 기뻐하지 못했다. 원수에게 시집 보낸 것이 괴로워 눈물만 흘렸을 따름이다.
뱃 속의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당신은 때로는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했다.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지, 소원대로 남자아이일지 늘 걱정이 태산이었다.
배가 부풀어 오르고 걷는 것 조차 힘들어졌을 때 당신은 조정에 들른 아버지의 방문을 받았다. 아버지는 사색이 되어있었다.
"네 언니가 사약을 받는단다. 어찌하면 좋으냐."
역시나, 왕은 냉정했다. 형부는 이미 유배지에서 객사했고, 언니만 남았다. 언니는 임신 중이었는데 아마도 후일이 걱정된 것인가. 왕은 언니마저 죽이려 했다.
당신은 황급하게 왕의 처소로 달려가 빌었다.
제발, 제 언니를 살려주십시오. 어디 이름 모를 곳에 보이지 않게 살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왕은 당신을 보지 않았다. 세상도 당신을 돌보지 않았다. 당신은 임신한 몸으로 차가운 돌바닥에 무릎 꿇고 사흘밤낮을 빌었다.
가랑이 사이에 피가 흥건해지도록 빌었건만, 언니는 유배지에서 독약을 마시고 피를 토하며 죽었다. 그리고 당신은 아이를 잃었다.
유산으로 인해 피폐해진 당신은 소중히 여기던 두 존재가 사라지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방안의 모든 기물들을 깨부수고 책을 찢어버렸다.
당신은, 그제서야 자신이 한 남자에게 너무나도 의지했다는 것을 알았다.
무지했다. 사랑이라니, 그냥 그 남자는 당신을 갖고 싶었을 뿐이다.
당신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아직 지켜야 할 것이 더 남았다. 가족들이다.
***
어머니가 폣병을 앓다 돌아가셨다. 의원 말로는 오랜 화가 가슴에 쌓여 병이 든 것이라 했다.
이제 한 사람이 남았구나.
당신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
아버지가 조정에서 탄핵 당해 유배를 가게 되었다. 당신은 왕을 찾아가지 않았다. 대신 왕비를 찾아갔다.
자신을 연적이라 여길게 뻔한 그녀를 찾아간 당신은 넙죽 엎드렸다. 아버지를 탄핵한 사람이 왕비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살려만 주신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당신은 왕비의 초연한 표정에 긴장했다. 저런 표정은 대부분 가슴 속 화를 넘어선 어떤 차가운 불 같은 것이었다.
이미 다 태워져 남은 것이 없는 불.
왕비는 당장 서신을 써서 아버지에게 말하겠노라 했다.
당신의 아버지를 살려주겠노라 약속했다.
정말로 당신의 아버지는 살았다. 유배지를 갈 필요가 없었다. 당신은 아버지를 살렸지만, 대신 당신의 다른 한 가지를 잃어야했다.
***
"흐르는 물을 잡아도 두 손엔 공허만 남나니,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
당신은 울며 궁의 가장 높은 건물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멀리 노을이 보였다. 답답한 구중궁궐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건물 밑에서는 궁인들이 소리치며 내려오시라 말을 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럴 수가 없었다. 목적이 분명했고, 원하는 것을 가졌으니 이젠 당신이 내주어야 할 때다.
-제가 숙원의 아버지를 살려드렸으니, 숙원도 저에게 주셔야 할게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다 드리겠습니다.
-정말로요?
왕비는 웃었다. 초연한 듯 하던 그녀의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번졌다. 마치, 가장 원하는 것을 곧 받아낼 사람 처럼 화사하게 웃었다.
-목숨, 목숨을 주십시오.
-목숨이라니오?
-목숨을 하나 빚지셨는데, 당연히 목숨으로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비는 새파랗게 날이 선 눈빛으로 당신을 훑었다. 그제서야 당신은 알았다. 이 궁궐에서 당신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당신을 연적으로 여긴 왕비는 당신이 죽기를 바랐다.
그래서 당신은 지붕 위에 오른 것이다.
노을은 점점 옅어져가며 어둠을 내뿜었다. 당신은 당신을 옥죄던 머리 장식을 하나씩 하나씩 뽑아 아래로 던졌다. 챙그랑 거리는 쇳소리가 들렸다.
궁인들의 새된 비명이 간간히 들렸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 당장 내려오거라!"
왕이었다. 당신이 한 때 좋아했었던, 그리고 의지했던 남자. 이 모든 일의 원흉이자 원수이고, 마지막으로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신도 그에게 복수하고 싶었을 것이다.
보란듯이 죽어, 이 모든 업을 끝내려한다.
그래서 당신은 겁에 질린 남자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하늘은 검어졌고, 산 너머에서 달이 떠올랐다. 오늘은 만월이다. 거대한 달을 눈에 담으며,
당신은- 허공을 밟았다.
순식간이었다. 몸 속의 내장이 다 터진 것 같은 고통이었다. 왕은 돌바닥 위로 떨어진 당신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당신은 피를 한움큼 토하며 그에게 말했다.
"이제...나를...놔주세요."
그렇게 당신의 삶은 끝이 났다.
***
당신은 비명을 지르며 기계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신의 비명을 들은 관리사가 뛰어와 뚜껑을 열고 당신에게 진정제를 투여했다.
당신은 방금 전 모든 것이 악몽처럼 느껴졌다.
울먹이던 당신은 약효가 돌면서 순식간에 방금 전 전생을 잊었다. 찰나같았다.
당신은 체험을 끝내고 옷을 갈아 입고 다음 약속 장소로 향했다.
***
L호텔 앞에서 당신은 친구를 기다렸다. 유명 호텔 뷔페의 스테이크가 맛있다는 친구의 말에 이것 역시 한 달 전에 예약을 해놓았다. 오늘의 전생 체험을 간식삼아 대화하면 더욱 맛있을 것 같았다. 다만, 진정제 때문이었는지 모든 것이 기억나진 않았다.
오로지, 수양벚꽃의 꽃내음과 한 남자의 미소만이 떠올랐다.
당신은 궁금해졌다. 그 사람이 현재에도 살고 있을까.
한참 생각에 빠져있을 때 즈음, 고급 외제차가 로비 정문 앞 에 섰다. 수트를 입은 남자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차의 문을 열어주었다.
차의 주인이 차에서 나오며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당신은 그가 매우 익숙했다. 그래서 그를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 몸, 표정.
그는 당신을 한 번 흘깃 쳐다보고는 수행원들과 함께 당신을 스쳐지나갔다.
그때, 당신은 전생에서 읊조렸을 한문장을 본인도 모르게 뱉어냈다.
"흐르는 물을 잡아도 두 손엔 공허만 남나니,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
당신의 말이 들렸던 것일까,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당신을 돌아보았다.
당신은 그 순간, 그에게서 느꼈던 기시감을 알아챘다.
그는, 당신의 전생에서 보았던 그 남자였다.
당신의 사랑, 당신의 고통, 그리고...
그의 집착과 무심함이다.
전생에서 만났던 인연을, 현생에서 다시 만난다면 당신은 또 다시 그와 인연을 이어가실건가요?
아니면 거부하고 원하는 대로 살아갈건가요?
내용이 재미없는데도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문제가 되면 삭제해달라고 댓글 달아줘.
자는 동안 모를 수 있으니 자고 일어나면 삭제할게.
부털하지 말아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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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Stay뷰티풀
첫댓글 어우 ㅅㅂ 또 비참할거같애 ㅜㅜ 존나 모른척… 기억안나도 쎄한 느낌은 기억날듯…
절대 안이어가
오.. 넘 재밌다.. 그치만 절대 피해야 할 악연일 것 같아ㅠ 필사적으로 모른척한다.
와 노잼인생에 저런사랑 해보고죽을래
무조건 모른척해야지
존나재밌다.. 전생에 못이어졌으니 이번생엔 이어지지않을까?
와 너무 재밌다...
너무 재밌어.. 근데 갸새끼라 쌩깔거같아ㅋㅋㅋㅋㅋㅋ 내 가족을 죽여?
완전 악연이네 ㅠㅠ 근데 전생에도 저 남자가 먼저 다가온거처럼 이번 생에도 저 남자가 먼저 다가올듯 ㅋㅋㅋ
안해.. 내스스로 전생의연을 끊어놨는데 뭣하러이어놔
전생에서 내가 내 목숨 걸어서 놓은 건데 악연이지 뭐여 서로 갈 길가야지 뭘 또 이어
와 재밌다 글 왜케 잘 써... 근데 개빡치네 개나쁜놈 ㅆㅂ 하...
억연이다 악연... 아는 척 해서 좋을게 없을듯..
악연이라 안잡을거같아 ㅠ 모른척 ㅠㅠ
미친 이거 내 전생할래 존잼
절대 ㄴㄴ
미쳤다.. 몰입감 개쩔…
최대한 피하려고 하겠지만 계속해서 엮일듯
와 너무재밌었어
악연 오질둣....놔준다...
절대 안이어가....
근데 글 무슨일이야?? 소설 보는줄알았어....
드라마...드라마 영화라도..
생각은 나겠지만 모른척 살아갈듯..저건 이미 나한테 내려진 저주, 종신형 같아..
우와....대박 완전 몰입해서 읽었어...와...
가족 다 죽었으면 악연인데 현생 절대 안엮이고 평범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미쳤다 난 근데 안잡아..지독한 악연이야ㅠ
몰입력 대박
미쳤다 미쳤어
악연인듯 싫어
인연은 되풀이돼서 또 악연일듯
ㅠㅠㅠ드라마 제작 가즈아
알고보니 저 남자도 전생체험해서 서로 알아본거즤!!
대박 너무 재밌다 난 모른척할듯
와... 나는 모르는척할듯
뭐여 문학이다
와…모른척 하는데 평생 생각날듯
재밌다
개재밌다....
나 홀린듯이 다 읽었어... 그리고 모른척한다... 질긴 인연은 한 번으로 됐어
개재밌다...여샤 데뷔하라노
와 대박이다 이거 책으로 나오면 좋겠어ㅜㅜ 대박
개재밋다
어떡해ㅜㅜㅜ 난 못골라.. 숨도 안쉬고 읽었는데 마음이 이상해..여시야 책 내 작가해 제발
고마워. 꼭 작가 데뷔할게.
쓰레기가 예나 지금이나 금수저인건 재수없네 다시 만나서 재산이나 크게 한몫건진 다음 도망가야지ㅡㅡ뭐에 홀린 듯 봤네 진짜 너무 재밌다...당장 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어!!!!
남자는 버리고 언니랑 내 가족들 만나면 잘해줘야지ㅠㅠㅠ근데 홀린 듯 읽었어 대존잼
재밌다 데뷔해줘
너무 재밌어.. 여시야 꼭 데뷔할거야 글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
사실 나는 웹소설 표지 일러 지망중인데 이런 글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표지를 꼭 그리고싶어졌어..!! 우리 홧팅하자 아자아자..!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11.14 18:03
완전 재밌다 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