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 찾아가는 길
일월 중순 일요일이다. 대학 동기들과 우포 생태촌에서 1박 하기로 한 날이다. 지난여름 의령 감꽃마을에 이어 겨울은 창녕에서 만나기로 했다. 총각 시절부터 40년 넘게 이어오는데, 작년 불치의 병을 얻은 아내 간병을 위해 교장직을 내려놓고 정성 다해 돌본 보람도 없이 안타깝게도 먼저 보낸 아픔을 겪은 친구도 있다. 회원 8명 중 금실이 가장 좋은 부부였는데 하늘도 무심했다.
우포 생태촌 입실 시간이 오후 3시부터였으나 나는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수년 전부터 아내가 동행할 여건이 못 되어 혼자 다니기에 도중에 한두 곳 들러 집결지로 갈 참이어서다. 합성동에서 출발하는 농어촌버스로 칠서 강나루 생태공원을 둘러 낙동강을 가로지른 다리를 걸어서 남지로 건너갈 셈이다. 거기서 창녕 군내 버스로 유어면 어디쯤에서 쪽지벌 출렁다리를 건널까 했다.
이른 아침 마음속으로 그려둔 예정 동선을 따라 길을 나서 동마산병원 앞으로 나가 칠서 이룡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탔다. 서마산을 거쳐 중리 아파트단지에서 칠원 읍내를 지나기까지는 승객이 몇 되질 않았다. 칠북면 소재지를 지나자 남은 손님은 나 혼자였는데 강변 이룡마을에서 내려 강나루 생태공원으로 나갔다. 둔치는 아침 햇살이 번짐과 동시에 엷게 낀 아침 안개가 걷혔다.
드넓은 둔치 경작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마다 가을에 보리를 심어 싹인 튼 채 겨울을 넘겼다. 늦은 봄날 보리 이삭이 패면 청보리 축제와 함께 작약꽃을 풍성하게 피워 외지에서 찾아간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근동에서 4강 사업으로 정비된 둔치 가운데 가장 친환경적 생태복원의 모범 사례다. 보리밭에 잡초처럼 자란 냉이를 캐면 이름 봄 밥상에 올릴 좋은 찬거리도 되었다.
둔치에서 자전거 길을 겸한 산책로 따라 창녕함안보 강물이 가두어지는 유역으로 나갔다. 광려천이 흘러와 샛강이 되어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은 갯버들과 색이 바랜 물억새와 갈대가 무성했다. 강변을 거슬러 U자로 돌아 칠서 방향으로 올라가니 생태공원 이름답게 나루터를 복원한 현장이 나왔다. 강 건너편은 창녕 도천면 우강리로 임진란 의병장 곽재우가 노년을 보낸 곳이다.
생태공원이 끝난 곳에서 5호선 국도가 지나는 강심에 가로놓인 남지대교를 건넜다. 그보다 상류는 해방 이전 건설되어 한국전쟁 때 피폭으로 트러스트 일부만 남겨진 구 남지철교가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유적처럼 보존되었다. 둔치는 늦은 봄에 꽃이 피면 상춘객이 찾아올 유채가 파릇한 잎맥으로 겨울을 나지 싶다. 남지로 건너가 우포로 갈 교통편을 살피니 여의하지 않았다.
영신교통 군내 버스로 창녕읍으로 옮겨 가 오일장이 서는 재래 장터를 찾아가 수구레국밥으로 점심을 요기했다. 수구레가 쇠머리 국밥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살코기도 아니고 비계도 아닌 목덜미 부위 살점을 삶아 익힌 국밥으로 창녕 일대 알려진 향토 음식이었다. 점심 식후 유어면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놀 유(游)에 물고기 어(魚)니 당연히 강가고 습지를 연상한 지명이다.
혼자 탄 버스로 양파와 마늘이 자리는 들녘을 지난 우포가 가까운 회룡마을에서 내렸다. 저만치 폐교된 초등학교를 우포 생태교육원으로 바꾼 건물이 보였다. 보건진료소에서 얼마간 걸으니 우포와 인접한 세진마을 관광 안내소를 지나 습지로 갔다. 산책로에서 휴일을 맞아 우포를 찾아온 이들을 다수 만나 둑길을 같이 걸었다. 수심이 얕은 늪에는 저어새가 부리를 저어 먹을 찾았다.
목포와 쪽지벌과 함께 4개 늪이 연결된 우포인데, 소벌에서 둑을 따라 모래벌로 불리는 사지포로 갔더니 들머리부터 동선을 같이하던 산책객은 대부분 되돌아갔다. 시든 수초가 많고 접근이 쉽지 않은 사지포는 북녘에서 날아온 큰고니들이 겨울을 나기 좋았다. 일행이 모이기로 한 우포생태촌 유스호스텔에 닿으니 각자 여러 곳 흩어져 사는 일곱 명 동기 내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24.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