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은행알을 굴렸던 것 같다.
서울을 4학군으로 나눠 통합하여
학교를 가도 별 탈이 없었던 시절.
중학교를 무시험으로 들어간 세대다.
집은 용산구 효창동에 있었지만
학교는 영등포구 상도동이 있던 신설학교.
아버님께서 매시던 넥타이로
동복치마 멜빵을 만들어 입고
상도동 산꼭대기에 있는 신설 중학교에 다녔다.
에델바이스 노래를 영어와 한글토를 달아
가르쳐주셨던 수학선생님.
신춘문예 영광을 꿈꾸시던 국어선생님.
사람이 너무 좋던 충청도 산골 출신의
역사 선생님과의 만남은 내 중학교 시절을
가장 풍요롭게 꾸며주셨던 스승님이시다.
기억 저편에 묻혀있던
상도동에 남다른 추억을 떠올리며
청운노인복지센터로
세째 주말 음악봉사활동을 나섰다.
청운노인복지센터는 외관상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아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 복지국가로 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청운노인복지센터에 계신 어르신들은
대부분 치매와 뇌졸증(중풍)을 앓고
계신다고 한다.
일층 소강당에 음악봉사활동에 필요한
노래방기기가 설치되기 시작하자
가슴에 '실습생'이라 매단 명찰이 참신해보이는
실습생들이 휠체어에 어르신들을 한분한분
모시고 강당안으로 들어 온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지 않은 어르신들도
계셨지만 거동이 불안전하기는 마찮가지다.
음악봉사단원중 신참이신 현직
레크레이션강사님의 윗트 넘치는 사회로
음악봉사활동 단원의 인사와 함께
합창으로 음악봉사활동은 시작이 되었다.
현직 라이브가수 출신의 음악 봉사단원님께서
부르신 구성진 노래와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찔레꽃'을 부르며
어르신들을 열아홉 순정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던 음악봉사단원님.
다양한끼와 한가닥 하시는 음악봉사단원님들의
열의에 찬 공연이 끝나자
2부 순서로 청운노인복지센타 어르신들의
노래향연이 이어졌다.
분명 나폴리민요 "오 솔레 미오('O sole mio)"
였으리라.
우리나라 말로 번역된 '오 찬란한 태양'를
부르시는 어르신은 아직도 목소리만은
18세 소녀였다.
음정, 박자 하나 놓치지않던 노래솜씨는
젊어 한때 음악을 하셨을것 같은 상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청운노인복지센터에서 만난 나폴리소녀
맑고 까랑한 음색으로
나폴리 여행을 떠나는 어르신 마음은
이미 18세 소녀다.
나폴리 찬란한 태양 빛보다
더 초롱한 눈망울에는 어르신의
무한한 꿈이 곱게 숨겨져있다.
가만히
다가가
꿈을 보고 싶지만
지팡이가 워커에게 자리 넘겨주며
"자존심 강한 어르신이야
잘 모셔"하고 귀띰해주자.
워커"아직은 꿈도 많으시지...."
워커:한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보행이
불편한 환우님들을 위해 만들어진
양손을 짚고 보행하는 의료기구
나이 먹는걸 아무런 부담없이 지내던
시절도 있었다. 더 솔직해 지자면
개인에 따라서는 나이 먹는 걸 자랑스러워(?)
하던 시절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가 나이 먹는걸
전혀 원하지 않는 시기도 찾아온다.
단지 추억이라 이름지어진 삶의 흔적들이
나이가 쥐어준 선물이라고나 할까.
치매에 걸리신 어르신은 늘 배가
고프신 모양이다.
새벽 2시30분에 배가 고파
일어나셨다는 정경희어르신.
젊어 한때 미군 부대에서 돈도 많이
벌었다는 추억을 가지고계신 어르신은
아직도 치아가 좋아 밥도 많이 먹어
백수는 누릴 것 같다고 자신만만해 하시면서
누군가 일자리를 제공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청운까치'라는 청운노인복지센터에서
발행하는 책자에 쓰셨다.
치매이지만 당신이 치매인지 조차 인식 못하고
아직도 건강하니 누군가 일자리 제공 해 주기를
바라시는 치매 어르신 정경희할머님의
희망사항은 암도 못 말린다.
치매쟁이 정경희할머니 화이팅!
흥겨운 음악봉사단원들의 노래에 맞춰
비록 수전증으로 손은 많이 떨리지만
묵지반지 양손 검지손가락에 끼고계신
어르신께서 만면의 미소를 머금은 채
박수를 치신다.
어르신의 인자하신 모습에는
주님이 어르신안에 계신것 같아
가만히 어르신품안에 안기고 싶었다.
때론,
난 봉사 활동을 하면서 착각에 빠진다.
내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일까
아님 섬김을 통해 내 자신 더 큰
위로를 받는건 아닐까하는.....
07.1.20
NaMu
추신: 봉사방에서 1월 셋째주말 음악봉사활동을
다녀왔어요.
작년 초봄에 민우님께서 단장님을 하셨죠.
개인적으로 NaMu는 민우님과 코드가 맞았다고나할까요.
클라식음악을 많이 아시고 특히나 재즈에
조예가 깊었거든요.
들어도 가슴에 와닿지않는 재즈를
좋아하는 민우님이 존경스러웠거든요.
민우님께서는 기존에 있던 음악봉사활동에
목욕봉사활동을 추가시켜 봉사단에 기틀을 잡아놓으셨죠.
물론 기틀을 잡는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민우님께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신 잘되고있어요.
민우님의 바통을 이어받아 유재석성단장님께서
음악봉사방 단장님이 작년가을에 되셨어요.
젊어 한때 미8군에서 활동하셨던 성단장님은
무한한 끼와 윗트있는 사회로 봉사단을
활기차게 이끄셨던것 같아요.
유재석성단장님에 이어 리더쉽과
맘이 무던하게 좋으신 프로댈리님께서
바통을 이어받았죠.
비록 민우님과 유재석성단장님은 개인적으로
일이 많으셔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프로댈리님께서 전임 회장님의
몫까지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새로 회장님으로 취임하신 프로댈리님은
봉사활동도 상당히 오래하셨고 성격이
무던히 좋아 봉사단을 가족적인 분위기속에
이끌어가실것 같은 느낌이들어요.
앞으로도 봉사방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심이 사랑 맞죠^^
07.1.23
NaMu드림
첫댓글 정말...오랫만에 샘터방에 글 올렸어요.... 음악봉사단에서 새해에 이름을 우리세상봉사단으로 이름을 개명하고 음악봉사활동을 다녀왔어요.... NaMu가 서투른 글을 샘터방에 올리는 이유는 샘터방은 우리세상 메인방 맞쥬^^ 새로 게시판지기가 되신 글쟁이 시간여행님 진심으로 추카추카 만땅드리구요...저희 봉사방도 새해에는 성격이 무던히 좋은 프로댈리님께서 새로 게시판지기가 되셨거든요....우리세상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려도되죠
봉사활동에 기쁜 마음이 많이 묻어나오는군요. 치매 있으신 분들, 한 때는 사회 곳곳에서 우뚝 자리잡고 열심히 활동하시던 분일 텐데 안타깝군요. 음악봉사단도 우리세상 봉사단으로 새로 바퀴고, 새로 봉사단의 앞지기가 되신 프로델리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이름?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려나요? ㅎㅎㅎ 아마도 NaMu님과 함께 움직이시는 이 분들은 누구도 못말리는 봉사자들 이시지요~~~~~` 어려운 자리에 머물러 계시는 많은 분들에게 멋진 이웃이 되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봉사라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어디든 가리지?않고 달려가시는 이쁜천사 NaMu님.. 변함없이 지난주에도 다녀오셨네요. 저 간이역은 멀리서 마음만 보내구요~ 늘 죄송하지요.. 우리세상봉사단으로 간판?을 바꾼뒤 첨다녀온 봉사네요. 늘 변함없이 애쓰시는 봉사단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새로이 봉사단의 리더가 되신 프로댈리님 추카드립니다. ^^ 우리세상 봉사단 화.잇.팅!! ^^
언제나 변함없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위로공연과 봉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지켜보며 마음만 띄워보내서 죄송합니다 올해는 "프로델리"님이 새로운 리더가 되셔서 더욱 빛나는 봉사단이 된것을 축하드리며 함께 봉사에 동참한 회원님들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_^*
훌륭한 일을 하시는 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
그래서 젤라가 나무님의 음학여행을 그렇게 좋아했나 봐요? ^^*
변함 없이 묵묵히 아니 당당히 일하시는 봉사단 여러분을 볼때마다 늘 뿌끄럽고 죄송합니다.시간을 쪼개어 사랑을 나누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