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심위, 디올백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권고
金여사 불기소 권고와 다른 결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최재영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앞선 김 여사 수사심의위와는 엇갈린 결론을 내리면서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대검 수사심의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최재영의 청탁금지법 위반, 명예훼손,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4개 혐의에 대한 기소 및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해 8시간 넘게 심의한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수사심의위는 최재영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공소제기 의견 8명, 불기소 처분 의견 7명으로 공소제기를 권고했다. 불과 한 표 차이로 기소 권고 결론이 난 것이다.
수사심의위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약 3시간 동안 프레젠테이션(PPT) 및 질의응답을 하며 최재영이 준 디올백은 단순한 선물이기에 직무 관련성이 없어 불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영 측은 2시간 20분가량 최재영이 건넨 디올백이 청탁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주장했다고 한다.
앞서 열린 김 여사 수사심의위에서는 김 여사에 대해 만장일치로 불기소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참고하고,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와 법리에 따라 관련 사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디올백 수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윤 대통령에게 형사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외 최재영의 명예훼손,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권고로 의결했다.
수심위, 최재영 기소 권고
檢 “청탁 아니다” 최재영 “청탁 맞다” 맞서, 수심위, 8대7 한표차로 ‘기소’ 권고
내일 중앙지검장, 檢총장 주례보고, 檢, 김여사-최재영 모두 불기소 검토
수사심의위 위원들은 디올백을 청탁 명목으로 전달했다는 최재영의 손을 들어주며 최재영을 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디올백을 받은 김 여사에 대해 앞서 열린 수사심의위는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수사심의위가 두 사람에 대해 다른 권고를 내놓으면서 검찰은 고심에 빠졌다.
● 공수 바뀐 檢 “청탁 아니다” vs 최재영 “청탁이다”
이날 회의에선 피의자 신분인 최재영에 대해 검찰은 불기소를 주장하고, 최재영 측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며 기소를 요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양측은 검찰, 최재영 측 순으로 오후 8시를 넘겨서까지 프레젠테이션(PPT) 및 질의응답을 이어갔고, 이후 위원들은 2시간가량 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재영 측이 귀가하고 난 뒤에도 추가 질의 시간을 가졌다.
김승호 형사1부장을 비롯해 수사팀 전원이 회의에 참석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PPT와 질의응답에 3시간가량을 할애해 최 씨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영이 김 여사에게 건넨 디올백을 비롯한 선물들이 단순 축하 표현이거나 김 여사와의 만남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 직무 관련성이 없었다는 취지다.
수사팀은 검찰 조사 당시 “순수한 취임 선물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최재영의 발언 등을 이날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최재영 측은 2시간 20분가량 김 여사에게 전달한 각종 민원들이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됐다고 주장했다. 최재영 측은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영상을 이날 추가로 공개하고 “청탁이 맞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영 측 변호를 맡은 류재율 변호사는 수사심의위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직무 관련성과 관계 있는) 자료를 (위원들에게) 설명했고 가지고 간 녹음 파일과 영상 파일도 다 재생해서 같이 들었다”며 “직무 관련성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말했다. 최재영은 이날 수사심의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 신임 검찰총장 첫 주례보고 뒤 처리 전망
검찰은 당초 수사 결과대로 두 사람을 모두 불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사심의위 내부에서는 “판례상 준 사람은 처벌하더라도 받은 사람은 무죄가 나온 사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사심의위 의견을 따라 최재영만 기소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처분이 “김 여사를 봐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첫 주례보고 이후 사건 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디올백 사건은 고발 9개월여 만에 종결을 앞두게 됐다. 디올백 사건은 지난해 11월 유튜브 방송 서울의소리가 최재영이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네는 영상을 공개하며 시작됐다.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총선이 끝난 후인 올해 5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를 7월 20일 비공개 조사한 후 지난달 22일 김 여사와 최재영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담은 수사결과보고서를 대검에 올렸다. 하지만 이 전 총장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심의위를 직권으로 회부했다.
수사팀이 수사심의위 소집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지만, 이 전 총장은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심의위에서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권고가 나오자 이 전 총장은 “수사심의위 결론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재영이 신청한 수사심의위도 열리게 되면서 임기 내 처리를 공언했던 이 전 총장의 스텝도 꼬였다.
수사팀은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분리 처분’을 요청했지만, 이 전 총장은 김 여사와 최재영을 함께 처분하기로 하고 이달 13일 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