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깔끔하지 못한 내가 깔끔한 척 하고 싶을 때 하는 짓은 행주 삶기이다.
요새 일에 치여 살림은 거의 몰라라하고 지냈다.
오늘 주말이라고 모처럼 들여다보니 난장판이다.
이제 부엌은 나만의 온전한 영역이었던 시기를 지나 애들이 제멋대로 드나들며 해먹기도 하다보니 며칠만 방심하면 가관이 된다.
잔소리 해봐야 인심만 잃는데다 나도 쓸고 닦고 하던 정열이 식었는지 대충 두었다가 마음 내킬 때 한번 뒤집어 엎는다.
오늘도 그동안 몰라라 했던 물때며 얼룩등을 닦아내고 냉장고에 그득하게 들어있던 것들을 정리하고 행주를 불에 앉혔다.
아이들을 키울 때, 일회용과 면기저귀를 함께 사용했다.
순둥순둥한 성격이었던 것처럼 애들 피부도 무던해서 일회용을 써도 별 상관이 없었지만 일종의 사치스런 짓이었을까?
새근새근 잠든 아이 옆에서 하얗게 바삭바삭하게 마른 기저귀를 개고 있노라면 평온하고 행복했다.
뭔가 엄마노릇을 잘하고 있는 것같은 착각도 들었고...
그 시절 젖병을 물고 고른 숨을 내쉬면서 잠들었던 아기들이 다 커버렸다.
아직도 그 숨소리, 그 냄새, 그 바삭거리던 기저귀의 촉감이 생생한데 말이다.
세월은 가고 애들의 애들을 볼 시간이 가까와 오는데 기억은 수시로 그 시절에 맴돈다.
그리 좋은 시절도 아니었건만...
행주를 헹궈 빨랫대에 넌다.
뽀얗다.
마음까지 정결해진 느낌과 함께 잘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내 삶도 폭폭 삶아 햇볕에 널고 싶다.
지나온 세월에 얼룩진 흔적들이 다 사라질까?
때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첫댓글 '내 삶도 푹푹 삶아 햇빛에 널고 싶다'..
참 진솔하고 멋진 표현이네요..
그런 심정으로 지난 세월 얼룩을 지워보시길~~^^
그리하면 지워질까요?
마음에 남은 얼룩이라 쉬이 지워지지 않읋것 같애요.
살아낸 훈장이려니 하고 끼고 살아야할까봐요.^^
행주 속옷 아니 삶은 지가 반세기는 ㅎㅎ 지난 것 같네요
가루비누 세숫대야에 풀어 놓고 흰옷 흰 수건은 모조리 전날 담궈 놓습니다
다음날 비누칠 해서 빨면 하얗게 탈색되어서 그럭저럭 ㅎㅎ
삶아야 한다는 분도 많으시더군요
빨래는 안삶은지 오래 됐구요, 가끔 행주만.
한번씩 푹푹 삶으면 뿌듯하더라구요.
자기 만족이지요 뭐.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요샌 일회용 행주도 있던데 안삶은들 어떠나요.
찌그러진 양은 냄비는 아~아주 옛날에 사용해본 기억이 저도 있어요.
제가 지금 사용하는 건 금이 간 법랑냄비.
꽃무늬가 예쁘지만 한물 간 물건인데 나름 명이 기네요. ㅎ
옛생각 모락모락~
빨래줄에 기저귀널때면 우리집기저귀가 젤 하얘야 속이 편했죠
양은솥단지 층층이 광나게 닦았던 생각도 나고..
다 흘러간 시절
월영님덕분에 추억소환합니다
굿밤되세여~
양은 솥단지 추억의 물건입니다.
한국 어느 가게에서는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음식을 써빙하는데 추억을 물씬 일으키더군요.
여기도 한인마트에서 양은냄비 팝니다.
다른 건 몰라도 라면만큼은 양은냄비에 끓여야 제맛인 것 같은 거 어째서일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여시기 바랍니다.^^
옛 추억속으로..
가는 거네요..
너무 좋네요..
저히 집은 손자가 들어온지 3개월을.......
지나고 있어서..
집안이 시끌적 버글적 입니다
온 집안이
손자에 물건으로 만
가득 차 있는 느낌이 들어요
토,일요일은 지네 집으로
가족들 하고 같이 보네고 싶다고 해서
갔는데....
손자가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집안이 허전하고
절간 같네요..ㅎ
아마 나중 손자 집으로 가고 나면 여기저기서 손자의 흔적이 나오지 않을까요?
모든 것이 그리움이 될 듯 합니다.
힘드셔도 함께 있는 시간 맘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ㅁ월영님은 천상 한국여인 이셔요.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그리 보이나요?
좋은 말일거라고 마음대로 해석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새로운 행복님처럼 그렇게 새롭게 살아보고 싶은데 그냥 살던대로 살아지더라구요.
이런 자신이 답답할 때도 있네요.
어찌하면 삶아내듯이 새로와질 수 있을런지...
집안일이 보통 많아요? 행주 삶은 기억은 오래 되었어요
요즘 일회용 행주 좋아요 2 일은 씁니다 더러워지면 이곳저곳 구석 딱고
요즘 사실 집안일 잘 안합니다.
일한다 핑계로, 애들 컸다 핑계로...
가끔 유난히 일거리가눈에 띄는 날이 있네요.
그런 날만 합니다.
이젠 살림의 의무에서 벗어나서 살고 싶어요. ㅎ
@월영 그럼 누가 하나요?
@큰언니 애들하고 나눠서 합니다.
평일에는 각자 다 일하니까 끼니 제가끔 알아서 챙겨먹구요.
청소, 빨래 필요한 사람이 합니다. ㅎ
그래도 그 중 제가 쪼금 더 해요.
아무래도 눈에 일거리가 보이는데 애들은 안보이는 모양이예요.
나중에 자기 살림 살면 그땐 알아서 잘 하겠죠?
@월영 아주 합리적으로
사십니다
돈벌이 하시니 ~
@큰언니 돈벌이해서라기보단 여기는 애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거의 독립을 합니다.
저희 애들도 저와 떨어져서 몇년씩 독립해서도 살았었어요.
이런저런 이유와 상황때문에 다시 만나서 사이좋은 동거인들처럼 삽니다. ㅎ
@월영 외국이세요?
월영초등 나왔어요?
@큰언니 외국은 맞구요, 월영초등학교는 어디있는지도 모른답니다. ㅎ
진짜 월영초등학교가 있나요?
@월영 예 마산 월영초등 있습니다
저는 마산완월초등졸
@큰언니 아...그렇군요.
저는 서울에서 나서 그 안에서만 산 서울 촌뜨기랍니다.
지금은 뉴질랜드라는 또 다른 촌에서 살고 있어요.
월영님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요..
아주 옛적에 애기들 키울때
기저귀 삶아서
햇볕에 바짝 말려서
뽀송뽀송한 기저귀를
하나하나 정성껏 개서
아기 주위에 놔 두면
그렇게 뿌듯할수가 없어요..
ㄱ그때 기억이 새롭게
다가오네요..
그쵸, 막상 애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데...
그냥 내 마음에...
엄마들 마음은 그닥 다르지 않았었나봐요.
지금은 다 커서 손 갈 데도 없고 외려 내가 의지하고 사는 편이지만 가끔은 아가일 적 애들이 그리워지곤 한답니다.
- 내 삶도 폭폭 삶아 햇볕에 널고 싶다.
- 지나온 세월에 얼룩진 흔적들이 다 사라질까?
- 때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제 마음도 윗글에 부합하오나
항시 용기가 부족한 탓에 이러고 삽니다.ㅎ
저 역시 용기는 없고 마음만 그득하답니다.
살던 관성에서 벗어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닌가봐요.
찌그러진 낡은 큰 남비에 흰 빨래 삶는 냄새, 행주 삶는 냄새가 끊이지 않았던
유년시절의 집이 생각나네요.
빨래 비눗물이 넘치려면 나무방망이로 뒤적거려서 숨을 죽이던(?)
사소한 일거리는 저도 많이 했었구요.
내가 결혼을 하고 갓 주부가 되고서 한동안은 삶이 회오리쳐서 집안 가사 일을
제대로 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하루 세끼 잘 챙겨 먹었던가도 지금
돌이켜 보게 되는데....... 이만큼 세월 흐른 후엔 행주고 기타 빨래 삶은 기억이
정말 아득하군요. 아들내미 갓 낳고 우유병 소독한다고 젖병 삶다가
뜨거운 물에 데어서 오른쪽 다리에 흉터가 생겼었는데,
결국은 오랜 세월 흐르니 흔적없이 다 없어졌네요.
외부의 상처는 세월가면 지워지는데, 내면의 상처는?
오랜만에 옛생각, 그리고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봅니다.
늘 건강하세요. 행복하시구요.^^
빨래 삶는 비눗물은 어찌 그리 후딱 넘쳐 버리는지...
나무 막대기를 꽂아라, 비닐을 덮어라 이런저런 비법들도 있었네요.ㅎ
옛날 우리 어머님 세대는 빨래도 많이 삶았던 거 같은데 요새 소재는 별로 삶을 것도 없고.
하루 이틀 입으면 세탁기에 돌려버리니 그저 가끔 행주나 삶아봅니다.
어느 세제를 쓰는 것보다 확실히 깨끗해지는 걸 느끼지요.
그러다 보면 아쉬움 많은 내 삶도 이렇게 깨끗이 빨아 새롭게 살아볼 수 있을까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고요.
나름 한가한 주말, 모처럼 살림 흉내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보았답니다.
지나온 세월에 얼룩졌던 흔적들도
가끔 여기다 풀어 놓으시면
다 지워질겁니다~ㅋ
잔잔하면서도 고요히 흐르는
물같은 필력에서 지나온
삶의 내공을 느낍니다
글의 느낌이 그러네요 ㅎㅎ
그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너무 긴 시간, 내 안에서만 살아왔어요.
정을 나누는 것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사치로 여겼었지요.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살아야하는데...
이렇게라도 사람들 틈으로 살짝 끼어들어봅니다.
얘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우리애들도 거의다 면 기저귀로
키웟어요.같이 기저귀 개기도
하구 그랫구 하얀 속옷들두
다 삶앗어니 요즈음엔 상상불가의
세월엿구 그리운 추억들 같애요.
저두 가끔씩은 빨래 세탁하듯
지저분한 기억들 안좋은것들
마음 정화시키듯 세탁됏음
좋겟다 생각햇지요.
같이 기저귀도 개주셨군요.
예쁜 그림이 떠오릅니다.
방긋 방긋 웃는 애기 앞에서 눈을 맞춰주며 기저귀를 개는 젊은 아빠.
역시 젊은 엄마는 오늘 아기가 어떤 예쁜 짓을 했는지 열심히 얘기하고 있겠지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절이네요.
아쉬운 맘 접어두고 손주나 기다려봐야할라나봐요.
월영님 참 청결하십니다
글도 참 잘 쓰시고 재미있게 쓰십니다
저는 남자라서인지 가사일이 월영님 보다
반도 못따라 가는 것 같습니다 ㅎ
에이~~별로 청결안합니다.
요즘은 살림에 신경 많이 안쓰다가 가끔 맘이 동하면 하는 척 합니다.
아무리 안하네 안하네해도 오랜 세월 해온 이력이 있는데 남자분이신 저녁노을님보다는 나아야지요. ㅎ
ㅋㅋㅋ.
저는 살림은 얼렁뚱땅으로 사는지라
할 말 엄심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데이~^^
얼렁뚱땅 살아도 아무 지장없습니다.
저도 지금은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만 합니다. ^^
예전에 는 걸레도 하얀했는데
이젠 대충 대충 ~ ~
별 불편함도 모르고 ᆢ
마음 먹으면 한번씩
집이 뒤집어 집니다 ㆍㅎ
맞아요, 걸레도 하얗게 빨고 삶고...
그리 안하면 안되는 줄 알던 시절도.
그렇게 안살아도 암시롱 않은 것을.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