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도 다른날과 마찬가지,
"다녀오께이~" " 잘 다녀오세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다녀와~"
온 가족이 썰물처럼 다 빠져나가고나면
싱크대에 수북히 쌓인 설거지, 빨래통에 그득담긴 빨래,
방마다 널부러진 옷들(울아부지 말씀을 빌리자면 뱀 허물벗디끼..)을 걸
어놓고, 동굴로 만들어 놓은 이불을 개고, 설거지를 합니다.
그리곤 욕실에 빨래통에 그득쌓인 빨래를 하나하나 주물러 빨아놓고
비눗물을 빼기위해 담궈놓은다음 청소를 합니다.
해봐야 티도 안나는 집안 일, 하지만 잠시라도 소홀히 했다면 바로 티가
나는 집안 일.ㅠ.ㅠ
마당으로 나가 여기저기 굴러 다니는 낙엽을 긁어모았습니다.
앞집 옆집에서 날라온 낙엽까지 긁어모아보니 꽤 됩니다.
한쪽 귀퉁이로 쓸어모아 음식점개업선물로 준 라이터를 찾아 불을 지핍니
다.
아침이슬로 불이 잘 붙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날씨가 건조한 탓인지 불
쏘시개가 없어도 잘 붙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속에 며칠전 아들녀석이 태우다만 시험지를 주워다 함
께 태웠습니다.
지깐에는 별로 성적이 좋지 않은것만 모아다 태운다고 태운모양입니다.
시험지를 태우면서 아들녀석이 뭘 생각했을까를 또 생각해보았습니다.ㅎ
ㅎㅎㅎㅎ
낙엽을 태우다 문뜩생각난게 있어 방으로 들어와 책꽂이를 뒤져봅니다.
신혼때부터 약 10여년을 아무도 몰래 가계부를 쓰면서 공란에 일기처럼
썼던 가계부가 생각나서...
한구절 한구절 어쩌면 그리도 유치할까? 할 정도로 우스운 내용도 있지만
내가봐도 정말 감동적이 글도 꽤 있었습니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이불속에 엎드려 썼던 일기.
애들을 키우면서 힘들었던 일들, 친정엄마가 그리워 울면서 썼던 내용,
남편과 싸우고 속상해서 썼던 내용, 시누들과의 갈등 등등 ...
한장, 한장 읽어내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그러다 또 입가
에 미소가 번집니다.
그 가계부일기장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만큼이나 오래오래 간직하
고픈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 가계부일기장을 서슴없이 태워버렸습니다.
굳이 일기장을 보지않아도 내 기억속에, 내 가슴속에 고스란히 살아 남
아 있기에....
님들 오늘 아침은 올 들어 가장 춥다고하네요
하지만 오후부터는 평년기온을 되찾는다고 하니 다행스럽습니다.
일교차가 심한 이때 건강에 각별히 주의하시길 바라면서
감사, 기쁨, 행복이 가득한 날 되시길 바랄께요. *^.^*
첫댓글 마당도 있소? 마당있는 집에 살고파라...루디님 처럼 낙엽태우면서 빙 둘러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도 하고파라 낙엽타는 냄새,고향에 향기 느낌시로..
나도 한번 18층에서 라이타에 불을 붙여보까? 18년된 가계부 다 태워보까? ㅎㅎㅎㅎㅎㅎㅎ 낭만적인 울언니 화이팅!!!!!
태우지말지~` 나좀 보여주제마는.....담에 마다에서 조개구워먹자잉~잊지말고 있어야혀...
아~~마당있는 집에서 언제나 살아볼수 있으려나? 마당에 갖가지 과실수를 심고 이름없는 들풀들을 한가득 심어 그것들과 더불어 살고 싶습니다.
사과님 18층에서 라이터를 붙이면 큰일 나요이 겁나 죽것네 참말로. 낙엽은 아무데서나 태우요......? 우~와 루디님은 정말 좋겠네요. 마당에서 낙엽을... 일 다 하고 지금은 뭐하요? ~~~
아!!!! 이 낙엽의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