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집에 들어오자마자, 어제일이 생각나버려서-
나도 모르게 지한이가 있는 지 없는 지부터 살피고는
이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휴-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나림오빠는?"
지한이 뿐만 아니라, 나림오빠도 같이 없어요.
어디갔지? 여기 사람이 아니라서 길도 잘 모를텐데...
방으로 들어가 넥타이를 풀어 답답했던 목이 편해지자,
그대로 침대에 푹신하게 누웠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반짝이며 나오는 빨간색의 불빛.
어?
"아, 맞다! 우리 드폰이!"
무음으로 해놨던 핸드폰의 램프임을 알아채고는 재빨리 의자 위에 있던 핸드폰을 주워들고
플립을 열어 전화를 받았어요.
아무리 '여보세요'라고 몇번을 말해봐도 대답이 없는 상대방.
아-...
끊겨있었다.
핸드폰 화면을 보자 어젯밤 모르는 번호로 온 부재중 전화가 아홉통.
지한이에게 온 부재중 전화가 세통.
그리고 오늘 아침 서율이에게 온 부재중 전화가 열 세통.
"이 번호는 누구지? 처음 보는 번혼데..."
어젯밤 왔던, 그리고 방금 전까지 왔었던 모르는 번호로
나는 통화버튼을 꾸욱 눌렀습니다.
컬러링이 거의 끝나갈 때즈음 들려오는 한 목소리.
"씨발, 누구냐-."
허_...!
뭐...뭐야, 이 남잔?
"저기요, 방금전에 저한테 전화하신 분 맞죠?"
"뭐?!"
갑자기 놀란 듯한 남자. 그러더니 부스럭하는 소리와 함께
방금 전의 낮게 깔려있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낯선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주 당황한 듯 더듬는 이 남자.
"어어-! 그- 미안, 제이야! 나림오빠야!"
"어? 오빠?? 이거 오빠번호였어?"
"으응! 어, 방금전엔 어, 음, 오빠 친구! 하하하- 실례했다."
"아~그 싸가지-_-? 진짜 전화예절 좀 잘 가르쳐!"
"하하, 미안-...너 학교 끝났지?"
"응. 왜? 오빤 어디 갔어??아는 사람도 없다고-...그런데 방금 친구라고 했어?"
"아, 그게 오빠 친구들이 올라왔네~하하, 어디야? 지금 데릴러 갈께!"
"아니 됐어. 나 집이야."
"벌써-...?"
뭔가 아쉬운 듯한 오빠의 목소리.
왠지 표정까지도 시무룩해져있을 걸 생각하니 괜히 미안해집니다.
"뭐야, 나 기다린 거 아니라며?히히"
"그럼 여기로 올래? 내 친구들 소개시켜줄께!"
"어? 음...그러지, 뭐."
흐음- 혜화역 근처에 있는 소울스타-.
저번에 가본 기억이 있는데 왜 못 찾겠는거지, 나...
아 젠장...
하긴- 그 때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니였으니까 못 찾을만도 하지,
아, 저기있...다-...
"서율아?..."
이층에 자리한 소울스타라는 카페를 찾자마자,
창가로 보이는 서율이와-
서율이 옆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한 여자.
약속이 생겼다더니...저 여자랑 한 약속?
아까 그렇게 문자가 오자마자 가겠다고 답장을 보냈던 게 저 여자야?
서율아...너 믿으라고 했잖아.
"권제이!"
"..."
"헥헥-...창문으로 니가 보이길래 데릴러왔어! 이히~오빠 잘 했지?"
"어? 어...오빠..."
"뭐해? 안 들어갈꺼야?"
눈을 서율이와 그 여자에게서 떼지 못하채로-
그렇게 나림오빠의 손에 이끌려 소울스타라는 그 망할 곳으로 들어가버렸어요.
그러면 문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서율이과 그 여자가-.
왠지 울컥해버린 저는 덥석- 나림오빠의 팔짱을 꼈고, 서율이를 못 본 척 지나쳤버렸어요.
나림오빠는 뭐가 좋은 지 계속 싱글벙글,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눈에 힘을 준 채로 울먹울먹.
창가 맨 끝자리.
오빠의 친구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오빠 친구들이 나를 반겨줍니다.
"와~뭐야, 지나림? 벌써부터 이렇게 친해진거냐?"
"지나림 너 나 좋다고 따라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 데~흑,"
"아씨, 내가 언제 널 따라다녔어~!"
왠지 즐거운 분위기-.
나는 전혀 즐겁지 못한데...
아 괜히 왔다.
"피식- 반가워, 음- 제이라고 했나? 난 이도경이야. 언니라고 불러줄래?"
"아-...반가워요, 언니."
"꺄~동생생겼다, 너무 이쁘잖아, 얘~"
이도경이라는 언니는 처음엔 도도해보였는데 곧 주접스럽게 바뀌더니
내 볼을 손으로 한번 튕기고는 자기 옆자리를 툭툭 칩니다.
도경언니 옆자리에 앉자, 또 다시 도경언니 앞에 앉아있던 오빠가 말을 건네요.
"난 김완도! 으히히히히~진짜 이쁘게 생겼네!"
"안녕하세요. 권제이예요."
"흠-...근데 어디 안 좋아? 우리가 불편한가? 눈이 새빨갛다, 너."
"네? 아...헤에...아까부터 눈에 뭐가 들어가서 아파요."
아- 내 눈이 빨개진 걸 본 완도오빠가 걱정스레 말하자,
도경언니가 내 눈을 보더니 바람을 훅 불어줍니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흘러버리는 눈물.
이러면 안되는 데...서율이가 믿으라고 했는 데-...
하, 진짜...정하은도 아니고,
그 여잔 또 누군데 이서율.
"저 잠깐 화장실 좀-"
"일어나."
"어? 아, 서율아- 너도 여기 있었어? 히히. 약속있다더니~여기서 있었구나~"
휴지로 대충 눈물을 닦고는 서율이를 보며 웃어주었습니다.
아무것도 못본 척. 모르는 척.
"제이야, 아는 애야?"
"응? 어, 오빠. 서율아 우리 사촌오빠! 그리고 오빠친구들! 여기는 이도경언니, 또 김완도 오빠."
"후_...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이서율이라고 합니다."
"이야~남친이-"
"어? 잠깐만, 서율아."
도경언니의 말을 뚝 잘라먹고는 자기 소개가 다 끝나자마다 내 팔뚝을 잡아끄는 녀석.
어쩌지 못하고 끌려나와버린 나는 알록달록한 똥모양-_-조형물에 걸터앉았습니다.
"뭐야, 왜 갑자기 끌고 나와. 언니랑 오빠들 있잖아."
"믿으라고 했잖아."
"어, 믿어. 너 믿어. 이제 됐어? 들어가자."
"봤지."
"어...봤어. 내가 너 믿는다구. 그러니까 신경쓰지마. 헤헤.."
"웃지마."
"어?어...그래, 미안하다. 들어갈께, 너도...가."
다시 소울스타로 들어가는 나를 붙잡지 않는 서율이.
뭐야, 뭔데 이서율...왜...왜 안 잡아.
왜...뒤도 안 돌아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멍하니 있다가 집에 도착했어요.
집에 들어오자 나림오빠는 아빠가 쓰시던 방으로 들어가고, 나도 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누나아-"
"어...왜."
"어제는 미안해. 이제 누나 있을 때 안 볼께. 근데...나두 막...보고 싶을 때 있구 그러거든?"
"..."
"그러니까...앞으론 내 방에 노크해야되, 알았지?"
"알았어."
"우헤헤~누나 사랑해~"
휴-...저 자식 싹싹 빌때까지 용서 안 해줄려고 했는데.
오늘은 왠지 기운이 없네...
괜찮아질꺼예요.
우리 가끔 싸워도, 다음 날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
그게 우리니까. 그게 권제이하구 이서율이니까.
으히히...내일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야지.
*
"상꼬마~~! 어? 아니네... 아씨 창피하잖아! 벌써 세시가 넘었는데...왜 아직두 안 왔지?"
"제이야!"
"으악! 놀랐잖아, 바보야!!"
"헥...하악...아....힘들어."
"뛰어왔어?"
"응...헤헤, 나 뛰는 거 엄청 싫어하는 데 너 갈까봐서 무지 빨리 뛰어왔다?"
"내가 왜 가냐, 바보야! 이 바보 상꼬마!가자, 우리 미끄럼틀 타자!"
"...응!"
그렇게 한참을 미끄럼틀에 시소에 그네에 뺑뺑이까지...
엄청나게 놀아버렸었다.
항상 소년과 함께 있을 때만큼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그랬었다.
그러다가 놀다 지쳐버린 우리는 벤치에 잠깐 앉았다.
나는 그새를 못 참고 다시 모래바닥에 쪼그려 앉아 모래장난을 했다.
"제이야..."
"응?"
"너 내 이름 알아?"
"상꼬마~!히히"
"아니야, 아니야, 그건 니가 지어 준 내 별명이잖아. 그것도 너보다 키가 작아서 생긴 별명."
"사실이잖아, 바보야! 키키 남자애가 뭐가 그렇게 조그맣냐?"
"나는...내 이름으로 너한테 불리고 싶은데."
"흠...니 이름이 뭔데?"
"내 이름? 헤~ 불러줄꺼지? "
"뭐...생각해보고!으히히히"
"내 이름은-!"
왠지 나도 소년의 이름이 궁금해져버려서 모래장난을 하던 손을 거두고는
반짝이는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았었다.
그 때.
"제이야!!"
"어? 엄마~!!!"
"오늘 외식하기로 했잖아, 어휴! 옷이 이게 뭐니! 정말~ 가자."
"응! 상꼬마~이름은 내일 알려줘! 히히 내일 하루종일 니 이름 불러줄께!"
"아-..."
나는 그렇게 소년을 내버려둔 채로 가버렸던 것 같다.
소년이 뭐라고 뒷말을 했는 지도 듣지 못하고...
"내일은...내일은 안 된단말이야."
그 후로.
소년과 더 이상 만날 수도, 이름을 불러줄 수도 없었다.
-005
멍-...
"뭐해, 안 갈꺼야?"
"어? 어어...오빠, 오빠, 오빠...오빠 우리 학교 온다고 했었지..."
"응! 왜? 싫어?오빠 가지 말까?"
"어? 아니야~으히히 가자!"
"지한이는?"
"그 자식은 원래 맨날 지각해~그냥 놔둬~"
서율이는 그 자리에 없었어요.
항상 아침이면 날 기다리던 그 자리에 없었어요.
'마누라, 잘 잤어?' 하며 항상 멋들어지게 웃어주었는데.
혹시나 해서 문자가 왔나 핸드폰 플립을 열어보았지만-...역시나.
왜 오늘은 없어?
재잘재잘.
뭐가 그렇게 재밌는 지 학교에 가는 내내 쉴새없이 떠드는 나림오빠.
그런 오빠에게 괜히 더 오버를 하며 대답해주는 나.
가슴이 답답해요.
믿는다고 했는데-.
"다 왔다. 오빠, 난 저쪽이야. 오빠는 교무실 들렀다가 가 알았지?"
"응. 제이야!"
"어?"
"이거. "
"이게 뭐야?"
"교실에 가서 읽어봐라. 피식-."
교실에 오자마자 내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쁘게 접힌 종이를 펴자 삐뚤빼뚤 힘을 주어 쓴 듯한 글씨가 보여요.
풋- 종이가 핑크색이 뭐야, 핑크색이.
"아, 한 장인 줄 알았더니 세장이나 있잖아?"
"우와- 이거 뭐야! 나림오빠 상세정보잖아!!!"
"응? 뭐..."
"짜식- 날 위해 조사해 온거야?! 역시 권제이 넌 나의 친구야~키키"
나조차도 아직 읽지 못한 나림오빠의 상세정보-_-;들을 휙 뺏어가더니
하나하나 읽는 성희예요.
어느새 단비까지 알아채고는 와서 읽어요.
"오빠 나이가 열아홉이였구나~하긴 스무살이면 말이 안되지, 그 얼굴에!"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 오케이- 접수!"
"취미는 멜로영화 보기? 와! 귀여운데? 키키"
열심히 읽고 있는 녀석들이 왠지 창피해서 멍하니 창밖만 보고 있는 데 서율이가 보입니다.
덜컹-!
왠지 필사적이 되어버려서 열심히 뛰었어요.
제발! 제발...!
"이서율!"
1층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멈춰서는 숨을 헐떡이며 녀석을 불렀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삐딱하게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녀석.
화난 줄만 알았는데...오늘 아침에 안 와서- 정말 끝이 아닌가 하고 앞이 깜깜했는데...
녀석은 환하게 웃어줍니다.
"마누라!"
하면서-...
나는 계단을 세칸씩 뛰어내려가 녀석의 허리를 안았습니다.
녀석 또한 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날 안아주었어요.
뭐, 벌써 6개월동안이나 봐왔던 우리 학교 학생들은 또 저러냐는 듯한 눈으로 우릴 쳐다보고,
닭살이느니, 쟤네는 대체 언제 깨지냐느니 하면서 지나쳐갑니다.
"오늘-...왜 안 왔어?"
"음-...이거 안 보이나?"
"어?"
녀석의 다리에 붕대가 감겨있습니다.
"이거 뭐야!!"
"뭐, 보이는 그대로."
"왜 이래, 누가 이랬어!!"
"으히- 교통사고 났다~어제 무단횡단하다가. 아파죽겠어-마누라."
"왜 말 안 했어!! 사고가 났으면 말을 해야될 꺼 아냐!"
"내가 목발 짚고서 갈려구 했는데 막 지상이가 가지말라고 말리잖아~,미안해~히히, 빨리 호해줘!"
"지상이?"
"네~반지상 여기 닭되서 계십니다."
오른손을 번쩍 들더니 옆에서 툭 튀어나오는 지율이.
서율이와 초등학교때부터 쭉 친했던 녀석입니다.
나와는 약간 앙숙같은 녀석인데,쳇
니 놈이 우리 서율이를 말렸다 이거지! 뭐...하긴 다리 아픈애한테 잘 한거긴 하지만.
"너 언제부터 있었냐?"
"처음부터 쭈욱 있었거든요!"
서율이만 신경쓰여서 녀석을 보지 못했나봅니다.
어쨋든 서율이와 반지상놈과 함께 매점에 왔어요.
서율이는 얄밉게 초코우유를 쪽쪽 빨면서 헤벌쭉 웃어요.
"웃긴 뭘 웃어."
"좋아서~"
"웃지마."
"치, 뭐야- 너 어제 내 말 따라하는 거냐아?"
어제 서율이가 나에게 웃지말라고 했던 게 생각나버려서
나도 똑같이 말해버리자, 입을 삐죽내미는 녀석.
"그래. 나한테 웃지 말라며 니가."
"니가...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잖아. 왜 그냥 무조건 믿는다고 해. 하나도 안 믿잖아."
"그럼 물어보면 대답해줄꺼야?"
빨대를 입에 문 채 약간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을 보고는
이미 화해한 마당에 어제 일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해버린 나는
그냥 됐다고 말해버렸습니다.
"너야말로 어제 그 사촌오빠는 도대체 뭐야?"
"말 그대로 사촌오빠."
"흐응..."
"근데 같이 살게 됬어."
"뭐?!"
"오늘부터 우리학교 다녀, 3학년이구. 우리 아빠 반년간 못 오시잖아-. 그래서 나랑 지한이 돌보라고."
"그런게 어딨어!!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같이 사냐!"
"왜 이렇게 흥분하고 그래, 그냥 사촌오빠잖아."
"그래도 안돼, 난 싫어. 너 딴 남자하고 같이 사는 꼴 못 봐. 권지한도 못 믿는데 어떻게 그 남잘 믿어."
"나도 반대한다에 한 표, 여자도 아니고 남자잖냐~"
서율이의 말에 동의하며 케로로빵을 사온 지율이가 옆에 앉습니다.
남자건 뭐건 어차피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이렇게들 난리법석인지-...
"무조건 반대야, 쫒아내버려-마누라!"
"맞아, 남자는 다 늑대라구~"
약간은 떨떠름한 기분으로 교실에 들어오자,
내 책상 위에 빳빳했던 종이가 너덜너덜 해진채로 꾸겨져 있습니다.
아오, 진짜 저것들을 그냥.-_-
이걸 나림오빠가 직접 쓴 거라고 하면 바로 달려들을 꺼면서, 으휴.
뭐야, 이거 완전 상세정보라기 보단 그냥 천문천답이었잖아?
1교시 내내 오빠가 혼자 질문하고 혼자 대답한
삐뚤빼뚤 정성들여 쓴 글씨를 보며 피식- 작게 웃기를 몇 번-
드디어 마지막까지 다 읽고는
어느 새 꿈 속에 풍덩 빠져버렸습니다.
「*드디어 천번째 질문이다!마지막으로 하고픈 말?
니가 나 잊어버린 건 아쉽지만 내가 너 기억하니깐 괜찮아. 이쁜 추억 다시 만들면 되니까♡」
*
"나림오빠! 나 상꼬마 만나러 가야돼, 제발 좀 놔줘~~"
"싫어! 걔랑 놀지마, 나 걔 싫단 말이야!"
"난 걔 좋아해!"
"뭐?"
"나 상꼬마 좋아한다구...으아 몰라 나 갈래! 어쨋든 이거 좀 나줘, 오빠."
"절대...안 놔."
그러더니 나를 다락방에 가둬버리는 나림오빠.
항상 오빠와 놀 때 올라오는 곳이라 무섭진 않지만 무엇보다 걱정인 건-
"휴- 오빠 제발...상꼬마가 나 기다린다구~!!"
"너 안 보내. 넌 내 꺼야."
"그래, 나 오빠꺼야~그러니까 좀 내보내주라, 응?"
"정말??"
"응! 나 내보내줄꺼야??"
"그럼 너 내 꺼니깐 나~아~중에 나랑 결혼해줄꺼야?"
"어?...음...그건...나는 상꼬마랑 결혼해야되는데..."
"뭐라구? 안 들리잖아!"
"에라, 그래!! 오빠랑 결혼할께!! 그러니까 나 내보내줘! 응?"
드륵-
그제서야 나를 내보내주는 나림오빠예요.
으쌰! 빨리 상꼬마 만나러 가야겠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다시 한 번 내 손목을 꼬옥 잡더니 말하는 오빠.
"나랑 같이가!"
"뭐어?! 싫어어!"
*
"에헤- 뭐야, 내 천문천답을 이렇게 너덜너덜할 때까지 본거야?"
"으응...어? 오빠? 언제 왔어?"
"풋- 일어났어? 심심해서 와봤어."
"하암~"
내가 기지개를 쭈욱 펴며 일어나자 힐끔거리던 성희가 뒤로 돌더니,
"어머~우리 제이! 잘 잤어?"
"어? 어어, 뭐 그렇지;"
"근데 이 분은 누구-...?"
하며 아주 능청스럽게 누구냐고 물어봅니다.
벌써 다 알고 있으면서...-_-...에휴...
어느 새 단비와 혜정이까지 와서는 나림오빠와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아주 활짜악-.
"호호, 오빠는 얼굴도 잘생기신분이 센스도 좋으셔~"
"내가 센스가 좀 있지, 피식-"
"아, 오빠 웃는 데 광채가 으아아"
"어이, 유썽! 그건 좀 오바 아니냐?"
"오빠가 너무 멋지시잖아~"
"얼씨구"
그런데 교실문에 삐딱하게 기대어서 말하는 한 녀석.
"아, 씨발- 야 지나림!! 권제이한테서 떨어져!!"
*006
우리 반의 모든 눈깔들이 교실 뒷문에 기대어 있는 그를 향하면
뚜벅뚜벅
건방지게 걸어오더니 내 손목을 잡아 일으키는-
"반지상."
"가자."
"뭐? 가긴 어딜-"
"그 손 좀 놓아줄래?"
나를 데려가려 내 손목을 잡은 지상이의 손목을 잡은 나림오빠예요.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오빠.
뭐야, 반지상 얜 또 어딜 가자는 건지.
"씨발, 권제이 가자. 지금 서율이 야마 돌았어."
"뭐?"
나는 당장 지상이를 따라 나왔어요.
그런데 서율이네 반으로 갈 줄 알았던 지상이는 학교 뒤뜰에 있는 벤치로 날 데려가요.
나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지상이를 바라보자
담배를 한 개 꺼내무는 지상이.
"후~"
"으 켁켁- 씨, 너 죽을래! 나 담배 싫어하는 거 알면서!"
"난 너 괴롭히는 게 좋은 데 어쩌냐-"
"뭐, 아 진짜 반지상 너 서율이 화났다며! 그거 구라였지!!"
"어."
"뭐? 아 씨, 그럴 줄 알았어!! 나 간다, 잘 먹고 잘 살아라!뿡뿡아!"
덥썩-
다시 우리 반으로 돌아가려던 나를 잡아버리는 지상이.
아 진짜.
이게 죽을려고 환장했나-
"또 왜!!"
"가지마."
"왜!!내가 가면 안되는 이유 백가지만 되면 안 간다, 내가!!"
"너 그 새끼랑 같이 있으면 안돼!!"
"그러니까 왜?!"
"후, 소문 다 났어! 바보야! 아직 서율이는 눈치 못 깠는데...어쨋든-"
"무슨...소문?"
"몰라서 묻는거냐?"
하, 나 참!
어이가 없다, 어이가.
이거 방송이라도 해야되는 거야, 뭐야.
"어, 왔어? 너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나림오빠 화나서 바로 가버렸잖아, 이년아~"
"후, 몰라."
"모른다니? 서율이는??"
"아 몰라!"
"아니 이게 근데 왜 승질이야, 승질이!!"
"씨...미안."
나는 나도 모르게 성희에게 화풀이해버렸어요.
수업이 시작해버린 탓에 단비와 혜정이는 어느새 자리로 돌아가 있고,
일단 내 앞자리에 있던 성희에게만 그 실로 어이없고 말도 안되는 소문을 얘기해주었어요.
"뭐? 진짜야? 너랑 나림오빠랑?"
"그래."
"와 진짜 어이없다. 그런 소문은 나랑 나야 되는데~"
"죽을래."
내 얘기를 듣자마자 또 다시 장난을 치는 성희.
으이구 진짜.
남은 심각해 죽겠구만!
"아 쏘리쏘리~키키 근데 어차피 이서율이 사촌오빠인 거 알지 않나?"
"알긴 하지...그래도, 이런 소문 돈 거 알면 진짜 화낼꺼야. "
"하긴 자기 여친이 아무리 사촌이라도 다른 남자랑 바람났다고 소문이 났으니..."
아 진짜.
왜 소문이 그렇게 났지?
내 사촌이라는 얘기는 어디로 빼다먹었냐고...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서율이가 싫다고 싫다고 했는데,
이러다 나림오빠, 나도 아니고 지한이도 아닌 서율이한테 쫒겨나게 생겼네.
일단 오빠와 거리를 좀 두는 게 좋겠어.
"제이야, 집에 같이-"
"오빠, 어쩌지. 난 항상 서율이랑 집에 가거든. 헤-, 미안~지한이랑 가!"
"아, 어제 걔 말하는 거야?"
"응! 내 남친이야."
"남친...있었구나."
왠지 눈썹을 찡그리는 그러면서도 입은 그대로 웃고 있는 오빠.
하지만 난 그런 것 보단 주위에 애들이 자꾸 신경쓰여서
오빠에게 간다고 말하고 재빨리 뛰어서 서율이네 반까지 왔습니다.
"이히~남편!"
"마누라!"
서율이는 나를 보자마자 내 볼을 쭈욱 꼬집습니다.
그러더니 입술에 쪽 하고 뽀뽀를 해버려요.
"으씨, 아프다구~.그냥 하면 되는 데 꼭 볼을 꼬집는 다니깐?"
"키키, 만두같이 귀여워서 그러지~"
"뭐? 만두우?!죽을래, 진짜!"
"죽여보든가."
"으아아아, 아하아아~(아파아아~)"
건방지게 다시금 내 볼을 쭈욱 늘어뜨리는 녀석.
에라, 니 맘대로 해라. 쳇쳇!
집에 들어오자, 나림오빠가 저녁을...저녀어억?!
"오빠! 뭐해!!"
"응? 저녁하지~"
"이런 건 여자가 하는 거야, 오빠가 왜 이런걸 해, 손님이잖아!"
"나 손님 아니야. 겨우 반년이지만 나도 가족이잖아."
순간 잠깐의 정적.
가족.
깜박 잊고 있었어요.
손님이 아니라는 거...이젠 가족이라는 거.
"아...미안, 어쨋든!내가 미안하잖아!이리내!"
"싫어! 오빠도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하게 가서 기다리세요, 공주마마~"
"뭐,뭐,뭐,뭐,뭐 공주?!!
"풋, 귀여워. 자! 소파에 앉아서 티비나 보시죠?"
으와아아아
뭐야, 뭐! 정말.
결국엔 티비를 켜고는 내 손에 리모컨을 쥐어주는 오빠에게 KO.
흑.
이 집에서 유일하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요리였건만.
"나 왔어."
"늦었잖아, 권지하안-"
"미안, 그래도 저녁 때 들어왔잖아~"
"으이구-"
"근데 저녁은? 다 했어? 형은?"
"지금 나림오빠가 만들고 있어, 내가 한다는 데 구지! 절대로 내가 시킨거 아니다?!"
"됐거든, 니가 뭐 그렇지."
나에게 덜컥 반말을 하는 녀석을 홱 째려봐주었더니만
훗, 하고는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녀석이예요.
"우헤헤, 나 씻고 옷 갈아입는다!"
에휴,
한 숨을 한번 푸욱- 쉬고는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있는데
테이블 위에서 전화기가 울어대요.
띠리리리- 띠리리리-
"여보세요."
"제이야!"
전화기에서 아주아주 많이 들어본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요.
그건 바로 정말 눈물이 찔끔 나올만큼 반가운 목소리.
일주일동안 연락 한 번 없던 무지무지 하게 나쁜-
우리 아빠의 목소리.
"아빠!! 웬일이야, 밥은 잘 먹구 있어? 와 진짜 어떻게 전화 한 통이 없어!! 근데 이거 국제전화 아니야? 돈 많이-"
"잠깐, 잠깐! 한가지씩 질문해, 아빠 힘들어~"
"아, 미안-히히 너무 반가워서 그래!"
"그나저나 나림이는 만났니?"
"응! 지금 와 있어, 근데 웬 사촌이야? 나 깜짝 놀랐어. 난 사촌 없는 줄 알았는-"
"사촌이라니?"
의아한 듯 내 말을 뚝 잘라먹고는 말하는 아빠.
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
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
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
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
사촌이라니?사촌이라니?
사촌이라니?
"나림이가 얘기 안 했어?"
"어? 뭘-..."
"나림이는 네 엄마가 친했던 아줌마의 아들이야."
"너랑 어렸을 때 잘 놀았었잖아, 그래서 내가 일부러 부탁해서 와달라고 한건데."
*007
"제이야, 지한아- 저녁 먹어."
나와 지한일 부르는 나림오빠의 목소리에 아빠와 통화를 끝내고,
식탁으로 와 앉았어요.
"와- 씨, 형 이거 진짜 형이 한거야?"
"당연하지, 임마- 많이 먹어. 제이 너도."
"으응."
오랜만의 화려한 밥상에 입이 떠억하니 벌어져 다물 줄 모르는 지한이와
언제쯤 물어봐야 할 지, 어떻게 말을 꺼낼 지 고민하느라
밥풀을 깨작이는 나예요.
좋아!
"오빠!"
"응?"
"음, 저기 오빠 우리 사촌아니라는 게 진짜야?"
"뭐?! 사촌이 아니라니! 그럼 생판 남이야?!"
내 말에 버럭 놀라서는 소리치는 지한이.
그런데 비해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나림오빠는 말합니다.
"아- 그거? 풋, 미안미안. 그 때 너 학주한테 끌려가갖구 그냥 얼떨결에 소리친거야."
"아...그랬구나."
생각해보니 그 때...
좀 정신이 없었지?
내가 누구냐고 물어보던 참에,
우리가 껴안고 있는 걸 본 학주가 오빠를 내쫒고 나를 끌고 갔으니깐.
'아씨...아, 진짜 아- 권제이!!난 니 사촌오빠 지나림이야!!!!너 집에 안 들어왔길래 빨리 보고 싶어서 왔어!!이따보자!!'
풋,
그러고보니 그 때 오빠가 정말 얼떨결에 소리친거였구나.
쾅쾅쾅!
"권제이!!!권제이 나와!!!!"
철컥.
"제이한테는 무슨 볼 일이야?"
"당장 나가."
히익-.
방금전까지 나와 통화를 하던 서율이가 지금 내 눈 앞에서 나림오빠의 멱살을 잡고 있습니다.
으아...역시 말하는 게 아니였는데...
그렇습니다.
서율이에게 나림오빠와는 생판 남이었다는 얘기를 해버렸어요.
"이서율! 무슨 짓이야!"
"하아...너 지금 이 새끼 편드냐."
"그런게 아니잖아, 진짜로 오면 어떡해."
휴-
정말 유치하게 편을 가르는 녀석.
내 말을 듣자마자 '씨발, 지금 간다.' 하고 끊어버리더니만
진짜로 와버릴 줄이야.
"일단 이거 놓고- 나가자, 으이구. 정말."
영문도 모른 채 멱살을 잡혀버린 나림오빠에게 미안하다고 한 뒤,
녀석을 데리고 놀이터로 왔습니다.
어슬렁 따라오던 녀석이 내가 뺑뺑이에 앉아서 옆자리를 탕탕 치자,
뾰루퉁한 표정으로 서있던 그 자리에 그냥 쪼그려 앉아버려요.
"쳇, 니 맘대로 해라. 정말 어린애도 아니고 삐치기는."
"..."
"야아~ 진짜 말 안 할래? 씨, 됐어. 나 혼자 말할꺼다"
무릎에 고개를 묻고는 아무런 미동도 없는 녀석이예요.
내 말은 듣긴 듣는건지-.
내가 한숨을 한번 푸욱 내쉬자, 여전히 고개는 푹 숙인 채로 조그맣게 말하는 녀석.
"...-아내."
"뭐? 안 들려, 서율아."
"그 새끼 쫒아내."
"후...안되는 거 알잖아. 아빠가 일부러 부탁해서 온건데 어떻게 쫒아내_."
무릎에 고개를 마구 부비는 녀석.
그러더니 빼꼼 고개를 들더니 약간 우물우물하다가 말하는 녀석.
"후아...훔...그럼...우리 집에 오라그래."
"미쳤다, 미쳤어. 얼마나 부려먹으시려구요- 남편님?"
"아 씨발 그럼 어떡해!나 질투 많은 거 알잖아!!"
아, 깜짝이야-.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소리치는 녀석 때문에 내 간은 순간 콩알만해졌습니다.
"나한테 남자는 너 하나야, 알면서 왜 그래."
"알아도...내 맘대로 안되잖아. 나 권지한도 질투나는 새끼야."
"걘 내 동생이잖아."
"권지한도 겨우 참고 있는데, 생판 남인 놈까지? 아주 좋아 죽겠다-권제이?"
"...무슨 뜻이야."
"남자 둘이나 끼고 살아서 좋겠다고. 덤으로 이서율까지. 픽-"
하아_...
녀석의 비릿한 웃음때문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어요.
왜 그런 말을 해.
아닌 거, 그런 거 아닌 거 다 알면서 왜 나 상처주는 말 해.
"...미안하다."
"됐어."
"내가...후우...미안. 근데-..."
"-"
"웃지마."
"뭐?"
또 그 말이예요.
웃지말라는 말.
"딴 남자 앞에서 웃는 거. 이서율 미치게 하는 짓이니까."
"-"
"넌 그냥- 내 앞에서만 웃어줘."
"...바보."
정말 바보다.
이서율이나, 권제이나.
"니가 내 눈에만 보이는 투명인간이었으면 좋겠어."
그 말에 아까 울컥해서 맻혔던 눈물이-
감동으로 흘러내렸어요.
"나만 보고, 나만 가질 수 있는."
아아- 진짜 내 남편 최고다.
이서율, 정말 넌- 내게 감동이야.
"아씨 왜 또 울고 그래."
"감동먹어서 그런다, 바보야."
"바보바보 할래?"
"아니- 남편남편할래."
내 말에 픽- 아까와는 다른 맑은 웃음을 흘려보이는 녀석이예요.
그러더니 내 눈물을 닦아주던 두 손은 내 볼따구를 잡고는 꾸욱 눌러버립니다.
그러면 붕어입이 되어버리는 내가 살짝 인상을 쓰자-
내 입술에 쪽 뽀뽀를 해버리는 녀석은 다시 한번 입술을 달싹여요.
또 한번 나에게 감동이기 위해.
"넌 그냥- 내 눈에만 이쁘면 된다, 마누라."
*
이쁜코멘 주시는 이쁜 분 사랑해드립니다♡푸힛
첫댓글 안녕하세요~~~>< 이거 아소라는,,,,,,밝혀도 될지모르겟지만;;;ㅋㅋ 아무튼 그카폐에서도 연재중이시죠~!!!보고 깜짝놀랫어요,ㅋㅋ 그쪽에서 되게 열씸히 보는데,,,+_+ 완전 신기해요,,방가워요.ㅋㅋㅋ 소름이 오드드드드드 ㄷㄷㄷㄷ
★와!아소에서의 저를 알아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열씸히 보고 계시다니 완전 감동♡
멋지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클클멋지다>_<!!!재미써용!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너무 귀엽당.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멋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히히 다음편두 봐주세요~>_<
재미있어요^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