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무시사로 미스터 고를 보았습니다.
혹시나..했는데 3D 시사였네요. 와우 감사합니다.
김용화 감독은 훌륭한 대중영화적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재미있다는 거죠.
단, 그의 영화는 살짝 소재주의의 혐의가 보였습니다.
일단 재미있는 소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기 쉬운 것은 지당한 일이지만
소재에 영화가 묻히는 경향도 없잖아 있었죠.
나름의 균형감각을 잘 유지했던 미녀는 괴로워 같은 성공작이 있었던 반면
국가대표는 어깨에 짊어진 국가대표라는 소재를 이겨내지 못하고 후반에 침몰해버린 경향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감독은, 한국에서 대중영화가 반드시 가져야 하는 두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건 웃음과 눈물이죠. 이른바 한국적 신파. 채플린의 영화처럼 페이소스를 담고 있는 웃음에서 주는 쓴맛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구분된 웃음과 눈물의 공존입니다. 그를 위해서 흥미로운 소재를 끌어오고
그 위에 웃음의 향연이 펼쳐지다 클라이막스 즈음하여 보편적은 감성에 호소하는 식이 됩니다.
이러한 '법칙'은 김용화 감독만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리했던 가문시리즈나 조폭마누라와 달리
김용화의 작품은 그럭저럭 볼만한 구석이 있었죠. 애초에 웃음을 발견하는 감독의 태도가 언급된 다른 흥행작들과
달리 설득력이 있었고, 개인기에 함몰 되지 않고 영화적 상황 안에서 마무리를 하려는 시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는 김용화의 이름을 무겁게 만들어 주었고
그는 적어도 이번 작품의 선택과 진로를 결정하는데에 있어서 큰 자유를 얻은 것 같습니다.
대자본이 투입되었던 지난 한국영화 대작들이 뒤뚱거리거나 헐리웃 영화를 카피하고 자위하는데에 그쳤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이 흥미로워 하는 소재를 고를 수 있었고, 그 방법에 대해서도 한국영화 시장 안에서
시도가 거의 전무했던 (우리는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에로에로한 영화 한 편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입체영화를 시도한 것입니다.
미스터 고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허영만의 만화를 영화화 한 것 입니다.
마케팅에선 약간 의아할 정도로 이 이야기가 언급이 안 되고 있는데, 어쨌든 감독이 좋아했던
소재를 끄집어 낸 것이라면 환영할 일입니다. 컨텐츠의 확대 재생산이니까요.
어쨌든 야구를 하는 고릴라 이야기는 만화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현실적으로 불가하지요. 영화에선 이러한 갈등을 가볍게 다루고 있지만 그것이 설득력을 가질 정도로
문제해결에 있어서 논리적인 구석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저 야구장에 등장한 고릴라를 보며
환호하길 바라지요.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이 영화에서 야구가 가지는 지분이 터무니 없이 적습니다.
영화에서 야구는 링링과 페이페이가 한국으로 오게 되는 소재로 기능할 뿐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지는 드라마는 휘발되어 버리고 없습니다.
영화 속에서의 야구 묘사는 뮤직비디오 처럼 음악을 깔고 격하게 움직이는 카메라로 '이쁜' 그림을 만들어 줄 뿐
쫒고 쫒기며 쬐어주는 맛도 있는 야구 자체의 재미는 전혀 발견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링링이 나오지 않으면 전혀 승리를 못하는 구단의 묘사를 보며 확실히 링링의 활용이
영화 속의 세계관에서도 부당한 일이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럼 김용화 감독의 장점 중 하나였던 웃음은 어떨까요?
영화 안에서 웃음의 많은 부분은 사냥꾼으로 분한 성동일이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그는 설정상 악역에 가깝고 사람냄새나는 캐릭터도 아닙니다.
그가 만드는 웃음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죠.
링링은 어떨까요? 간혹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기도 하지만 아직 감정을 느낄 만큼의
캐릭터는 되지 못합니다. 이것 역시 그가(그녀?) 영화 안에서 가진 역할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클라이막스는 링링과 웨이웨이의 드라마여야 하지만 깊은 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것 또한
이전에 링링이 그저 기능으로만 존재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문근영의 눈을 가졌다 하지만
킹콩에서 우리가 콩에게 느꼈던 그 기묘한 멜로감을 느낄수가 없단거죠.
영화엔 (어쩌면 현실을 아주 적극적으로 반영해서일지도 모르지만) 온통 짜증나는 인간들만 넘쳐나고
비슷하게 인간들의 매력이 짜증을 유발했던 차우에 비해 크리쳐나 상황이 주는 웃음도 적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가 소재와 메세지를 바라보고 달리느라
그 과정에 있어서 불편함을 유발시킨다는 것 입니다.
저는 만화 원작의 이 소재도 좋게 생각하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영화는 의도적으로 불편한 상황들을 나열하고
그 과정에서 관객이 너무나 쉽게 느끼는 거부감을 영화 안에선 모두 모른척 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웨이웨이는 귀엽고 사랑스런 소녀이긴 하지만 자기 밖에 모르는 철부지이고
성충수는 자신의 부를 위해 타인의 생명을 깍아 먹는데에 주저함이 없는 악당이죠.
구단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기분이 좋으면 웃고 나쁘면 옆 사람에게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이고
심지어 아무렇지 않게 고릴라를 사망위기에 내몰리게 하는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입니다.
애초에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판타지이긴 하지만 그런 동화같은 설정과
고릴라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기이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설정은 불편하기 짝이 없죠.
심지어 가장 그럴 듯한 설득력을 가진 사람은 영화 설정상 악당으로 분류되는 사채업자 김희원입니다.
이쯤되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으로서 불편함과 당혹스러움이 겹쳐집니다.
물론 클라이막스에서 '니가 느낀 감정이 맞는 거였어'라며 관객을 달래 주지만
그걸 위해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대중영화로서 좋은 선택 같진 않아요.
이 영화는 그럼 단점만 수두룩한 영화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고는 볼만한 영화입니다.
왜냐면 기술적 성취 덕이죠.
이 지점에 대해서 반감을 가질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예를 들자면 디-워 같은 케이스가 있죠.
하지만 딱 잘라 말하자면 미스터 고는 적어도 찰흙으로 만든 덩어리감의 디워같은
앙상한 스토리텔링 수준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영화적 도리는 다 하고 있으며
그것이 더 깊은 재미를 유발시키지 못할 뿐 영화를 바라보게 하는 힘은 가지고 있죠.
그 안에서 기술적으로 디지털 캐릭터와 입체영상이 주는 재미는 무시 못할 수준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눈으로 본 현실의 이미지와 영사기가 쏘아올린 비쥬얼을 혼동해서
충격에 빠지는 영화의 등장 순간은 목격하지 못했습니다만 아바타 이후의
새로운 영상혁명으로 입체영화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스터 고는 세계적인 이런 흐름에서 한국영화 시장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선언이자, 영화가 적극적으로 입체적 연출을 고민하면 그것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기존에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합니다. 이것은 대중영화의 새로운 영역이죠.
특히 입체효과에 대해선 칭찬을 아낄 필요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그간 보아온 헐리웃 대작들과 견주어 딱히 꿀리지 않는 감각인데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경샷이나 공이 눈으로 튀어 오르는 순간들은
이 영화가 가진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미스터 고가 흥행할까요? 무난하게 그럴거라고 봅니다.
설국열차는 아직 확신이 안가는 소포이고
맞붙은 감시자들은 슬슬 하락세일테니까요.
적어도 로컬 시장에서 이정도의 대작은 버프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영화적으로 아쉬움이 크다고 느끼지만 이 영화가 손해보는 영화가 아니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디워의 기술이 이어져서 미스터 고가 그나마 나올 수 있었듯이
미스터 고의 덱스터 필름이 한국영화 시장의 커다란 자산이 될거라 확신하기 때문이죠.
다음 영화는 좀 더 균형을 맞춘 대중영화로 돌아오길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덱스터 필름도 함께 돌아오겠지요.
+한국배우들의 중국어 연기를 보며 중국시장에서 괜찮을까 좀 걱정이 되더군요.
로스트의 악몽이... (그렇지만 비쥬얼은 전혀 이질감이 없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