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란군의 대원수 소배압은 지금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있었다.
시체들로 뒤덮힌 처참한 주변상황도 눈에보이지않았고 군사들의 아우성과 비명소리도 들리지않았다.
그의 모든 신경은 두눈을 통하여 한사람에게로 집중하고있었다.
정예중의 정예인 자신의 친위대 군사들을 벌써 수십명을 베어버리고 가끔씩 자신에게 섬뜩한
눈빛을 쏘아보내며전장을 휘젓고 다니던 저 붉은갑옷의 고려군의 장수가 개경에서부터
자신에게 일생처음으로 전장에서
두려음과 공포를 심어준 인간이라는것알았을때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지금은 그의 두눈에는 분노보다는 놀라움과 경악, 그리고 허탈함이 교차하고있었다.
" 내눈이 잘못되지 않았겠지?"
특별히 누구에게 물어본것은 아니지만 그말을 들은 부원수 야율초랑이 대답하였다
"대원수. 저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있었습니다."
그말을 들은 소배압은 그제서야 눈길을 고려장수로부터 돌려 주변의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그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역전의용사들이였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의 심정과 다를봐가 없어보였다.
반시진전 저 붉은 갑옷의 고려군 장수의 투구가 벗겨졌을때, 바로 그순간부터 소배압자신은 물론 그의
부하들은 똑같은 심정이 되였을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저 붉은 갑옷의 고려군 장수에 대해 이를갈고있었다. 그놈이 아니였으면 개경에서 그렇게 급하게
퇴각을 할일도 없었을것이고...
저 귀주땅에서 대료제국의 전쟁사에서 찾아볼수없는 처참한 패배를 당할일도 없었을것이다.
그런데 귀주땅에서 겨우 살아 거란으로 돌아가는 자신들의 앞을 막아나섰을때 뒤에서 고려군이 추격해온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반가웠다. 이를갈던 적 장수놈이 이렇게 반가을수가...
저놈의 목만 따가도 대료제국의 치욕을 조금이나마 씻을수있을거라는 생각따윈 하지않았다.
그냥 증오심과 복수심. 그것이 다였다. 무조건 죽인다 무조건..
헌데 벌써 두시진이나 지났고 그동안 그놈은 귀주땅의 그 아비규환에서도 살아남은 료제국의 내노라하는
장수만도 벌써 셋을 베어버렸고 친위군사 수십을 베어버렸다.
하지만..대료제국의 장군들과 군사들이 놀라고 경악하는것은 고려장수의 무예보다는 바로 반시진전에 일어난 뜻밖의
기회때문이였는데...
내노라하는 료제국의 장수 둘이나 그의 검에 목숨이 끊어지자 흥분한 또다른 장수 설연호가 그에게로 말을 몰아간
후에 벌어졌다.
귀주싸움에서 고려군 장수 둘이나 베어버린 설여호는 거란군의 뛰여난 용사였지만....
애석하게도 저놈과의 마상대결에서 목을 내놓아야했다. 하지만 그가 목떨어지기전에 한가지 큰일을 해냈으니...
그의 조부가 발해를 멸망시키고 노획한후 그에게로까지 전해졌고.. 그가 지금까지 애용하던 청룡반월도가 고려장수의
머리에서 투구를 벗겨버린것이다.
붉은갑옷의 고려군 장수의 투구가 벗겨지는 순간 설여호의 머리는 허공으로 떠올랐고...
거란군도 몆안되는 고려군도 갑자기 싸움을 멈추고 그 장수에게로 시선을 집중하였다.
놀라기는 고려군도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다.
피로 얼룩진 백마위에 붉은 갑옷을 입고 검들고있는 이는 분명히 여자였던것이다.
투구가 벗겨지며 남장하면서 묶어올였던 머리가 풀어져 내려 완전한 여자의 모습을 감출수없는데도 있었지만..
너무나도 어리고 아름다운 그 모습에 거란군도 고려군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못하고있었다.
이제 스물이나 될까말까한 나이, 햇볏에 구을리고 피로에 싸인듯한 얼굴이만 반짝이는 두눈을 가진 여신과
도 같은 그 아름다움은 숨길수가 없었다.
그런가운데... 소배압이 먼저 말문을 연것이다.
뒤이어 몃안되는 고려의 군사중 한명이 말을 몰아 그녀에게로 다가가 정중히 군례를 올리고
이야기 하였다.
" 장군. 그동안 저희를 승전으로 이끌어주어 고마웠습니다. 장군의 부하인것이 언제나 제 자랑이였습니다.
하지만... 소장이 간곡히 청하오니.."
그때 붉은갑옷의 소녀장군이 한손을 들여올여 군사의 말을 막는다.
" 안 중랑장. 뭔말을 할지 잘알겠소. 군사들을 전장에 버리고 가는 장수는 장수가 아니오."
그리고 그는 말을 몰아 군사들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여기로 올때 기마병으로 결사대 500명을 데리고 왔지만 둘러보니 300 채되지않은듯했다.
군사들을 둘러본 그는 그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 오늘 너희들은 나에대해 알게되였다. 그렇다. 나는 18살 고려의처녀다. 하지만 그전에 대 고구려의 후손이요,
대고려의 장수이다. 나라와 백성이 저 흉악한 오랑캐들로부터 위기에 처하니 내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이손에
검을들고 전장에 나섰다. 나의 아버지도 이길에서 목숨을 바쳤고 나또한 그리할것이다. 나라와 백성, 소중한
내가족을 지키기위한길에 어찌 남여가 따로있겠는가!!
우리는 저 위대했던 고구려를 기억하고있고 그 후손들임을 자랑스러워 하고있다. 우리도 우리의 후세들이 본받고
기억하는 그런 위대한 역사를 만들자!"
순간 군사들은 환호했다. 눈물흘리며 환호하는 군사들의 표정은 고려 군사의자긍심과 저 어린 소녀장군에대한
경외심으로 넘쳐나보였다.
한편 거란군진영에선 누구보다 놀라워하고있는 소년장수가 있었으니...
바로 소배압의 친아들인 소적산이였다.
" 아니....이런.. 정말 설죽화로구나. 설죽화가 맞구나"
혼자 중얼거리는 그말을 바로옆의 소배압이 못들을리 없었다.
" 네가 어떻게 저 소녀를 아느냐?"
소배압의 물음에 소적산은 깜짝놀라며 말을못하는데...
"빨리 말하라. 저 소녀는 단순히 아름다운 소녀가 아니다. 적장이란말이다. 이 협곡을 빨리 통과하지못하면
고려 추격군에 그나마 살아남은 이 군사들마저 다 잃는단말이다."
그말에 정신차린 소적산은 대답했다.
" 대원수. 전에 제가 말씀드렸던 고려의 소녀가 바로.."
"음.. 전에 고려에서 1년간이나 있다가 돌와온 너에게 내가 고려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게 뭐냐고 물었었지.
그때 너는 고려에서 동무가된 설죽화라는 소녀라고해서 내가 네 귀싸대기를 날린일이 있었지..
허허허허..."
소적산은 이전에 소배압의 의중에따라 송나라에도 가있었고 고려에도 가있었다.
앞으로 송나라는 물론 고려까지 대 료제국에 일부분으로 만들여면 그들의 문화와 정치에대해 배울필요가 있었기
때문이기도했지만...
자식이 대 료제국을 떠받드는 중신의길을 걷자면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했기때문이다.
"내 그때 너를 혼냈던것을 사과하마. 너는 휼륭한 인물을 보는 눈을 가졌구나. 이 애비가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되겠다."
소배압은 대제국의 뛰여난 재상답게 엄하게 꾸짖기도 했지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할줄도 아는 인물
이였다.
그때 부원수 야율초랑이 아뢰였다.
" 대원수. 이 협곡을 늦어도 해질녘까진 통과해야합니다. 그렇지않으면 정말 위험해질것입니다. 이미 기력을 회복
한 고려기병대가 귀주에서 출발한지가 반나절이 넘었다는 전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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