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맞이*
권수진
우리 동네 근처에 가게를 오픈한 친구 연락을 받고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건넸으나
한 번도 그 가게를 찾아간 적 없었다
평소 이런저런 모임은 많았으나
화끈하게 한 방 쏘지 못하고
늘 얻어먹는 처지였기에
회를 먹지 못한다는 궁색한 핑계만 댔다
돈 걱정하지 말고 부담 없이 오라는 친구의 말을
여러 차례 들었으나 찾아가지 못했다
조만간 보자는 허언만을 남긴 채
늘 다음으로 미루고 미루다가
어느 날 폐업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랍시고 모듬회 한 접시 팔아주지 못하고
셔터 문 굳게 닫힌 가게 앞에서
결국 그 친구를 만났다
야, 인마! 근처에 살면서 참 빨리도 찾아온다
매상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것인데
친구 사이 돈독한 인간관계를
이해타산에 익숙한 방식으로만 처신했던
내가 부끄럽다
* 친구가 운영했던 횟집 이름
웹진 『시인광장』 2023년 7월호 발표
권수진 시인
경남 마산에서 출생. 2011년 계간 《시작》 가을호로 등단. 시집으로 『철학적인 하루』(시산맥사, 2015),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시인동네), 합동시집 『시골시인-K』(걷는사람)가 있음.
[출처] 회맞이 - 권수진 ■ 웹진 시인광장 20 23년 7월호 신작시 □ 2023년 7월호 ㅣ 2023, July ㅡ 통호 171호 ㅣ Vol 171|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