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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예쁘네요.
" 누나, 누나! "
그 목소리에. 반짝. 잠에서 깬 승현이었다. 언제 잠들었던 것인지. 이미 창 밖으로 들어온 밝은 햇살이 작은 원룸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 벌써 열 두시야. 무슨 잠을 그렇게 기절한것처럼 자고 있어. "
하지만 분명 이 침대 위에서 그 따스한 품에 그녀를 안고 제 등을 토닥여주었던 제운의 모습 대신. 부산스럽게 승현을 깨우는 승우의 얼굴이. 벌떡. 몸을 일으킨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 왜 그래? 뭐 찾는거 있어? "
승우의 질문에 아니.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며 멍한 표정으로 두 눈을 감빡이는 그녀였다. 어제 일, 꿈은 아니겠지? 그럴리가. 여전히 제 한쪽 팔에 감겨있는 파스. 빙 감긴 그 파스를 보며 안심하듯 낮은 숨을 쉬는 승현이었다. 주말에 오겠다던 승우의 말을 깜빡 잊고 있었다. 현 제운 그와 함께 있는 모습을 승우에게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이 침대 위에서 함께 밤을 보냈던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건 왠지 서운하다. 물론, 그냥 정말 단순히 밤을 함께 보낸것이었지만.
" 승우야, 점심은 먹었어? "
" 아직. "
" 잠시만 기다려. 누나 금방 씻고 나올게. "
알았다며 고갤 끄덕이는 승우는 티비를 켜고. 승현은 인사도 없이 이렇게 훌쩍 가버린 그는 잠시 잊기로 하고. 옷가지를 챙겨 화장실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어떡해. 거울 속 제 얼굴을 보는 승현의 표정이 울상이 되고 만다. 볼에 난 작은 뾰루지. 어제 그렇게 제운의 품에서 저도 모르게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화장도 지우지 못했던 것이다. 두 손을 걷어 붙이며 꼼꼼히 클렌징 하고는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채 닦지도 않고 다시 거울 속으로 향하는 승현의 눈동자. 그래도 잠을 푹 잔 덕분인지. 피부상태는 꽤 봐줄만 했다. 팩이라도 할까. 그래도 이제 연하 애인도 생겼는데 신경 쓰여. 눈가를 찡그렸다가도. 어맛. 내가 뭐래는 거야, 연하 애인이라니.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얼굴을 붉히는 승현이었다.
한 편, 승현이 화장실로 들어간지 30분 즈음 지났을까. 지이이잉. 울리는 핸드폰 소리. 승우의 핸드폰은 아니었다. 두리번 거리던 승우가 승현의 가방 속에서 그녀의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제운. 이란 액정 화면을 확인하고 가볍게 핸드폰의 통화버튼을 터치하는데.
" 제운 형. 나예요, 승우. "
- 아…. 누나는?
" 지금 화장실이요. 이제 나올 때즘 됐는데. "
- 아아, 그래?
" 네. 근데 왜 전화 했어요? 설마 뭐 그렇고 그런 안부전화는 아니죠? "
- 그럴리가.
" 잘됐네요. 형, 근데 누나랑 데이트 안 해요? 우리 누나 주말이라고 12시까지 잠만 자다가 이제 씻으러 갔어요. 저럼 안 되는거 아니에요? "
그렇지, 안되지. 대답하는 제운의 목소리에 승우가 싱긋 미소지었다. 승현이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해본걸 빤히 알고 있는 승우였다. 대학 신입생 땐 혼자 짝사랑이라도 하는지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먹고 들어와서 진상을 피우곤 했었고.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론 서너개의 알바며 학교 과제에 뭍혀 연애라곤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 입사 해서는 또 어떻게 그렇게 바쁜지. 회사집회사집회사집만을 반복하더니 주말엔 기절한 사람처럼 잠만자는 잠만보가 따로 없었다.
" 그럼 오늘 누나 좀 데리고 나가요. 형, 2시까지 누나 데리러 올 수 있어요? "
- 알았어, 그 때까지 갈게. 근데,
" 근데? "
- 네 누나 어떤 음식 좋아하니?
" 음, 우리 누나 해산물은 다 좋아해요. 일식도 좋아하고. 아, 분식도 좋아해요. "
그리고 그 때,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승현.
" 분식 중에서는 아무래도 순대 간을 제일 좋아해요. 아, 생간도 진짜 완전 좋아하는데. "
생간? 쟤가 지금 누구랑 통화하는거야. 물끄럼히. 승우를 바라보다가 승우의 한 손에 들린 핸드폰을 보며 깜짝 놀라고 마는데. 승우의 핸드폰은 분명 검정색. 하지만 지금 그 애의 손에 들린 핸드폰은 하얀색. 내 핸드폰이잖아, 다다다닥, 승우에게 달려가 그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홱 빼내 핸드폰 액정을 확인하는 승현. 그리고 보란듯이. 또렷한 돋움체로 제운.
" 너, 너, 너 지금 뭐 하고 있는거야! "
당황한 승현이 버럭. 하며 승우를 향해 소리치지만 왜 그러냐는듯. 동그란 눈으로 승현을 올려다보면서 승우는 한다는 말이,
" 제운 형이 누나 뭐 좋아하는지 물어보길래. "
" 정말 미쳤어, 거기다 대고 생간이 뭐야, 생간이. "
" 왜, 없어서 못 먹잖아. "
아, 정말 어쩌면 좋아. 화륵 붉어진 얼굴로 당황한 승현과. 그리고 핸드폰 너머. 남매의 투닥거림을 듣고 있는 한 남자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지어지고야 마는데.
찌릿. 승우를 향해 눈을 흘긴 승현이 제 손에 핸드폰을 들고 100m 달리기라도 하는 사람마냥 원룸에서 빠져나와 계단 사이의 복도에서 후아. 심호흡을 한 번. 그리고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다시 핸드폰을 고쳐받았다.
" 여보세요? "
- 아, 누나.
" 응, 제운 씨. 왜 전화했어? "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듯 시크하게 전화를 받았지만. 쿡쿡거리는 제운의 웃음 소리가 승현에게까지 들려 붉어진 얼굴을 어찌 할 줄 모르는 승현이었다.
- 누나, 2시까지 집 앞으로 나올래요?
" 어? 아, 아니. 오늘은 승우도 와 있고, "
- 승우가 제발 데리고 나가서 데이트 좀 하라던데, 집에서 잠만 자고 있다고.
하, 내가 승우 이 자식을 너무 올곧고 진실하고 바르게 길렀나보다, 거짓말이라곤 못하는 예쁜 내 새끼. 다시 한 번.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은 승현이 소나무마냥 흔들림없는 목소리로,
" 아, 승우가 왜 그랬을까. 나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독서도 하고 아침도 만들어 놓고 그랬는데. "
픽. 웃는 전화기 너머의 웃음소리. 민망함에 꼼지락 대는 승현의 손가락. 아무래도 독서는 좀 무리수였나.
- 알았어요. 2시까지 갈게요, 준비하고 있어요.
" 응,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
- 좋네요.
" 응? "
- 기다리고 있는단 말이요, 예쁘네요.
예쁘네요. 귓가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매력적인 그의 중저음 목소리. 마치 그가 제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것만 같아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 승현이었다. 승현이 예쁘네요. 그 말에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찾지 못해 결국엔. 나 끊을거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나중에 봐요. 제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전화를 끊은 그녀가 핸드폰을 들고 있는 제 손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무슨 예쁘단 말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 창피하게. 분명 그의 눈에 콩깎지가 씌인게 틀림없다. 제 한마디 한마디도 그는 예쁘게만 들리나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의 분홍빛 입가엔 작은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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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우야, 이게 더 나아, 이게 더 나아? "
" 음, 흰색 원피스. "
" 이거? 근데 이건 레이스가 좀 그렇지 않나? "
" 아냐, 누나는 흰색이 잘 어울려. "
제운과의 첫 데이트였다. 승우를 실컷 괴롭혀 입고 갈 옷과 신발 가방을 정하고. 모공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듯 평소보다 서너배는 공들여서 화장하는 승현이였다. 단정히 정리한 눈썹 아래 복숭아빛 섀도우. 꼼꼼히 메운 아이라인. 그리고 한올한올 투명 마스카라로 말아 올린 속눈썹. 마지막으로 그녀의 환한 피부톤과 잘 어울리는 분홍빛 립스틱까지. 짠. 하고 화장을 끝마쳤지만 여전히 오른쪽 볼 작은 뾰루지는 속상하다, 왜 하필 이렇게 중요한 날에.
" 누나, 두시 넘었어. "
" 정말이네, 어떡해. 승우야, 그럼 누나 갈게. 점심 같이 못 먹어서 미안해. "
" 괜찮아. 피치피치가 더 좋아, 나는. "
배달책을 흔들며 상큼하게 웃는 승우. 그런 승우에게 저녁 먹기 전엔 올테니까 기다리구 있어. 승현이 신신당부 하고는 신발을 구겨신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총총 거리며 급한 마음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오던 승현. 하지만 높은 하이힐 굽을 주체 못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가뜩이나 뒷축을 구겨신은 탓에 으왁. 하며 넘어질뻔 했지만, 타악, 마침 계단의 코너를 돌아 올라오던 제운의 품 속으로 쏙. 다이빙 하는 꼴이 되고야 말았다. 그의 품 속에서. 두 눈을 깜빡이던 승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면. 승현만큼이나 놀란 표정의 제운이 얼굴이.
" 괜찮아요? "
" 어어, 그럼 괜찮지. "
민망해 하면서 대답하는 승현. 아, 그런데 하필이면. 제운의 셔츠 가슴팍에 얼룩진 화장 자국. 삽시간에. 제운의 품에서 벗어난 승현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필이면 오른쪽 볼을 맞대고 그의 품에 안겨버린 것이다. 갑자기 왜 그러냐는듯. 제운이 얼굴을 가린 승현의 두 손을 내리려고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았지만,
" 제운 씨! "
다급하게 소리치는 그녀의 목소리에 딱. 행동을 멈추고,
" 먼저 좀 차에 가 있을래요, 나 5분만, 아니아니, 1분만 있다가 갈게. "
그녀가 당황하면 나오곤 하는 존댓말.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그 말투에 작게 미소 지은 그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내려와요. 당부하고는 계단을 내려가는 제운의 발걸음 소리. 승현이 뒤돌아서며 빠른 손놀림으로 제 가방에서 파우치를 꺼냈다. 역시나 그의 셔츠에 닦여진 화장. 아침부터 그녀를 속상하게 만들었던 뾰루지를 급히 컨실러로 가리고. 톡톡. 파운데이션으로 마무리하면. 하아.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승현. 불과 몇 일전까지만 해도,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넌 동생일뿐이라며 그를 밀어냈었는데. 이깟 뾰루지 하나도 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것 보면, 제 마음은 분명, 제운 앞에선 그를 설레게 하는 여자이고 싶은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정작 보여준 모습이라곤 계단을 뛰어내려오다 넘어지는 꼴이라니. 울적한 표정의 그녀가 신발을 고쳐 신고는 다시 계단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탁. 제운의 차에 올라 탄 승현이 최대한 조신한 척 제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제운이 시동을 걸었고,
" 누나, 아직 점심 못 먹었죠? "
" 응. "
" 누나가 좋아한다 그래서 예약은 해뒀는데, 생간을 파는 곳이 흔하진 않더라구요. "
하지만 조신한 척 한지 일분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생간을 파는 곳이 흔하진 않더라구요. 그 한마디에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주어 목적어가 뒤죽박죽 꼬인상태로 변명하는 승현.
" 오해가 제운 씨를 했나본데 그런거 아니야! 빈혈이 조금 있어서 몇 번 먹은건데 승우가, "
" 농담이에요. 일식 식당에 예약 해뒀어요. "
제운의 말에 잠시 두 눈을 깜빡이다 너 나 놀리는거지. 토라진 어투로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소리내서 웃음짓는 제운이었다.
운전 중인 그의 두 눈은 여전히 창 밖을 향했지만 어느새 승현의 한 손을 가져 온 제운의 손은 승현의 손에 깍지를 끼고. 그녀의 작은 손을 감싸는 포근한 그 촉감에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 승현은 괜히 무릎 위 제 가방만 바라보며 두 눈을 감빡였다.
" 손목은 괜찮아요? "
" 응, 아침에 일어나니까 하나도 안 아팠어. "
제운의 질문에 다시금 그녀의 눈길이 그를 향했고. 그러면 여유롭게 운전하는 그의 옆 모습이. 밝은 햇살에 반짝이는 연갈빛 머리카락. 그 아래 붓으로 그린듯 날카로운 눈매와 오똑한 콧날. 그리고 예쁜 곡선을 그리는 부드러운 입술. 하지만 생채기 어린 그 입술은 그녀에게 어젯밤 그와의 입맞춤을 상기시켰다. 동시에,
- 이젠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는단 그 말, 지켜요.
가라앉은 낮은 목소리. 거칠었던 그리고 부드러웠던 정신없는 입맞춤.
- 이래도. 날 보며 더 이상 두근대지 않는다고 말 할 수 있어요?
아련함 어린 그 눈빛이 승현의 머리 속을 가득 채워 귀까지 빨개지는 승현이었다. 때마침, 붉은 신호등에 제운의 자동차가 멈췄고 그의 눈길이 승현을 향했다. 토마토마냥 빨개진 승현의 얼굴. 그 새빨간 모습에 제운이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 무슨 상상을 하길래 귀까지 다 빨개졌어요? "
" 상상은 무슨, "
승현은 창피하기만 해서 고개를 홱 돌렸는데 이내 깜짝 놀라 커지는 그녀의 눈동자. 제 손등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 다시금 그녀의 시선이 그를 향하면 제 손등에 입술을 묻은 제운의 눈매는 여전히 그녀를 향해 있고. 촉. 소리나게 그녀의 하얀 손등에 뽀뽀한 제운이 말을 이었다.
" 이런 상상했어요? 그런거라면 나랑 같은 상상이었는데. "
" 그, 그런거 아니야! "
" 그럼 말은 왜 더듬는데. "
아니라니까아. 승현이 대답해보지만,
" 키스는 금지래놓고. 오늘까지도 금지에요? "
여전히 장난기어린 그의 목소리. 저를 놀리는 그의 목소리에 울컥.한 승현이,
" 금지야! 영원히 금지! "
홱. 여전히 그의 손에 잡힌 제 손을 빼내며 소리치면.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서 소릴 내며 웃는 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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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전문점. 제대로 된 제운과의 식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운을 집으로 초대했던 날은 음식을 반도 채 못 먹고 자리를 뜨고야 말았던 그였기 때문에. 제운과 야근을 했을 때 함께 초밥 도시락을 먹은 적이 있긴 하지만 그 외의 회사에서 제운의 점심 시간은 늘 구 대리와 함께였다. 서운함 그리고 질투심 어린 승현의 목소리.
" 제운 씨, 제운 씨 사수는 나인데. 왜 점심은 항상 구 대리랑 먹는거야? "
" 누나가 같이 먹자고 안 했잖아요. "
" 그럼 나랑 같이 먹어! 계속 구 대리님이랑 같이 다니는거 나 싫어. "
고운 미간을 찡그리며 말하는 승현. 제운은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듯 그녀의 입 속에 쏙. 초밥 한 점을 넣어주었다.
" 언제는 구 대리님 괜찮은 여자라면서. "
입 속을 가득 메운 초밥 탓에 이미 아무 말도 할 수 없긴 했지만. 언제는 구 대리님 괜찮은 여자라면서. 할 말 없게 만들어 버리는 그의 그 한마디 덕에 제운의 눈길을 피하며 제 입속의 초밥을 오물거리는 승현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반격하듯 이어지는 제운의 목소리.
" 누나야말로 ' 한 때 짝사랑했던 그 '와는 어떻게 된거에요? "
' 한 때 짝사랑 했던 그 '라니. 제운의 그 아련한 단어 선택에 사레가 걸린 승현이 콜록거리고. 제운이 한 손에 쥐어주는 물컵.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승현이. 하아. 한 숨 소리와 함께 탁. 물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사레에 걸려 콜록이느라 눈물 고인 눈으로 제운을 바라보았지만,
" 왜 그렇게 당황해요, 질투나게. "
물러서지 않겠다는듯 단호한 제운의 표정.
" 다, 당황은 무슨. 아니, 제운 씨가 ' 팀장님 '이라는 깔끔하고 좋은 단어 대신 말도 안되는 소릴 하니까. "
" 말이 안 되는 소리 확실해요? "
아니, 사실 ' 한 때 짝사랑 했던 그 '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승현이 아무 대답 하지 못하고 입술을 꾹 깨물자, 붉어진 그녀의 입술을 보고 싶지 않다는듯, 다시 유순해진 그의 말투.
" 우연히 피란체에서 봤어요, 누나랑 팀장님 함께 있는 모습. 탁자 위에 놓인 반지도. "
" 반지는… 다시 돌려줄거야. "
" 그 말은 확실해요? "
거짓말일리 없잖아. 승현이 억울한 눈으로 제운을 바라보자. 살짝 미소지은 제운이 알았다는듯 눈을 깜빡였다. 왠지 차에서 부터. 그에게 놀림 당하고 말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억울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제 앞에 그가 앉아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멈추어버려도 좋겠단 생각이 들만큼 행복한 기분이 드는 승현이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은 싫어하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지. 여자친구는 있었는지. 몇 명이나 사귀었던건지. 식사 시간동안 쉴틈없는 그녀의 질문에 제운은 웃으며 대답하는 식으로. 꽤 길었던 그들의 식사가 끝나고,
" 조금 걸을까요. "
승현의 한 손에 깍지끼며 묻는 그의 질문에 예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승현이었다. 살랑.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 가로수는 헐겁게 제 잎사귀를 벗었지만. 곧 봄이 오려는듯 얇은 코트도 어색해질만큼 늦겨울 한낮의 날씨는 따스하기만 했다, 제운이 꼭 잡은 그녀의 작은 손만큼이나. 제운의 긴 다리가 승현의 발걸음을 맞추고. 맞잡은 그 손만으로도 승현은 설레는 마음이 들어 왼쪽 심장 한 곳이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그렇게 말없이 걷던 승현이, 갑자기 홱, 제운의 손에서 제 손을 빼내고 몸을 휙 돌려 제운 앞에 섰다. 그리고 뒷걸음질으로 여전히 제운의 걸음을 맞추며 그에게 묻는 승현.
" 아까 그 말 진짜야? 정말 한 번도 여자친구 없었어? "
못 믿겠다는듯. 제운에게 재차 확인하는 승현. 그러면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제운. 하지만 승현은 그의 그 웃음이 영 못 미덥다는듯,
" 거짓말. "
토라진 그녀의 표정. 그렇게 걷다가 다쳐요, 다시 이리와요. 제운이 손 내밀어도. 현진요(현 제운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이라도 되는양, 반항하는 얼굴로 제 두 손을 등 뒤로 휙 숨기는 승현이었다. 제운이 그런 그녀를 붙잡으려 그녀에게 다가가면, 제운에게 물러서려 뒷걸음질을 바삐하다 스텝이 꼬인 그녀가,
" 으왓, 제운 씨, "
넘어지며 제운에게 손 내밀면. 홱. 그녀의 손을 붙잡고 끌어당겨 다시 제 품 속에 그녀를 가두는 제운.
" 이런 일이. 아까도 있었던것 같은데. "
작은 목소리로 승현의 귓가에 속삭이며. 하지만 분명 아침의 그것과 달리 제 품에 안긴 승현을 더욱 꽈악 끌어안는 제운. 제 몸을 감싸는 그 안심되는 압박감에 승현의 심장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 놓아줘, 사람들이 봐. "
" 좀 보면 어때. "
승현이 얼굴을 붉히며 놓아달라 청해보아도 여전한 그의 속삭임. 제운이 살짝 몸을 당겨 승현과 두 눈을 마주했다. 제운을 올려다보는 승현의 투명한 눈동자. 홍조 띤 예쁜 얼굴. 그리고 여느 때보다 가까운 둘 사이의 거리. 서로의 눈빛을 마주하는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적막이 흘렀고 승현은 숨 쉬는 일조차 어색할만큼 긴장되어 눈을 감빡였다. 그녀의 작은 손이 그의 옷깃을 꼭 붙잡았을 때, 그 때, 갑자기 투툭.
" 아, "
그녀의 얼굴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 비오네요. "
그리고 아쉬움 깃든 제운의 목소리. 승현 역시도 오늘따라 시샘을 내며 빗방울을 떨구는 하늘이 얄미운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살짝. 승현을 제 품에서 놓아 준 제운이 제 코트를 벗어 승현에게 빗방울을 가려주자 마치 기다렸다는듯 후드득 쏟아지는 빗줄기.
" 뛰어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
고개를 끄덕인 승현이 그가 건낸 한 손을 꼭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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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가까운 거리였는데도 차까지 뛰어오자 옷이 홀딱 젓고 말았다. 첫 데이트에 갑작스런 소나기라니. 승현이 빗물 어린 눈가를 손등으로 닦았다. 그러자,
" 누나. "
부르는 그 목소리에 승현이 고개를 돌리면. 자동차 어디선가 꺼낸 손수건으로 승현의 젖은 앞머리를 닦아주는 제운. 톡톡. 조심스레 승현의 머릿결을 토닥이는 제운의 손수건. 아, 그런데 화장 다 지워졌겠다, 내가 오늘 쓴 아이라이너가 워터푸르프였나, 지금 뾰루지를 가린 화장도 다 지워진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는 승현과 달리. 제운에게 빗물에 젖은 승현의 얼굴은 예쁘기만한데. 물기어린 머리카락. 빗물을 머금은 눈매. 혼자서 무슨 고민을 하는건지 바삐 움직이는 투명한 눈동자. 그리고 촉촉한 분홍빛 입술까지. 나쁜 상상을 하게 만들만큼 청초하기만 한 그녀. 어느새 제운의 손길이 승현의 창백한 볼을 스쳤고,
" 예쁘네요. "
그 한마디에. 그리고 제 볼에 어린 그의 촉감에. 오직 제운만을 향하는 그녀의 눈동자. 너무 쉽기만 해서 진심인지 의심가는 그 예쁘단 말도,
" …우리 집에 갈래요? "
애정어린 그의 눈빛을 보면 그런 의심이 정말 하잘것 없고 의미 없는 것이 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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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둘이 완전 깨볶았어요
너네가 우리 지상이를 아프게하고
언제까지 행복하나 보자ㅠㅠㅠㅠㅠ
나는야 지상팬♡
그럼 다음편도 많이 기대해주세용!
아맞다맞다
오늘 11시에 탁구 동메달전해요!
스포츠사실 1도 모르는데 유일하게 챙겨보는 탁구!!
영식이오빠(오빠도아니지만오빠라고부르고싶은믿음직스러움)
경기 볼생각하니까 설레임ㅜㅠ 서브 넣을 때 찰랑이는 머릿결에 숨멎.
영식이오빠는 왠지. 제가 생각한 인제같은 외모에요ㅋㅋㅋ
귀여워♡♡
갑자기 생각나서 덧붙이고 갑니당
그럼 우리나라가 꼭 동메달 따기를 바라며 저는 이만총총
첫댓글 재미있게 잘봤습니다..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얼굴이 궁금해져요..ㅎㅎ 중간에 삽화를 넣는다면 만점.....단락를 좀더 띄워주시면 ..완전 좋을듯요..ㅎㅎ
드렁칡님 재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공 모습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한 번 찾아보아야겟어요! 소설이 많이 부족하지요ㅠㅠ, 글쓰는 연습도 열심히 하겠습니당 그럼 좋은하루되세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드렁칡 님과 같은 생각을 했는데, 신기하네요! 근데 등장인물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네요!ㅎㅎ
꽃보다 치킨님 댓감사합니다 닉넴이 심히격공합니다 ㅋㅋ 내하나 읽어주시는분들 모두 등장인물 이미지가 궁금하신가봐요ㅎㅎ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다녀도 마땅히 어떤 얼굴이 어울릴지 느낌이 딱 오지않네요 상상하는 재미도 잇으시다니ㅎ 마직막회쯤 주인공 이미지를 올려보겟습니당♡ 내일업뎃할게용 담편도 마니 기대해주세요
잘보구 가용♡
동동이님 댓감사합니다♡ 굿밤되시고 다음편도 많이 기대해주세용!
@복세편살 넵! 좋은하루 보내세요 ㅎ_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