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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 LOVE KBL 원문보기 글쓴이: [情]바스켓인생s
- KBL 09-10 시즌 대구 오리온스 2R 총정리 -
- Previous to the 1R -
오프시즌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새로운 팀으로 태어난 오리온스. 시즌 첫 걸음마 단계인 1R를 2승 7패, 안양과 함께 공동 8위로 마무리했다. 저조한 성적으로 1R를 마쳤지만, 정재홍, 김강선, 허일영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가 팀의 위안이 되었다. 정훈과 오용준도 간만에 제 몫을 해냈고, 허버트 힐도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오리온스는 강호 SK와 삼성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1R 내내 부진했던 케빈 마틴의 플레이가 바로 그것. 애초에 기대했던 리바운드와 골밑 수비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었고, 서슴없이 튀어나오는 1대1 공격만이 팀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마틴에 대한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오리온스는 용병 교체라는 카드를 꺼냈고, 1R가 끝남과 동시에 스윙맨 타입의 앤써니 존슨(30,194cm)을 새로 영입하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이면계약 파문' 으로 인해 18G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김승현이 리그로부터 9G 출장정지 감면 조취를 받으면서 2R부터 출전이 가능해졌다. 그간 유난히 위기에 약했던 오리온스에게 '해결사' 김승현의 복귀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김승현과 존슨의 합류로 위기에 대한 타개책을 마련한 오리온스는 한층 강해진 전력으로 2R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 2R Review -
11월 7일. 김승현과 존슨이 합류한 오리온스의 2R 첫 상대는 전주 KCC였다. 김승현의 복귀전과 특급 혼혈 가드 전태풍 vs 김승현의 첫 매치업이 맞물렸던 이 경기는 농구팬들의 관심이 유달리 뜨거웠던 빅 매치이기도 했다. 이러한 관심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양 팀은 3Q를 59-60으로 마치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그러나 용호상박의 접전도 마지막 4Q앞에선 끝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하승진(19점·12R)과 아이반 존슨(18점·9R)이라는 트윈타워를 보유한 KCC가 높이의 이점을 한껏 살린 것. 오리온스는 KCC보다 4개나 많은 11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지만, 7개나 많은 36개의 리바운드를 KCC에 허용하면서 74-88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한편 KCC의 전태풍은 39분 출장 19점 5A 5R의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고, 오리온스의 김승현은 33분 출장 9점 6A 5R의 준수한 복귀전 성적을 남기면서 앞으로도 좋은 라이벌 관계를 이어나갈 것을 암시했다. 오리온스에 새로 합류한 앤써니 존슨도 20분 출장 17점 7R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4일 뒤 열린 서울 SK와의 2R 두 번째 경기. 김민수가 부상으로 빠진 SK를 상대로 오리온스는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1Q를 30-20으로 앞서 나간 오리온스는 최종 스코어를 100-84로 벌리며 대승을 일궈냈다. 무엇보다도 오리온스의 주전 5명이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고른 활약의 분포를 보였기에 더욱더 의미 있는 승리였다.
김승현이 가세한 오리온스는 거칠 것이 없었다. SK를 100-84로 대파한 오리온스는 이틀 뒤 열린 전자랜드와의 2R 세 번째 경기에서 96-79로 연이어 대승을 거뒀고, 2R 네 번째 경기인 동부전에서도 72-58로 승리하면서 내리 3연승을 달렸다. 이 기간 동안 오리온스는 평균 89.3득점, 평균 73.6실점을 기록하며 내용상에서도 우월한 경기력을 자랑했다.
11월 21일 열린 선두 부산 KT와의 2R 다섯 번째 경기. 3연승의 파죽지세로 여느 상위팀 못지않은 전력을 뽐냈던 오리온스. 하지만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T를 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기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던 이들의 대결은 역시나 4Q에서 판가름이 났다. 오리온스가 4Q에서 18점을 올리는 동안, KT는 25점을 올리며 88-80, 오리온스를 승리로부터 멀찌감치 밀어냈다. 이 날 KT의 승리는 국내 선수진의 승리나 다름없었다. KT의 신기성과 조성민, 송영진이 4Q에만 18점을 합작한 반면, 오리온스의 국내 선수진은 10점을 모으는데 그쳤다. 공격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한 것이 결정적인 패배의 원인이었다.
이 후, 오리온스는 KT전을 포함하여 4연패의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2연패를 기록했던 LG전에서는 연장전에서 79-84로, 3연패를 기록했던 KT&G전에서는 81-83으로, 2R의 마지막 여덟 번째 경기이자 4연패를 기록했던 모비스전에서는 83-94로 패배했다.
앞서 언급한 네 경기 모두 오리온스가 패배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무시 못 할 한 가지의 공통점이 더 존재했다. 네 경기 모두 후반, 특히 4Q 이후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오리온스의 약점은 기록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네 경기의 1,2,3Q에서 오리온스가 기록한 평균 득점은 60점, 평균 실점은 59.25점이었지만, 4Q 이후에 기록한 평균 득점은 20.75점에 머물렀고, 평균 실점은 무려 27.5점에 다다랐다. 쉽게 말해 '1,2,3Q까지는 점수를 앞서 나갔거나 상대팀과 비슷한 양상을 뗬지만, 4Q의 승부처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라고 보면 되겠다.
결국 1패 후 3연승의 상승세를 끝내 이어나가지 못하고 4연패로 2R를 마감한 오리온스. 3승 5패라는 성적과 함께 종합 5승 12패, 리그 8위 KT&G에게 반 게임차 뒤진 리그 9위에 자리를 잡았다.
- 김승현의 복귀가 낳은 오리온스의 백(白)과 흑(黑) -
‘역시’ 라는 수식어가 절로 따라다닐 정도로 김승현의 효과는 실로 파급적이었다. 거두절미하고 오리온스의 1R와 2R 공·수 팀 기록을 비교해보자. 우선 공격력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득점. 오리온스의 1R 평균 득점은 리그 최하위의 77.7점이었다. 하지만 2R에서는 평균 83.12점으로 평균 득점이 수직상승했다. 리그 정상급의 공격 전개력을 지닌 김승현의 합류가 팀의 득점력을 끌어올린 것. 비단 득점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야투 성공률 또한 비약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1R에서 55.72%의 2점 성공률을 기록했던 오리온스는 2R에서 56.11%의 2점 성공률을 기록했고, 3점 성공률은 34.69%에서 41.22%까지 상승하면서 3점 성공률 리그 1위 팀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어시스트 역시 리그 최하위였던 평균 13.4개에서 17.0개로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경기를 조립하고 팀 동료들을 살리는 포인트가드 포지션의 김승현이 가세한 덕분에 공격의 양과 질이 모두 업그레이드되는 효과를 누렸다.
김승현의 가세로 탄력을 받은 오리온스는 수비에서도 좋은 흐름을 가져갔다. 1R에서 평균 85.0실점, 32.9개의 리바운드, 56.36%의 2점 성공률, 38.61%의 3점 성공률을 허용한 반면, 2R에서는 평균 82.0실점, 28.37개의 리바운드, 54.84%의 2점 성공률과 34.07%의 3점 성공률을 허용했다. 수비와 관련된 전반적인 기록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수비 역시 1R때보다 향상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무언가를 빛과 소금에 비유하고는 한다. 오리온스에게 있어 빛과 소금은 곧 김승현을 일컫는 말. 그렇다면 김승현의 복귀가 팀에 좋은 영향만을 끼쳤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NO' 라고 말하겠다. 빛과 소금도 그 정도가 지나치면 몸에 백해무익한 법. 오리온스의 2R를 돌이켜 봤을 때, 김승현이라는 빛과 소금은 따사롭고 짭짤했다기보다는 따갑고 짠 성향이 좀 더 강했었다. 다시 말해 김승현으로 인해 득보다는 실을 얻은 경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하다. 2R에서 3승 5패(1R: 2승 7패)의 호성적을 거두는 데는 분명 김승현의 공이 제일 컸다. 그런데 김승현으로 인하여 득보다는 실을 얻은 경기가 더 많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맞는 소리다. 이에 대한 근거로 2R에서 4연패를 했던 경기들을 예시로 들겠다. 우선 4연패의 원인은 부실했던 ‘4Q’. 필자가 이미 위에서 한번 언급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오리온스가 4Q에서 왜 그렇게 부실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힌 바가 없다.
필자는 그 이유가 다름 아닌 김승현의 공격 스타일에서 비롯됐음을 밝히려고 한다. ‘픽&롤.’ 통상적으로 큰 선수가 작은 선수에게 스크린(Pick)을 서 준 뒤, 골밑으로 돌아나가면(Roll), 작은 선수가 그 틈을 이용해 골밑으로 향하는 큰 선수에게 패스를 하여 공격을 마무리하는 전술이다. 평소 김승현은 바로 이 픽&롤 공격을 선호하는 편이다. 동료에게 찔러주는 퀵 패스가 일품인 김승현에게는 안성맞춤인 공격. 하지만 경기가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유독 이 공격만을 고집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4연패 동안 기록했던 김승현의 기록은 평균 34분 출장 10.3점 8.5어시스트 2.3스틸 4.3턴오버. 픽&롤 공격의 주된 파트너였던 힐의 기록은 평균 28분 출장 24.5점 9.8리바 3.3블록 4.5턴오버. 둘 다 본인의 평균 기록을 상회하는 수치였고, 이들의 비중과 활약이 평소 보다 컸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됐다는 것일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둘의 턴오버다. 두 명의 선수가 한 경기에서 8개의 턴오버를 저질렀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오리온스의 공격이 이 둘의 픽&롤에만 집중되다 보니 이를 알아챈 상대팀에서는 자연스럽게 둘의 실책을 유발할 수 있었고, 공·수에서 우위를 점했다. 뿐만 아니라 두 명이서 하는 픽&롤 공격의 특성상, 나머지 3명의 팀 동료들은 멍하니 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공격에서의 참여가 불가했다. 이렇듯 김승현의 과도한 픽&롤 공격은 상대팀에게는 호재로 오리온스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4연패가 김승현의 탓이라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부정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김승현의 욕심 넘치는 플레이가 못내 아쉬웠던 오리온스의 2R였다.
- 2R 대구 오리온스 주요 선수 기록 -
김승현(G): 8G(31분) 9.8점(2p-20/48-41%, 3p-7/23-30%, FT-17/20-85%) 7.6어시, 3.5리바, 2.1스틸, 3.9턴오버
정재홍(G): 8G(8분) 2.5점(2p-4/7-57%, 3p-2/5-40%, FT-6/10-60%) 2.0어시, 0.5리바, 0.1스틸, 1.4턴오버
김강선(G): 8G(27분) 9.9점(2p-10/19-52%, 3p-13/24-54%, FT-20/25-80%) 1.0어시, 2.1리바, 0.9스틸, 3.1턴오버
정훈(F): 8G(19분) 5.1점(2p-10/20-50%, 3p-6/13-46%, FT-3/4-75%) 1.9리바, 0.8어시, 0.3스틸, 0.6턴오버
허일영(F): 5G(28분) 8.4점(2p-8/16-50%, 3p-8/22-36%, FT-2/3-66%) 1.6리바, 1.4어시, 0.8스틸, 1.2턴오버
오용준(F): 8G(18분) 4.8점(2p-5/12-41%, 3p-8/20-40%, FT-4/5-80%) 1.1리바, 0.9어시, 0.6스틸, 0.5턴오버
이동준(F): 8G(30분) 12.1점(2p-42/67-62%, FT-13/17-76%) 4.6리바, 0.5어시, 1.1스틸, 0.4블록, 2.6턴오버
앤써니 존슨(F): 8G(14분) 11.7점(2p-24/42-57%, 3p- 9/20-45%, FT-19/26-73%) 5.4리바, 1.6어시, 0.3스틸, 0.4블록, 2.9턴오버
허버트 힐(F,C): 8G(26분) 19.5점(2p-73/117-62%, FT-10/21-47%) 9.1리바, 1.6어시, 1.6스틸, 2.8블록, 3.3턴오버
- 2R 대구 오리온스 UP&DOWN -
UP- 김승현 2R: 8G(31분) 9.8점(2p-20/48-41%, 3p-7/23-30%, FT-17/20-85%) 7.6어시, 3.5리바, 2.1스틸, 3.9턴오버
‘가드는 관중을 즐겁게 하고, 센터는 감독을 즐겁게 한다.’ 라는 농구계의 속설이 있다. 화려한 플레이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이목을 즐겁게 만드는 가드. 그리고 눈에 띄진 않지만 실속 있는 플레이로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해내는 센터. 바로 두 포지션의 특징을 적절하게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헌데 이 속설도 키 작은 한 가드에게만큼은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돌아온 오리온스의 `야전사령관` 김승현을 두고 하는 말이다.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그만의 현란한 드리블과 패스는 관중들을 즐겁게 했고, 게임을 지배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그의 경기 운영 능력은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오리온스는 1R에서 평균 1791명의 홈 관중을 동원했지만, 김승현이 복귀한 2R에서는 평균 2654명의 홈 관중을 동원했다. 또한 연승의 시발점이 되었던 SK전에서 오리온스의 김남기 감독은 “김승현이 있는 것만으로 편하다.” 라며 만족감을 피력했을 정도로 김승현이라는 존재의 무게감은 여러모로 컸다.
티켓 파워와 특출난 기량이라는 무기를 보유한 김승현은 많은 관중들 앞에서 본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속공이면 속공 세트 오펜스면 세트 오펜스, 팀의 공격을 자유자재로 진두지휘 할 수 있는 김승현은 오리온스의 ‘신바람 농구’ 를 실현시키는데 앞장섰다. 일명 ‘룸서비스’ 라고 불리는 김승현의 절묘한 패스는 김강선, 허일영, 이동준의 손쉬운 득점으로 연결되었고, 허버트 힐의 구미에 딱 맞는 그의 엔트리 패스와 랍 패스는 골밑 공격과는 거리가 멀었던 힐을 골밑으로 불러일으키는 역할까지 수행해냈다. 연일 이어지는 맹활약 속에 10개 팀의 2R가 모두 끝난 12월 1일 현재, 김승현은 보란 듯이 어시스트 부문 1위와 스틸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김승현에게도 옥의 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턴오버. 김승현은 현재 턴오버 부문에서도 평균 3.9개의 턴오버로 불명예스러운 1위에 랭크되어있는 상태다. 특유의 창조적인 플레이가 빚어낸 유일한 약점이다. 턴오버를 줄이자고 김승현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워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느 정도의 개선은 필요하다. 속공 찬스에서 동료들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앞서가는 패스를 한다든지, 볼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끈다든지 하는 플레이는 좋지 않다. 이러한 점은 팀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프시즌 ‘이면계약 파문’ 으로 한국농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김승현. 누구보다도 맘고생이 심했을 그였지만, 팬들을 위해 또 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재기에 성공했다. 코트로 돌아오기 위해 올 시즌을 앞두고 5kg의 체중을 감량했고, 재활과 연습에만 매진한 본인의 성과였다. 이제는 관중과 감독에게 보답할 일만 남았다. 3R에서도 모든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행복 전도사’ 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DOWN- 오용준 1R: 8G(17분) 8.3점(2p-19/33-58%, 3p-7/21-33%, FT-8/9-89%) 1.6리바, 1.1어시, 2.0턴오버
2R: 8G(18분) 4.8점(2p-5/12-41%, 3p-8/20-40%, FT-4/5-80%) 1.1리바, 0.9어시, 0.5턴오버
1R 케빈 마틴에 이어 2R DOWN 플레이어의 바통은 오리온스의 ‘기복남’ 오용준이 넘겨받았다. 기복남이란 활약할 때와 부진할 때를 비교, 경기력의 격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오용준의 특성을 비유하여 필자가 붙인 별명이다. 위에 표기된 개인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1R의 오용준과 2R의 오용준이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2R에서 본인의 공격 비중이 줄어들었고, 슈터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기복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오용준의 부진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자신감’ 이었다. 문경은, 우지원과 같은 리그 최고의 슈터들은 모름지기 슈터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그만큼 자신감은 슈터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 중에 하나다. 하지만 오용준은 자신감이 없다. 아니 없다기보다는 ‘빨리 닳는다.’ 라는 쪽이 옳겠다. 항상 시작은 자신감이 있었지만, 슛 실패가 잦을 경우 쉽게 주눅이 들었기 때문. 물론 슛이 잘 터지는 날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슛이 안 터지질 때다. 슛이 안 터지는 날에는 움직임 자체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수비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한 날에는 투명인간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오리온스 팬들의 긴 한숨을 자아내기도 했다.
두 번째는 ‘빈틈 공략에 실패’ 했다는 점. 오리온스에는 오용준을 제외하더라도 허일영이라는 걸출한 슈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비교적 활용도가 높은 허일영이 1옵션, 오용준이 2옵션으로 코트에 발을 내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도중 2R 두 번째 경기였던 SK전에서 허일영이 부상을 당했고, 한동안 팀을 이탈하게 되었다. 오용준에게는 주전 경쟁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셈. 하지만 기록은 오히려 허일영이 있을 때보다 저조했다. ‘22분 출장 4.0점, 2점 28.5%, 3점 25%.’ 허일영이 부상으로 결장한 3경기 동안 오용준이 남긴 평균 기록이다. 1,2R 때보다 많은 시간을 뛰었지만, 평균 기록보다 못한 성적을 남겼다. 결국 빈틈 공략에 실패한 오용준은 허일영의 공백을 메우기는커녕 허일영을 그립게 만드는 꼴을 낳았다.
오용준에게는 본인이 잘했었던 경기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21분을 뛰고 17점을 올렸던 1R 전자랜드전, 15분을 뛰고 16점을 올렸던 1R 삼성전에서는 돌파에 의한 득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고로 오용준은 돌파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껴야한다. 돌파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는 아니지만, 슈터라는 의외성과 본인의 의지만 결합한다면 충분히 본인의 옵션으로 만들 수 있다. 1R에서 상승세를 탔고 2R에서는 하향세를 걸었던 오용준. 마치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는 것 같다. 이제 3R가 다가온다. 잊지 말자. 3R는 다시 상승세를 탈시간임을.
- 2R 총평, 앞으로의 전망 -
2R 오리온스의 키워드는 연승과 연패였다. 1패 후 거침없는 3연승으로 2R의 서막을 알렸다면, 가차없는 4연패로 2R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연승과 연패에 한가운데서 김승현이 서 있었다. 김승현을 등에 업고 연승을 달렸고, 김승현에게 질질 끌려서 연패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김승현에게만 과다 의존하는 문제가 김승현 본인이든 오리온스든 모두가 해결해야 할 숙제임은 틀림이 없었다.
한편, 이동준의 부활이 팀에 큰 활력소가 되었다. 골밑 플레이와 궂은일을 담당하는 이동준의 활약이 오리온스를 뚝심 있는 팀으로 건설하는데 한 몫을 했다. 게다가 팀에 새로 합류한 앤써니 존슨도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줬고, 백업 가드 윤병학의 알토란같은 플레이도 고무적이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에 쓸려 다닌 2R였지만, 전반적인 팀 전력이 상승했고, 1R보다 짜임새 있고 노련한 팀으로 변모한 덕분에 본격적인 순위 경쟁의 토대를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3R에서는 2R보다 더 완벽한 팀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나’가 아닌 ‘팀’을 먼저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만 한다. 팀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팀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뜻도 있지만, 팀을 위해서 자신이 나서야 할 때는 과감하게 나서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느 특정 선수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모두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뛴다면, 3R에서는 보다 순위 경쟁에 박차를 가하는 오리온스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첫댓글 3라운드부터는 안정적인 승률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동준의 부상이 악재로 작용하지않을까 염려됩니다 ㅠ
정말 잘 읽었습니다.. 역시 핵심 키워드는 김승현인데..... 4쿼터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