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KBO 개그콘서트
때는 2005년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에는 ‘팀 웨이크필드’라는 선수가 있었음. 이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몇 없는 너클볼 투수였음.
너클볼은 손가락 관절로 던지는 변화구임. 보통의 투구는 회전수가 분당 2천을 넘어가기 때문에 실밥이 안 보이는데, 너클볼은 정반대로 회전수가 적을수록 좋음.
너클볼은 현존하는 모든 구종 중 가장 변화무쌍한 공임. 타자는 물론이고 던지는 투수와 받는 포수도 공이 어디로 갈지 모름. 그래서 잘 던진 너클볼은 마구 그 잡채임. 예전에 베이스볼 투나잇에서 너클볼 대처법을 의논한 적이 있는데, 결론이 ‘기도를 열심히 하자’였음. 이 글의 주인공인 웨이크필드 씨가 안타 때린 상대 타자한테 “님 내 공 어케 침??” 물어보자 타자의 답변도 “몰라? 걍 휘두름.” 이었음ㅋㅋㅋ
게다가 너클볼은 손의 악력으로 던지는 공이기 때문에 팔에 부담도 없음. 너클볼 전문 투수들은 메이저에서도 40대 중반까지 공을 던졌고, 최고의 너클볼 권위자로 꼽히는 필 니크로는 40대에만 121승을 함. 너클볼 투수는 공을 못 던져서 은퇴하는 게 아니라 너무 늙어서 (땅볼 타구에) 1루 베이스 커버 들어갈 기력이 없어져서 은퇴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여기까지 읽었다면 ‘엥 존나 지구 최강 구종 아님?? 왜 우리 팀 투수들 너클볼 안 배움??’이란 생각이 들 거임.
왜냐
공이 어디로 갈지 진짜 아무도 모르기 때문 ㅎ
회전수가 낮으면 어디로 갈지 던진 사람도 모름 + 다른 변화구랑은 투구 매커니즘 자체가 다르다보니 너클볼 전문적으로 파면 다른 구종은 익히기 힘듬 + 그렇다고 회전수 좀 들어가면 배팅볼 돼서 홈런 개처맞음
환장의 삼박자...
이렇게 막 나가는 공...잡는 건 쉬울까?
당연히 존나 어려움....
공이 존나 지 맘대로 가기 때문에 왼쪽 같은 일반 포수용 미트는 꿈도 못 꾸고, 소프트볼용 대형 미트를 써야함.
여튼 팀 웨이크필드는 메이저를 대표하는 너클볼 투수 중 하나였고, 보스턴 레드삭스와 종신계약을 맺은 프렌차이즈 스타였음. 레드삭스는 어떻게든 웨이크필드의 공을 받을 포수를 구해야만 했음.
2002년 스프링캠프, 여러명의 포수가 참여해 웨이크필드의 공을 받아봄. 그 중 ‘덕 미라벨리’라는 선수만이 웨이크필드의 공을 받는데 성공함. 미라벨리는 자연스럽게 웨이크필드의 전담 포수가 됨.
BUT 그는 타격을 못했음. 그냥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좆같이 못했음...
웨이크필드의 공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미라벨리 뿐이라 꾸준히 출장 기회를 받았지만 그의 타격 실력은 전혀 늘지 않음. 2005년까지 무려 3년을 출장했지만 안타 갯수x3 = 삼진 갯수라는 무시무시한 타격 실력을 자랑함.
상대팀은 9번 타순까지 있는데 우리는 8번 타순까지만 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
결국 레드삭스의 단장 테오 엡스타인은 미라벨리를 샌디에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 시키고 (타격이 나쁘지 않은) 새 포수를 영입함
제이슨 비라택은 매년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레드삭스의 전성기를 이끈 좋은 포수였지만...웨이크필드의 너클볼을 받는 건 다른 문제였음. 비라택은 “너클볼을 포구하는 건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는 거랑 똑같다”는 명언 아닌 명언을 남기고 포기.
백업 포수인 조시 바드는 4월 한 달에만 10 포일을 기록하고 탈락 ㅎ
(시발)
결국 레드삭스는 한 달만에 덕 미라벨리의 소중함을 깨닫고 샌디에고 파드리스한테 연락을 함ㅋㅋㅋㅋㅋㅋㅋ백업 포수인 조시 바드+유망주+현금 10만 달러를 주고 덕 미라벨리를 재구매하게 됨.
이 트레이드를 가장 싫어한 팀은 뜻밖에도(?) 뉴욕 양키스였음. 양키스와 레드삭스는 대대로 라이벌인데다 웨이크필드는 5월 1일 양키스 전 등판 예정이었기 때문.
양키스는 이 트레이드를 훼방놓기 위해 경쟁입찰까지 하지만 샌디에고 파드리스 단장이 레드삭스 단장인 엡스타인과 친했기 때문에 무난하게 계약이 성사됨. 뉴욕 양키스vs보스턴 레드삭스 경기 당일 오전이었음.
BUT 샌디에이고와 보스턴은 미국 끝과 끝이었음. 2004년 레드삭스의 우승을 함께한 조니 데이먼은 2005년 양키스로 이적했는데, 조니 데이먼을 상대하는 첫 경기였음.
이런 경기에 우리 프차 공 제대로 받는 포수가 없어서 진다? 심지어 홈인데? 상대가 그 원수 같은 뉴욕 양키스인데? 조니 데이먼이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타석에 들어오는데? 게다가 우리 팀은 메이저에서 제일 극성인거로 유명한 레드삭스인데?
포일로 지면 구장에 불이 날지도 모른단 걸 예감한 레드삭스 수뇌부는 당일 저녁 경기에 미라벨리를 등판 시키기 위해 냅다 전용기를 띄움. 오후 6시 48분, 미라벨리를 태운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함. 경기 시작은 오후 7시.
경찰차 등장ㅋㅋㅋㅋ레드삭스 팬들은 라디오로 이 호위작전 실시간 중계를 들으며 미라벨리를 기다렸고, 미라벨리는 경찰차 안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다음
후다닥 경기장 안으로 들어옴. 다시 만난 동료들과 인사할 시간도 없이 바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팬들의 응원에 힘 입어 웨이크필드의 너클볼을 잘 받아내고 승리를 거둠. 이때 생긴 미라벨리의 별명이 ‘The savior'. 구조자라는 뜻임.
그러나 타격엔 끝까지 재능이 없어서 웨이크필드 전담 포수로 몇 년 더 뛰다가 은퇴했다고 한다.
- 끝 -
첫댓글 와 존나 재밌다ㅋㅋㅋㅋㅋㅋ포수 소중하지 아무래도~
너무재밓따
아 ㅁㅊ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다 진짴ㅋㅋㅋㅋㅋ
아 진짜 개재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 흥미진진하다 ㅋㅋㅋㅋㅋㅋ미라벨리 은퇴하고나서 웨이크필드 공은 누가 받았대..??? 궁금
기승전결 개연성이 너무 확실하닼ㅋㅋㅋㅋㅋㅋㅋ 아 글을 너무 잘썼다 짱재밌엌ㅋㅋㅋㅋㅋㅋ
와 존나재밋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흥미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