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승부처 '종로' 보수-진보 다양한 변화
종로 일대 시민·자영업자 등 "코로나로 너무 힘들어, 경제 살려달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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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코로나19로 살기가 너무 어렵다며, 경제 좀 살려달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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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윤슬기·김서현 기자]
"잘 먹고 잘사는 것, 일자리 만들어주는 대통령이죠."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시민들은 내년 대선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경제', '일자리', '공정'을 화두로 꼽았다.
종로가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1996년 15대 총선), 노무현 전 대통령 (1998년 보궐선거) 모두 종로를 거친 뒤 대선주자로
자리 잡고 청와대까지 입성했다.
또 종로는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으로 불렸지만,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9대에 이어 20대까지 종로에서
승리하면서 진보의 표밭이라는 견해도 있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도 종로다.
이렇듯 보수와 진보 이념이 엇갈리는 종로 민심의 변수는 단연 코로나19다. 종로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입을 모아 '경제'를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민생을 조금이라도 살려달라는 일종의 호소다.
◆ "먹고 살기 너무 힘들어…제발 좀 해결해달라"
낙원상가 일대에서 40년간 소매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60대 정 모 씨는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정 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라면서
"체감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대선 후보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80대 노인도 '경제'를 강조했다.
그는 "물가가 너무 올랐다"면서 "말만 번지르르한 정치에 신뢰도가 추락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청년 지원에 너무 (정책이) 치중돼 있다"면서 "노인들의 삶도 좀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어떤 나이 이상 넘어가면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70대 박 모씨는 "국민을 위해 돈을 써야 한다.
재난지원금 오락가락 날짜만 미루지 말고 빠르게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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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있는 탑골공원. 이날 만난 노인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치를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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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할 수 있는 정치를 좀 보여줬으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문구업체를 운영한다고 밝힌 김모(63)씨는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가치는 공정이다"라면서
"사정기관 수장들이 대권으로 직행하는 상황은 좋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윤 전 총장의 문재인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은 (정치적) 노선이 다르니 당연하다"며
"양극단의 치우친 진영 논리, 진영 싸움에 피로감 '총 없는 전쟁'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평안을 위해서는 비리를 일삼는 정치인들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악기점을 운영하는 이모(70) 씨는 "대선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아무래도 경제다"라면서
"재난지원금은 선심성 지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두기 방침은 재고해야 한다"면서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규제하지 않고 식당 등만 규제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
소상공인으로서 힘든 시기다"라고 토로했다.
50대 시민 김 씨는 "윤석열이나 최재형 (경선 등 거치지 않고) 대선 후보로 바로 나가도 문제 없다,
KTX 타고 가듯 나가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경험 부재에 대해서는 "
(조직에 관한) 인사만 잘하면 문제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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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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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다양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40대 이모 씨는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와 '공정' 이 두가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면서
"코로나 이후 매출이 너무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집값, 임금, 노동시간 제한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저임금 올라야 하는 것 맞으나 코로나로 다들 어렵지 않나,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백신 빨리 맞아서 얼른 코로나 이전의 일상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60대 한 경비원은 정치인들이 스스로 불신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정치인에게 속고 사기당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말에 책임을 지지 않고, 거짓말을 일삼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동생들은 아직 백신을 맞지 못했다"면서 "백신 수급 상황을 더 제대로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향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여야는 대선 후보를 내기 위한 실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권 대선 주자를 정리하기 위해 1차 컷오프를 통해 8명의 후보를,
2차 컷오프를 통해 4명의 후보를 남길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경선 일정을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19일 결론을 내기로 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선관위 중심으로 (경선 연기 일정에)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주 월요일(19일) 최고위에 수렴 내용을 보고한 뒤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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