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사-
난 일단 그들에게 피살자의 정체를 밝혀 주었다.
그리고 내가 왜 피살자를 몰래 미행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들은 내 말에 적잖이 놀라는 듯한 눈치였다.
난 그들의 반응을 짐짓 무시하는 척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어젯밤 잠을 자러 방으로 들어간 시각이 8:30분 정도였습니다. 곧 피살자도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거의 저랑 같은 시간에 말이죠. 그가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난 차분히 산장주인 [장경훈] 과 한물주에게 이같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물었다.
“8시30분 이후부터 살인이 일어났었던 6시까지의 알리바이를 대 주시겠습니까?”
산장주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와 이친구도 거의 같은 시각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9시 30분에서40분 정도였던 걸로 기억되는 군요.”
한물주도 이어서 답했다.
“전 술에 만취해 있어서 기억이 어렴풋한 게 사실이랍니다. 그러나 제 생각으로도 그 시간 즈음에 방으로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곤 곧 뻗어 버렸습죠. 그 이후 문부서지는 소리에 놀라 깨기 전까지........”
그들의 진술을 들은 후 난 잠깐 생각에 잠겨 보았다. 그리고 계속했다.
“그렇다면 장경훈 씨의 알리바이만 신빙성이 떨어지네요. 당신이 잠을 자러 갔다는 것을 증명해줄 사람이 유일하게 없군요.”
장경훈<산장주인>이 약간 언짢은 표정으로 답했다.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인정을 합니다. 하지만 내가 저 사람을 죽일 이유가 뭐겠습니까? 어제 처음으로 본 생판부지의 사람을 말이요. 그리고 문이 안으로 잠겨 있었던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죽인단 말입니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군요.”
“당신이 피살자와 초면인지 아니면 그전부터 은밀히 내통해 오던 사이인진 나중에 조사를 해보면 모두 밝혀 질 것입니다. 사실 피살자가 출소를 하자마자 이 산장을 의도적으로 찾아왔었다는 점은 상당히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장경훈의 안색이 확실히 굳어졌다.
“제가 살인을 할 수 없었다는 확증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죠?”
“제 휴대폰에 문자가 들어 왔었습니다. 살인이 있던 그 직전에 말이요.”
난 그가 나에게 건네주는 휴대폰의 문자와 그 글이 날아왔던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사 ㄹ 려줘-
pm:6:00
<발신:019- 377- 3890 (정재목의 핸드폰 번호가 틀림없다)>
“보시다시피 전 그 시각에 제 휴대폰이 울려서 깨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전엔 자고 있었고 말이죠. 당연지사 살인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난 더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이 문자가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군요. 피살자가 어떻게 당신의 휴대폰 번호를 알았을까요. 당신의 말대로라면 피살자와 당신은 전혀 모르는 사이 였는데?"
“제 휴대폰은 어제 우리가 앉아있던 난로의 소파위에 버려지듯 던져져 있었습니다. 그가 제 휴대폰의 번호를 못 봤을 이유가 없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피살자가 자신이 살해당할 것을 미리 간파하고 당신의 휴대폰 번호를 외우고 있었다는 가정은 정말 억측이군요. 안 그렇습니까?”
장경훈은 살인누명을 벗으려다가 오히려 자신이 피살자와 그 전부터 내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실토해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자신이 좀 전에 진술한 내용을 반증하는 물증을 자신의 손으로 떡하니 제시해 놓은 것이다. 자신도 느꼈는지 몹시 당황해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 어찌되었건 간에 저에겐 분명 그 시각에 문자가 들어왔고, 전 그 시각에 제방에서 자고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로 입증 되었습니다. 그렇죠?”
난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에 정리해 보았다. 그가 방문을 부수고 그 방으로 들어간 뒤 5-10초 후 내가 달려 들어갔다. 그때의 시간이 6시 정도였다. 오차는1-2분 사이…….
그 순간 그가 살인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를 뒤따라 그 방으로 달려갔던 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되었다.
그 짧은 시간 끈으로 목을 졸라 사람의 목숨을 끊어 놓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불가능 한 일기에,
하물며 죽은 피살자의 핸드폰을 이용해 6시 정각에 자신의 휴대폰에 문자를 띄울 수 있었는가? 이 역시 만부당 하다. 안으로 꽁꽁 잠겨진 그 방안의 휴대폰을 이용해 자신에게 문자를 보낼수 있었던 방법은 불행히도 존재치 않는다. 벽을 통과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놈이 피살자와 내통한 사이일수는 있으나,
놈이 피살자를 살해할 수 있었던 어떠한 가정도 성립되지 않는다.
정말이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한물주 또한 범인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인 장경훈도 살인을 할 수 없었다.
사건이 발생했던 그 방은 외부완 완전 차단된 밀실이었기에,
오후가 되면서 서서히 날이 개여 오기 시작했다, 산에 눈이 녹으며 이제 수사진이 이 산장으로 오는 일은 그야말로 시간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난 기다렸다는 듯 신고를 하였다. 2시간 정도 시간이 경과된 후 초동 수사반이 사건현장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
그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검시관은 검안을 하기위해 사체를 옮겼고 감식반은 지문재취와 단서 수집에 열을 올렸다. 그들은 특히 정재목이 죽어있던 현장 조사에 골몰하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밀실살인이라는 것이 그들에게도 적잖은 압박감으로 미쳤나 보다. 그도 그럴것이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희대의 밀실살인이니.......,
난 일단 그들에게 내가 들었었던 알리바이와, 사건 경위를 브리핑해 주었다.
그들 역시 장경훈을 의심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러나 그 범행을 입증할만한 아무런 가정도 성립되지 않는다.
일단 죽은 정재목과 장경훈이 어떤 사이였는지 밝혀내는 게 급선무 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일주일이 흘러가 버렸다.
검시결과 역시 사인은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다.
살인이 일어났던 문제의 방에서 장경훈 <산장주인>의 지문이 나오긴 했지만,
사건 직후, 장경훈이 피살체를 만지면서 묻었을 수도 있는 것이기에 신빙성이 떨어졌다.
피살체의 바로 옆에 떨어져있던 휴대폰에서도 지문은 검출되지 없었다.
환풍기에도 내가 손을 집어넣었을 때 생겼을 내 지문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살인이 범해졌을 당시 범인이 위생장갑 또는 면장갑을 끼고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누구나가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우리의 소지품 중, 장갑이 발견 된다 손치더라도 전혀 물증이 될 수 없었다.
그건 그날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장갑을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한의 11월 날씨에 장갑을 안 끼고 맨손으로 산을 오른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나 역시도 장갑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그 장갑은 내가 잠들었던 방의 침대 옆에 놔두었었다.
한물주의 장갑은 우리가 술을 마셨던 소파위에 내 팽개쳐져 있었으며.
집주인의 장갑은 그의 안장 장롱 서랍 속에서 발견 되었다.
만약을 생각해 각자의 장갑 속에 묻어있는 지문도 분석해 보았으나,
당사자의 지문 외에는 그 어떤 지문도 검출되지 않았다.
이런식으로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져 들다 보니 언론의 비난은 다시 우리들에게 집중되었고,
언제나 그러하듯 또다시 경찰은 무능력한 집단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