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古文眞寶前集卷之 八
1 대풍가(大風歌)-유방(劉邦)
大風起兮(대풍기혜) : 큰 바람이 일어남이여
雲飛揚(운비양) :
구름이 날아 떨치는구나
威加海內兮(위가해내혜) : 위세가 온세상에 떨침이여
歸故鄕(귀고향) : 고향으로
돌아가는도다
安得猛士兮(안득맹사혜) : 어찌하면 날랜 장사 얻어
守四方(수사방) : 사방을 지킬까
2 양양가(襄陽歌)-이백(李白)
落日欲沒峴山西(락일욕몰현산서) : 지는 해 현산 서쪽으로
지려는데
倒著接䍦花下迷(도저접리화하미) : 흰 건을 거꾸로 쓰고 꽃 아래 서성거린다
襄陽小兒齊拍手(양양소아제박수) : 양양의 아이들
좋아라 손뼉치고
攔街爭唱白銅鞮(란가쟁창백동제) : 거리를 누비며 앞다투어 백동제를 노래한다
旁人借問笑何事(방인차문소하사) : 옆
사람이 묻기를 무슨일로 웃는가 하니
笑殺山翁醉似泥(소살산옹취사니) : 산에 사는 노인이 곤죽으로 취하여 웃어 죽겠다네
鸕鶿杓(로자표)
: 노자 구기
鸚鵡杯(앵무배) : 앵무 술잔
百年三萬六千日(백년삼만륙천일) : 백 년 삼만 육천
일을
一日須傾三百杯(일일수경삼백배) : 하루에 모름지기 삼백 잔을 마시겠노라
遙看漢水鴨頭綠(요간한수압두록) : 멀리 바라보니 한수는
오리 머리처럼 푸르러
恰似葡萄初醱醱(흡사포도초발발) : 흡사 포도주가 처음 괼 때 같구나
此江若變作春酒(차강약변작춘주) : 이 강물이
변하여 모두 봄술이 된다면
壘麴便筑糟丘臺(루국편축조구대) : 쌓아올린 누룩 더미에 조구대를 지으리라
千金駿馬換小妾(천금준마환소첩) :
천금짜리 준마를 소첩과 바꾸어서
笑坐雕鞍歌落梅(소좌조안가락매) : 비단 안장에 웃고 앉아 낙매곡을
부르리라
車旁側挂一壺酒(차방측괘일호주) : 수레 옆에 한병 술을 매달아 놓고
鳳笙龍管行相催(봉생룡관행상최) : 봉피리 용젓대로 길
가며 서로 권하리라
咸陽市中嘆黃犬(함양시중탄황견) : 함양 거리 위에서 누런 개를 탄식한다면
何如月下傾金罍(하여월하경금뢰) : 어떻게
달 아래 금술잔을 기울이리오
君不見晉朝羊公一片石(군불견진조양공일편석) : 그대는 보지 못헸는가, 진나라 양공의 한 조각 돌을
龜頭剝落生莓苔(구두박락생매태) : 거북머리 벗겨지고 이끼 끼어
淚亦不能為之墮(루역불능위지타) : 눈물로 또한 떨어뜨릴 수도
없고
心亦不能為之哀(심역불능위지애) : 마음 또한 슬퍼할 수가 없구나
清風朗月不用一錢買(청풍랑월불용일전매) : 청풍명월은 한 푼도 돈
들여 살 필요 없고
玉山自倒非人推(옥산자도비인추) : 옥산은 사람이 밀어버리지 않아도 절로 거꾸러진다네
舒州杓(서주표) : 서주
구기
力士鐺(력사당) : 역사 노구솥
李白與爾同死生(리백여이동사생) : 이백이 너와 함께 생사를
같이하리라
襄王雲雨今安在(양왕운우금안재) : 양왕의 운우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江水東流猿夜聲(강수동류원야성) : 강물은 동쪽으로
흐르고 원숭이 밤 울음소리 들려오네
3 飮中八仙歌(음중팔선가)-杜甫(두보) - 술 취한 여덟 신선
知章騎馬似乘船(지장기마사승선) : 지장이 말을 타면
배에 오른 듯 흔들리고
眼花落井水底眼(안화락정수저안) : 눈앞이 어지러워 우물에 떨어지면 물 아래에서
잠든다.
汝陽三斗始朝天(여양삼두시조천) : 여양은 서 말 술을 마셔야 조정에 나가고
道逢麯車口流涎(도봉국거구유연) : 길에서 누룩
수레만 만나도 군침을 흘린다.
恨不移封向酒泉(한불이봉향주천) : 주천 고을로 벼슬을 옮기지 못함을
한스러워한다
左相日興費萬錢(좌상일흥비만전) : 조상은 날마다 유흥비로 만 전을 쓰고
飮如長鯨吸百川(음여장경흡백천) : 큰 고래가
백천의 물을 모두 마시듯이 술을 마시고
銜杯樂聖稱避賢(함배락성칭피현) : 술잔을 들면 청주를 마시지 탁주는 마시지
않는다.
宗之瀟灑美少年(종지소쇄미소년) : 종지는 멋쟁이 미소년으로
擧觴白眼望靑天(거상백안망청천) : 술잔 들고 흰 눈동자로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데
皎如玉樹臨風前(교여옥수임풍전) : 눈동자가 밝고 깨끗하여 옥 나무가 비람에 흔들리듯
蘇晋長齋繡佛前(소진장재수불전)
: 소진은 부처님 앞에서 오래 기도하다가
醉中往往愛逃禪(취중왕왕애도선) : 술에 취하면 종종 참선한다는 핑계대기를
즐겨한다
李白一斗詩百篇(이백일두시백편) : 이백은 한 말 술에 시 백 편을 짓는데
長安市上酒家眠(장안시상주가면) : 취하면 장안
시장바닥 술집에서 잠을 잔다
天子呼來不上船(천자호래불상선) :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않고
自稱臣是酒中仙(자칭신시주중선) :
스스로 술 취한 신선이라 부르네.
張旭三杯草聖傳(장욱삼배초성전) : 장욱은 세 잔은 마셔야 초서를
쓰는데
脫帽露頂王公前(탈모노정왕공전) : 모자는 벗고 맨머리로 왕공들 앞에 나타나서
揮毫落紙如雲煙(휘호락지여운연) : 종이 위에 붓을
휘두르면 구름 같고 연기 같다
焦遂五斗方卓然(초수오두방탁연) : 초수는 다섯 말은 먹어야 신명이 나는데
高談雄辯驚四筵(고담웅변경사연)
: 고상한 이야기와 뛰어난 말솜씨는 사방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한
다
4 취시가(醉時歌)-두보(杜甫) - 술에 취한 노래
諸公袞袞登臺省(제공곤곤등대성) : 여러 고관들 달아서 대에
오르나
廣文先生官獨冷(광문선생관독랭) : 광문선생은 벼슬이 홀로 싸늘하다
甲第紛紛厭粱肉(갑제분분염량육) : 즐비한 저택에서는 좋은
음시과 고기도 싫증나나
廣文先生飯不足(광문선생반불족) : 광문 선생은 먹을 밥도 부족하다네
先生有道出羲皇(선생유도출희황) : 선생은
복희씨와 황제보다 뛰어난 도를 지니고
先生有才過屈宋(선생유재과굴송) : 굴원과 송옥보다 재주가
뛰어나도다
德尊一代常轗軻(덕존일대상감가) : 덕망이 일대에 높아도 항상 기회를 얻지 못하니
名垂萬古知何用(명수만고지하용) : 명성이
만고에 전해진들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다
杜陵野客人更嗤(두릉야객인갱치) : 두릉의 늙은이를 사람들은 더욱
비웃으리라
被褐短窄鬢如絲(피갈단착빈여사) : 입은 베옷은 짧고 좁으며 머리털은 명주실 같도다
日糴太倉五升米(일적태창오승미) :
날마다 나라 창고에서 닷 되 쌀이나 받으니
時赴鄭老同襟期(시부정로동금기) : 가끔은 정 영감에게 가서 같은 심정을
달랜다
得錢卽相覓(득전즉상멱) : 돈이 생기면 바로 서로를 찾아가
沽酒不復疑(고주불부의) : 술을 사먹기 주저하지
않는다
忘形到爾汝(망형도이여) : 형식 잊고 너니 나니 하는 사이가 되고
痛飮眞吾師(통음진오사) : 통음하니 정말 나의 술
스승이다
淸夜沈沈動春酌(청야침침동춘작) : 맑은 밤은 깊어가고 봄 술자리는 흥청되고
燈前細雨簷花落(등전세우첨화락) : 등불 앞에
가랑비 내리고 처마에는 꽃이 진다
但覺高歌有鬼神(단각고가유귀신) : 소리 높여 노래 불러도 도와줄 귀신 있음을
느끼나니
焉知餓死塡溝壑(언지아사전구학) : 굶어죽어 도라지나 골짜기를 메우개 될줄을 어찌 알리오
相如逸才親滌器(상여일재친척기) :
재주 뛰어난 사마상여도 직접 그릇을 씻었고
子雲識字終投閣(자운식자종투각) : 글 잘 아는 양자운도 끝내 교서각에서
투신하였다
先生早賦歸去來(선생조부귀거래) : 선생은 일찍이 귀거래사를 지어
石田茅屋荒蒼苔(석전모옥황창태) : 돌밭과 초갓집이 푸른
이끼러 황폐해졌도다
儒術於我何有哉(유술어아하유재) : 유학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孔丘盜跖俱塵埃(공구도척구진애) : 공자와
도척이 모두 흙먼지가 되었도다
不須聞此意慘愴(불수문차의참창) : 이 말을 듣고 반드시 마음이 서글퍼질 필요가 없으니
生前相遇且銜盃(생전상우차함배) : 살아있을 때 서로 만나 또 술이나 한 잔 하세 그려
5
6 서경이자가(徐卿二子歌)-두보(杜甫) - 서경의 두 아들을 노래하다
君不見徐卿二子生絶奇(군불견서경이자생절기)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서경의 두 아들이 뛰어난 것을
感應吉夢相追隨(감응길몽상추수) : 길한 꿈에 감응하여 연이어
태어났다네
孔子釋氏親抱送(공자석씨친포송) : 공자님과 부처님이 직접 안아 보내주었다니
竝是天上麒麟兒(병시천상기린아) : 모두 하늘이
내린 기린아라네
大兒九齡色淸徹(대아구령색청철) : 큰 아들은 아홉 살인데 비부색이 맑고 깨끗하여
秋水爲神玉爲骨(추수위신옥위골) :
가을 물처럼 맑은 정신과 옥처럼 고귀한 뼈대를 가졌고
少兒五歲氣食牛(소아오세기식우) : 작은 아이는 다섯 살인데 소라도 잡을
기골이라네
滿堂賓客皆廻頭(만당빈객개회두) : 집안 가득한 손님들 모두 머리 돌려바라보며
吾知徐公百不憂(오지서공백불우) : 서공은 이제
아무 걱정 없음을 우리는 알겠다
積善袞袞生公侯(적선곤곤생공후) : 꾸준히 적선하여 공후감
낳았도다
丈夫生兒有如此二雛者(장부생아유여차이추자) : 대장부 아들 낳아 이 두 자식 같다면야
名位豈肯卑微休(명위기긍비미휴) : 명성과
지위가 어찌 낮고 미천하다고 그칠 수 있겠는가
7 茅屋爲秋風所破歌(모옥위추풍소파가)-杜甫(두보) - 초가집이 가을바람에 부서지다
八月秋高風怒號(팔월추고풍노호)
: 팔월 드높은 하늘에 바람이 성난 듯 울부짖으니
春城屋上三重茅(춘성옥상삼중모) : 봄날 지붕 위에 세 겹 띠 풀이
덮혀있다.
茅飛渡江灑江郊(모비도강쇄강교) : 띠 풀은 날아가 강을 건너 강둑에 쌓이는데
高者挂罥長林稍(고자괘견장림초) : 위로
날아간 것은 나ANT가지 끝에 걸리고
下者飄轉沈塘坳(하자표전침당요) : 아래로 날아간 것은 날아 굴려가 웅덩이를
메운다
南村群童欺我老無力(남촌군동기아노무력) : 남촌의 아이들 나를 늙어 힘없는 노인이라 업신여겨
忍能對面爲盜賊(인능대면위도적) :
이제는 눈앞에서 도둑질하고
公然抱茅入竹去(공연포모입죽거) : 보란 듯이 띠 풀 안고 대숲으로 가버린다.
脣焦口燥呼不得(순초구조호부득)
: 입술은 타고 입은 말라 소리도 못치고
歸來倚仗自歎息(귀래의장자탄식) : 돌아와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한숨만
짓는다네.
俄頃風定雲墨色(아경풍정운묵색) : 이내 바람 멎고 먹구름 일어나
秋天漠漠向昏黑(추천막막향혼흑) : 가을하늘 아득한데 저물어
어둠이 깔린다
布衾多年冷似鐵(포금다년냉사철) : 베 이불 여러 해 지나니 차갑기 쇠와 같고
嬌兒惡臥踏裏裂(교아악와답리렬) :
개구쟁이 아이들 잠버릇 나빠 이불 속을 다 찢었구나.
牀頭屋漏無乾處(상두옥루무건처) : 지붕 새어 참상에 마른 곳 하나
없고
雨脚如痲未斷絶(우각여마미단절) : 빗발은 삼나무 같아 아직 끊어지지 않는다.
自經喪亂少睡眠(자경상란소수면) : 몸소 난리를 겪어
잠마저 줄어
長夜沾濕何由徹(장야첨습하유철) : 긴 밤을 흠뻑 젖어 어떻게 밤을 지낼까
安得廣廈千萬間(안득광하천만간) : 어찌하면 넓은
집 천만 간을 마련하여
大庇天下寒士俱歡顔(대비천하한사구환안) : 세상의 추운 사람 도와주어 모두가 기쁜 얼굴 갖게할까
風雨不動安如山(풍우부동안여산) : 비바람 몰아쳐도 끄떡없이 산처럼 평안히 살까
嗚呼何時眼前突兀見此屋(오호하시안전돌올견차옥) : 아,
어느 때 눈앞에 우뚝한 이런 집을 볼까나
吾廬獨破受凍死亦足(오려독파수동사역족) : 내 집이야 부서지고 내가 얼어 죽어도 나는 족하도다
8 관성상친시공사가(觀聖上親試貢士歌)-왕우칭(王禹偁)
- 성상께서 친히 선비 천거하는 시험을 보이는 것을 보는
노래
天王出震寰宇淸(천왕출진환우청) : 천자 동쪽 진역에서 나타나 온 천하가
맑아지니
奎星燦燦昭文明(규성찬찬소문명) : 문장을 주관하는 별빛이 찬란하게 문명을 밝히는구나
詔令郡國貢多士(조령군국공다사) : 군국에
조서를 내려 많은 선비 천거하라 하니
大張一網羅群英(대장일망라군영) : 거물을 쳐 놓으시고 여러 인재를
모아들이신다
聖情孜孜終不倦(성정자자종불권) : 성상의 마음 부지런하여 끝내 지치시지도 아니하시니
日斜猶御金鑾殿(일사유어금란전) :
해가 지는데도 아직 금란전에 행차해 계신다
宮柳低垂三月煙(궁류저수삼월연) : 궁궐의 버들 낮게 드리운 곳에 삼월의 안개
자욱하고
爐香飛入千人硯(노향비입천인연) : 향로의 향기 여러 선비들의 벼루로 날아 든다
麻衣皎皎光如雪(마의교교광여설) : 선비들의
베옷이 눈처럼 빛나는데
一一重瞳親鑑別(일일중동친감별) : 하나하나 임금님의 겹 눈동자로 친히 감별하신다
孤寒得路荷君恩(고한득로하군은)
: 외롭고 가난한 선비 길 얻어 임금님 은혜 입어
聚首皆言盡臣節(취수개언진신절) : 머리 모아 모두가 신하의 절개 다하겠다고
말한다
小臣蹤迹本塵泥(소신종적본진니) : 소신의 경력도 본래 먼지나 진흙 같았지만
登科曾賦御前題(등과증부어전제) : 과거에 올라
어전의 시험에서 시를 지었다네
屈指方經五六載(굴지방경오륙재) : 손 꼽아보니 이제 막 오륙년이 지났는데
如今已上靑雲梯(여금이상청운제)
: 지금은 이미 높은 벼슬에 오르는 단계에 올랐다
位列諫官無一語(위열간관무일어) : 간관의 위치에 있으면서 한 마디 옳은 말도
없었으니
自愧將何報明主(자괴장하보명주) : 무엇으로 밝으신 임금에게 보답할까 스스로 부끄럽도다
應制非才但淚垂(응제비재단루수) :
천자의 명에 따라 글 지을 재주 못되어 눈물만 흘리니
强作狂歌歌舜禹(강작광가가순우) : 억지로 미친 노래를 지어 요순같은 임금님을
노래하노라
9 화산수가(畵山水歌)-오융(吳融) - 산수를 글린 노래
良工善得丹靑理(량공선득단청리) : 훌륭한 화공은 단청의
이치를 잘 터득하고
輒向茅茨畵山水(첩향모자화산수) : 항상 초가지붕 아래서 산수를 그리는구나
地角移來方寸間(지각이래방촌간) : 땅 한
구석을 사방 한 치 안에 옮겨오고
天涯寫在筆鋒裏(천애사재필봉리) : 하늘 끝까지 경치가 붓 끝 아래
그려져있구나
日不落兮月長生(일불락혜월장생) : 해는지지 않고 달은 항상 떠 있고
雲片片兮水冷冷(운편편혜수냉냉) : 구름은 조각족각 떠
있고 강물은 싸늘하게 흐르는구나
經年胡蝶飛不去(경년호접비불거) : 한 해가 지나도 나비는 날아가지 않고
一片石數株松(일편석수주송) :
한 조각 바위와 몇 그루 소나무가
遠又淡近又濃(원우담근우농) : 멀어 옅어보이기도 하고 가까워 짙어보이기도
하구나
不出門庭三五步(불출문정삼오보) : 문이나 마당을 몇 발자국 나가지도 않아
觀盡江山千萬重(관진강산천만중) : 중첩된 천만 봉우리
모두 보게 되는구나
10 단경가(短檠歌)-한유(韓愈) - 짧은 등잔대를 노래하다
長檠八尺空自長(장경팔척공자장) : 여덟 자 길이 긴
등잔대는 공연히 길기만 하지만
短檠二尺便且光(단경이척편차광) : 두 자 길이 짧은 등잔대는 편하고도 밝기만
하구나
黃簾綠幕朱戶閉(황렴녹막주호폐) : 노란 발과 붉은 장막 쳐진 붉은 문은 닫혀 있는데
風露氣入秋堂凉(풍로기입추당량) : 바람과
이슬기운 들어 방 안은 차갑구나
裁衣寄遠淚眼暗(재의기원누안암) : 옷 마름질 하여 멀리 보내려니 눈물이 눈을 가리고
搔頭頻挑移近床(소두빈도이근상) : 머리 긁으며 자주 호롱불 심지 돗우며 가까운 상으로 옮아간다
太學儒生東魯客(태학유생동로객) :
태학의 유생들 동쪽 노나라 나그네
二十辭家來射策(이십사가래사책) : 스무 살에 집 떠나 과거보러 왔다네
夜書細字綴語言(야서세자철어언)
: 밤이면 작은 글자 쓰면서 글을 짓다가
兩目眵昏頭雪白(양목치혼두설백) : 두 눈은 눈꼽 끼어 어둡고 머리는 백발이
되었다네
此時提挈當案前(차시제설당안전) : 이 시간에도 책들고 책상 앞에 앉아
看書到曉那能眠(간서도효나능면) : 책보다가 새벽 되니
어찌 잠 잘 수 있으리오
一朝富貴還自恣(일조부귀환자자) : 하루 아침에 부귀 누리면 도리어 자만해져
長檠高張照珠翠(장경고장조주취) :
높은 등잔대 높이 올려 구슬 장식한 여자를 비춘다네
吁嗟世事無不然(우차세사무불연) : 아아, 세상일 모두 그렇지 않음이
없으니
墻角君看短檠棄(장각군간단경기) : 담장 모퉁이에서 그대는 짧은 등잔대가 버려진 것을 보고 있다
11 호호가(浩浩歌)-마존(馬存) - 호탕하게 노래부르다
天地萬物如吾何(천지만물여오하) : 천지 만물이 나를
어찌하리오
用之解帶食太倉(용지해대식태창) : 나를 등용하면 허리띠 풀어놓고 나라 곡식 먹을 것이요
不用拂枕歸山河(불용불침귀산하) :
등용되지 않으면 베개 밀쳐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君不見渭川漁父一竿竹(군불견위천어부일간죽)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위천 어부 여상의
한 낚싯대
莘野耕叟數畝禾(신야경수수무화) : 유신의 들에서 밭갈 던 노인 이윤의 몇 이랑 벼농사를
喜來起作商家霖(희래기작상가림) :
이윤은 기뻐하며 일어나 상나라의 단 비가 되었고
怒後便把周王戈(노후편파주왕과) : 여상은 화가 난 후 주나라 무왕의 무기를
잡았다네
又不見子陵橫足加帝腹(우불견자릉횡족가제복) : 또한 보지 못했는가, 엄자릉이 광무제의 배에 다리
를 올려 놓았던
일을
帝不敢動豈敢訶(제불감동기감가) : 황제는 감히 움직이지도 않았으니 어찌 감히 구짖었겠는가
皇天爲忙逼(황천위망핍) : 천상의
황제는 당황하여
星宿相擊摩(성숙상격마) : 별들이 서로 부딪히며 스치게 지나게했다
可憐相府癡(가련상부치) : 가련구나, 제상 후패는
바보스러워
激請先經過(격청선경과) : 먼저 찾아오라고 심하게 청하였다네
浩浩歌(호호가) : 호탕하게
노래하자구나
天地萬物如吾何(천지만물여오하) : 천지 만물이 나를 어찌하리오
屈原枉死汩羅水(굴원왕사율라수) : 굴원은 멱라수에 잘못
죽고
夷齊空餓西山坡(이제공아서산파) : 백이숙제는 공연히 서산 언덕에 죽었구나
丈夫犖犖不可羈(장부락락불가기) : 대장부의 뛰어난 뜻
얽매여서는 안되니
有身何用自滅磨(유신하용자멸마) : 몸을 건사하는데 어찌 스스로 망치는 방법을 쓰리오
吾觀聖賢心(오관성현심) : 내가
성현들의 마음을 살펴보건데
自樂豈有他(자락기유타) : 스스로 즐기는 것이지 어찌 다른 것이 있겠는가
蒼生如命窮(창생여명궁) : 많은
사람 가운데 운명이 궁색해지면
吾道成蹉跌(오도성차질) : 나의 도가 어긋나 넘어지게 된다네
直須爲弔天下人(직수위조천하인) : 직접
천하의 사람을 위해야 하니
何必嫌恨傷丘軻(하필혐한상구가) : 어찌 원망하여 공자와 맹자를 헐뜯는 것을 원망하리오
浩浩歌(호호가) :
호탕하게 노래하자구나
天地萬物如吾何(천지만물여오하) : 천지 만물이 나를 어찌하리오
玉堂金馬在何處(옥당금마재하처) : 옥당과 금마문이
어디에 있는가
雲山石室高嵯峨(운산석실고차아) : 구름 낀 산의 바위 동굴집은 높고도 높구나
低頭欲耕地雖少(저두욕경지수소) : 땅은
비록 작아도 머리 숙이고 밭을 갈려하나니
仰面長嘯天何多(앙면장소천하다) : 얼굴 들어 길게 휘파람 불면 하늘은 어찌하여
많은가
請君醉我一斗酒(청군취아일두주) : 청컨데, 그대는 한 말 술로 나를 취하게 하여라
12 칠석가(七夕歌)-장뢰(張耒)
人間一葉梧桐飄(인간일엽오동표) : 인간 세상에 오동나무 한 잎 떨어지니
蓐收行秋回斗杓(욕수행추회두표) : 가을의 신 욕수는 가을 철을 운행하려 북두칠성의 자루를 돌려놓
았다네
神官召集役靈鵲(신관소집역영작)
: 신관들은 신령스런 까치를 불러모아
直渡銀河橫作橋(직도은하횡작교) : 은하수를 곧장 건너 가로지르는 다리를
만들었다네
河東美人天帝子(하동미인천제자) : 은하수 동쪽에 미인인 천제의 딸 있어
機杼年年勞玉指(기저년년노옥지) : 베틀의 북은
해마다 옥같은 손을 수고롭게한다네
織成雲霧紫綃衣(직성운무자초의) : 베를 짜서 구름과 안개 같은 자주빛 옷을
만들어
辛苦無歡容不理(신고무환용불리) : 고생스럽지만 즐거움이 없어 얼굴도 치장하지 않는다네
帝憐獨居無與娛(제련독거무여오) :
하느님은 혼자 살면서 같이 즐길 일이 없음을 불쌍히 여겨
河西嫁與牽牛夫(하서가여견우부) : 은하수 서쪽 견우에게 시집을
보냈다네
自從嫁後廢織紝(자종가후폐직임) : 시집간 뒤로 베 짜는 일을 그만두고
綠鬢雲鬟朝暮梳(녹빈운환조모소) : 푸르고 구름 같은
머리를 아침 저녁으로 빗질만 했다네
貪歡不歸天帝怒(탐환불귀천제노) : 즐기는 일만 탐하고 돌아오지 않으니 천재가
노하여
責歸却踏來時路(책귀각답래시로) : 책하여 오던 길을 밟아 돌아가게 하였다네
但令一歲一相見(단령일세일상견) : 다만 일 년에 한
번만 만나게 하여
七月七日橋邊渡(칠월칠일교변도) : 칠월 칠석에야 다리를 건너게 하였다네
別多會少知奈何(별다회소지내하) : 이별의
날은 많은데 만나는 날은 적으니 어찌하리오
却憶從前歡愛多(각억종전환애다) : 종전의 기쁨과 사랑이 많았던 일을
기억한다네
怱怱萬事說不盡(총총만사설부진) : 바삐 서둘러도 만가지 일 다 말하지도 못했는데
玉龍已駕隨羲和(옥룡이가수희화) : 옥룡은
이미 마차를 몰고 히화를 따른다네
河邊靈官催曉發(하변영관최효발) : 은하수 가의 신관은 새벽 출발을
재촉하지민
令嚴不肯輕離別(영엄불긍경이별) : 명령이 엄하여도 이별을 가벼이 하려 하지 않는다네
便將淚作雨滂沱(편장루작우방타) : 곧
눈물이 비가 되어 쏟아지니
淚痕有盡愁無歇(누흔유진수무헐) : 눈물 자욱 다함이 있어도 수심은 그칠 날이
없다네
我言織女君莫歎(아언직녀군막탄) : 내가 직녀에게 말하노니, 그대여 탄식하지 말라
天地無窮會相見(천지무궁회상견) : 천지는
무궁하여 반드시 만날 것이네
猶勝嫦娥不嫁人(유승항아불가인) : 오히려 더 나으리라, 달의 선녀 항아는 시집가지
않고
夜夜孤眠廣寒殿(야야고면광한전) : 밤마다 홀로 광한전에서 잠을 자고 있으리니
13 다가(茶歌)-노동(盧仝) - 차를 노래하다
日高丈五睡正濃(일고장오수정농) : 해는 장 오척이나 높이 솟았어도
잠에 푹 빠졌는데
軍將扣門驚周公(군장구문경주공) : 군의 장교가 와 문을 두드리어 주공의 꿈에서 놀라게
하네
口傳諫議送書信(구전간의송서신) : 전하기를 간의께서 편지를 전해왔다 하니
白絹斜封三道印(백견사봉삼도인) : 흰 배단으로 비스듬히
봉하고 세 개의 도장이 찍히었구나
開緘宛見諫議面(개함완현간의면) : 봉함을 열자 간의의 얼굴이 완연히
나타나고
首閱月團三百片(수열월단삼백편) : 달처럼 둥근 삼백 봉지의 차를 먼저 보게되는구나
聞設新年入山裏(문설신년입산리) : 늘어
놓은 차에 대해 듣건데, 새해에 산 속에 들어가니
蟄蟲驚動春風起(칩충경동춘풍기) : 칩거하던 벌레들 놀라 움직이고 봄바람이
일어나니
天子須嘗陽羨茶(천자수상양선다) : 천자도 양선차를 맛보셨을 것이 틀림없다
百草不敢先開花(백초불감선개화) : 온갖 풀이 감히
먼저 꽃피우지 못하고
仁風暗結珠蓓蕾(인풍암결주배뢰) : 어진 사람이 살며시 구슬 같은 꽃봉우리 맺게
하니
先春抽出黃金芽(선춘추출황금아) : 봄에 앞서서 황금같은 싹을 뽑아내는구나
摘鮮焙芳旋封裹(적선배방선봉과) : 그 선명한 싹을 따서
향기롭게 구워 곧바로 봉하여 싸니
至精至好且不奢(지정지호차불사) : 지극히 정성되고 좋지만 사치한 것은
아니라네
至尊之餘合王公(지존지여합왕공) : 천자께서 쓰신 나머지는 왕공에게나 합당하나
何事便到山人家(하사변도산인가) : 무슨 일로 곧
산 속 사람에게까지 오게 되었는가
柴門反關無俗客(시문반관무속객) : 사립문 걸어놓고 있으니 세상 손님 아무도
없어
紗帽籠頭自煎喫(사모농두자전끽) : 깁모자 둘러 써고 스스로 다려 먹는다네
碧雲引風吹不斷(벽운인풍취부단) : 푸른 구름 같은 차의
김은 바람을 끌어들려 불어대고
白花浮光凝碗面(백화부광응완면) : 흰 꽃 같은 차 거품은 빛을 내며 찻간 위에
엉긴다
一碗喉吻潤(일완후문윤) : 첫째 잔은 목과 입을 적셔주고
二碗破孤悶(이완파고민) : 둘째 잔은 외로운 시름
깨쳐주고
三碗搜枯腸(삼완수고장) : 셋째 잔은 메마른 창자를 찾아가니
惟有文字五千卷(유유문자오천권) : 뱃 속에는 오천 권의 문자만
남게 되었다네
四碗發輕汗(사완발경한) :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을 나게 하여
平生不平事(평생불평사) : 평생의 불평스러운
일들을
盡向毛孔散(진향모공산) : 모두 털구멍으로 흩어져 나가게 하였다네
五碗肌骨淸(오완기골청) : 다섯째 잔은 살갗과 뼈를 맑게
해주고
六碗通仙靈(육완통선령) : 여섯째 잔은 신선의 신령스러움과 통하게 하네
七碗喫不得也(칠완끽부득야) : 일곱째 잔은 마실 수도
없으니
唯覺兩腋習習淸風生(유각양액습습청풍생) : 양편 겨드랑이에 날개가 생겨 맑은 바람 일으키며
오직 신선되었음을 깨닫게
된다네
蓬萊山在何處(봉래산재하처) : 봉래산은 어디쯤에 있는가
玉川子乘此風欲歸去(옥천자승차풍욕귀거) : 나 옥천자는 이 바람 타고
돌아가려한다네
山上群仙司下土(산상군선사하토) : 봉래산 위의 신선들 아래 땅을 다스리지마는
地位淸高隔風雨(지위청고격풍우) : 그
자리가 맑고도 높아 비바람이 이르지 않으니
安得知百萬億蒼生(안득지백만억창생) : 어찌 알리오, 백만 억
창생들이
命墮顚崖受辛苦(명타전애수신고) : 운명이 벼랑에서 떨어져 고통받고 있는 줄을
便從諫議問蒼生(변종간의문창생) : 그러니
간의에게 창생들에 대하여 물어본다면
到頭合得蘇息否(도두합득소식부) : 마침내 소행했는지를 바로 알 수 있도다
14 창포가(菖蒲歌)-사방득(謝枋得) - 창포를 노래하다
有石奇峭天琢成(유석기초천탁성) : 기이하게 솟아난 돌
있어 하늘 쪼아 만든 것
有草夭夭冬夏靑(유초요요동하청) : 싱싱한 풀 있어 겨울이고 여름이고 푸르다네
人言菖蒲非一種(인언창포비일종)
: 사람들 말하기를 창포는 한 가지만이 아니라네
上品九節通仙靈(상품구절통선령) : 상품은 한 줄기에 아홉 마디가 있어 신선의 영에
통하고
異根不帶塵埃氣(이근부대진애기) : 특이한 뿌리는 티끌 먼지의 속기를 띠지 않는다네
孤操愛結泉石盟(고조애결천석맹) : 외로운
지조는 샘이나 돌과 잘 지내기 좋아하고
明窓淨机有宿契(명창정궤유숙계) : 밝은 창 앞 깨끗한 책상과는 옛날부터 약속이
있었다네
花林草砌無交情(화림초체무교정) : 꽃 피는 숲과 풀 무성한 섬돌과는 가까이할 정이 조금도 없고
夜深不嫌淸露重(야심불혐청로중)
: 깊은 밤에 맑은 이슬 많이 받는 것도 싫어하지 않아
晨光疑有白雲生(신광의유백운생) : 사람들은 아침 햇살에 흰구름 이는 줄로
안다네
嫩如秦時童女登蓬瀛(눈여진시동녀등봉영) : 유연하기는 진시왕 때 동녀가 봉래와 영주산에 오르며
手携綠玉杖徐行(수휴녹옥장서행) :
손에 푸른 옥지팡이 들고 천천히 올라가는 듯하네
瘦如天台山上賢聖僧(수여천태산상현성승) : 수척하기는 천태산 이의 어질고 성스러워운
스님이
休糧節粒孤鶴形(휴량절립고학형) : 곡기를 끊고 살아가는 외로운 학 같은 모양이네
勁如五百義士從田橫(경여오백의사종전횡) :
굳세기는 오백 명의 의로운 선비가 전횡을 따라
英氣凜凜摩靑冥(영기늠름마청명) : 영명한 기운 늠름함이 푸른 하늘에 닿은
것같도다
淸如三千弟子立孔庭(청여삼천제자입공정) : 맑기는 공자의 삼천 제자가 공자의 마당에 서있어도
回琴點瑟天機鳴(회금점슬천기명) :
안회의 금과 증점의 슬이 천리의 소리를 울리 것같도다
堂前不入紅紛意(당전불입홍분의) : 창포 있는 방에는 여자의 붉은 연지와 흰 분이
들어오지 않고
席上嘗聽詩書聲(석상상청시서성) : 창포 있는 자리에는 글 읽는 소리만 들려온다네
怪石篠簜皆充貢(괴석소탕개충공) :
기이한 모양의 돌, 가는 대, 굵은 대는 모두 공물이 올랐고
此物舜廊當共登(차물순랑당공등) : 이 물건, 창포도 순임금 궁정에 다연히
공물로 올랐다네
神農知己入本草(신농지기입본초) : 신농은 잘 알아 본초에 넣었으나
靈均蔽賢遺騷經(영균폐현유소경) : 영균은 현명하지
못하여 이소경에서 읊는 것을 빠뜨렸구나
幽人耽翫發仙興(유인탐완발선흥) : 한가히 사는 사람이 창포에 빠져 즐기면 신선의 감흥을
느끼고
方士服餌延脩齡(방사복이연수령) : 방사들이 이를 복용하면 수명을 늘인다네
綵鸞紫鳳琪花苑(채란자봉기화원) : 창포는 빛깔 고운
난새와 자색의 봉황새 나는 기화원 같고
赤虯玉麟芙蓉城(적규옥린부용성) : 창포는 붉은 규룡과 옥 기린 노니는 부용성
같도다
上界眞人好淸淨(상계진인호청정) : 하늘의 진인들은 맑고 깨끗함 좋아하니
見此靈苗當大驚(견차영묘당대경) : 이 창포의 신령스런
싹을 보면 당연히 크게 놀라리라
我欲携之朝太淸(아욕휴지조태청) : 나는 이 창초를 가지고 태청궁으로
조공가
瑤草不敢專芳馨(요초불감전방형) : 요초가 감히 향기를 전횡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네
玉皇一笑留香案(옥황일소유향안) : 옥황황제가
한번 웃으며 향기로운 책상에 남겨두었다가
錫與有道者長生(석여유도자장생) : 자른 도가 있는 사람에게 주어 불로장생 하게
하리라
人間千花萬草儘榮艶(인간천화만초진영염) : 세상 천 가지 꽃, 만 가지 풀이 다 아름다움 다투지만
未必敢與此草爭高名(미필감여차초쟁고명) : 반드시 감히 이 풀들과는 고상한 이름 다투지 못하리라
15 석고가(石鼓歌)-한유(韓愈)
張生手持石鼓文(장생수지석고문) : 장생이 손수 석고문을
들고와
勸我識作石鼓歌(권아식작석고가) : 나에게 권하기를 한번 석고가를 지어보라고 알리네
少陵無人謫仙死(소릉무인적선사) : 소릉에는
사람 없고 적선마저 죽었으니
才薄將奈石鼓何(재박장내석고하) : 나의 엷은 재주로 석고문을 어찌 할까
周綱淩遲四海沸(주강릉지사해비) :
주나라 법 무너지고 사해가 들끓을 때
宣王憤起揮天戈(선왕분기휘천과) : 선왕이 분기하여 하늘 창을
휘둘렀네
大開明堂受朝賀(대개명당수조하) : 크게 명당을 열고 조회를 받으니
諸侯劍佩鳴相磨(제후검패명상마) : 제후들 모여들어 찬 칼과
구슬 부딪쳐 소리났네
蒐于岐陽騁雄俊(수우기양빙웅준) : 기양에 사냥나가 씩씩하고 웅장하게 달리니
萬里禽獸皆遮羅(만리금수개차라) :
만리의 새와 짐승들 모두 몰이에 들어 그물에 집혔네
鐫功勒成告萬世(전공륵성고만세) : 공을 새기고 성과를 새겨 만세에
고하려고
鑿石作鼓隳嵯峨(착석작고휴차아) : 돌을 파내어 북을 만드니 우뚝한 산이 무너지네
從臣才藝咸第一(종신재예함제일) : 따르는
신하 재주와 기술 다 나라안에 제일이라
揀選撰刻留山阿(간선찬각류산아) : 가려뽑아 글짓고 돌에 새기니 산구석에
남아있구나
雨淋日炙野火燎(우림일자야화료) : 비 맞고 볕빛에 받으며 들불에 타도
鬼物守護煩撝呵(귀물수호번휘가) : 귀신이 수호하고
자주 손가락짓하며 꾸짖었다네
公從何處得紙本(공종하처득지본) : 그대는 어지서 이 탁본을 얻어 왔는가
毫髮盡備無差訛(호발진비무차와)
: 털끝 도두다 갖추고 조금도 어김없구나
辭嚴義密讀難曉(사엄의밀독난효) : 말은 엄중하고 뜻은 자세하여 읽어도 알기
어려워
字體不類隸與蝌(자체불류례여과) : 글자체로서도 예서와 과서도 아니도다
年深豈免有缺畫(년심기면유결화) : 연대가 오래되니 어이
결획이 없겠는가마는
快劍砍斷生蛟鼉(쾌검감단생교타) : 날랜 칼로 쪼개고 끊으니 교료와 악어가 살아있는
듯
鸞翔鳳翥眾仙下(란상봉저중선하) : 난새 같고 봉황 나니 여러 신선 내려오고
珊瑚碧樹交枝柯(산호벽수교지가) : 산호 짙푸른 나무에
가지 서로 엉킨 듯 하구나
金繩鐵索鎖鈕壯(금승철색쇄뉴장) : 금테와 쇠줄에 억게세 묶이고
古鼎躍水龍騰梭(고정약수룡등사) : 옛 솥은
물에 뛰어오르고 용은 북에서 나는 듯하구나
陋儒編詩不收入(루유편시불수입) : 비루한 선비들 시경을 엮을 때에 수록하지
않아
二雅褊迫無委蛇(이아편박무위사) : 대아와 소아 편협하여 여유가 없구나
孔子西行不到秦(공자서행불도진) : 공자 서쪽으로도 갔지만
진에 이르지 못하여
掎摭星宿遺羲娥(기척성숙유희아) : 별은 주웠으나 해와 달은 놓쳤네
嗟余好古生苦晚(차여호고생고만) : 슬프구나, 내
옛글 좋아하나 너무 늦게 태어나
對此涕淚雙滂沱(대차체루쌍방타) : 이것을 대하고 눈물 지으니 두 줄기 줄줄
흘러내린다
憶昔初蒙博士徵(억석초몽박사징) : 생각하노니, 내가 처음 박사로 불려왔을 때
其年始改稱元和(기년시개칭원화) : 그 해는
처음으로 원화라고 고쳐 불렀지
故人從軍在右輔(고인종군재우보) : 옛 그분 종군하여 우보에 있을 때에
為我度量掘臼科(위아도량굴구과)
: 나를 위하여 계획하셨지, 구덩이를 파보기로
濯冠沐浴告祭酒(탁관목욕고제주) : 갓 씻고 목욕하고 좨주에게 고하기를
如此至寶存豈多(여차지보존기다) : 이와 같이 값진 보물 어이 그리 많으리오
氈包席裹可立致(전포석과가립치) : 담요로 덮고 자리로
싸서 잘 가져오려면
十鼓祇載數駱駝(십고기재수락타) : 열 개의 석고를 다만 낙타 몇 마리에 실어야
겠지요
薦諸太廟比郜鼎(천제태묘비고정) : 고지방의 솥처럼 태묘에 천신한다면
光價豈止百倍過(광가기지백배과) : 빛나는 값 어이 백배에
그치리오
聖恩若許留太學(성은약허류태학) : 만약 성은으로 허락하시어 태학에 남겨둔다면
諸生講解得切磋(제생강해득절차) : 제생들 일고
풀어서 절차탁마할 것이요
觀經鴻都尚填咽(관경홍도상전인) : 석경을 보려고 홍도를 오히려 매웠다는데
坐見舉國來奔波(좌견거국래분파) :
곧 온 나라 사람 몰려옴을 앉아서 볼 것이요
剜苔剔蘚露節角(완태척선로절각) : 이끼 깎고 이끼 후벼 마디와 모서리
드러내고
安置妥帖平不頗(안치타첩평불파) : 알맞게 놓아 편편하고 조금도 기울지 않게 하여
大廈深簷與蓋覆(대하심첨여개복) : 큰 집
깊은 처마로 감싸 놓는다면
經歷久遠期無佗(경력구원기무타) : 오래고 멀리가도 탈날 일 없을 것이다
中朝大官老於事(중조대관로어사) :
조정의 대관들은 모든 일에 익숙할 터인데
詎肯感激徒媕婀(거긍감격도암아) : 어찌 감격만 하고 오로지 머뭇거리기만 하는가
牧童敲火牛礪角(목동고화우려각) : 목동은 불을 치고 소는 뿔울 갈 것이니
誰復著手為摩挲(수부저수위마사) : 누가 다시 손을 얹고서
이 석고를 어루만질까
日銷月鑠就埋沒(일소월삭취매몰) : 날로 삭고 달로 부서져 허물어져 갈 뿐이로다
六年西顧空吟哦(륙년서고공음아) :
육년동안 서쪽을 바라보며 공연히 한숨지을 뿐
羲之俗書趁姿媚(희지속서진자미) : 황희지의 속된 글씨 모양이 예쁜 것만
추구하여
數紙尚可博白鵝(수지상가박백아) : 몇 장으로 오히려 흰 거위를 바꿀 수 있었는데
繼周八代爭戰罷(계주팔대쟁전파) : 주나라 뒤
팔대 동안의 전쟁이 끝났느나
無人收拾理則那(무인수습리칙나) : 거두어 들이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 어찌된
일인가
方今太平日無事(방금태평일무사) : 이제 나라는 태평하고 나날이 무사하니
柄任儒術崇丘軻(병임유술숭구가) : 정치는 유교에 맡겨
공자와 맹자를 높이는데
安能以此上論列(안능이차상론렬) : 어찌 이것을 조정에 올려 의논하게 할 수
없는가
願借辯口如懸河(원차변구여현하) : 원하노니, 웅변을 빌어 거꾸로 쏟아지는 강물되게 하라
石鼓之歌止於此(석고지가지어차) :
석고의 노래 여기서 마치려하니
嗚呼吾意其蹉跎(오호오의기차타) : 슬프도다, 나의 뜻이 그 얼마나 어긋났는가
16 후석고가(後石鼓歌)-소식(蘇軾)
冬十二月歲辛丑(동십이월세신축) : 신축년 겨울 십 이
년에
我初從政見魯叟(아초종정견노수) : 나는 정치에 종사하여 노나라 공자의 사당을 참배했다
舊聞石鼓今見之(구문석고금견지) : 예부터
석고문에 대해 들어오다 이제야 이것을 보니
文字鬱律蛟蛇走(문자울률교사주) : 문자른 구불구불하여 교룡과 뱀이 다리는
듯하다
細觀初以指畫肚(세관초이지화두) : 자세히 보고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배 위에 써보면서
欲讀嗟如箝在口(욕독차여겸재구) : 읽어보려
했으나 입에 재갈을 물린 긋 아무말도 못했다
韓公好古生已遲(한공호고생이지) : 한공은 옛 것을 좋아하나 늦게 태어났다
했지만
我今況又百年後(아금황우백년후) : 나는 이제 그보다 백년이나 늦게 태어났음에야 어찌하리
强尋偏旁推點畫(강심편방추점화) :
억지로 편방을 찾고 점획을 추정해보았으나
時得一二遺八九(시득일이유팔구) : 열 글자 중에 한 두 글자는 알았으나 여덟 아홉 글자는
모르겠다
我車旣攻馬亦同(아거기공마역동) : “나의 수레는 이미 공격하였고 말도 그러하였다”와
其魚維鱮貫之柳(기어유서관지류) : “그
물고기는 서어가 잡히는데 버들로 그것을 꿰었다”는 말이었네
古器縱橫猶識鼎(고기종횡유식정) : 옛 기물 여러 가지 여기저기 있으나 오직
솥만 알아보았으니
衆星錯落僅名斗(중성착낙근명두) : 많은 별들 어지러이 많으나 겨우 북두칠성 이름만 아는 것과
같네
模糊半已隱瘢胝(모호반이은반지) : 석고의 글씨 절반이 이미 흉터나 굳은 살 같이 모호해져
詰曲猶能辯跟肘(힐곡유능변근주) :
꾸불꾸불해져 마치 사람 몸의 발 쥐꿈치와 팔꿈치 겨우 구별할수
있는 것같았다
娟娟缺月隱雲霧(연연결월은운무) : 아르마운 조각달이 구름과
안개 속에 숨은 듯하고
濯濯嘉禾秀稂莠(탁탁가화수랑유) : 싱싱한 좋은 곡식의 싹이 강아지 풀같도다
漂流百戰偶然存(표류백전우연존) :
수 백년 전쟁 속에 떠돌다가 우연히 살아남아
獨立千載誰與友(독립천재수여우) : 천년동안을 홀로 우뚝서서 누구와
벗하는가
上追軒頡相唯諾(상추헌힐상유낙) : 위로는 헌원씨와 창일과 맞먹을 정도이고
下挹冰斯同鷇누(하읍빙사동구누) : 아래로는 이양수나
이사의 소전은 새 새끼나 젖먹이 같도다
憶昔周宣歌鴻雁(억석주선가홍안) : 옛날 주나라 선왕의 공덕을 노래한
“홍안”편과
當時籒史變蝌蚪(당시주사변과두) : 당시에 주사가 과두문자를 대전으로변화시킨 일이 생각나게
한다
厭亂人方思聖賢(염난인방사성현) : 혼란을 싫어하여 사람들이 성현을 생각하니
中興天爲生耆耈(중흥천위생기구) : 하늘이 중흥을
생각하여 노련한 정치가를 내셨도다
東征徐虜闞虓虎(동정서노감효호) : 동쪽으로 서나라 반란자들을 칠 때 포효하는 호랑이
같았고
北伐犬戎隨指嗾(배벌견융수지주) : 북쪽으로 견융을 정벌하여 손까락 부리듯 하였다
象胥雜遝貢狼鹿(상서잡답공낭녹) :
통역관원들에게 오랑캐들 잡다하게 몰려들어 여우와 사슴들을
공납하였고
方召聯翩賜圭卣(방소련편사규유) : 방숙과 소호 장군의 날렵한 활동에
천자께서 옥술잔과 기장술을 내리셨다
遂因鼓鼙思將帥(수인고비사장수) : 마침내 고비 모양의 비석을 만들어 훌륭한 장수를 기린
것이지
豈爲考擊煩矇瞍(개위고격번몽수) : 어찌 치고 두드리게 하여 맹인들을 번거롭게 했겠는가
何人作頌比嵩高(하인작송비숭고) : 어떤
사람이 친송하는 노래를 지어 시경의 “숭고”편과 겨루게 했는가
萬古斯文齊岣嶁(만고사문제구루) : 만고에 영원한 이 글은 구루산의 우왕비와
같게 되었도다
勳勞至大不矜伐(훈노지대부긍벌) : 선왕의 공적과 수고는 지극히 위대했지만 자랑하지 않았고
文武未遣猶忠厚(문무미견유충후)
: 문왕과 무왕 시대와 가까워 아직도 충성스럽고 인정이 두터웠다네
欲尋年歲無甲乙(욕심년세무갑을) : 연대를 알아보려햐도 갑을과 간지도 전혀
없으니
豈有名字記誰某(개유명자기수모) : 어찌 이름자로 누군가를 기록하함이 있겠는가
自從周衰更七國(자종주쇠경칠국) : 주나라가 쇠잔한
뒤로 다시 일곱 나라가 일어났으나
意使秦人有九有(의사진인유구유) : 진나라 사람으로 하여금 천하를 차지하게
하였다
掃除詩書誦法律(소제시서송법률) : 진시왕은 시경과 서경을 없애버리고 법률을 외우게 하고
投棄俎豆陳鞭杻(투기조두진편뉴) :
제사를 버리고 패찍과 형틀만 들어놓았다
當年何人佐祖龍(당년하인좌조룡) : 당시에는 어떤 사람들이 황제를
보좌하였는가
上蔡公子牽黃狗(상채공자견황구) : 상채 땅의 공자인 이사는 누런 개를 끌었고
登山刻石頌功烈(등산각석송공렬) : 황제는
산에 올라가 돌에 새겨 공로를 친송하였다
後者無繼前無偶(후자무계전무우) : 진시왕 뒤로는 이를 계승할 자 없었고 전에도 짝이
없었다
皆云皇帝巡四國(개운황제순사국) : 모두에 써있기를, 황제는 사방을 순수하여
烹滅强暴救黔首(팽멸강포구검수) : 강포한 자를
삶아죽이고 백성을 구하리라 고 했다
六經旣已委灰塵(륙경기이위회진) : 육경은 이미 재와 먼지로
되어버렸으니
此鼓亦當遭擊掊(차고역당조격부) : 이 석고비도 마땅히 쳐주숴졌어야 했으리라
傳聞九鼎淪泗上(전문구정륜사상) : 진시황제는
하우시대의 구정이 사수에 빠져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欲使萬夫沈水取(욕사만부침수취) : 일만 장정들에게 빠진 물 속에서 건지게
했다
暴君縱欲窮人力(포군종욕궁인력) : 폭군이 비록 사람들의 힘을 다해보았으나
神物義不汙秦垢(신물의부오진구) : 신성스런 물건인 솥은
의리 때문에 진시왕에게 더럽혀지지 않았다네
是時石鼓何處避(시시석고하처피) : 이러한 시대에 석고비는 어디에
피해있었던가
無乃天工令鬼守(무내천공령귀수) : 하늘의 공력으로 귀신이 지키게 하지 않았을까
興亡百變物自閒(흥망백변물자한) : 인간의
흥망은 백 번을 변해도 사물은 스스로 한가하니
富貴一朝名不朽(부귀일조명부후) : 부귀는 하루 아침이나 이름은 영원히 썩지
않는다
細思物理坐嘆息(세사물리좌탄식) : 만물의 이치 자세히 생각하며 앉아서 탄식하노니
人生安得如汝壽(인생안득여여수) : 인생도
어찌하면 그대처럼 영원히 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