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두서찬(抱頭鼠竄)
머리를 감싸 쥐고 쥐처럼 숨다는 뜻으로, 낭패를 당해 몰골사납게 피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抱 : 안을 포(扌/5)
頭 : 머리 두(頁/7)
鼠 : 쥐 서(鼠/0)
竄 : 도망할 찬(穴/13)
조그만 몸집의 포유동물 쥐는 실험용이나 애완용으로 기르는 소수를 빼고는 인간에 해를 끼치기만 한다. 병균을 옮기고 음식을 훔쳐 먹고 농작물을 갉는다. 동작은 재빨라서 고양이를 만나거나 인기척이 들리면 어느새 달아나 쥐구멍에서 눈만 끔벅인다.
무서운 적이 나타났거나 아주 부끄러운 일을 들켜 어디에라도 숨고 싶을 때 ‘쥐구멍을 찾는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같은 뜻의 성어가 머리를 감싸 쥐고(抱頭) 쥐가 쥐구멍으로 도망하듯이(鼠竄) 숨는다는 이 말이다.
낭패를 당하여 몰골사납게 자리를 피하는 것을 잘 비유한 것이 속담을 한역한 것 같으나 중국 고전에도 종종 사용됐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중국 제(齊)나라의 변설가 괴통(蒯通)이었다. 최초의 통일제국 진(秦)나라는 시황제가 죽자 분열되어 제후와 농민군이 각지에서 봉기했다.
15년 만에 진나라를 항복시키고 들어선 한(漢)의 유방(劉邦)은 무적의 항우(項羽)에 적수가 되지 못했지만 전장에서 연전연승한 한신(韓信) 등 공신의 도움을 받아 고조(高祖)가 될 수 있었다.
한신이 동부의 제나라 땅을 평정하고 제왕(齊王)에 봉해졌을 때 괴통이 찾아와 계책을 건의했다. 후한(後漢)의 반고(班固)가 쓴 역사서 한서(漢書)의 열전에 실려 있다.
괴통은 한신에게 항우와 유방에 맞서 천하를 삼분하면 왕이 될 수 있다며 독립을 권했다. 한신이 자신을 잘 대해주는 유방을 배신할 수 없다고 하자 괴통이 설득한다.
진나라 말기 어지러울 때 진여(陳餘)와 절친했던 장이(張耳)는 함께 군사를 일으켜 항우를 도왔는데 구원요청을 거절했다가 원수가 됐다.
나중에 진여가 장이를 공격하자 ‘장이는 머리를 감싸고 쥐구멍을 찾듯 도주하여 한왕에 귀순(常山王奉頭鼠竄 以歸漢王)’했다고 설명했다. 상산왕(常山王)은 항우가 분봉한 장이를 말한다. 의리를 앞세우는 사이라도 한 순간에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의리를 잘 지킨 한신은 잘 알려진 대로 후일 회음후(淮陰侯)로 강등됐다가 여후(呂后)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전장에서는 종횡무진의 장수였던 한신이라도 괴통이 알려준 천명을 따르지 못한 결과였다. 한신은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도 삶아 먹힌다고 한탄했지만 뒤늦은 후회였다.
괴통은 모반 혐의로 잡혀 와서 고조에 남긴 말도 유명하다. 척구폐요(跖狗吠堯)라고 어진 요임금도 모르면 짖을 수밖에 없다며 주인향한 개는 죄가 없다는 것이다.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우직하게 의리를 지킨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없는지 윗사람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 抱(안을 포/던질 포)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包(포; 싸다)로 이루어졌다. 손으로 싸안는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抱자는 '안다'나 '품다', '가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抱자는 手(손 수)자와 包(쌀 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包자는 태아가 태보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싸다'나 '감싸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抱자는 이렇게 '감싸다'라는 뜻을 가진 包자에 手자를 결합한 것으로 '손으로 감싸 안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즉, 가슴에 품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抱(포)는 ①안다, 품다 ②둘러싸다, 위요(圍繞)하다(어떤 지역이나 현상을 둘러싸다) ③가지다, 손에 넣다 ④지키다 ⑤받들다 ⑥던지다, 버리다 ⑦되돌리다, 되돌아오다 ⑧아름 ⑨품, 가슴 ⑩마음, 생각,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품을 회(懷), 낄 옹(擁)이다. 용례로는 마음속에 지닌 앞날에 대한 생각이나 계획이나 희망을 포부(抱負), 품에 껴안음을 포옹(抱擁), 암새가 알을 품어 따스하게 하는 일을 포란(抱卵), 마음속에 지덕智德을 품음을 포옥(抱玉), 아주 우스워서 배를 안음을 포복(抱腹),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회포(懷抱), 객지에서 품게 되는 울적한 느낌을 여포(旅抱), 마음속에 품은 시름을 숙포(宿抱), 배를 안고 넘어진다는 뜻으로 몹시 우스워서 배를 안고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웃는다는 말을 포복절도(抱腹絶倒), 땔나무를 안고 불을 끄러 간다는 뜻으로 재해를 방지하려다가 자기도 말려들어가 자멸하거나 도리어 크게 손해를 입음을 이르는 말을 포신구화(抱薪救火), 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죄가 된다는 뜻으로 분수에 맞지 않는 귀한 물건을 지니고 있으면 훗날 재앙을 부를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포벽유죄(抱璧有罪), 부모가 자식을 잃고 슬퍼함을 이르는 말을 포통서하(抱痛西河), 숯불을 안고 서늘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행동과 목적이 상치됨을 이르는 말을 포탄희량(抱炭希凉), 무서워서 몰골 사납게 얼른 숨는다는 말을 포두서찬(抱頭鼠竄), 옷을 벗고 불을 안는다는 뜻으로 재난을 자초함을 이르는 말을 해의포화(解衣抱火), 한결 같은 마음으로 원한을 품는다는 말을 일념포한(一念抱恨) 등에 쓰인다.
▶️ 頭(머리 두)는 ❶형성문자로 头(머리 두)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머리혈(頁; 머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豆(두)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豆(두)는 고기 따위를 담는 식기로서 둥근 그릇에 높은 발이 달려 있고, 頁(혈)은 얼굴이나 머리에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頭(두)는 豆(두)라고 하는 도구가 서 있듯이 사람의 머리가 몸위에 곧게 달려 있는 모습으로 머리와, 일의 시작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頭자는 '머리'나 '꼭대기', '처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頭자는 豆(콩 두)자와 頁(머리 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豆자는 '콩'이라는 뜻이 있지만, 본래는 제기 그릇을 그린 것이다. 전국시대 때의 頭자를 보면 豆자 위로 頁자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사람의 머리를 제기 그릇에 올린 것 같지만 이것은 사람의 머리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니 豆자는 발음과 함께 사람의 신체 윗부분에 있는 머리를 표현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頭(두)는 (1)주로 마소나 양, 돼지 같은 네발 가진 짐승의 수효(數爻)를 세는 단위 (2)골치 등의 뜻으로 ①머리 ②꼭대기, 최상부(最上部) ③우두머리 ④처음, 시초(始初) ⑤첫째, 상위(上位) ⑥맨 앞, 선단(先端) ⑦근처(近處), 근방(近方) ⑧변두리 ⑨물건을 셀 때의 단위, 마리 ⑩사람을 세는 말 ⑪음식상을 세는 말 ⑫지혜(智慧), 재능(才能) ⑬어조사(語助辭)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우두머리 추(酋), 머리 수(首), 으뜸 괴(魁),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꼬리 미(尾)이다. 용례로는 머리의 존칭을 두상(頭上), 머리가 되는 차례를 두서(頭序), 머리가 아픈 증세를 두통(頭痛), 좋지 못한 집단의 우두머리를 두목(頭目), 실마리를 두서(頭緖), 짐승 따위의 머리에 있는 뿔을 두각(頭角), 머리와 낯을 두면(頭面), 머리 털을 두발(頭髮), 음절의 첫소리를 두음(頭音),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이 어떤 일에 오로지 파묻힘을 몰두(沒頭), 머리나 마음 속의 생각을 염두(念頭), 이야기의 말머리를 화두(話頭), 글이나 일의 첫머리를 벽두(劈頭), 해의 첫머리를 연두(年頭), 이야기나 글의 첫머리를 모두(冒頭), 어떠한 곳에 몸소 나감을 출두(出頭), 마주 대해 입으로 하는 말을 구두(口頭), 시가지의 길거리를 가두(街頭),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생선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음을 이르는 말을 두동미서(頭東尾西), 머리가 벗어지고 이가 빠져 사이가 벌어진다는 말을 두동치활(頭童齒闊), 참형을 당하여 머리와 다리가 따로따로 됨을 이르는 말을 두족이처(頭足異處), 정신이 어찔하여 쓰러짐을 이르는 말을 두중각경(頭重脚輕),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건강에 좋음을 이르는 말을 두한족열(頭寒足熱) 등에 쓰인다.
▶️ 鼠(쥐 서)는 ❶상형문자로 쥐의 이와 몸을 본 뜬 모양이다. ❷상형문자로 鼠자는 '쥐'나 '좀도둑'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鼠자의 갑골문을 보면 쥐의 주둥이 주위에 흩어진 낱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곡식을 갉아먹고 있는 쥐를 표현한 것이다. 쥐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의 곡식을 훔쳐 먹고 살던 동물이다. 그러다 보니 鼠자에는 '좀도둑'이나 '간신배'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鼠자는 금문으로 넘어오면서 모양이 크게 변형되었는데, 쥐의 앞니는 臼(절구 구)자로 바뀌었고 꼬리와 발은 생략되었다. 鼠자는 쥐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鼢(두더지 분)자나 鼬(족제비 유)자처럼 설치류와 관련된 동물을 뜻하게 된다. 그래서 鼠(쥐)는 ①쥐(쥣과의 포유 동물) ②좀도둑 ③병(病)의 이름, 임파선(淋巴腺) 결핵(結核) ④간신(奸臣)의 비유 ⑤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걱정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쥐며느리를 서고(鼠姑), 족제비를 서랑(鼠狼), 쥐의 족속 또는 몹시 교활하고 잔일에 약게 구는 사람을 서족(鼠族), 좀도둑으로 자질구레한 물건을 훔치는 도둑을 서도(鼠盜), 목에 결핵성 림프선염이 생겨 곪아 뚫린 구멍에서 늘 고름이 나는 병을 서루(鼠瘻), 갈매나무를 서리(鼠李), 소인배들을 서배(鼠輩), 쥐의 털과 같은 빛깔 곧 짙은 잿빛을 서색(鼠色), 곡식을 쥐가 먹어서 나는 축을 서축(鼠縮), 쥐가 쏠아서 결딴냄을 서파(鼠破), 쥐의 가죽을 서피(鼠皮), 두 다리의 사이를 서혜(鼠蹊), 쥐의 쓸개라는 뜻으로 담력이 약한 것을 얕잡아 이르는 말을 서담(鼠膽), 들쥐를 야서(野鼠), 캥거루를 대서(袋鼠), 박쥐를 비서(飛鼠), 사향쥐를 사서(麝鼠), 토끼를 토서(兔鼠), 두더지를 토서(土鼠), 다람쥐를 산서(山鼠), 날다람쥐를 청서(靑鼠), 족제비를 낭서(狼鼠), 족제비를 황서(黃鼠), 흰쥐를 백서(白鼠), 땅강아지를 석서(石鼠), 두더짓과에 딸린 포유 동물을 분서(鼢鼠), 다람쥐과에 딸린 작은 동물을 석서(鼫鼠), 들쥐과에 딸린 포유 동물을 수서(水鼠), 쥐의 간과 벌레의 팔이라는 뜻으로 매우 쓸모없고 하찮은 것을 이르는 말을 서간충비(鼠肝蟲臂), 쥐나 개처럼 가만히 물건을 훔친다는 뜻으로 좀도둑을 이르는 말을 서절구투(鼠竊狗偸) 등에 쓰인다.
▶️ 竄(도망할 찬)은 회의문자로 窜는 간체자, 窜는 속자, 䞼는 동자이다. 穴(혈)과 鼠(서)의 합자(合字)이다. 쥐가 구멍으로 달아남을 뜻한다. 그래서 竄(찬)은 ①숨다 ②달아나다, 도망치다(逃亡--) ③숨기다 ④내치다, 내쫓다 ⑤고치다, 바꾸다 ⑥들여놓다, 용납하다(容納--: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의 말이나 행동을 받아들이다) ⑦훈하다(薰--: 약 기운을 쐬어 병을 치료하다) ⑧뛰어오르다 ⑨권유하다(勸誘--: 어떤 일 따위를 하도록 권하다) ⑩어지럽히다 등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蟄(숨을 칩), 遁(숨을 둔) 闇(숨을 암), 隱(숨을 은) 등이다. 용례로는 도망쳐 들어감이나 잘못되어 뒤섞여 들어감을 찬입(竄入), 내쫓음이나 물리침을 찬척(竄斥), 벼슬을 빼앗고 멀리 귀양을 보냄을 찬폄(竄貶), 죄인을 먼 곳에 귀양 보내 쫓음을 찬축(竄逐), 도망쳐 숨어 버림을 찬익(竄匿), 도망하여 없어짐을 찬주(竄走), 도망침을 찬분(竄奔), 죄인을 벼슬에서 내쫓고 멀리 귀양 보냄을 찬출(竄黜), 도망침을 찬도(竄逃), 멀리 귀양 보내어 벌을 줌을 찬적(竄謫), 죄인을 귀양 보내거나 죽이거나 함을 찬극(竄殛), 죄인을 귀양 보내서 달아나지 못하게 가시나무로 울타리를 침을 찬극(竄棘), 죄인을 귀양 보내는 곳을 찬소(竄所 ), 글을 고쳐서 지음을 찬철(竄綴), 죄인을 귀양 보내거나 잡아 들이거나 함을 찬나(竄拿), 귀양살이란 뜻으로 천당 본향으로 들어가기 전의 현세의 삶을 이르는 말을 찬류(竄流), 문장의 자구를 고쳐 다듬음을 점찬(點竄), 글자나 글의 구절을 고침을 개찬(改竄), 바쁘게 도망함을 분찬(奔竄), 시문 따위를 자꾸 첨삭하여 고침을 첨찬(添竄), 도망하여 숨음을 둔찬(遁竄), 몰래 달아나 깊숙이 숨음이나 행방을 감춤을 잠찬(潛竄), 도망하여 숨음을 포찬(逋竄), 형벌로 죽이거나 귀양 보내거나 하는 일을 주찬(誅竄), 문장의 글귀를 지우거나 다시 고쳐 쓰는 일을 도찬(塗竄), 도망하여 숨음을 돈찬(遯竄), 벼슬을 빼앗고 먼 곳으로 귀양 보냄을 일컫는 말을 삭관원찬(削官遠竄), 무서워서 몰골 사납게 얼른 숨음을 일컫는 말을 포두서찬(抱頭鼠竄)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