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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난 키스 금지니까, 누나가 해줘요.
" …우리 집에 갈래요? "
한 손으로 승현의 작은 얼굴을 감싸며 속삭이는 그 매력적인 목소리에. 승현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동해 고개를 끄덕일뻔 했지만. 이내 요동치는 제 심장에게 진정하라는듯 낮게 심호흡한 그녀가, 착, 소리나게 제운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행동에 제운은 조금 당황하는듯 했고. 무슨 의미냐는듯 그녀를 바라보는 제운의 눈동자.
" 우리 유리가 같이 집에 가잔 남자한텐 뺨이라도 때리랬어. "
선생님께 고자질하듯. 꽤 뻔뻔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피식. 제운이 실소를 머금었다. 불리할 때만 유리래. 작게 중얼거린 그가 제 얼굴을 감싼 승현의 손목을 살짝 붙잡아 내리며,
" 옷이 젖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가자고 했던건데 혼자 ' 굉장히 야한 상상 '한거 아니죠? "
물론 단순이 옷이 젖어서 가잔말은 당연히 거짓말, ' 굉장히 야한 상상 '은 그녀가 아니라 제운의 몫이었을 테다. 제운은 그를 못 믿겠다는듯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그녀에게 유려한 말솜씨로 말을 이었다.
" 저 지금 키스 금지잖아요. 예를 들면 집행 유예 상태인데 여기서 또 나쁜 짓 하면 가중 처벌 아니에요? 내가 왜 내 무덤을 파겠어요. "
하지만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 으음, 하룻밤 같이 보내려면 무슨 말을 못 해. "
새초롬하게 말하는 승현의 그 익숙한 대답에,
" 아… 하, 하하, "
제운이 어이없다는듯 웃고야 말았다. 그 날의 장난 때문에 이런 식으로 역공을 당할줄이야.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제운의 표정에 난감함이 어리는듯 했다. 너무 야무지게 잘 가르쳐 놓은건 어쩐지 뿌듯하면서도 그녀와의 첫 데이트를 여기서 끝내고 싶진 않은 제운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무심한척. 시동을 걸며 말했다.
" 그럼 누나 집으로 가요, 난 우리 데이트를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으니까. 기쁘게도 우리 첫 데이트는 셋이서 해야겠네요. 누나랑 나, 그리고 승우. "
아무 대답이 없는걸 보니,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 못한 그녀였음이 분명했다. 다시 제운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고,
" 그런데 승우랑 있어도 누나 손잡고, 쓰다듬고, 끌어안아도 되요? 키스만 금지잖아, 그건 괜찮죠? "
싱긋 웃으며 묻는 제운에게. 결국 승현이 그의 팔을 살짝 잡으며. 제운 씨 집으로 가. 대답하고야 말았다. 승우랑 있어도 누나 손잡고, 쓰다듬고, 끌어안아도 되요? 그 말이 결정적이긴 했지만. 그와의 첫 데이트. 이렇게 끝내기엔 너무 짧기만 한 둘만의 시간. 조금 더 그와 단 둘이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승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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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운의 방 한 켠에. 비에 젖은 옷들을 옷걸이에 걸어 말려놓은 승현이 소파에 앉아 괜히 제가 입고 있는 제운의 맨투맨 소매 자락을 만지작 거렸다. 다행히 속옷까진 젖지 않아서 제운의 옷으로만 갈아입고 샤워 중인 그를 기다리는데 그 상황이 민망하기만 해서 승현의 얼굴에 열이 오른다. 물론 아무 일 없을거란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동서남북 막힌 공간에서 샤워 중인 그를 기다리며 심박수가 증가하는건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다. 후아. 깊은 숨을 쉬며 제 명치를 콩콩 주먹으로 때리는 승현이었다. 그러다, 달칵, 열리는 화장실 문 소리에 움찔. 하는 그녀의 어깨. 괜히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 누나. "
어느새 다가온 제운이 그녀의 옆자리에 앉으며 사륵. 그녀의 어깨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두 팔로 감싸며, 툭, 떨구는 제운의 얼굴을 따라 승현의 귓가에 닿는 그의 젖은 머리카락. 그 차가운 감촉에 다시금 날뛰기 시작하는 승현의 심장 소리. 그의 품 속이 이제 적응이 될만 한데도 폭신한 소파라는 이 작은 공간이 승현을 온통 긴장하게만 만들어서 그녀는 온 몸이 딱딱하게 굳는 느낌이었다. 가지런한 호흡이 어려워질만큼 승현이 숨소리가 어색해지자 그녀의 귓가를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
" 편하게 있어도 돼요, 누나가 싫어하면 나 아무 짓도 못 해요. 그냥, 이렇게 안고만 있을게. "
그 낮은 목소리에 승현의 손가락이 꼼지락 대며 제운의 한 팔에 닿았다. 그리고 살짝. 그녀를 끌어안은 제운의 팔에 몸을 기대는 그녀. 사실 당장이라도. 제 품 속의 그녀를 침대로 끌고가 그녀의 분홍빛 입술에 키스하고 싶은 제운이었지만. 지금은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단 것만으로도 그리고 제 품 속에 이렇게 그녀를 가둬놓을 수 있단 사실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하는 제운이었다. 제운이 제 손을 고쳐 잡으며 조금 더 꼬옥 승현을 끌어안았고 승현 역시도 안심되는 그 포근함 속에서 천천히 안정된 호흡을 찾아가고 있었다.
" 사랑해요. "
하지만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의 고백은 그녀의 얼굴에 다시금 홍조를 띠게 만들고야 만다. 왠지 혼자만 부끄러워하는게 억울한 기분이 들어서. 나도.란 말 대신 투정을 부리고 싶은 그녀는,
" 거짓말. 사랑한다면서, 왜 어젠 말도 없이 가버렸어? "
서운한 목소리로 물으면. 아이같은 그 투정에 작게 미소짓는 제운.
" 누나 때문이에요. "
" 응? "
" 누나 잠든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실 지금도. 나 많이 참고 있는거 알아요? "
나 많이 참고 있는거 알아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빙그르. 눈동자를 굴리는 승현. 하지만 알맞은 대답을 찾지 못하겠다는듯 결국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는 승현이었다. 어느새 익숙해진 그의 품에서. 꼼지락 대는 그녀가 사랑스러워서 제운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살짝 입맞추면, 움찔, 하는 그녀가 제운은 귀엽기만 하다. 하지만 이내,
" 제운 씨, 어제 얘기 계속 해 줄 수 있어? 어릴 때 얘기, 못 들었잖아. "
빙글, 제운을 향해 돌아서며 묻는 그 질문에 조금은 굳어지는 듯한 그의 표정. 제운은 여전히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녀의 흩어진 앞머리를 넘겨주며,
" 난 어제 얘기 다 했는데. "
능숙한 거짓말. 그녀에게 그가 자라온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제운이었다. 그녀와 헤어진 이후로. 행복한 기억이라곤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사생아란 그의 꼬리표는 그를 지치고 외롭게 만들었다. 친아버지란 사람은 그를 찾자마자 외국으로 보냈다. 말도 통하지 않았던 그 곳에서 그가 겪은 것이라곤. 함께 자란 형제들의 경멸과 무시 그리고 핍박. 그 모진 단어들이 단지 어린 아이였을 뿐이었던 그 작은 소년을 꽁꽁 싸멨으므로. 그 소년의 유년기는 제 앞의 밝고 빛나는 그녀에게 꺼내놓기엔 너무나도 바래고 어두운 것이었다.
" 나 잠들어 버려서 하나도 못 들었단 말야, 다시 얘기 해주면 안돼? "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작은 목소리로 부탁하듯 청하는 그녀이지만,
" 누나는 어땠어요. 누나가 먼저 말해줘요, 그럼 나도 얘기할게. "
한 팔으로 그녀를 끌어안으며 승현에게 대답을 미루고야마는 제운이었다. 치사해. 작게 중얼거린 승현이 잠시 생각하는가 하더니, 이내 조근조근 느린 말투로 말을 이었다.
" 음, 처음 부모님 집에 갔을 땐 할아버지가 제일 무서웠어. 수염이 이렇게 길고. 지팡이도 가지고 다니셨거든. "
제 품속에서 그 작은 손으로 손짓까지 하며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제운이 싱긋. 예쁜 미소를 짓고,
" 그래서 난 할아버지가 무서워서 주눅들어 있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주머니에서 사탕을 한 움큼 꺼내 주시는거야, 나중에 알았는데 손녀가 오는 날이라고 슈퍼에 가셔서 사탕을 종류 별로 사오셨었대. 우리 할아버지 정말 귀엽지? "
" 네, 좋은 분이시네요. "
" 응, 난 지금도 할아버지 꿈을 제일 많이 꾸거든. 할아버지랑 고스톱 치는 꿈. 사실 학교 갔다오면 할아버지랑 맞고 치는게 내 일상이었어. "
" 그런 것도 할 줄 알아요? "
" 그러엄. 내 별명이 서원구 아귀였어. "
어울리지 않는 그 별명에 소릴내며 웃기도 했다.
" 할아버지랑 고스톱 칠 때면 엄마는 간식을 꺼내주시곤 했는데, 직접 구운 쿠키나 머핀같은. 아, 우리 엄마 요리 정말 잘 했다? "
" 그래요? "
" 응, 그래서 제운 씨도 알겠지만. 나도 요리 곧 잘해. 나한테 장가와도 삼시세끼는 걱정 안 해도 될거야. "
자랑하듯 말해놓고서는. 장가오란 그 말이 민망했는지 제운의 옷깃을 꼭 쥐는 승현의 작은 손. 그 모습에 살짝 웃은 제운이 그녀의 손 위로 제 손을 포개며. 계속 얘기해줘요. 속삭이자 다시금 달싹이는 그녀의 입술.
" 그리고 승우가 태어나고. 여느 남매처럼 자랐어. 투닥거리기도 하고 죽고 못살기도 하고, 그렇게. 아, 승우는 아빠랑 정말 닮았어. 외모도 그렇지만 성격도. 한 마디로 하자면 철이 없는 딸바보 스타일. "
" 철이 없는 딸바보? "
" 응, 아빤 승우 놀리는게 취미였거든. 그래서 승우만 빼놓고 나만 데리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자주 갔어. 내 입에 아이스크림을 쏙 넣어주면서 한다는 말이, 승우는 생긴게 영 마음에 안 든대. 우리 아빠 재밌지? 누가 봐도 승우랑 아빠랑 똑닮았는데. "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 아빠랑 몰래 아이스크림 가게 갔다 온거 알면 승우는 빽빽 울어대고. 그러면 아빤 엄마한테 혼나고. 엄마한테 꾸지람 듣고 온 아빠는 나한테 와서 하소연하고…. "
찬찬히 말을 잇는 그녀의 목소리엔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깃들었다. 제운이 두 팔으로 그런 그녀를 꼭 끌어 안았다. 포근한 그의 품 속에서,
" 평범하고… 행복하게. 나는 그렇게 자랐어. 이젠, 제운 씨가 얘기 해줘. "
여전히 여린 목소리로 말을 끝맺으며. 제운을 올려다보는 승현의 눈동자. 제운은 잠시 고민하듯. 눈을 감았다 뜨더니 이내 여유롭게 빙글. 웃으며 대답하는데.
" 키스 해줘요, 그럼 말할게. "
조금은 장난스럽고 여유로운 그 목소리에 승현은 울상이 되고야만다. 반칙이야. 승현이 억울하다는듯 말해보아도,
" 어쩔 수 없어요. 난 키스 금지니까, 누나가 해줘요. "
단호하게 말하고서는 그녀의 입맞춤을 기다린다는듯 사륵. 두 눈을 감는 제운. 어찌해야할지 몰라 두 눈을 감빡이던 그녀가. 결국 살짝 제운의 무릎 위로 올라와 그의 어깨를 살며시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러면 승현의 눈동자에 가득 담긴 그의 말간 얼굴. 그녀의 키스를 기다리며 얌전히 감은 눈. 예쁘게 뻗은 콧날아래 생채기 어린 옅은 분홍빛 입술. 그 입술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과 동시에 승현의 얼굴이 화륵 달아올랐다. 두근대는 심장소리와 함께 수줍은듯. 천천히 제운에게 다가간 그녀가 조심스레 그의 입술에 입 맞추고. 부드러운 그 감촉에 작게 미소짓는 제운이었다. 하지만 이내 살짝 떨어지는 부드러운 그 입술. 다시금 찬찬히 떠지는 그의 눈빛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빤히. 그런 제운의 두 눈을 마주하는 그녀의 물기 어린 눈가는 그의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고. 이내 그녀의 가는 허리를 꽈악 끌어안은 제운이 수줍은 그 입술에 휘몰아치듯 키스하면 아찔한 그의 키스에 그의 목덜미를 감싸안는 승현. 그를 향해 달리기라도 하는것마냥 그녀의 심장이 쿵쾅대고 있었다. 숨이 막혀 어지러울때까지. 그녀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겠다는듯 붉어져버린 그녀의 입술을 탐하는 제운이었다.
여느 때보다 애절하고 짜릿했던 그의 입술이 살짝. 떨어지면 느리게 눈을 뜨는 승현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듯. 마지막으로 촉. 그녀의 입술에 뽀뽀하면 그제서야 꽉 옭아맨 그녀의 허리를 놓아주는 그. 동시에 픽. 그의 가슴팍으로 무너지는 그녀는 붉어진 얼굴이 창피하기만 해서 그의 옷깃에 얼굴을 묻었고 제운은 그런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손가락새로 쓰다듬었다. 어느새 그녀의 불규칙했던 호흡이 안정을 찾으면,
" …이젠 말해줘, "
여전의 그의 품 속에 얼굴을 묻은 채로 웅얼거리며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 제운은 그런 그녀를 두 팔로 끌어안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나도 행복하게 자랐어요. 평범하진 않았지만, 누나만큼 행복하게. "
승현이 투명한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아도, 그의 낮은 목소리는 여기까지. 어디까지가 정말인지 거짓말인지 알 수 없는 그의 짤막한 대답에 한껏 억울하고 서운한 기분이 깃드는 승현이었다.
" 누나, 그럼 나 이제 키스 금지는 풀린거에요? "
하지만 눈치없이 묻는 그의 철없는 질문에,
" 너 정말 영원히 금지야! "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치는 승현이지만. 그런 그녀를 보며 소릴내며 웃기만 하는 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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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데이트도 황금같은 주말도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고. 다시 월요일의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오늘따라 일찍 출근해서 제 자리에 앉아 디자인북을 뒤적이는 승현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은데, 바로 지상에게 받았던 그 작은 반지 케이스 때문에. 사무실 입구를 흘긋이는 승현의 눈빛이 초조해보이기도 했다. 몇 번이고 디자인북과 사무실 입구를 왔다 갔다 주시하는 그녀의 눈동자. 하지만 그녀를 초조하게 만드는 지상의 모습 대신에, 안녕하세요, 그 매력적인 목소리로 웃으며 인사하는 제운의 모습이. 그러나 승현이 제 옆자리로 다가오는 제운에게 두 눈을 반듯하게 마주하며 감빡여보아도, 무심하게 눈동자를 내리깔며 휙, 승현을 지나쳐가는 제운이었다.
- 회사에선 우리 사이 비밀로 해.
- 왜요, 왜 그래야 하는데.
- 그야, 사람들 입에 오르고 내리는거 불편하잖아. 한 차장님은 틈만 봐서 놀려댈거구, 구 대리님 보기도 불편하구.
- …김 지상 팀장 때문은 아니구요?
- 말도 안돼,
그리고 그녀의 머리 속을 스치는 제운과의 대화. 우리 사이를 비밀로 하잔 말이었지, 이렇게 날 무시하란 말이 아니었는데. 분명 그는 말도 안되는 그 질투심에 토라진게 틀림없다. 지금까진 어른인척 굴더니, 그의 유치한 모습이 귀엽단 생각이 들어 제운 몰래 미소짓는 승현이었다. 하지만 이내, 좋은 아침입니다, 익숙한 그 목소리에 동그랗게 커지고야 마는 승현의 눈동자. 지상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지상을 향했고 지상의 눈길 역시도 마찬가지로 그녀를 향했다. 그러나 곧, 비어있는 승현의 손가락을 확인하곤 쓴웃음을 짓는 그. 그런 지상에게 다가간 승현이,
" 팀장님, 잠시 시간 내주세요. "
조금은 어색한 목소리로 말하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지상이었다.
사무실 옥상. 옥상까지 올라오는 엘레베이터에서도 아무 말도 없는 승현이었지만 이미 그녀가 어떤 말을 내뱉을지 예상한 지상이었다. 편하게 얘기하라는듯. 지상이 단정히 그녀와 두 눈을 맞추며 작게 미소지었다. 그러면 낮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 선배, 저 신입생 때 선배 좋아한거 알아요? "
지상이 예상치 못한 그녀의 질문. 그 물음에 조금 놀라는듯 하더니 고갤 젓는 지상. 살짝 미소지은 승현이 찬찬히 말을 이었다.
" 선배 때문에 마신 술만 해도 한강은 차고 넘칠걸요. "
술도 약하면서. 과장하는 그녀의 말투에 픽, 웃는 지상이었다.
" 그 때 선배가 얼마나 다정하고, 멋있고, 잘 생겼는지. 그 때 내가 쓴 다이어리 보면 아마 선배는 너무 오글거려서 세 줄도채 못 읽을 거에요. "
" 지금은… 아니라는 말처럼 들리네. "
지상의 목소리가 그답지않게 낮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무슨 소리냐는듯한 그녀의 목소리.
" 아니요, 지금도 여전히 다정하고, 멋있고, 잘생겼어요. 단지, "
" 단지? "
" 저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그래서… 선배 마음을 받아줄 수 없어요. "
지상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승현은 제 코트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가죽 상자를 지상에게 건냈다.
" 여전히 이렇게 멋있는 선배가 날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
고맙단 그 말이. 지상에겐 마지막 인사처럼만 들려서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눈빛은 쓸쓸하기만 했다. 먼저 내려갈게요. 승현이 꾸벅. 인사하고 사라졌고 지상이 옥상 난간에 힘없이 두 팔을 기댔다. 한 손에 들린 그 반지 케이스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하아, 깊은 한 숨을 쉬는 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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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이 까였어영 ㅠㅜㅜㅠㅜㅜㅠㅠㅠ
그래도 쉽게 포기하면 안되겠져ㅎㅎ
내하나, 요기까지가 1부 끝입니다!
다음편엔 중국으로 갑니다, ㅎㅎ
잠깐 등장했던 하인주가 본격 등판합니다!
읽어주시는분들이
내하나 주인공 이미지가 궁금하다고 해주셨는데
사실 딱 요놈이다 싶은 얼굴을 못 찾겠어요
사실 지상인 왔다장보리에 문지상에서 영감받은 김지상이에요ㅋㅋ
지상인 약간 그런 이미지.
마지막화가 오기전에 이미지들을 찾아볼게요!
그럼 다음편도 많이 기대해주세
#수정
각 회마다 부제와 어울리는 주인공 이미지를 업데이트 했어요
주말동안 사진 찾아 다녔네요ㅎㅎ
여주인공은 정말 딱! 감이 왔던 강한나씨로.
여성스럽고 가녀린 이미지가 승현이랑 정말 잘어울려요.
제운인 서강준씨로. 제운이라기엔 이미지가 너무 부드럽지 않나
생각했는데 사진 찾아다니면서 보니까 그냥 딱 제운이에요ㅠㅠ
눈동자색이 너무 이뻐요.
강한나씨가 사진이 많이 없어ㅠㅠ 부제에 표현되는
여러대사와 어울리는 사진을 넣고싶었는데
거의 웃는 사진밖에 없더라구요.
반면 서강준씨는 역시 인기만큼이나 ㅋㅋ 화보도 많고
그래서 사진 찾는데 수월하네요
서강준씨 사진 찾으면서 눈호강 엄청했네요ㅋㅋ
1화부터 각각 모두 다른 사진으로 업데이트 했으니
기존에 내하나 읽어주시는 분들도 심심하시면
사진구경해주세용. 그럼 저는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