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글은 늘 엉뚱하고 신선한 상상속에서 나오는것 같습니다...
이것과는 좀 다를지 모르지만,,,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전철을 타고 갈때면, 스치는 창밖의 집들을 바라보며 전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금 저 집안에선 사람들이 콜콜 달콤한 잠 속에 취해 있겠지...? 아,, 부럽당~'
얼마 전 일이 있어 어느 잡지사 편집자와 만난 적이 있다.
나중에 둘이서 술한잔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문방구에 대한 것을 화제로 삼게 되었다.
문방구에 대한 이야기라면 나도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볼펜은 이게 좋고, 지우개는 반드시 저걸 쓴다는 등 술자리에서 두서없는 이야기를 계속 하던 중, 상대가 "그런데 무라까미씨는 항상 어느 경도의 연필을 사용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
항상 F연필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 F인데요"라고 대답했더니, 그 사람은 "그래요. 하지만 F연필이라면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요. 저는 항상 그렇던데"라고 말했다.
그때는 술좌석이기도 해서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 것도 같군요. 세상에는 여러 가지 감수성이 있으니"라는 정도로 웃으면서 끝내고, 화제는 곧 다른 것으로 옮겨갔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 점점 그것에만 신경이 쓰여졌다.
왜 F연필이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일까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자, 생각하면 할수록 왠지 모르게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F연필이 완전히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참으로 곤란하다.
최근에는 F연필을 손에 잡기만 하면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이 떠오르는 형편이다. 물체가 한번 어떤 이미지로 형상화 되면 이번에는 그 이미지가 거꾸로 그 물체를 규정하게 되어버리는 현상일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그냥 진행되면 결국 연필을 손에 쥘 때마다 성욕이 자극받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어버릴 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직업적으로 연필을 많이 잡아야만 하는 나로서는 아주 귀찮게 되어 버릴게 분명하다.
게다가 F연필을 놔두고 HB로 바꾸어 볼까도 생각해는데, 일이 꼬이려니 그 순간에 "만약 F가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이라면, HB는 교복을 입은 남고생 아닐까"라고 생각해 버렸다.
이렇게 되니 이건 이것대로 왠지 기분이 안좋다. 나는 원래부터 세일러복이라든지 교복 같은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세일러복이라면 멀리서 보기에는 좋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상당히 지저분 하고 볼품이 없다.
교복의 지저분함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것까지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H는 어떤가 하면, 이것은 왠지 '폴리스"(라는 록-그룹이 있다)의 스팅과 느낌이 닮았다. 스팅에 대해 특별히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연필이 스팅과 닮았다는 것은 왠지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
귓가에 언제나 "폴리스"의 음악이 울리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2H보다 딱딱한 연필이나 B보다 무른 연필은 사용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결국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과 "교복을 입은 남고생" 그리고 "폴리스의 스팅"이라는 3개의 가능성이랄까, 선택의 여지밖에 남아있지 않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해서 연필의 문제로 이런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일까,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시초는 "F연필이라면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과 닮지 않았습니까?"라는 쓸데없는 말을 한 편집자가 나빴다.
거기에서 이미지가 점점 잘못된 방향으로 확대되어 간 것이다.
덕분에 나는 지금 이 원고의 "수정"할 부분을 연필이 아니고 볼펜을 가지고 쓰지 않으면 안될 지경까지 몰리고만 것이다.
볼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극력 노력하고 있다. 볼펜은 그냥 볼펜일 뿐이다.
그런데 연필이라고 하는 것은 참 가엽은 필기구이다.
최근에는 샤프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탓에 문구계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상당히 저하된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필에게는 사람-적어도 내게는-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
단순하다면 정말로 단순한 제품이지만 연필을 가만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여러 가지 수수께끼와 예지가 포함되 있는 것을 발견할 수있다.
처음에 연필을 만든 사람은 상당히 이것저것 궁리를 했을게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치즈를 채운 찌꾸와(주)를 발명한 사람에 대해 항상 경외감을 가지고 있지만, 치즈를 채운 찌꾸와보다 연필만들기 쪽이 발상으로서나 기술로서나 휠씬 복잡할 것 같다.
나는 원고의 사소한 "수정"에는 대개 연필을 쓰고 있다.
샤프도 편리하기 때문에 자주 쓰긴 하지만 손에 닿
는 감촉과 글쓰는 감촉에서 말하면 지극히 보통의 연필 쪽이 일에는 적합하다. 아침에 한 다스 정도의 연필을 깍아 큰 위스키 잔에 꼿아두고, 그것을 차례로 써나가는 것이다. 따라서-이야기가 다시 원래로 돌아가서- 연필이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의 모습으로 보이거나 하면 아주 곤란해져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