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제가 살던 동네, 고개를 들면 늘 높은 하늘과 함께 넓은 바위산이 보였습니다.
겨울에는 흰 눈을 털모자처럼 푹 뒤집어썼고 여름이면 바위 틈새에서 자라난 나무들로 듬성듬성 푸르렀습니다. 물론 달빛 없는 어두운 밤이나 짙은 구름으로 날씨가 많이 흐린 날에는 그 바위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산이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늘 내 곁에 있어 준 것들은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함께하는 것이니까요.
존재보다는 믿음에 더 가까운 것. 오래 보이지 않아 그리운 날에는 머릿속으로 한번 그려보고 마음속으로 또 한번 그릴 수 있는 것.
〈박준 시인〉
HARPA MERLÍN- Say Yes to heaven - Lana Del Ray (harpa, violino e cel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