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 영화를 평론가들은 린치의 영화세계를 잘 살린 작품이라며 `린치적인 작품`이라고들 한다. 이 `린치적 영화`가 무엇인지 나는 구체적으로 풀어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다만 예전의 영화 [메멘토]의 역구성 방식의 난해함은 이 영화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는 것만 깊이 각인되어 있을 뿐이다.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화면과 스토리 전개방식에 있어서는 [메멘토]와 유사하다. 다만 다른점은 메멘토가 논리적이지만 복잡한 구성방식으로 두뇌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구성방식은 물론이고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일 수 있는 것들이 첨가되어있다는 것이다. 꿈과 현실이 신나게 뒤섞여 있고 심지어 등장인물들은 영화 속에서 이름과 신분까지 바뀐다. 거기에다가 뭔가 의미있을 법한 환상적인 화면까지 삽입을 해 놓는다. 그렇다. 내가 볼 때에 이 작품은 [메멘토]를 저리가라하는 난해한 작품이었다. 영화의 성격상, 게시판의 성격상 여기서 영화의 줄거리를 늘어놓는 것은 그리 유익하지 못한 일일듯 싶다. 아니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대신 나는 이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런 영화에 대해서 내 푸념(!)들을 늘어 놓고자 한다.
사실 나는 이런류의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가 기억력 테스트나 두뇌게임을 하는 유일한 도구가 아닌한 나 개인적으로 그런 영화에 많은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다. 요즘 영화들처럼 영화가 너무 가볍기만해도 문제겠지만 마치 감독의 천재성을 과시하는듯한 영화도 문제로 보여진다. 물론 이는 가벼운 영화나 난해한 영화는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당연히 미술에서 추상화가 있고 시에도 추상적인 시들이 있듯이 영화에도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나 개인적으로 그런 류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은 너무 이미지즘에 집착하는 작품들도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모든 감독이나 작가가 나를 위한 예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예술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니... 훗~
나는 데이빗 린치의 작품 세계를 감히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작품 세계의 가치를 인정한다. 이런 작품의 장점은 아마도 영화를 이해하는 코드가 여러개라는 것일 것이다. 나는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던 린치의 영화들은 심리주의적 비평이나 기호학을 바탕으로 해석해보면 완벽한 은유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텍스트라는 걸 알고 아연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은 이 게시판에 올려졌던 핫세님과 황동팔님의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에 대한 감상평을 다시 읽어보면 쉽게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솔직히 다른 때에 이 영화를 봤다면 나름대로 독특한 재미와 즐거움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나는 [메멘토]나 이 영화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봤어야했다고 후회하고 있다. 가뜩이나 머리 아픈 요즈음 날 많이 지치게 했던 영화다. 당분간은 어떤 영화도 끊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