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팬클럽인 '나철수'(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가 '안철수 장사'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 모습이 마치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이라는 단체가 신당창당 준비를 하면서 ‘고 건 신당’인 것처럼 행세한 것과 너무나 닮았다.
실제 당시 한미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휘 씨는 “한미준은 고 건 전 총리 대통령 만들기 모임”이라며 “우리가 창당을 통해 하나의 당이 되면 자연스럽게 고 전 총리가 입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미준이 준비하고 있는 신당이 마치 ‘고건신당’처럼 비쳐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실 고건 전 총리는 당시 여러 대통령 후보 가운데 박근혜-이명박 후보 등을 모두 제치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따라서 ‘고건신당’ 창당 움직임에 각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당시 <시민일보>가 한미준과 고건 전 총리와의 관계를 확인했고, 그 결과 ‘고건신당’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래서 필자는 당시 “언론에 의해 ‘고건신당’이라고 불리는 것은 한미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당을 지칭하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고 건은 없다. 앙꼬(고 건)없는 찐빵(정당)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 정당은 ‘고건신당’이 아니다”라며 ‘정치사기극 의혹’을 제기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이용휘씨는 지난 해 6.2 지방선거 당시 ‘친박연합’이라는 당을 만들어 마치 ‘박근혜 신당’인 것처럼 행세하려 했으나,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 측으로부터 "그 당은 저와 관계없는 당"이라고 선을 긋는 바람에 실패한 일이 있다.
그런데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팬클럽이 탄생했다.
이른바 ‘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의 줄인 말이라고 하는 ‘나철수’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철수가 ‘안철수’ 원장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실제 나철수 정해훈 대표는 지난 9일 창립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하면서 “지난 3일 안 원장을 만나 정치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본적인 교감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철수가 정치세력화 되면 안 원장의 영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나철수가 안 원장과의 교감 속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각 언론은 이번에도 ‘한미준’ 때처럼 ‘나철수’의 창립대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차이가 있다면, 한미준 당시에는 필자가 유일하게 ‘한미준은 고건신당이 아니다’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그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고 전 총리가 직접 방송에 출연해 ‘한미준은 나와 무관한 단체’라고 밝히고 나서야 진실이 널리 알려진 반면, ‘나철수’의 경우는 안철수 원장 측에서 즉각 ‘안 원장과는 무관한 단체’임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점이다.
심지어 안철수재단의 강인철 변호사는 “혹시 관련 있는 것으로 오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 하지 않도록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한다”는 말까지 했다.
결국 ‘한미준’이 고건 전 총리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던 것처럼, ‘나철수’ 역시 안철수 원장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집단에 불과한 것이다.
법적으로야 문제될 것이 없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으로나 도덕성면에서 보자면 ‘정치사기’나 다를 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이는 이미 예견된 사태인지도 모른다.
여야 특정 정당에 속하지 못한 고 전 총리나 안철수 원장에게는 정당에 버금가는 조직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대권주자들 주변에는 언제나 사이비 정치인들이 독버섯처럼 기생하려 들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런 조직이 기웃거릴 정도라면, 안 원장도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상태라면, 고 전 총리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다가 출마 선언조차 하지 못하고 중도에 낙마한 것처럼, 안 원장 역시 그런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필자가 안 원장을 ‘제 2의 고건’이라고 단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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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렇습니다.
이런 충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