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재 너머 버드내로
대한인 어제 우리 지역은 진종일 비가 내리다 그친 이튿날은 일월 셋째 일요일이다. 겨울비는 양이 적긴 해도 새벽녘까지 부슬부슬 내려 날이 밝아와도 하늘이 흐렸다. 예정된 동선은 김해 분성산 산성을 오른 뒤 동상동으로 내려가 재래시장을 구경하고 올까 싶었다. 그런데 현관을 나서면서 마음이 바뀌길 서북산 응달 어디쯤에는 밤새 비가 눈이 되어 내렸을까 싶은 기대감이 생겼다.
김해 방향 나들이는 훗날로 미루고 진북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타려고 마산역 광장으로 향했다. 동마산병원 앞에서 내려 역 광장으로 오르니 노점에는 토요일보다는 덜해도 새벽 장이 펼쳐졌다. 일요일이면 댓거리에 장터가 크게 열려 일부 상인들은 그곳으로 이동했지 싶었다. 경남대학 앞 롯데마트 주변은 일요일이면 새벽부터 오전 10시까지 장터가 열려 상인과 주민들이 붐볐다.
합포만이 보이는 월영동 아파트 사는 내 초등 친구는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내외가 같이 시장을 보러 나왔다. 멀리 창원 대방동에 사는 다른 한 친구는 새벽같이 달려가 신마산시장 ‘희야식당’에서 곡차를 함께 드는 사진을 보내왔다. 오늘 안주는 콩나물이 든 비지찌개였는데 때로는 꼴뚜기가 나오기도 했다. 나도 재작년 가을 어느 날 친구와 같이 잔을 비우고 장을 봐 오기도 했다.
마산역 광장에서 서북동으로 가는 73번 농어촌버스를 타고 어시장과 댓거리를 지나 밤밭고개를 넘었다. 그즈음 울산 사는 대학 동기가 전화가 오길 통도사 휴게소에 잠시 들었다고 했다. 김해공항으로 가족 마중 가는 길인데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진 산등선에는 밤새 하얗게 눈이 내려 덮인 원경을 바라본다고 했다. 가지산에서 신불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영남 알프스 설경이다.
버스가 동전터널을 지나 진동 환승장에 들었다가 진북면 소재지를 둘러 덕곡천을 따라 올라갔다. 차창 밖으로 멀리 서북산 전경이 드러났는데 눈은 쌓이지 않고 운무가 가려 있었다. 밤에도 우리 지역은 영상권이라 산중 고산 지대 눈이 되어 내릴 여건이 아님은 분명했다. 서북산이 제법 높기는 해도 비가 왔던 어제 낮 기온이 워낙 포근해 밤새 빙점 근처까지 내려가지 않은 듯했다.
서북동 종점에 닿아 산허리로 난 임도를 걸으려고 암자로 가는 길로 올랐더니 잎맥을 파릇하게 펼쳐 자란 광대나물이 자주색 꽃을 피워 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맞추었다. 어디선가 물까치가 떼 지어 날아와 전깃줄에 앉아 놀았다. 밀양 박씨 선산 곁에는 삼지닥나무의 꽃망울이 부풀고 있었다. 삼지닥나무에 달린 꽃망울은 어릴 적 달달하고 고소했던 추억의 상투 과자를 보는 듯했다.
산허리 T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 곧장 나온 고개가 감재였다. 감재는 여항산이 서북산으로 이어져 대부산과 봉화산으로 건너가는 낙남정맥에서 잘록해진 부분이다. 고개를 넘으면 길고 긴 여항산 둘레길이 펼쳐지는데 대부분 북향 응달이라 눈이 오기라도 하면 한동안 녹지 않는데 밤새 비가 내려 볼 수가 없었다. 둘레길을 걷지 않고 염소 농장을 지난 버드내 마을로 내려갔다.
건너편 봉화산 산등선에는 운무가 걸쳐져 여름 장마철 풍경을 보는 듯했다. 늦가을에 지날 때 까치밥으로 달렸던 홍시는 감꼭지 흔적만 보였다. 여항면에서 가장 깊숙한 동네 버드내에서 가야 읍내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봉성으로 나갔다. 봉성은 함안면 소재지로 경전선 철길이 나기 이전은 함안 중심이었다. 아직 향교가 남아 있고 예전에는 부사가 근무했던 동헌이 있었을 곳이다.
봉성은 한우 국밥으로 알려진 곳인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식당도 있었다. 차림표는 간단하게 세 가지뿐으로 쇠고기 국에 그냥 말아주는 국밥과 국수와 짬뽕이었다. 거기서 짬뽕이란 밥과 국수를 절반씩 섞어 혼합시킨 국밥을 가리켰다. 국밥집으로 들어 빈자리를 차지해 짬뽕국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함안역으로 갔다. 목포에서 부전으로 가는 열차를 타서 창원중앙역에서 내렸다. 2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