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
배귀선
이윽고
기울어진 사람들
줄지어 내리는 용산역 앞
앞서거니 뒤서거니 부축하는 고장 난 소리에
사람들은 바쁘게도 길 터줍니다
기차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광장을 메운 건강한 소음과 겉도는 병색이
환자복에 가려졌던 헛헛함 부추겨
콩나물국밥집을 찾아듭니다
팔팔 끓는 콩나물국밥은 전주식이고
먹을 만한 뜨끈함에 밥을 만 것은 남부식이라고
내 행색 더듬는 쥔네 말에
헐렁한 바지 속 식어 버린 오줌주머니를
자존심으로 추켜 올립니다
병원 밖이 모두 천국인 듯 의자 당겨
뜨거움과 따스함 사이에서 망설일 때쯤
건너편 탁자에 나보다 더
기우뚱한 아들 앞에 앉힌 노부
병원 버스 타는 곳을 묻습니다
허벅지에 매달린 오줌주머니를 들킨 것 같아
약봉지 삐죽한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고
서둘러 팔팔한 전주식 한 수저 떠 우물거리며
보란 듯 허리를
곧게 펴 보입니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7월호 발표
배귀선 시인
전북 부안에서 출생. 문학박사, 201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와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로 등단. 저서 연구서 『신춘문예당선동시연구』, 시집 『점멸과 침묵 사이』, 수필집 『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 펴냄.
[출처] 셔틀버스 - 배귀선 ■ 웹진 시인광장 20 23년 7월호 신작시 □ 2023년 7월호 ㅣ 2023, July ㅡ 통호 171호 ㅣ Vol 171호|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