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묻은 영혼/ 강성희
- 불법 외국어선을 나포하다 순직한 목포해양경찰서 고 박경조 경위와
인천해양경찰서 고 이청호 경사를 보내고
허공에 바람소리 흩어지듯 날리면
밀려오는 파도가 오선(五線)을 그리는 날
바다는 슬픈 악보만 수평선에 연주한다.
해변을 떠도는 세이렌의 노랫소리
그대들 켠 하프는 안개 속에 떠돌고
한 올의 물방울에도 밀려드는 서러움.
은비늘이 순은처럼 빛나는 바다 속에
그대들 젊은 꿈을 송두리째 바친 이곳
조국은 기억하리라, 뜨거운 이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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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속의 물/ 강성희
동그랗든 네모지든 무표정한 얼굴로
담기는 그릇마다 부드럽게 몸 바꾸고
가끔은 살얼음 낀 모습
갈라지는 생(生)이여
뜨거운 그릇에선 수증기로 날아가고
차가운 그릇에선 얼음으로 태어나서
온 세상 다 담은 물빛
추억처럼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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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강성희
토담집 너머로 바라보던 너의 귓불
메마른 가지마다 실핏줄 떨리며
간밤의 달빛을 봉해 열어보지 못한 사연
그대의 뜰 안으로 살포시 머물다가
가녀린 설렘 속에 수줍은 미소 지으며
순백의 달빛 몇 타래 나무 끝에 걸어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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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항/ 강성희
목포항 물살마다
눈물이 일렁이면
달리도와 화원반도
소금기로 간이 들은
다도해
물비린내에
홍어배가 흔들린다.
주름 많은 손금처럼
칼금 많은 나무 도마
곰삭힌 홍어같이
숨겨둔 인정들을
이 빠진
막걸리 사발에
가득 담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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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강성희
부딪치는 선율로 한 순배 돌고 돌아
말간 글라스에 그 기분이 서리는 듯
술 남아
안주 하나 더
안주 남아 술 한 잔 더
건배사 읊어가며 모진신세 털어놓고
졸음 긷던 조명 깨워 삼경을 들이키다
구겨진
한숨 거르며
비틀거린 몸뚱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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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감
강성희 시집/ [바다에 묻은 영혼]/ 고요아침/ 2016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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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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