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셋흡충에 감염된 개미

기막힌 번식 전략.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마누엘 베르도이 교수팀은
'톡소포자충'이란 기생충에 감염된 쥐의 행동을 연구했다.
톡소포자충은
0.003㎜ 크기에 반달 모양으로
단 한개의 세포로 돼 있다.
쥐의 몸 속,
특히, 뇌에서 주로 지내다가
고양이에게 옮아가서 번식을 한다.
번식한 후손은
고양이 똥에 섞여 나오고,
다시 이를 먹은 쥐에게로 간다.
톡소포자충이 있는 쥐들은
고양이를 만나도 무서워하지 않고,
도망치지도 않는다.
(살짝 톰과 제리가 떠오를 듯.)
연구 결과
보통 쥐는
고양이가 뿜는 특수한 호르몬을 본능적으로 알아 채고 두려움을 보이는데,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 호르몬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별이 다른 쥐의 호르몬에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보통 쥐와 똑같았다.
이는
톡소포자충이
번식을 위해 쥐의 뇌를 조종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쥐에서 고양이로 옮겨가려면,
쥐가 고양이에 더 잘 잡아 먹혀야 한다.
바로 그런 목적으로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든 것.
그러면서
다른 뇌의 기능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 스탠퍼드대 로버트 사폴스키(신경과학과) 교수는
"기생충이 뇌의 작용을
사람보다 잘 안다."라고 평가했다.
톡소포자충처럼 많은 기생충들은
희생물이 된 동물(숙주)의 두뇌를 조종해 행동을 바꿔 놓는다.
개의 두뇌에 자리 잡은 광견병 바이러스는
개를 사납게 만든다.
다른 동물을 물게 해서
침을 타고 옮겨 가려 개를 포악하게 바꿔 놓는 것이다.
또 사람에게 옮은 광견병 바이러스는
코의 신경을 자극해 재채기를 하도록 한다.
그 바람을 타고 이동하려는 목적이다.
란셋흡충은
소 같은 초식 동물의 몸 속에 알을 낳는다.
소똥에 섞여 나온 알은
여러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작은 애벌레가 되어서 개미에게 들어간다.
다시 알을 낳으려면
초식 동물의 몸속으로 가는 것이 필수.
그래서 란셋 흡충은 숙주인 개미의 두뇌를 조종해
밤이면 풀잎 끝에 올라가 가만히 있도록 한다.
초식 동물이 풀을 뜯을 때
몸속으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햇볕이 따가운 낮에도
숙주인 개미가 계속 풀잎에 올라가 있게 했다가는
볕 아래서 개미가 죽을 수도 있으므로
낮에는 정상 상태로 돌아오게 한다.
작은 하루살이에도 기생충은 있다.
이 기생충은 물 속에 알을 낳으며,
새끼는 물속에 사는 하루살이 애벌레의 몸을 뚫고 들어가 생활한다.
하루살이가 어른이 되면,
떼지어 날아 올라서는 짝짓기를 한다.
그 뒤 수컷은
풀 위에 떨어져 죽고
암컷은 물가에 알을 낳는데,
이 때 기생충이 암컷의 몸에서 빠져 나와 물에 알을 낳는다.
만일 기생충이 잘못해서 암컷이 아니라
수컷 하루살이의 몸에 들어갔다면,
번식할 방법이 없다.
기생충은 이 문제도 해결했다.
이 기생충이 들어가면
하루살이 수컷의 겉 모습과 행동이 암컷처럼 바뀐다.
수컷의 생식기가 생기지 않고,
알을 낳을 수 없는데도
암컷처럼 물가를 찾아간다.
그러면
기생충이 몸을 뚫고 나와 다시 물로 돌아간다.
그리고
뇌를 조종하는 것은 아니지만,
번식을 위한 목적으로
사람에게서 병을 일으키는 기생충도 있다.
지렁이 같은 모양에
수컷은 길이 5㎝이고,
암컷은 60㎝까지 자라는 메디나선충이 그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없다.
메디나선충 역시
물에 알을 낳고
여러 경로를 통해 사람에게 들어오는데,
번식을 하려면 다시 물로 들어가야 한다.
메디나선충은
사람의 발과 다리에 물집과 염증이 생기게 하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약이 발달하기 전에는
물집으로 인한 쓰라림을 가라앉히기 위해
찬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때를 이용해
메디나선충이 다시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