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정신없이 제 나이가 쉰이 넘어갔습니다.
40대나 50대나 겉으로는 차이를 알 수 없는데
한가지 확연한 것은 어느 순간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좋은 영화나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면 빠짐없이 극장으로 달려갔고
그중 일부는 다시 보기위하여 비디오, DVD도 열심히 모았습니다.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에 신당동에 살았던 덕분으로
동화극장과 계림극장에 아버지와 자주 갔습니다.
[황야의 은화 7불], 독고성 주연의 [영] 같은 영화가 기억납니다.
국민학교 때는 영화 포스터 붙이고 주고가는 영화표를
동네 문방구에서 구입하여
광무극장, 금호극장 등에서 중국 무협영화를 많이 보았습니다.
누나들과 대한극장에서 본 [나이트 위치]라는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 라는 볼에 점이 있고 눈이 파란 아줌마를 보고는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예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 온 날은
세째 딸 브리지타의 모습이 어른거려 잠을 설쳤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친구들과 성남극장엘 자주 갔는데
서울과 동시개봉작을 상영하면서 가격이 저렴했고
무엇보다도 청소년 입장불가 영화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스카이 하이], [언제나 마음은 태양] 등의 영화를 보았고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연합고사를 본날 [리스본 특급]을 보다가 잤던 추억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군에서 휴가나온 형과 피카디리 극장에서 본 [스타워즈]의 한장면,
갑자기 우주선이 광속운전으로 진입하는 순간에 가슴이 벅찼던 놀라운 느낌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피맛골 근처에 늘비한 포장마차에서 형이 사주었던 우동 맛도 잊을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각종 시험만 끝나면 영화를 보러 달려갔습니다.
답답한 세상에서 영화를 보는 순간 만큼은 환상적인 세계에 머물 수 있었기 때문인데
뭐 그렇게 사춘기를 보낸 것 같습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 [ABBA]의 공연영화에 열광했고
[뻐꾸기 둥지위를 날아간 새], [디어 헌터] 같은 영화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대학시절에는 데이트 할 때 영화를 보았고
어느 겨울에 중앙극장에서 [닥터 지바고]를 보고 나왔는데
눈이 많이 와서 차가 못다녀 한참을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가 현실 속에서 연속된 것 같은 느낌.
1980년도 어느 날 장충동 분도회관에서 신부님이 보여주신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같은 영화도 기억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울진에 있을 때 주말이면 강릉시내까지 나와
[Life Force], [플라이], [에얼리언], [마지막 황제] 같은 영화를 보곤 했는데
1987년 드디어 울진에도 영화관이 생겨 처음 상영한 영화가 [프레데터]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결혼한 이후로는 비디오 가게를 열심히 드나들며
B급 영화를 집에서 섭렵했습니다.
[고스트 바둑왕], [피아노의 숲], [러브레터] 같은 일산 영화도 좋았고
이성룡, 성룡, 주윤발이 출연하는 홍콩영화도 좋았습니다.
미국 연수가서도 영화관에 가서 [늑대와 춤을]을 보았는데 내용은 대충 이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흥미롭게 본 영화를 꼽으라면
[대부], [여인의 향기], [디어 헌터], [쇼셍크 탈출], [식스센스] 등이고
한국영화에서 구태여 꼽으라면 [와이키키 브라더스], [클레식], [건축학 개론] 정도입니다.
아무튼 이제는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어 간다는 사실이 서글픕니다.
어느날 저도 모르게 텔레비전의 만화영화가 의미없어 졌듯이
영화가 감동과 흥미를 주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 하나씩 없어져 간다는 것이 슬프게 합니다.
아 그리고 글쓰기도 한동안 안했던 거 같습니다.
글쓰는 즐거움도 있었는데..
첫댓글 늙어지니까 그런가본데, 50부터 거꾸로 세지 그래? 난 애들이 어릴 적에 수없이 같이 보던 것이 아직도 재미있어서 보는데. 슈렉 그리고 인크레더블. 슈렉은 일편만 좋고 후속편은 아니올시다! 피터 팬도 좋고! 요새 영화는 정말 감흥이 느껴지지않아. 너무 조용한 우니 싸이트를 위해서 글을 좀 더 써라. 승우형 글 보단 석찬이의 글이 난 더 좋더라. 승우형 꺼는 좀, 너무 어른스러워 :) 미안해 승우형 ;)
광무극장, 금호극장 나도 아는데 ..
나도 그 때 광무극장, 금호극장 갔다네. 거기서 돌아온 외팔이 시리즈에 열광했었고. 근데 현수와 석찬이랑 나는 같은 왕십리 출신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