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 : 파출소장 조영남
미루고 있었던 일 하나를 해치웠다. 조영남 가수만큼이나 알려진 조영남 파출소장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단순한 인사나 건네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조영남 파출소장과 나 사이에 앞으로 오고갈 메시지를 미리 그려낸다는 합의라 할까? 아무튼 처음 치고는 상당히 오랜 시간 나와 파출소장은 휴대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010-3559-135ㅇ
이 전화번호를 나는 오늘 아침 화개 파출소 직원을 통해 알았다. 경사쯤으로 짐작되는 그는 매우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던 것이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관내 주민들이 참 행복할 것 같았다.
조영남 파출소장은 조영남 가수와 동명이인이다. 가운데 한자만 다르다. 꽃부리 영(英)과 길 (永). 조영남 가수가 부른 ‘화개장터’, 거기 파출소장이 조영남인 것이다. 조영남 파출소장은 화개 파출소와 끈질긴 인연이 있었더라나? 거기 여러 번 근무했다는 것.
조영남 파출소장은 자기 주소도 친절히 일러 주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화개 파출소. 내 졸저 몇 권과 부산 노래 19곡 씨디를 보내고 싶고말고. 그런데 그의 말 군데군데에 경상도 사투리가 끼어든다. 그게 내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고도 남았다.
사실 내가 그에게 다이얼을 돌린 이유는 따로 있다. 화개장터에 조영남 가수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는데, 거기 비용이 얼마나 들어갔는가를 알기 위해서였다. 고향 선배 남백송 가수의 노래비 이야기가 몇몇 사이에 오고간 뒤라서, 우선 조영남 노래비를 통해 사전 지식을 얻고 싶었던 것. 당장은 답할 자료가 없다고 해 며칠 뒤에 전화들 다시 하기로 했다. 돈도 돈이지만, 그 규모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서 놀랄 수밖에. 성인 키보다 크다는 게 아닌가?
우린 십년지기나 되는 것처럼 온갖 이야기를 나눴다. 고향은 남해라 했고, 올해 나이 쉰 넷이라던가? 나는 옛날 악양면에서 내 노인 학교에 일주일 한 번씩 출석하던 양순아 학생에 얽힌 일화도 들먹였고말고. 아흔일곱 살에 이승을 떠났으며, 슬하에 열하나 자녀를 두었다는 애긴 미처 못 했지만…….현대 백화점 문화 센터 회원들을 인솔하여 평사리 ‘토지’의 최 참판 댁 문학기행을 다녀온 건 빠뜨리지 않았다. 타(茶)에 대해서도 몇 마디 건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호 신뢰감이 생긴 모양이다. 그는 한사코(?) 나를 하동에 한 번 들르란다. 건성으로 하는 인사가 아니다. 나는 답례로 용인에 올라오면, 에버랜드 입장권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사위가 거기 근무하니까. 물론 식사도 대접하고.
민중의 공복으로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그는 참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조영남 가수와의 인연으로 지명도가 꽤나 높아져서 그를 찾는 관광객들이 꽤나 되는 모양이다. 뭐, 하루 2백 명에게 사인을 해 주는 게 예사라나? 나는 큰 소리로 웃으면서 덧붙였다. 조영남 가수가 오히려 덕 보는 게 많을 거라고.
마지막 무렵에 그가 하는 말에 내 귀가 번쩍 뜨였다. 조영남 가수와 자주 전화를 통하는데, 조영남 가수가 아쉬워하는 게 있단다. 다른 유명가수 나훈아, 남진, 조용필 등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아마추어는 많은데. 정작 조영남 자신을 모창하는 이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 내가 답했다. 옛날부터 노래방에 가면 나더러 조영남인 줄 알겠다는 친구가 더러 있었다고.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다. 조영남은 성악을 전공하다 대중가요로 돌아선 경우고, 나는 부산 어머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두 번 한 경력이 있다. 그의 동생 조영수 교수의 가곡을 들어 본 적이 많다. 닮았다, 형제끼리.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잠시 따져봤다.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섬광처럼 머릴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나는 조영남 파출소장에게 조영남 가수와 나를 연결해 달라고 부탁하는 도리밖에.
‘딜라일라’, ‘화개장터’, '최 진사댁 셋째 딸' 등 몇 곡을 같이 한 번 불러 보고 싶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의 내 가요 활동에 대한 희망을 키워 가고 싶다. 수술로 전립선을 떼어낸 처지에 과욕이나 허명놀이가 아닌가, 더러 나를 의아스럽게 생각해도 하는 수 없다.
조영남 가수를 만나면, 내 가요 작사 의욕이 불태워질 수도 있으리라. 사람 일이라는 게 아무도 모른다. 행여 조영남 가수가 내가 작사한 노래를 부르게 될지 아나? 내일 나는 졸저 몇 곡을 들고 우체국으로 갈 것이다. 수취인은 조영남 파출소장이다.
여담이다. 조영남 가수가 조영남 파출소장의 부탁을 들어, 화개 장터에 CCTV를 하나 설치해 줌으로써 치안이며 민생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 내일모레 여러 가지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 주기로 조영남 파출소장은 약속했다. 의미 있는 하루, 만세!
* 12장(量 하나만은 적당한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많은 성찰을 하여 길게 쓰는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파출소장 조영남/ 가수 조영남'이라는 대중가요 한 곡을 작사하고 싶습니다. 아주 재미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