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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01
씬1. 회사전경. 저녁.
성우 : (E, 화난) 다시 말해봐!
씬2. 사무실 안.
성우(손에 서류하나 들려있는), 퇴근 하기 위해 책상 정리를 하다만 차림으로 황당한 얼굴로 준희를 노려보고 서 있다.
준희, 답답하고, 얘기 안 통한단 얼굴로 서서 성우를 외면한다.
성우 : (이것봐라 하는 느낌, 어이없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다 난다, 그러다 이내 가라앉은 목소리로) 너, 지금 그 표정이 뭐야?
(어이없는 웃음 지으며) 상관이 얘길 하는데, 고갤, 돌려? 칠대, 삼으로, 정했어요? 니 맘대로, 정했어,요?
(그런 준희 놓치지 않고 보며, 애써 마음의 여유를 갖고 또박또박 말한다) 내가 고른 그림을 니 맘대로 배당율을 정해?...
그것도 말도 안되는 산술법을 써서? 누가 너한테 회사이익 삼할만 챙기라고 갈쳐 주디?
준희 : (성우를 보는데, 성우가 이해되지 못해, 안타깝다, 한숨밖엔 안나온다)
성우 : (준희 놓치지 않고 보는며, 이 자식 봐라 하는 표정이다) 너 같은애랑 나두 말하기 싫어, 가서, 칠백 가져와. 얘기끝났어.
(가방 마저 챙기는)
준희 : (성우 안보고, 단호한) 못하겠습니다.
성우 : (어이없어 웃음이 다난다) 하?! ..(비웃음띤 채) 못, 해? 니 맘대로?, 못 해?
준희 : (고개 숙이고 잠시 생각하다가, 성우 보고) 작가한테 그림은 혼 같은거예요. 혼 가지고 흥정하듯.....그러지 말아,
성우 : (말꼬리 자르며) 그사람한테 그림이 혼이면, 내 일도 나한텐 혼이야.
준희 : (고집스러운) 뉴욕에선 이러지 않아요.
성우 : (비아냥 섞인 웃음짓고, 준희보며) 미안한데, 여긴 뉴욕이 아니야.
준희(답답한 눈빛), 성우(니가 그래 봤자다하는 눈빛) 만만치 않은 눈빛 주고 받는 것, 한 화면에 잡히고.
씬3. 파출소 전경(압구정 쯤되는 번화한 길가에 있는). 밤.
발로 철재 책상치는 소리 쾅!하고 크게 나고.
순경 : (열받는) 이 자식들이..... 여기가 니들 안방이야, 어디서 행패야 새끼들아!
씬4. 파출소안.
동진(O. L), 파출소 한쪽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서류를 들고, 무슨 소린가 싶어, 장순경을 본다.
세미, 모자 눌러 쓰고, 책상에 엉덩이 걸치고 올라앉아 아픈 기색에 그 자식 되게 시끄럽네 하는 기분나쁜 얼굴로 있고,
장어, 그 옆에 서서 세미가 순경과 싸울까 싶어, 불안하게 서있다.
세미, 장어 투샷으로 보여주고, 순경으로 화면 튈것. (다른 순경들, 오렌지족 같은 애들을 취조하고 있다. 웅성웅성한 분위기다)
순경 : (목에 넥타이 느슨하게 풀며, 세미한테 열받은) 니가 날 그렇게 보면 어쩔거야, 어쩔거야, 콱!
하고 칠려는데, 그 뒤에서 동료 순경 팔목을 잡으며.
동료 : (턱으로 천정가리키며(윗자리란 뜻)) 비상이야, 치지마.
순경 : 으이, 썅! (하며, 잡힌 손목 뺀다)
세미 : (비웃음, 장순경 안보고 고개 돌려, 혼잣말처럼) 지랄하네, 증말. (하며, 웃고)
동진 : (그런 세미 놓치지 않고 보고)
순경 : (세미한 소리 못 듣고, 열 되게 받았다, 장어에게, 간신히 분 삭히고) 니들 전번에도 여기서 자구 갔지?
그때도 내가 열받는 거 간신히 삭히고 동냥하는 맘으로 봐줬더니, 이제는 뭐 초저녁부터 와서, 재워주세요?!
(다시 열받아 소리치는) 니들 여기가 어딘 줄 알어?! 여기가 거렁뱅이 합숙소야, 뒷골목 여인숙이야, 자식들아!?
(발올리며) 콱 밟아 버릴까보다, 이 새끼들 그냥!
장어 : (두려운, 울상) 그게, 그게요, 우리가 사정이 있어서, 한번만, 오늘 하루만 재워주세요.
순경 : (팔 올리며, 칠듯이) 그래도 이것들이 그냥.
그때, 누군가, 순경의 팔을 다시 잡고, 동진, 순경 누군가 싶어보면, 세미다.
순경 : !
세미 : (순경의 팔 놓고, 장순경 보며, 장어에게) 나가자.
장어 : 나가긴 어딜 나가. 오늘 밤에 비온댔단 말이야. 내가 뉴스 봤단 말이야.
세미 : (장순경 보고 비웃으며, 장어에게) 나가서, 이 앞 편의점 유리창, 까부수고, 들어오자.
순경 : (달려들듯) 뭐!
동진 : (세미, 뭐 저런 애가 있나 싶어 걱정스런 얼굴로 보고)
장어 : (세미 가로막으며) 때리지마세요!
세미 : (순경 하는 양에 어이없다는듯 웃으며) 아저씨, 순경의 근본임무가 뭔줄 알어? 범죄예방 및, 선도야.
아저씨가 임무를 포기하겠다니까, 내가 기물 파손죄로 들어와, 기꺼이 별 달겠다는 거야.
(비웃음) 그리고 지금 나 칠려그래? (하고는, 책상 위에서 내려와, 장순경 가슴팍에 머리 디 밀며) 쳐! 치라고?
동진 : (세미 굳은 얼굴로 보고)
세미 : (순경, 가슴에 계속 얼굴 디밀며, 버럭) 왜 못쳐, 죽고 싶은 년이니까, 제발, 쳐!
씬5. 파출소 앞.
순경, 악에 받쳐 장어와 세미의 멱살을 끌고 파출소에서 나와서는 바닥에 내팽겨치고 씩씩대며.
순경 : 가서, 유리창 깨부셔! 그러면 여기서 재워줄테니까, 깨부셔, 새끼들아!
동진, 파출소에서 나와 답답한 얼굴로 세미와 장어 보고.
순경 : 이것들이 누굴 협박하고 있어! 니들, 제발 사고 치고 나한테 다시와. 그땐 내가 기물파손죄, 뿐만아니라
길거리 불법 매춘으로, 콩밥 질리게 먹게 해줄테니까, 다시와, 새끼들아!
사람들, 웅성웅성 구경하려 몰려들고.
세미, 기운없는 얼굴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 툭툭 털고 있고.
장어, 세미를 일으켜 세우며, 순경에게, 울상이 되어 말한다.
장어 : 우릴 왜 잡아넣요? 유리창 아직 깨지도 않았는데, 왜 잡아넣요? 우리 매춘 안해요. 형이.. 우리 그짓하는거, 봤어요?
증거도 없으면서 왜 잡아널려 그래요? 이거는 순경형으로서 잘못하는 거예요. 파출소두 넓구, 쇼파도 큰데
자기네만 잘려그래......그리고 오늘은 손님도 없는데..씨....
순경 : 뭐, 손님? 내가 접대부냐, 손님 받게! 그리고 씨-이-?
세미 : (제 신세가 처량해 웃음이 다 난다, 쓰게 웃고는 바닥에 침 뱉는다)
동진 : (세미를 보며 쟤 몹쓸 애군하는 투로 보고)
순경 : (더욱 열받아, 세미 보고)
세미 : (바닥에 뱉은 침, 신발로 문지르고, 순경 보며) 나도... 아저씨 꼴 보기 싫어서 웬만하면 이 파출소 안 올려 그랬어.
(사이) 근데, 내가 오늘 돈이 없어.
동진 : ?
세미 : 아침부터 쫄쫄 굶었어. (그말하니 갑자기, 비참해 진다) ....좀, 봐주면 안 되니?
순경 : 안되니?......되니? 이 기집애가, 증말.
세미 : 기집애?
장어 : (순경에게) 왜 우리 세미한테 기집애라 그래요? 왜 그래요, 씨?
세미 : (장어 잡아끌며, 포기하고, 순경에게) 나, 기집애란 거 이 세상천지가 알어. 그러니까 기집애라 그러지 말어.
내가 아저씨 (강조) 사내라고, 사내새끼가 어쩌구저쩌구 그럼 기분 좋니? 그리고, 경고하는데, 나 치지마.
뼈가 약해서, 한방이면 전치 3주는 그 자리에서 끊어. 열내지말구 들어가. 들어 가서, 자. (순경 쪼려보며, 장어에게) 가자.
(하고 도는데, 구경꾼여자 길을 가로막고 서있다, 세미 그 여자 보며) 아줌마, 나, 드런년인데, 똥물 튀고싶지 앉으면, 비켜.
여자, 놀라 자리 비키고.
장어, 세미에게 끌려가는 그 와중에도 순경에게 '안녕계세요, 담에 올께요'하며 세미 뒤따라간다.
순경 : (제 분에 못이겨, 아우, 아우 하다가 구경꾼들에게) 뭔 구경났어요! 가요!
동진 : (순경 옆에와) 열받지 마시고, 담배 한 대 태요. (하며, 세미와 장어 간 쪽 보며, 담배 권한다)
순경 : (담배 받아피우며) 와, 완전히 개망신 당하네, 이거. 아침부터 여편네가 밥상머리에서 찡찡대더니만.
동진 : 저 여자애 뭐하는 애예요?
순경 : 입에 올리기도 드러운 애예요. 뭔짓을 해쳐먹고 사는지도 모르고, 떠도는 말에는 역전 걸레래요, 걸레. 어디서 나타났는지
서너달 전부터 압구정, 강남일대 돌아다니는게 수상한데...얼마전에도, 행려자 단속에 걸려 감호소에도 갔다 왔어요.
드런 기집애.... (하다가 동진 보며) 참, 행려자 기사 쓴다더니, 쟤 잡아넣줄 테니까, 취재 하실래요?
동진 : 아, 아뇨. (하고는, 세상말세다 하는 눈길로 세미 간 쪽 보고)
씬6. 강남역, 출입구 앞.
세미, 한쪽에 기대 추운 얼굴로 앉아있고, 장어 세미 눈치보며 지나가는 외국인남자에게 말한다.
장어 : (영어로) 나는 장어예요. 형, 미국 살아요? 울엄마도 미국사는데, 나, 미국 데려갈래요?
(세미 가리키며) 쟤도 미국에 엄마 있어요. 우리 미국 좀 데려갈래요?
외국인남자, 뭔소리진 모르겠다는 얼굴로 더럽다는듯 피하며 가고.
장어, 영어로 '형, 형! 얘 아버지 미국사람이예요, 우리 한국사람 아녜요. 돈 안달라그럴게, 얘기 좀해요.' 하며 소리치다,
기운 빠져서는 세미 옆으로 와 쭈그려앉는다.
장어 : (세미 눈치보며) 저 형은, 미국 모르나봐. 대답을 안해. (바보처럼, 코 들여마시고, 외국인 간쪽 보며, 무심하게)
미국놈아니면, 소련놈인가? (세미 보며) 세미야, 미국이랑, 소련은 가까워, 아니면 멀어?
세미 : (자기 팔, 자기가 문지르며) 으슬으슬 추워....어서, 아무나 털어.
장어 : 난 잘 못 털잖아.... (눈치 보며) 알았어....털어볼께. (하고, 일어났다가 다시 자신 없는 얼굴로 옆에 앉으며)
근데, 만약 오늘 손님 없으면...... (눈치 보며) 겉옷 벗어줄께, 지하철에서 잘래?
세미 : 생리통이 심해, 따뜻한 데서 자고 싶어.
그때, 동진 그 앞을 스쳐지나 역으로 내려갔다가, 뭔가 이상해 다시 뒤돌아보는데, 순간 세미와 눈이 마주친다.
세미 : (뚫어지게 본다)
동진 : ......
세미 : (동진 뚫어지게 보며) .....오만원만 줘요....두시간 놀아줄께.
동진 : (어이없다, 그리고 이내 한숨 쉬고 잠깐 생각하더니, 가방에서 수첩과 펜 대를 꺼내고, 장어를 손으로 부른다) 너, 이리와봐.
장어 : (얼어서는, 자기자신을 스스로 가리키며) 나요?
동진 :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
장어 : (얼른 달려가, 동진이 주는 돈을 받는다)
동진 : 이 돈 갖고, 니들 나랑 얘기 좀 하자.
장어 : 무슨 얘기요?
세미 : (어느새, 동진 옆으로 와서는) 아저씨, 먹물이지?.... 펜대 맞지?
동진 : (맘에 안든다) ?
세미 : (동진을 쏘아보며, 장어의 돈을 뺏는다)
장어 : 왜 그래?
세미 : (동진의 웃옷에 돈 넣주며) 난 거지긴 하지만.... 기사 물어주는, 개방석이나 끄나플은 아니야.
동진 : (세미 답답한 얼굴로 보고)
세미 : (돈 넣은 동진의 주머니를 툭치며) 이걸로, (사이, 비웃으며 강조) 맛난, 엿이나 사먹어.
동진 : (어이없어, 벙찐 얼굴로 보고)
씬7. 준희의 빌라앞.
은수, 편한 일상복차림으로 준희를 기다리고 서 있다. 밝은 표정이다.
그때, 차 한대 집앞으로 오고, 은수 혹시나 싶어 목을 길게 빼고 보지만, 준희의 차 아니다.
은수, 서운하긴 하지만 이내 다시 밝은 표정으로 길가쪽을 보고 있다.
씬8. 속력내서 달리는 성우의 차.
씬9. 차안.
성우 무표정하게 운전해 가고 있고, 준희, 뒷좌석에 앉아 고개 돌려 창밖만 보고 있다.
성우, 백밀러로 준희 보며.
성우 : (편하게) 아직 화났니?
준희 : (창밖만 본다, 자기 생각에 빠졌다) .......
성우 : 화내지마. 너만 손해야. 오늘도 봐라, 괜히 너혼자 열내서는 차키도 안가지고 사무실 나와, 같이 있기도 싫은 사람, 차타고.
그리고 알아도 우리 사무실 닫으면 잠겨. 적어도 퇴근 무렵엔 열내지 말란 소리야.
준희 : (동요 않는) ....
성우 : (백미러로 준희 보며, 말 않는 준희 짜증난다) 반말해 기분 나뻐? 기분 나뻐 하지마, 말투가 원래그래, 저녁, 먹었어?
준희 : .....
성우 : (말하지 않는게 짜증난다, 참고) 안먹었구나, 부인이 먹지 말랬니? 아니면, 나 기다려, 같이 먹을 생각이라도 한 거야?
준희 : (창밖만 보고) ......
성우 : (자길 무시하는 것 같아, 짜증난다, 헨들 확 돌리고)
씬10. 도로. 3차선 정도.
성우의 차, 2차선에서 도로변으로 거칠게 선다.
그리고는 이내 성우,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준희가 있는 자리로 가서는 차문을 연다.
준희 : ?
성우 : (소리치지 않는) 너 왜 사람 문는 말에 말을 안해?
준희 : (만만찮게 보며) ...대답할 말이 없었어요.
성우 : 말 같지 않아서?
준희 : (성우 보며) 지금도....대답할 말이 없네요.
성우 : (고개 돌리고, 한 수 졌단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다난다, 다시 준희 보고, 안웃고) 내려.
준희 : ?
성우 : 내가 니 기사야, 앞에 타.
씬11. 달리는 성우의 차안.
준희, 조수석에 앉아 창밖만 보고 있고, 성우 그런 준희 곁눈질해 보며, 아이 같아 슬몃 웃음이 다난다.
씬12. 준희의 집앞에서 조금 떨어진 곳.
성우의 차 멈춰 선다.
조금 멀리 은수가 보인다.
씬13. 차안.
성우, 준희의 하는 양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준희,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하며 안전밸트를 풀고, 목인사만 꾸벅하며 차문을 열려하는데.
성우 : 서준희.
준희 : (보면)
성우 : (편하게) 우리 사이 좋게 지내자. 고객들이 뉴욕파 그림들을 원해. 도와줘. 너랑 틀어져서 하숙선배, 아니 사장님한테
문책 받고 싶지않아. 친해 지자. 내말 따라 줄 수 있지?
준희 : 미안해요. 난 아직 이해가 안가요. 조심해 가세요. (하고 나가고)
성우 : (헛웃음이 난다, 혼잣말) 쟤 잡을려면 힘 좀- 빠지겠다. 언니도 참, 나 없는 사이에 큰일도 저질렀다.
어떻게 저런애를 뽑았어. (하고는 차몰아 가는데 백밀러 슬쩍 보면, 준희에게로 달려오는 은수 보이고)
씬14. 길거리.
은수, 준희를 보고는 반갑게 뛰어와 팔짱 끼고는.
은수 : 차는?
준희 : 회사에 두고 왔어?
은수 : 왜 이렇게 늦었어?
준희 : (편하게 웃으며) 그냥.
은수 : 그냥 늦으면 안되지, 이유가 있어야지. 이유 있어?
준희 : (웃음) 그래.
은수 : 그럼 이유들으러 가자.
준희 : 그래. (하며, 성우쪽으로 무표정하게 시선 튼다)
성우 : (차안에서 준희와 은수 보고는 흐뭇한 웃음 지으며, 차 몰아간다)
은수 : (성우의 차쪽으로 시선 틀며) 뭘봐?
준희 : (무표정하게 보다가, 은수 보고 웃으며) 아무것도 안봐. (하며, 은수 어깨 싸안고 들어가고)
씬15. 성우의 차안.
성우, 스피커폰(핸드폰)으로 전화 하고 있다. 신호음 가다 신호 떨어지면.
성우 : (편하게) 윤여사?
영희 : (E) 엉.
성우 : (편하게, 입가에 웃음 머금고) 지금 뭐하시나....
영희 : (E) 암것도 안해.
성우 : (웃음) 진지는 드시고?
씬16. 영희의 집(아파트), 거실.
영희, 담배 피우며 무선전화 받고 있다. 일상적이다.
쇼파 없는, 다리 낮은 테이블과 등받이 의자만 있는 거실이다.
영희 : (담배 피우며, 제 손톱을 유심히 보면서, 건성처럼) 그래, 그래...아니? 내가 널 왜 기다려. 안 기다려.
성우 : (E) 정말?
영희 : 그래. (사이, 웃음) 야, 주성우, 서방처럼 굴지마. 딸이면 딸처럼 굴어. 이게 나이 들더니, 에미랑 맞먹어.
(웃음, 사이, 부정하며, 버버대며) 아니, 안펴. (사이) 정말 안펴. (자신 없는) 담배, 안펴.
성우 : (E) 피는데-. 목소리가 떨리는데.
영희 : (들켰다 싶다, 탁자 놓인 물 먹으며) 물, 물 먹어.
성우 : (E) 담배 안 먹고?
영희 : 그렇다잖아. (물 내려놓는데, 손에 든 담배에서 재떨어지고, 난감하고)
성우 : (E) 알았어요. 지금 고가 타니까, 한 삼사십분 후면 도착할꺼예요.
영희 : 그래.
하고는 전화 끊는다, 그리고는 탁자에 놓인 티슈 뽑아서는 침 뱉어, 담배 비벼 끄고는,
다시 쪼그려 앉아 손가락에 침 묻혀, 재를 집으며, 궁시렁.
영희 : 자식이 젤로 무섭다드니, 그른 말이 아니네. (하고는 웃음기 밴 얼굴로, 휴지로 재를 닦는다)
씬17. 달리는 성우의 차안.
성우, 무표정하게 운전해 가고 있다. 그러다가 라디오를 틀려는데, 지지직 잡음이 심하다.
성우, 라디오 끄고 한손으로 머리 쓸어올리며 담담하게 생각하며 운전해 간다.
씬18. 준희의 안방.
준희, 트렁크 차림으로 침대 맡에 앉아 있다.
그때, 은수 잠옷차림으로 준희를 흐뭇한(?) 얼굴로 보며 화장대(준희와 마주 본 상태)의자에 앉아있다.
은수 : (O. L걱정스레) 아까 그 여자가 주실장이야?
준희 : 응.
은수 : 그 여자가 힘들게 해?
준희 : 힘든 정돈 아닌데.... 좀 이상해.
은수 : 연애하쟤?
준희 : (웃음) 아니. 일을 좀 이상하게 해.
은수 : 이상한 여잔가 보다, 그러니까 일을 이상하게 하지. 준희야.
준희 : (보면)
은수 : 내 얘기 잘 들어. 한국 나와서 느낀 건데-, 생각을 아주 단순하게 하는 거야. 이상한 사람은 이상한 짓을 하는구나.
나쁜 사람은 나쁜 짓을 하는 구나. 그런 사람들하곤 놀지 말자. 상관하지 말자.
준희 : (웃음) 어떻게 그래.
은수 : 그렇지? 그럴 순 없지, 맨날 보는데. (잠시) 그럼, 이러는 거야. 집에 오면 회사일은 잊는 거야.
준희 : (웃으며, 고개 끄덕이며침대맡에 있는 물을 마시는데, 손이 떨려 물을 흘린다)
은수 : (걱정) 손 아퍼?
준희 : (잔 내려놓고, 입가 닦으며) 아니.
은수 : (편하게) 오늘 내가 유난히 이뻐보이지? 그래서 더 떨지?
준희 : (웃음) 그래.
은수 : (떠보듯) 그-럼, (장난스레) 우리 오늘, 잘래? (발로 준희 툭치며) 우리, 자자.
준희 : (웃으며, 고개 흔든다)
은수 : (작게) 자자.
준희 : (은수 쪽으로 고개 작게 틀고 웃으며) 잠만, 자자.
은수 : (눈 휘둥레지며) 누가 뭐래? 으이그, 겁쟁이- (하며, 웃으며 준희 머리를 마구 헝크러트린다)
씬19. 욕실.
성우,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얼굴 닦고 있다.
그러다, 거울에 제 모습 비춰보다가, 손뒤로하고 멀뚱히 그 옆에 서있는 영희 보고 웃으며.
성우 : 왜 그러고 있어?
영희 : (외면하며) 그냥.
성우 : (탐색하듯) 하실 말씀 있어요? 얼굴이 그냥이 아닌데... 용돈 드리까?
영희 : (머뭇대며) 아니.
성우 : 이번엔 무슨 강좌 등록했어요?
영희 : (성우 보며, 무심하게) 이 험난한 사회를 분석해 주는.... 강좌랜다.
성우 : 그거 괜찮네. 근데, 쓸덴 없겠다.
영희 : 재민 있겠더라......
성우 : (웃으며, 거울 보고 로션 바르려 뚜껑 여는데)
영희 : (작심하고) 성우야.
성우 : (보면) ?
영희 : (담담하게) 정민이한테 청첩장 왔더라........
성우 : (영희 보는) ?
영희 : (성우, 걱정스레 보다, 청첩장 앞으로 내민다) ....받어.
성우 : (답답한, 뭐라 말하고 싶지 않은 얼굴로 받는다)
씬20. 성우의 방.
성우, 멍한, 착잡한 얼굴로 책상앞에 앉아 청첩장을 보고 있다.
인써트 - 청첩장 내용.
모월 모시에 모성당에서 박정민과 이인숙이 결혼한다는 내용의 청첩장보인다.
성우, 물기고인 그러나 애써 아픔 참는 얼굴로 청첩장 보다, 그 청첩장 들고 있는 손에 끼인 반지에 눈이 간다.
인써트 - 몽타쥬.
음악 흐르는.
1. 비오는 거리. 어두운.
성우와 정민 신문지 한장 뒤집어 쓰고 잔뜩 웃음 머금고 달리고 있다, 그러다 한 건물 처마에 뛰어들어가
성우, 옷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는데, 그 옆에 있던 정민 성우의 입을 맞춘다.
2. 보석상 안.
정민, 성우의 손에 작은 링반지 하나 끼워준다. 성우, 감동해 눈가 그렁한채 반지끼워주는 정민을 보고 있다.
3. 회사앞. 밤.
정민, 인적도 끊긴 어두운 밤인데도 낮과 같은 자세로 성우를 기다리고 있다. 카메라 위로 올라가면,
회사안에서 성우, 그런 정민 멍한 얼굴로 내려다 보고 있다.
4. 버스 안. 비오는 밤.
성우, 창가에 얼굴을 기대고 멍하니 있다. 눈물이 주룩 흐른다.
그 그림 위로, 노트 소리 똑똑 들린다.
현실.
성우, 눈가가 그렁해, 손에 낀 반지 힘들게 빼서는 청첩장 안에 넣고, 청첩장을 접는다.
영희 문 열고 그런 성우 보며, 서있고.
성우 : (애써 담담하려하며, 영희 안보고) 엄마, 나 여기 가야돼?
영희 : (성우 놓치지 않고 보며) 글쎄, 그건 내 소관이 아닌거 같으네. 너 알아서 해.
성우 : (청첩장 만지작거리며, 영희 안보고)....
영희 : 야.
성우 : (청첩장 보며, 서글프게 웃으며) 엄마, 이 자식 되게 못됐다, 그-지?
영희 : 성우야.
성우 : (청첩장 책상위에 내려놓고, 맘아프게 팔짱끼고, 영희 안보고) 네.
영희 : 우리, 화투칠래?
씬21. 영희의 거실.
거실 창쪽에 스탠드만 켜져있을 뿐, 형광등 불빛은 없다.
스탠드 불빛아래서 영희, 성우 화투치고 있다. 둘다 아주 무심하다.
화투 치는 목적이, 화투가 아니다. 두사람 다 머릿속엔 딴 생각만 가득하다.
성우 : (무심히, 화투치며) 엄마.
영희 : (화투치며, 보면)
성우 : (영희 안보고, 바닥만 보며 무심하게) 언젠가 이런 영활 봤다.
영희 : .....
성우 : (생각하는 듯한) 옛날에 너무너무 사랑했던 두남녀가 헤어졌다가, 우연히 한사람의 결혼식장에서 만나게 됐는데,
다시 눈이 맞아서, 이어지는 거야. 엄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영희 : (성우가 말하는 이유를 알겠다, 화투치며) 아니.
성우 : (영희 보고)
영희 : (성우 안 보고) 난, 아니라고 생각해. 니 아버지 다시 살아, 곁에 온다고 해도, 엄만, 아니야.
성우 : (화투치며, 생각에만 빠져 영희 안보고) 왜-애?
영희 : 왜? (사이, 단호한) 아무 미련 없으니까.
성우 : (화투판 보며, 멍하게)
영희 : 글쎄 난 그런거 같더라. 사춘기때 쯤에 말이다, 아슬아슬하게 손목도 못 잡고 헤어졌다면 모를까,
불처럼 사랑하고, 미워도 했다가 증오도했다가 독해졌다가 약해졌다가... 그리고나서 헤어진 연인사이라면,
글쎄 그건 다시 만나서 될일이 아닌거 같애. 불꽃 사그라든 연후에, 재까지 보고, 그 재 치우고 날려버린 마당에,
미련이 있겠니? 영화 속에서 다시 만난 사람들은, 미련이 있는 사람들 아닐까.
성우 : 그렇지-. (웃으며 대답하다가, 갑자기 얼굴굳어지며 눈빛 그렁해진다)
영희 : (그 눈빛 알아채고) 정민이한테, 미련있니?
성우 : (눈물 보이지 않으려 짐짓, 눈 크게 뜨고 화투를 친다)
영희 : (그런 성우 놓치지 않고 보며) 성우야.
성우 : (눈물 나려는 것 엄마한테 보이기 싫다) ...
영희 : (안타깝다) 성우야.
성우 : (눈물 나는지, 고개 돌려 눈가 닦으며) 엉. (그 얼굴위로 영희 이펙트)
영희 : 너, 똥 쌌어.
성우 : (뭔말인가 싶어, 화투판 보면)
인써트 - 같은 화투 세장이 겹쳐있다.
성우, 화투판 보고, 영희 보며, 어이없어 웃고.
영희, 입가에 웃음은 짓고 있어도 성우의 맘 아는지라 걱정스런 눈으로 성우 보고. 화면 어두워지고.
씬22. 회사 1층 전시실 전경. 오전.
하숙의 웃음소리 들린다.
씬23. 회사 1층 전시실 안.
인부들 바삐, 사진이나 각종 공예품들을 새로이 셋팅하고 있고,
한쪽으로 가면 성우와 하숙이 커피를 마시며 즐겁게 얘기하고 있다.
하숙 : 하하하. 야, 야, 애 놀랬겠다. 앤간히 다루지. 그러다 애 경기들면 어쩔라 그러냐?
성우 : (웃음기 밴 얼굴로 커피잔 마시다, 눈 휘둥 그래지며, 하숙 보며) 어머, 걔가 애야? 어-려?
나이 스물일곱에, 결혼까지 했는데, 어려?
하숙 : (웃으며, 차마시고)
성우 : (걱정스런) 언니, 걔 잘못 컨텍했어. 걔, 어린게 아니라 사회성이 없는애야. 걔 판화했댔지? 나무나 파서 그림이나 찍어대면
딱 좋겠던데, 언니, 언니 그 헤픈 인정좀 버려. 걔 형부 후배랬지? 충고하는데, 연줄로 사람 일시키는 거 아냐.
하숙 : (웃음) 넌 줄 아니냐? 대학후배 아니었으면, 너두 여기 못 들어왔어.
성우 : 그래? 그럼 짤러. 딴 데 좀 가게.
하숙 : (웃음, 커피 마시고 내려놓으며) 성우야, 걔 잘 좀 봐줘라. 걔, 그림 못해.
성우 : ?
하숙 : 걔, 준희 손 떠는 거 못 봤니?
성우 : ?
하숙 : 뉴욕 있을 때,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손목을 심하게 다쳤었데, 일상생활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는데 판화라는게 워낙
섬세한 일이 잖냐? 그래도 지는 어떻게든 할라고 시도도 했었는데, 잎 달린 나무를 판다는게 잎 떨어진 나무를 파고....
불쌍하게 생각해라. 하지만 난 불쌍해서 걔 쓴거 아니고, 작가들도 많이 알고, 그림보는 안목이 아주 별나게 좋아.
잘난 니가 코치 좀 잘해줘라. 안됐잖아.
성우 : (별로 맘에 두지 않는) 가지가지다. (커피 마시고) 그런데, 지금은 걔보다 내가 더 불쌍하게 생겼어.
하숙 : ?
성우 : (쓴웃음) 정민이...... 결혼한대. 집으로 청첩장 보냈드라.
하숙 : (답답해진다) 그 자식 그거... 미친 거 아니냐? 지가 어디라고 청첩장을 보내.
성우 : (무표정) ......
하숙 : 주성우.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야?
성우 : 몰라. 긴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쓴웃음) 그래서, 정말 내 감정이 어떤지, 가볼까해. 가서, 아니면 다행이고, 기면,
(쓴웃음) 확인사살 하는 거지 뭐.
하숙 : (떠보듯) 괜찮은 거지? 위로 해야 되는 거니?
성우 : (웃음) 아니.
성우, 서글프게 웃는데, 그 얼굴 위로 준희 목소리 들린다.
준희 : (굳은 얼굴) 저 부르셨어요?
성우 : (돌아보고)
씬24. 완공 덜 된 건물 앞 + 차안.
준희의 차, 멈춰선다.
성우, 차에서 내리려다가, 자기를 보고 있는 준희에게.
성우 : 안내려?
준희 : (주변 둘러보며) 여기가 어디예요?
성우 : 사람 꼬시는데, 너 꼬실려고 데려온거야, 내려. (하고는 차에서 내려 문닫고, 건물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버린다)
준희 : (들어가는 성우 보고)
씬25. 건물안.
아직 내장 공사중이다. 미장들 몇몇 시멘트를 건물에 바르고 있다.
준희, 한쪽에 서서 성우가 뭐하나 싶어 보고 있다.
성우, 팔을 걷어붙이고 시멘트 갠 그릇을 쭈그리고 앉아 짜증스레 보고 있다. 미장일 하는 오씨 성우 옆에 앉아있다.
성우 : 아저씨 증말 이렇게 일할래?
오씨 : 왜 그러냐, 또?
성우 : (O. L, 친구처럼) 왜그래? 시멘트 땜에 그래.
오씨 : 시멘트가 뭐가 어째서?
성우 : 오씨 아저씨, 시침 떼지마. 다 아시면서, 능청맞게... (시멘트를 손으로 들어, 오씨 앞에 보이며) 이게 뭐냐, 이게.
오씨 : 그게 뭐긴.
성우 : 그렇게 자꾸 시침 뗄래요? 시멘트 많이 쓰라 그랬죠? 시멘이 이렇게 질면, 반년도 못가, 타일 있는대로 떨어져요.
막걸리값 삥땅치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랬잖아. 일 이렇게하면 안되지.
오씨 : (머리 긁으며, 멋적다) 주십장, 여기 올때 제발 전화 좀 하고 와라. (준희쪽에 대고) 야, 거기 시멘트 부대 하나 들고와.
준희 : ?
성우 : 너 귀먹었어? 옆에 시멘트 부대 안보여?
준희 : ?
성우 : (서서, 손뼉치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아저씨들, 현재 미장된데라도 마른 시멘 좀 더 뿌려요, 어서요, 어서!
씬26. 건물 다른 공간.
성우, 준희 인부들 컵라면에 막걸리 먹고 있다.
준희, 성우를 신경쓰며 컵라면 바닥에 내려놓고 저분질해 먹고.
성우(O. L), 막걸리를 한사발 맛나게 비워내고는 잔을 오씨한테 주고 술 따라 준다.
오씨 : (잔 받으며) 이봐, 주실장.
성우 : 십장이라고 불러요.
오씨 : 당신이 왜 십장이야, 내가 십장인데.
성우 : (웃음기 밴) 또 돈 얘기 하실 모양이네. 오씨 아저씨 나한테 돈 얘기 할 때만 실장이라 그러잖아요. (라면 국물 먹고)
준희, 인부들한테 두손으로(손 떨지 않으려 애쓰며) 술 따라주고.
오씨 : 시집을 왜 안가나 했더니, 귀신이라 안데려갔구만. 거두절미하고, 우리 인부 셋만 더 쓰게 해줘.
성우 : (라면 국물 먹다 보면) ?
오씨 : 이달 말까지, 이 건물 전체 미장하고 타일 깔고 이 인원으로 안돼. 그렇다고 야근비도 안주는데,
주구장창 밤일 시킬 수도 없고. 기술자들이라곤 모두 나만한 노친네들 뿐인데, 좀 해줘라.
성우 : (장난, 애교) 내가 파스 사드리면 안될까?
오씨 : (답답하다) 장난말고.
준희 : (성우가 뭐라그러나 본다) ...
성우 : 안되요.
준희 : (실망)
성우 : 근데.....
준희 : (성우 보고)
성우 : (오씨에게) 세명은 무리고 두명만 써요.
오씨 : (좋다) 그렇게라도 해줄래?
성우 : 그 대신, 기한 확실히 지키는 거예요. 그리고, 우는 소리 좀 하지말아요. 노친네들 우는 소리에 젊은 나, 맘 아퍼 일이 안돼.
오씨 : (기분 좋고, 입가에 막걸리 자국 있는)
준희 : (성우, 보고)
성우 : (오씨, 입가 소매로 닦아주며) 아이고, 노친네 이게 뭐야, 칠칠맞게.
준희 : (성우 보는, 뭔가 맘이 움직이는)
씬27. 화장실(건물 안에 있는 완공 된) 수돗가.
성우, 손을 닦으며 궁시렁대고 있고.
준희, 문가에 서서 성우를 보고 있다.
성우 : 가는 곳마다 죽는 소리들이네. (준희 안보고, 준희에게) 서준희, 너 저 아저씨들이 한달에 가져가는 돈이 얼만줄 아니?
준희 :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 .....
성우 : (안된 생각에) 백오십이 안돼.
준희 : ......
성우 : 30년 기술잔데, 백오십이 안돼. (고개 돌려, 준희 보며) 넌 내가 속물처럼 보이지?
준희 : ?
성우 : (손수건으로 손 닦으며, 시선은 준희에게 두고) 우리 어디 가서 차 한잔 마실래.
준희 : !
씬28. 카페 전경+카페안.
카메라, 카페 한바퀴 돌아 성우, 준희 보여주는.
성우 : (커피 들어 한모금 마시고, 준희 보면) ....
준희 : (커피잔을 들어, 조금 떨며 차를 마신다)
성우 : (걱정) 손 많이 떠는구나.
준희 : (작게 웃음) 좋은 사람 앞에서는 조금 더 떨어요.
성우 : 나 사람 잘 꼬시지? 너 나한테 넘어왔어. 전번처럼 얼굴에 독기가 없어.
준희 : (편하게) 내가 독기가 있었어요? (차마시고)
성우 : 김대리도 그랬어. (재석말 흉내) 선밴 속물 중에 젤 속물이예요. 그래서 현장엘 데려왔지, 그랬더니 대뜸 지금 너처럼
독길 풀더라. (웃음) 왜 그런지, 여기만 데려오면 다들 약발을 쎄게 받대.
준희 : (작게 웃음)
성우 : 난 니가 이렇게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이다. 가끔은 나도 그런 생각해. 내가 작가들한테
너무 심한 거 아닌가. 그런데, 미장아저씨들이나 목수 아저씨들 보면, 아니다, 도리질쳐. 물론 돈으로 매길수 없이
값나가는 그림도 있지. (도리질치며) 사실 나두 혼란스럽다. (사이) 오늘 이 작가한테 모질게 하면서,
속으론 그렇게 빌었어. 제발 잘 나가는 작가되서 나한테 원수 갚아라. (고개 들어) 서준희.
준희 : (보면)
성우 : 하숙선배도 먹고 살아야지. 자선사업하는 거 아니잖아. 이번달 어음 막을 것만 해도.. 그만하자.
준희 : 하지만 칠대 삼은 너무 했어요. 그 작가, 형편도 안 좋고. 무엇보다 그림 이 정말 좋아요.
좋은 그림에 대한, 공정한 댓가 계산해 줬어야 해요.
성우 : 공정한 댓-가? (쓴웃음) 그래, 나도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준희 : (성우 보는)
성우 : (씁쓸한 웃음 띠고) 공정한 댓가가 오가는 공정한 세상 같은거, 상처 준 사람은 상처받기, 상처받은 사람은 상처낫기.
뭐, 그런 세상. (문득 다시 정민 생각이 나, 답답해 진다, 차마시고)
준희 : (그런 성우를 놓치지 않고 본다)
성우, 준희 있는 모습 한 화면에 잡히고.
씬29. 신문사 문화센타.
씬30. 강의실 복도.
주부들 몇몇 지나쳐 가고.
영희와 유란 강의실 찾는지, 두리번 거리는데, 선주 신나서 말하는.
선주 : 야, 야, 강사 봤니, 우리 강사봤어?
영희 : (상대하기 싫다)
선주 : 등치도 좋고, 인품도 좋고, 아주아주 괜찮게 생겼드라. 강의 들을 맛 나겠더라, 얘.
유란 : (너그러운 웃음 지으며) 저런, 저런. 걱정이다. 나이 쉰둘에 아직도 남자가 남자로 보이고 가슴 설레고, 민망하다, 민망해.
니 애들이 너 그러구 다니는 거 아니?
선주 : 알면되니? 안되지. 너두 나처럼 과부되봐라. 처녀랑 다를바 없이, 남자가 남자로 보이지. 그리고 남자가 남자지, 여자니?
영희 : (짜증난다, 선주에게) 야, 송선주.
선주 : (반갑게) 왜?
영희 : 정신 없어, 좀, 조용히 좀 해.
선주 : (새침) 미안하다, 난 가만있고 싶은데, 입이 자꾸 말을 하네.
영희 : (안옷고, 어이없어 웃는 유란에게) 나, 얘 정말 싫어.
유란 : (그러지말라고, 영희의 옆구리를 툭친다)
영희 : (선주, 보며) 너, 분명히 공예반 간다고 했지? 거기 왜 안갔어?
선주 : 그냥.
영희 : 나, 공예반 가고 싶은데, 너 피해서 여기 온 거야. 그거 아니?
유란 : (영희 말리며) 그만 해라. 또 투닥거린다.
영희 : (유란에게) 나 정말 얘 피곤하단 말이야.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얘 어떻하면 떼놀까, 그 궁리로 산 거 너 알지?
선주 : (입을 삐죽인다)
유란 : (난감하다)
영희 : 내가 대학 안간다고, 자기도 안간 애야, 얘가. 지 남편 죽었다고, 내 남편 죽으라고 고사까지 치렀잖니, 얘가.
선주 : (기도 안찬다) 얘가, 말을해도 해도 너무 하네, 증말.
영희 : (선주 보며) 너 나 싫지? 그럼, 딴 반 갈래?
선주 : (딴 청하듯, 영희에게) 왜 안오니? 왜 안올까? 기대되지? 솔직히 기대되지?
영희 : (고개 숙이고, 한손 머리에 대고, 열받는다, 유란에게) 육개월을 어떻게 참냐? 벌써, 혈압 오르는데.
나, 쓰러지면 장례비 (턱으로 선주 가리키며) 얘보고 내라그래라. 이건 유언이야.
씬31. 강의실.
영희, 선주 때문에 짜증나 여전히 고개숙이고 앉아있고,
그때, 문소리 나고 주현철 너그럽게 웃는 낯으로 들어온다.
선주, '안녕하세요'하며 호들갑을 떤다.
현철, 웃고.
영희 : (고개 더 숙이며, 유란에게) 쪽 팔려 살 수가 없어, 증말.
현철 : 네, 안녕하십니까.
선주 : 선생님 오늘 우리 공부말고, 자기소개하고 시간 떼워요, 네?
현철 : 그래도 돈 내고 오셨는데, 그럼 되나요. (하며, 칠판에 개혁과 혁명이라고 쓴다) 자, 오늘 첫시간은
요즘 많이 쓰는 이 단어에 대해 한번, 얘기해 봅시다. (하며, 앞자리에 앉은 주부에게) 이게 뭔줄 아세요?
주부1 : (주눅든) 개혁과 혁명이라고 쓰셨네요.
현철 : 뜻을 아세요.
주부2 : 대충밖에 모르는데...개혁은 개혁이고...혁명은 혁명이고....
영희 : (O. L 여전히 고개 숙이고, 유란에게 작게) 뭐라 그러는 거야, 저 여자?
현철 : (O. L) 어렵게 생각마시고, 이렇게 한번 생각 해보세요. 맘에 안드는 남편이 있는데, 바가지를 긁어서라도 살고 싶다.
이건 개혁하겠다는 의집니다. 근데, 영 안되겠다, 이 인간하고 헤어져야 내가 살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
그건 혁명에 해당합니다. 혁명이 개혁보다 위험하죠.
사람들, 재밋다는듯 웃고 수런거리고.
영희 : (유란에게) 이거 받아써야 하니?
선주 : 하하하. 말씀도 재미나게 하시네. 선생님 우리 존함이나 알고, 수업해요.
주부들 : 그래요.
현철 : (웃는) 그럴까요. 전 주현철이라고 합니다.
영희 : (그 말에 노트만 보다가, 순간 고개 들었다가, 가슴이 철렁해 다시 고개 숙인다)
씬32. 복도.
벨소리 나고, 주부들, 함박 웃음 띄우고 강의실을 빠져나온다.
씬33. 강의실 + 복도.
현철, 문 앞에서 주부들 웃는 낯으로 배웅하고 있다.
선주, 현철(어색하게 웃는다)의 손을 잡고 '만나뵈서 너무 너무 반가워요, 선생님 강의가 너무 재밌어요' 등등하고.
영희, 자리에서 고개 숙이고(현철이 볼까 싶어서) 쭈빗거리다, 유란이 가방 챙기고 '안가'하는 바람에
'가'하며 출입구 쪽으로 와서는 불편하게 모로 고개 까닥하고 빠져나간다.
현철, 그런 영희 놓치지 않고 보고, 복도로 나온다. 선주, 따라 나오고.
영희, 서둘러 한손으로 얼굴 반쯤 가리고 복도를 빠져나가고.
현철, 입가에 반가운 웃음 번진다.
선주 : (영희 간 쪽 보고는) 쟤 아세요?
현철 : 저 양반, 아세요?
선주 : 알죠, 친군데.
현철 : 저, 저, 혹시 저 양반 성함이....
선주 : 왜요? 쟤한테 관심있으세요? 전 송선준데.
현철 : ?
선주 : (실망, 건성) 나 말구 쟤 이름이요? 쟤, 윤영희예요. 윤영희. 오빠 이름은 철수고, 지 집 강아지 이름이 바둑이였대요,
부친은 국어선생이었대지, 아마.
현철 : (입가에 반갑고 편한 웃음 번지고)
영희, 복도를 꺾어들자마자 머리께에 올렸던 손내리고 한숨 몰아쉰다.
유란 : (걱정) 야, 너 왜 그래?
영희 : 야, 저 오빠.....왜 저깃니?
유란 : ?
영희 : 이거 무슨 일이야? (가슴이 쿵당쿵당 뛰는 걸, 한숨 몰아 진정시키고, 다시 걸어가고)
씬34. 신문사 주현철 사무실.
주현철, 책상에 앉아 담배 피우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 번져있다.
현철 : (혼잣말, 웃음기 여전히 번져있는, 우물우물 작게) 윤영희.......윤영희.....
그때, 노크 소리나고 동진 가방을 메고 들어온다.
현철 : (고개 들고 동진을 보고, 어색하게) 어?....
동진 : (현철 책상 앞으로 와서는, 편하게)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현철 : (여전히 웃는) 어..... 응.
동진 : 잠시 앉아도 되죠?
현철 : 어, 그래, 여적 서 있었냐?
동진 : (현철의 앞에 놓인 의자에 앉으며) 좋은 일 있으세요, 왜 그렇게 웃으세요?
현철 : 좋은 일? (웃음) 있지?
동진 : (눈치 보며) 제가 알면, 알아도 되죠?
현철 : 으응.. 어릴때 동네 친구를 만났어.
동진 : 여자 친구분이세요?
현철 : (작게 소리내 웃으며) 여자? 그래, 여자지. 동생뻘이었는데, 이젠, 맞먹어도 되겠대. (사이) 그래, 넌 취재가냐?
동진 : 네. 퇴근 안하세요?
현철 :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저 자리가 퇴근을 안하네.
동진 : (웃음, 가방을 뒤지다 말고) 아차, 오늘 사모님 제삿날, 아니예요?
현철 : 맞어.
동진 : 눈치 보지 말고 들어가세요.
현철 : 여편네 제삿날 남편 할 일이 뭐있다고, 애들이 다 지내는데. 칼럼 맡은 것도 있고.. 근데, 쓸게 없네.
동진 : (가방에서 자료철 내놓으며) 이거 한번 보세요.
현철 : ?
동진 : (약간 멋적다) 컬럼 자료로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선배님 드릴려고, 좀 모아봤는데...
현철 : (쓴웃음) 번번히... 무능한 상사 만나서 고생하지?
동진 : (가방 닫고, 일어서며) 그런 말씀 마세요. 제 기사톤, 누구한테 전수 받은 건데요?
현철 : 옛말이지, 이젠 내가 글을 써도 무슨 말을 쓰는지 모르겠어.
동진 : (위로) 아니예요. 아직도 너무 좋으세요. 아니, 갈수록 좋으세요.
현철 : (쓴웃음) 나가봐라, 늦겠다.
동진 : 네. 낼 뵙겠습니다. (하고, 인사하고 나가고)
현철 : (자료철 들어 넘겨보다 다시 담배 피워물고)
씬35. 신문사 보이는 거리.
영희(아직도 불에 댄듯, 가슴이 설렌다), 서둘러 걸어가고 있고, 선주, 유란 '영희야'하며 뒤따라간다.
영희, 한참 들은 척도 않고 걸어다가다 갑자기 뒤돌아서며.
영희 : (약간 언성이 높은) 왜 이렇게 사람을 불러, 챙피하게!
선주 : ?
영희 : 니들 집에 가. 우리 같이 사니? 아니잖아. 나, 응암동 살어, (선주 보며) 너, 상계동이지? (유란 보며) 평창동이지?
그럼 따로 가도 되는 거 아니니? 난, 버스 타고 가. 니들 택시 타지? 그럼 여기서 각자 헤어져도 되잖아. 우리 따로 가.
제발 따로 가자. (하고, 뒤돌아간다)
유란 : 쟤 왜 저러니?
선주 :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잘난 척하는 거지, 뭐겠니?
유란 : 무슨 말이야?
선주 : 남자 생겼다, 이거지 뭐. 나쁜 기집애, 내가 뺏어버리고 말거다.
유란 : (선주의 말이 어이 없다) 이거, 친구사이에 남자 때문에 피터지겠군. 볼만하겠다.
(하다가, 선주 놀림조로) 근데....쟤가 너한테 뺏길까?
친구 : (유란 밉게 보고)
씬36. 정류장.
영희, 멍하니 넋나간 듯 서 있다.
그때, 동진이 '택시!'하는 소리 들리고, 카메라 돌아가면, 동진 택시를 잡아타고 간다.
씬37. 은수의 작업실.
은수, 용접기계(마스크하고, 앞치마하고)로 금속공예를 하고 있다.
그때, 인정 문 열고 즐거운 목소리로 '선생님!'하고 부른다.
은수, 그것 알지 못하고 일을 한다.
인정 : 선생님!
인정, 은수가 듣지 못하자, 다가와 은수 어깨를 툭치고는.
인정 : 선생님!
은수 : (놀라, 산소기 불끄고 뒤돌아 보며) 아후, 놀래라?
인정 : (동진이 와서 좋다) 이기자님 오셨어요, 이기자님.
은수 : 걘 또 왜 왔니?
씬38. 은수의 갤러리 안.
한쪽 테이블에서 은수는 케익을 먹고 있고, 동진은 그런 은수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은수 : (케익을 입안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담당구역이 이곳으로 바꿨으면 이제 자주 오겠네.
동진 : (그런 은수 보며) 지금까지 밥도 안 먹고 일한거야?
은수 : 응.
동진 : 그 돈 다 벌어서 뭐하냐, 밥이나 먹지.
은수 : 작품은 돈 때문에 하는게 아냐. (크림 묻은 손가락 빨며) 준희가 같이 먹자 그래서 대충 떼우는 거야.
동진 : (조금 굳은) 그-래?
은수 : (동진 보고) 왜 얼굴이 씁쓸해? 준희 얘기만 나오면 꼭 그러더라. 그렇게 샘나니?
동진 : (웃으며) 샘낼 것도 많다. (무심히, 건성으로) 참, 준희씨는 일할만하대?
은수 : 상관이 꼴통이래. 그래서 상관들이 하는 짓은 상관하지 말랬어.
동진 : (은수가 하는 말은 안듣고, 은수만 본다)
은수 : (케익 다시 먹으려다가 동진의 눈빛 알고) 그렇게 보지마. 분명히, 니가 먼저 나 차서 나 준희랑 결혼한거야.
니가 내 프로포즈 오케이 했으면, 난 지금 분명 너랑 살고 있을거야.
동진 : (서글프게 웃는다)
은수 : 어? 너 그런 웃음 질 때마다 내가 무슨 생각 드는 줄 아니? 내가 너 찼나? 분명 니가 나 찼는데? 헷갈린단 말이야.
동진, 웃고.
그때, 인정 주스 날라온다.
은수 : (인정에게) 인정아, (동진 가리키며) 얘 아직 나 좋아하는 거 같지 않니?
인정 : (동진 눈치보며, 작게) 네.
동진 : (웃으며) 걱정마, 임마. 나, 너 안 좋아해. 제비 말고 유부녀 좋아하는 총각이 어딨냐?
은수 : (장난) 고마워. 그럼 내가 너 보기 부담 없지. (하며, 케익 먹는데)
인정 : (동진에게 머뭇대며) 정말, 우리 선생님......이젠 안좋아하세요?
동진 : ?
은수 : ?
인정 : 그럼 제가 이기자님 좋아해도 되요?
은수, 그말에 놀라 케익 입밖으로 쏟고.
씬39. 성우의 사무실. 밤.
준희, 업무보며 성우에게로 자기도 모르게 눈길간다.
성우, 전화하고 있다.
성우 : (웃으며) 네, 네. 알지, 내가 이작가님 처질 왜 몰라요, 그런데 솔직히 그림값, 좀 오바 했잖아.... (사이, 웃음) 네, 네,
어쨌든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거래 하자구요. 네네. 끊습니다. (하고는 전화끊고는, 언제 웃었냐는 듯이, 얼굴 굳어져서는,
서류 챙기며 직원들 안보고) 어서들, 퇴근해, 지금이 몇신데, 꾸무적대.
현주 : 그럼 먼저 갈께요.
성우 : (서류만 챙기며) 그래.
카메라, 준희 쪽으로 옮겨가면, 준희 다른 작가와 전화하는지, '네, 네, 그럼요' 등등 하고 있고,
그 옆에서 퇴근 준비하는 현주와 재석.
재석 : (현주에게) 야, 우리 국수 먹고 가자?
현주 : (가방 챙기며) 국수만 먹곤 못가지. 술 한잔 한다면, 가주고.
재석 : (맘에 안든다) 넌, 딴 남자들한테도 이렇게 헤프니?
현주 : 내가, 김대리님한테 뭐 퍼줬어요?
재석 : 전번날에 ..키... 키... (하다가, 주위둘러보고) 국수 안 먹어. (그냥 나가고)
현주 : (상관 없다는듯, 웃으며, 준희 툭치고) 갈께요. (하고, 가고)
준희 : (전화기 든 채, 고개만 까닥하고)
카메라, 서서 서류 챙기는 성우에게로 오면.
준희, 어느새 '저, 있잖아요'하며 서 있다.
성우 : (올려다 보면)
준희 : (편한 얼굴로, 성우 안 보고) 고마워요.
성우 : 뭐가?
준희 : 이 작가, 판화 제 말대로 해주신거요.
성우 : (가방 챙기며, 건성건성) 고마울 거 없어. 난 그 그림 안 쓰고, 아예 딴 그림을 걸까 했는데, 고객이 그 작가 그림 아니면
죽어도 싫대, 울며 겨자먹기로 하게 된거야. 신경 쓰지마. 참, 전에 말한 뉴튼 그림있지? 그건 삼대 칠로 해.
잘나가는 작가니까, 잘 보여야지.
준희 : (성우에게 실망하고 가고)
성우, 준희 상관없이 자리에 앉는데, 책상위에 있는 달력이 팔에 걸려 뚝 떨어진다.
인써트-떨어진 달력.
토요일 날짜에 빨간표시 되있다.
성우, 달력을 보고 조금 짜증난 얼굴로 가방 거칠게 챙긴다.
씬40. 계단 내려가는.
준희, 답답한 얼굴로 생각하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현주 : (E) 서준희씨, 회사엔 능력없는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만 있을 뿐이예요. 주실장님은 능력 있는 사람이고.
나쁘게 생각말아요.
재석 : (E) 주실장한테 성질이 나두, 참어. 그사람만큼 일 못할거면 참으라고, 그게 세상이야. (착찹하다)
씬41. 주차장.
성우, 자신의 차 앞에서 짜증난 얼굴로 안 열리는 문을 열려하다가, 손바닥으로 짜증스레 차를 탁 친다, 그런 일련의 행동들 하며.
성우 : (답답한 얼굴로, 혼잣말) 박정민.....박정민......넌, 평생, 평생 도움이 안돼.
준희, 건물 뒤에서 준희의 차 나오고, 성우, 찻소리에 고개 돌려 준희 보고.
준희, 차 멈춰선다.
성우, 준희의 차로 오고. 준희, 차문 내려 성우 보면.
성우 : 집까지, 태워다 줄래. 지난번 너처럼, 키를 위에 두고 왔어.
준희 : ?
씬42. 도로+ 차안.
달리는 준희의 차.
차안, 성우,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옆자리에 앉아있다.
성우 : (딴 생각하며, 불쑥) 서준희.
준희 : 네.
성우 : 세상에, 사랑이 있니?
준희 : (보면)
성우 : 앞 봐, 앞 봐야 차 몰지.
준희 : (차 몬다)
성우 : 있, 니?
준희 : 몰라요.
성우 : (앞만 보며, 입가에 서글픈 미소 띤) 왜 몰라. 부인 사랑안했어?
준희 : (작게 미소띤) 좋아해요.
성우 : (고개 돌려보며) 넌 니 부인한테도 그렇게 대답해 주니?
준희 : (편한 웃음) 네. 난 걜 보면, 즐거워요. 걘 그 말을 좋아하구요.
성우 : (여전히 앞만 보며, 작게 웃음) 별나다. 그럼 넌 사랑한 사람 없어?
준희 : 있어요.
성우 : 누군데.
준희 : 오드리 햅번요.
성우 : (보면) 오드리 햅번? (웃으며) 뉴욕에서 그 여자 옆집에 살았니?
준희 : (웃는다) .......
성우 : 나두 리차드 기어를 사랑하지만, 남들한텐 그런식으로 말안해. 돈 애 같잖니.
준희 : 정말이예요.
성우 : (창밖만 본다) ....
준희 : (입가에 선한 웃음 번진채) 나한테 사랑은, 가슴에 피멍들도록 아프고, 그 사람때문에 잠못들고, 자고새도 보고 싶은 건데,
난 정말 그 여자 때문에, 그래봤어요. 장난 아니예요.
성우 : (준희 얘기 안듣고 있었다, 창가보며, 딴 생각하며) 사랑이 그런거니....설레고, 아프고, 잠못 들고, 그리고 또 뭐라구.
너, 많이 아는구나. 그럼, 사랑이-, 챙피할수도- 있니? 난 사랑이 챙피한데. 내가 한 사랑이 다 챙피한데...
준희 : (보면)
성우 : (서글픈, 혼잣말) 사랑이-, 있어?
준희 : (성우, 보고)
그런 두사람 보여주고.
씬43. 준희의 집, 주방.
준희(트렁크에 런닝차림), 식탁에 앉아 뉴스를 보고 있다.
그때, 갑자기 전원 꺼지고, 준희 왜 그런가 싶어, 옆 보면.
은수, 리모콘 깔고 앉아, 준희 또랑또랑 보며.
은수 : 얘기해. 티브이 그만 보고.
준희 : 뉴스만 보자.
은수 : 낼 신문 봐. 아까 한 말 계속하자, 병원 갈꺼야, 안갈꺼야?
준희 : (안보고, 작게 웃으며) 가기 싫어.
은수 : (손으로 준희 얼굴 돌려세우며) 왜 싫어? 너만 가라그러는 것도 아니고, 공평하게 나두 간다는 건데.
준희 : 난 문제 없어.
은수 : 난 문제 있고?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준희 : 정말이야, 문제 없어.
은수 : 누가 니 애 가진 적 있니?
준희 : (웃고)
은수 : 서준희. 경고하는데, 이번엔 피할 생각 절대 하지마. 낼은 내가 고삘매서라도 병원에 끌고 갈테니까.
준희야, 이건 피할 일이 아니야. 너랑 나랑 그간 잠자리, 암만 못해도, 3년 동안(열손가락 접다가) 셀수가 없네.
준희 : (웃고)
은수 : 그런데도 애가 안생기는 건, 둘 중 하나가 문제가 있단 얘기야. 근데, 난 아니거든. 그럼 누구겠어?
준희 : 난 문제 없어. 그냥 우리 이렇게 살자.
은수 : (고개 흔들며) 안돼. 넌 문제있어, 분명히 있어, 남자가 되가지고 잠자리 싫어하는 것부터가 문제 있는 거야. 병원 가자.
준희 : (웃음 안 멈추고) 난, 그냥 너 보는 게 더 좋아.
은수 : (굳은 얼굴이지만, 장난기가 가득하다) 난 안는 게 더 좋아.
씬44. 거실.
은수, 준희의 무릎에 앉아있다.
준희 뒤에서 은수를 안고 있다.
준희 : 병원 가는 거, 안 무서?
은수 : 난, 여잔 안무서. 의사가 여자래. (고개 돌려, 준희 보며) 근데도 싫지? 내가 다른 사람앞에서 다리 벌릴 생각하니까,
좀 그렇지?
준희 : 아니. 의산데, 뭐.
은수 : (준희 앞가슴 때리며) 질투 좀 해라. 언니말이 맞어, 남자가 좋아서 결혼해야 하는 건데, 내가 맨날 밑져.
이제부턴 안 좋아할거야.
준희 : (웃는다)
은수 : 참, (하더니 가슴속에서 사진 하나 꺼내준다) 이거.
준희 : ?
은수 : 니가 좋아하는 오드리 햅번이야.
준희 : (보면)
인써트-오드리햅번 늙은 사진이다.
은수 : 실망스럽지? 너무 늙었지? 싫지, 그지?
준희 : (사진 보며, 웃는) 좋아. 그래도 오드리 햅번이잖아.
은수 : (정색) 넌 내가 여자로 안보이니? 나두 질투 할 줄 알어. 너, 얼굴 긁히고 싶니?
준희 : (콱 안으며, 웃으며) 아니.
은수 : 아퍼!
씬45. 침실.
준희, 은수 팔배게하고 누워있다.
준희, 생각하는 눈빛.
은수 : (졸린) 무슨 생각하느라, 안자?
준희 : (생각하며) 성우선배.
은수 : (무심히) 또 까탈부려?
준희 : 아니. 그냥 아까 오드리 햅번 얘기 했거든.
은수 : (졸리다, 건성) 그랬구나.....
준희 : (천장만 보며, 제 생각에 빠져, 천천히) 능력 있는게 뭔지 모르겠어. 능력 있는 사람은 순할 수 없는 거니?
성우선밸 보고 있으면, 난 그사람이 능력있게 보이는게 아니라, 꼭 이 세상 전부한테 화를 내고 있는 사람 처럼 보여.
화내지 않고, 세상을 살 수도 있는데, 그지?
은수 : (가물가물) 뭐라, 그래........
준희 : (고개 돌려, 은수 보며, 따뜻하게) 졸리구나. 어서, 자.
은수 : (졸려 입이 다 안 벌어진다) 응, 졸려......
준희 : (천장 보고, 생각하는) ......
은수 : ...근데, 준희야-, 다른 여자 생각하지마-, 미워하는 사람도, 자꾸 생각하면, 그 사람이, 맘에, 들어온대-.
다른 여자, 생각하는, 거......나... 싫어.
준희 : (천장만 보며) ......근-데, 은수야.....
은수 : (자고) ....
준희 : (은수 자는 것 모르고) 자꾸..... 자꾸...생각이나.
하는 준희얼굴에서 엔딩 타이틀 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