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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12
#.1 씬. 레스토랑, 윤희네 마당 (낮)
수찬 : 뭘 받아?
윤희 : 그 사람한테 프로포즈 받았어.
수찬 : (굳어지는)
윤희 :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화면 수찬 쪽으로 이동하면서.
수찬 : (맥없이 핸드폰을 끊는. 허탈한 미소 지으며) 자식 결국 해냈구나. 장하다, 정윤희.
(그러면서도 마음이 서늘해지는 느낌으로)
#.2 씬. 레스토랑. (낮)
윤희, 감동한 표정으로 자신의 팔에 끼워진 팔찌를 만지고 있는.
준석 : (그런 윤희를 애잔한 눈길로 바라보는)
윤희 : 전 프로포즈는 반지로만 받는 줄 알았는데....
준석 : .....
윤희 : (고개 들고) 고혜미씨한테는 어떻게 말씀 하시려구요? 사모님 성정에 가만 보고만 계시지도 않을 거구.
준석 : 윤희씨?
윤희 : 네?
준석 : 결혼은.....고혜미와 합니다.
윤희 : (멍해지는)
#.3 씬. 윤희의 집 마당. (낮)
고니, 영 엉겨붙어서 싸우고 있는.
보경, 선우, 덕길, 예슬, 미희, 놀라서 싸움을 말리고 있는,
요란한 소리에 뛰쳐나오는 수찬.
수찬 : 무슨 일이야?
영 : 니가 내 꺼 훔쳤잖아.
보경 : 아니, 아무리 시골애라도 그렇지 내 꺼 남의 꺼 구별도 못하나.
덕길 : 뭔 말씀을 그러코롬 하서요?
고니 : 너가 버린 거 주섰단 말이시.
영 : 내가 언제 버려.
수찬 : 대체 뭘 가지고 그러는 거야?
선우 : 요욘가 뭔가를 가지고 이 난리들이네.
보경 : 우리 영이가 왜 멀쩡한 걸 버리겠니? 너 거짓말 하고 그러면 못써?
고니 : (울면서) 참말 저 자식이 버리는 거 주섰단 말이어요.
덕길 : (고니 창고쪽으로 끌고 들어가며) 너가 거지새끼여? 왜 남의 버린것을 줍고 난리여?
긍께 요로코롬 무시를 당하는 거잖여.
고니 : 아니란 말이어요.
보경 : 그런 나쁜 버릇을 어렸을 때 확실히 고쳐줘야 해요.
선우 : (버럭) 그 별 일도 아닌 거 가지고, 어른 싸움 되겠네.
수찬 : (난감한 표정으로 창고 쪽으로 움직이는)
#.4 씬. 창고. (낮)
울고 있는 고니를 마구 때리고 있는 덕길.
덕길 : 남의 물건에 손대라고 혔어? 안혔어?
고니 : 참말 주슨 것이란 말이어요. 그 자식이 버렸는디.
수찬 : (고니를 나꿔채면서) 왜 무식하게 애는 때리고 그래?
고니 : (수찬 뿌리치면서) 아저씨가 뭣인데 우리 아부지헌티 무식하다고 허요?
우리 아부지가 워디가 워떻게 무식허다고? 나가 잘못혀서 때리는디 아저씨가 왜 끼어든당가요?
수찬 : (멍해지는)
#.5 씬. 레스토랑. (낮)
윤희 : (멍해져서 준석을 보고 있는)
준석 : 미안합니다. 나한테는.....이게 최선의 선택이예요.
윤희 : 지금....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가 잘 못알아 듣겠어요.
결혼은 고혜미씨랑 하는데, 어떻게 저하고 평생을 같이 가고 싶다고 하시는 건지.
준석 : 이기적이라는 거 압니다. 윤희씨한테 이게 얼마나 모욕적인 제안인지도...
그렇지만, 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면...같이 가줘요. 윤희씨와 따로 가는 인생......나 싫어요.
윤희 : 팀장님?
준석 : 날.....좀 가엾게 생각해주면 안되겠어요?
윤희 : ......
준석 :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날.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윤희씨와 함께 가고 싶어하는 나의 간절함을
조금만 가엾게......
윤희 : .....
#.6 씬. 한강변. (낮)
윤희, 준석 서있는.
준석 : 만약......그럴 수 없다면.....그냥 빼서 버려요. 그럼 내 욕심이 과했다고 생각할 테니까.
윤희 : 여기서였어요. 팀장님이 처음 어떤 여자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 하셨던 날,
아, 내 인생에도 이런 순간이 있구나. 가슴이 무너질 것처럼 아프면서도 행복 했어요.
평생 소원 들어주시겠다고 뮤지컬에 옷까지 사 입혀서 데려가주셨을 때,
길에 내려놓고 가셨지만, 저 원망하지 않았어요.
내가 주책이니까, 내가 주책바가지니까 당연한 거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 그런 황홀한 순간이 내 인생에 있었다는 게.....
(팔찌를 보면서) 남자한테 이런 걸 선물 받을 날이 오리란 거 예상 못했어요.
가끔 결혼식에서 남편 될 남자가 끼워주는 반지를 끼면 어떨까 히히 거리면서 상상 해본 적은 있는데.
전 그럼 무조건 좋아죽을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그런데.....자꾸 눈물이 나네요. 이렇게 근사한 선물을 받았는데......
준석 : (손을 들어 윤희의 얼굴을 감싸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밖에 사랑할 수 없어서....정말 미안합니다.
윤희 : (고개를 숙이고 울면)
준석 : (윤희를 끌어안는) 하지만 이건 맹세할게요.
당신 아닌 어떤여자도, 내 아내란 이름의 여자조차 사랑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내 인생에서 여자는 당신 하나란 거, 내가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여자는 당신 하나란 거.
그걸로 당신한테 지으려고 하는 이 죄를 조금만 조금만 용서해줘요.
윤희 : (준석의 품에 안겨 흐느껴 우는)
#.7 씬. 술집. (밤)
수찬, 기운 없이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는.
윤희 힘없이 들어오는.
윤희 : (수찬의 옆에 앉는)
수찬 : (보고) 왜 얼굴이 그러냐? 프로포즈 받고 좋아 죽었을텐데?
윤희 : (힘없이 미소 지으며, 수찬이 들고 있는 잔을 뺏어 마시는)
수찬 : (의아하게 보는)
윤희 : (쭉 들이키고)
수찬 : 자축하는 거냐? 재벌가의 안주인으로 등극하게 생겨서?
윤희 : (팔찌 보여주며) 멋있지? 근사하지?
수찬 : 왜 팔찌냐? 프로포즈할 땐 반지 같은 거 주는 거 아닌가.
하긴 뭐 아무 거면 어떠냐. 프로포즈 받은 게 중요하지.
축하한다, 정윤희. 장하다, 정윤희.
윤희 : 왜 팔찔까.....나도 궁금했어.
수찬 : 반지는 흔해서 싫다디? 자식, 선수도 아닌 놈이 연구 많이 했네.
윤희 : 반지는 고혜미가 껴야하니까.
수찬 : (멍하니 보는)
윤희 : 결혼은 고혜미랑 해야 한대.
수찬 :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너 프로포즈 받았다며?
윤희 : (서글프게 웃으며)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
#.8 씬. 공원 일각. (밤)
힘없이 앉아서 팔찌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윤희.
수찬, 화가 나서 왔다 갔다 하는.
수찬 : 그, 그걸 왜 끼고 왔는데? 그 자식 얼굴에 확 던져버리면서
너 사람 잘못봤다구 주먹이라도 날리지, 왜 끼고 왔는데?
너 주먹질 잘 하잖아? 잘하는 거 그것밖에 없잖아?
윤희 : 근데....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뺄수가 없드라. 이걸 빼면.....그 사람하곤 정말 끝이니까.
수찬 : 야, 정윤희, 이 멍청한 기집애야. 정신 차려? 너, 지금 네가 무슨 제안을 받고 왔는 줄 알아?
그 자식이 너한테 사탕발림 하면서 세컨드 제안 한 거라구? 이 또라이 같은 기집애야?
윤희 : 그렇구나. 공식적으로 그런 명칭이 있겠구나.
수찬 : (윤희 팔 잡아 일으키며) 가자, 가자구. 그 자식한테 너혼자 가기 힘들면 내가 같이 가줄테니까
가서 그 자식 면전에다 확 던져버려.
윤희 : 나.....있지. (울면서) 근데 말이야. 사람들이 세컨드라고 손가락질해도
그냥......그 사람하고 같이 가고 싶은 거 있지.
나 정말 또라이지?
수찬 : (뺨을 갈기는)
윤희 : (얼굴 돌아가고)
수찬 : (윤희 어깨 잡고 흔들면서) 여자한테 그게 뭔 줄 알아?
남의 첩으로 사는 게 어떤 건 줄이나 니가 알기나 해?
윤희 : (수찬에게 잡혀 흔들리면서 소리 지르는) 나더러 어떡하라구? 난 고혜미처럼 잘난 애가 아니잖아?
집안 좋고, 많이 배우고 똑똑한 애가 아니잖아?
나같은 거한테 세컨드라도 해달라는 게 고맙지 뭐?
수찬 : 너 정말 미쳤구나. 아무리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윤희 : 너도 그랬잖아? 너도 첫사랑이니 어쩌니 하면서 마구 잡아 흔들면서 데리고 놀랐잖아.
수찬 : 그, 그땐....
윤희 : 내가 그래도 되는 하찮은 애로 보였으니까 그런 거잖아?
그렇지만 그 사람은 안 그런단 말이야. 그 사람 앞에 있으면 내가 진짜 괜찮은 애같단 말이야.
수찬 : 너 괜찮아. 네가 얼마나 착하고 이쁜 앤데.
너 이러는 거 아니야, 윤희야. 너 이렇게 널 쓰레기통에 처넣는 건 하는게 아니야.
윤희 : 쓰레기통이면 어때? 그 사람하고 같이 가는 건데.
다른 여자는 없다고 했단 말이야. 자기 인생에 여자는 나 하나라구.
고혜미랑 결혼해도 고혜미는 자기한테 여자가 아니라고 했단 말이야.
수찬 : 이 멍청아. 그건 지금 널 놓치기 싫어서 하는 소리지.
윤희 : 몰라, 몰라. 난 그냥 그 사람이 하는 말만 믿을 거야.
수찬 : 윤희야, 윤희야. 제발.
윤희 :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그냥.....내 편이 되어주면 안되는 거야?
친구잖아? 내가 좀 잘못해도 친구니까 봐주면 안 되는 거야?
수찬 : (멍하니 우는 윤희를 바라보는)
#.9 씬. 회사 전경. (낮)
#.10 씬. 사무실. (낮)
희섭, 서류 가지고 오면서.
희섭 : 백수찬씨 팀장님 방으로 가봐요.
수찬 : (대한, 영재와 서류 보면서 얘기하고 있다가 돌아보는)
희섭 : 팀장님, 리조트 내려가시는데 수행 좀 하라시는 거 같던데.
영재 : (이죽이는 느낌으로) 가봐요, 어서, 오라시잖아요.
수찬 : .....
희섭 : 뭐해요? 백수찬씨?
수찬, 사무실에서 나가면.
희섭 : 내가 모시겠다는데도 백수찬씨랑 내려가면서 홍보에 대해 얘길 하시겠다네.
저렇게 신임을 받으면 승진도 금방이겠어.
#.11 씬. 비서실. (낮)
수찬, 걸어오면, 윤희, 미나 앉아있는.
수찬 : (윤희의 손에 찬 팔찌 보는)
사무실에서 나오는 준석.
준석 : 리조트 내려가는데 같이 가죠, 백수찬씨. (앞서 걸어가면, 따라가는 수찬)
#.12 씬. 길. (낮)
운전하고 있는 준석, 그 옆에 앉아있는 수찬.
준석 : 직원 교육에 있어서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건의를 해봐요.
백수찬씨가 고객들한테 몰표를 받았다는 건, 다른 직원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도 되니까.....
수찬 : (자르며) 잠깐만요. 차 좀 세우시죠.
준석 : (옆 슬쩍 보는) 네?
수찬 : 차 좀.
준석 : (차 멈추는)
수찬 : 내리시죠?
준석 : (의아하게 보는)
수찬 : (차에서 내리는)
#.13 씬. 길. (낮)
수찬 차에서 내리면, 준석 의아한 표정으로 갸웃거리며 차에서 내리는.
준석 : 왜 그래요? 백수찬씨? 어디가 안 좋은 겁니까?
수찬 : 오너하고 신입 사원 명찰 떼고 뭐 한가지 하고 싶은데.
준석 : 네?
수찬 : (주먹으로 준석의 얼굴을 갈기는)
준석, 불시의 일격에 비틀하는.
준석 : 지금 뭐하는 겁니까? 백수찬씨?
수찬 : 이건 정윤희 친구로써 날린 주먹입니다. 그 멍청한 기집앤 댁 따귀 한대 갈길 주제가 못되니까.
준석 : .....
수찬 : 여자한테 그게 얼마나 치욕적인 제안인지 알기나 한 겁니까?
준석 : (얼굴 만지면서) 그 정도로 친한 사이였습니까? 그런 얘기까지 시시콜콜하게 할 정도로?
수찬 : 착한 앨 그런 식으로 이용하면서 죄책감도 안 듭니까? 돈 있는 놈은 그래도 되는 겁니까?
준석 : 더 맞아야 합니까?
수찬 : (보는)
준석 : 어디 한군데 정도 부러졌으면 시원하겠는데....
수찬 : (멍하니 보는)
#.14 씬. 비서실. (낮)
미나, 윤희의 팔을 들어보며.
미나 : 악세사리 잘 안하잖아요? 어머, 어머, 너무 특이하고 이쁘다. 어디서 샀어요?
혜미 걸어오는.
윤희 : 몰라요. (팔을 빼려고 하는데)
미나 : 얘기 좀 해줘요.
윤희 : 진짜 몰라요.
미나 : 남자한테 선물 받았구나, 그렇죠? 돈 좀 있는 남잔가보다. 이거 진짜 비싼 거 같은데....
혜미 : .....
윤희 : (혜미를 보고, 미나에게 잡혀 있던 팔 억지로 빼내는)
#.15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선우, 미희, 예슬, 윤희 과일 정도 먹으며 앉아있는.
선우 : 뭐? 뭐를 해?
미희 : 독신주의 하겠다잖아,
윤희 : 그냥 혼자 살래.
예슬 : 이모 선 보는 거 싫어서 그래?
윤희 : 응. 선 보는 거 싫어서 그래.
선우 : 선 보는 거 싫어서 평생 에미 속 뒤집으며 살겠다는 거야? 지금?
아예, 엄마 빨리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라.
윤희 : (일어나며) 그냥 혼자 살다가 죽을 거니까, 앞으로 나한테 선 보란 소리 다시는 하지마. (방으로 들어가는)
선우 : 저 물건이 진짜 왜 저런다니?
미희 : 냅둬요, 며칠 안가.
#.16 씬. 예슬의 방. (밤)
윤희, 쪼그리고 앉아 있는.
윤희 : (팔찌 만지며) 뺄 수가 없는 걸 어떡해.
#.17 씬. 리조트 내. (밤)
수찬, 의자에 앉아 소주를 병째 마시고 있는.
준석, 걸어오는.
수찬 : (일어서는)
준석 : 앉읍시다.
수찬 : (앉고)
준석 : 좋은 친구를 뒀군요, 정윤희씨.
수찬 : 드시겠습니까?
준석 : 아니요, 난 못합니다. 알콜중독자거든요.
수찬 : .....
준석 : 평생 한모금도 입에 대선 안됩니다.
수찬 : 그럼 혼자 마시겠습니다. (병째 마시는)
준석 : 그 여자한테 그게 어떤 제안인지.....모르지 않습니다.
수찬 : ......
준석 :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같이 있고 싶습니다.
수찬 : 그 여자 하나만으론 안 되는 겁니까?
준석 : (허탈하게) 그 여자를 얻으면, 어머니가 자살을 하신다고 하네요.
수찬 : (멍하니 보고)
준석 : ......
수찬 : 그 여자......아마 그 팔찌 못 뺄 겁니다. (일어서는)
준석 : 나하고 같은 마음입니까?
수찬 : (멈칫 멈추는)
준석 : 그 여자한테.
수찬 : .....아닙니다. 그 여자와 저, 친구일 뿐입니다.
준석 : 다행이군요. (일어서는) 난 옹졸한 놈입니다.
그 여자가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할 거면서도 그 여자 옆에 누군가 다른 남자가 있는 건 용납이 안됩니다.
친구로써라면 언제든 백수찬씨의 주먹 받을 각오가 되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미라면, 사양하겠습니다. (걸어가는)
수찬 : (보고 있는)
#.18 씬. 길. (밤)
달리는 준석의 차.
준석 : (핸드폰 중) 잤어요?
#.19 씬. 예슬의 방. (밤)
예슬, 자고 있으면, 윤희 일어나 앉으며.
윤희 : 아니예요.
준석 : (E) 지금 올라가는 길인데, 좀 피곤하네요.
윤희 : 그럼, 차 세워놓고 눈 좀 붙이세요.
준석 : (E) 안돼요, 올라가서 내일 브리핑 자료 검토해야 해요. 윤희씨, 웃기는 얘기 잘하잖아요. 좀 해봐요.
윤희 : .....
준석 : (E) 싫어요.
윤희 : .....
준석 : (E) 윤희씨?
윤희 : 생각하고 있어요.
준석 : (E) ....생각 안나요?
예슬 : (뒤척이며) 이모 뭐해?
윤희 : 응, 아니야. (얼른 핸드폰 들고 나가는)
#.20 씬. 윤희의 집 마당. (밤)
윤희 : (평상에 앉아서) 그 개구리만 혼자 팬티를 입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물었더니.
준석 : (E) 난 때밀이예요.
윤희 : 어, 아시는구나.
준석 : (E) 사랑합니다.
윤희 : (멍해지는)
준석 : (E) 나쁜 놈이지만.....정말 나쁜 놈이지만.....사랑합니다.
윤희 : (울컥하는 심정으로 입을 가리는)
#.21 씬. 길. (밤)
멈춰서있는 준석의 차.
준석 :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그래서......당신이 날 버리지 않길 바랍니다.
#.22 씬. 윤희의 집 거실. (아침)
윤희, 출근하러 문을 나가는.
선우, 예슬, 미희 밥 먹고 있는.
선우 : 밥 안 먹고 가? 저 밥귀신이 웬일이래?
예슬 : 할머니, 이모 연애하는 거 같아요.
선우 : 뭘 해?
예슬 : 밤에 이모 전화 하고 그래요. 제가 보기엔요, 남잔 거 같아요.
미희 : 정말이야?
예슬 : 응. 눈치가 그렇다니까.
선우 : 아니, 그럼 동네 방네 떠들고 다닐 물건이 왜 독신주의 어쩌고 그런대.
#.23 씬. 준석의 사무실. (아침)
준석, 의자에 앉아 잠들어 있는.
윤희, 들어오는.
윤희 : (준석 앞으로 걸어가는, 준석의 머리칼을 넘겨주는데)
준석 : (눈을 감은 채 윤희의 손을 잡는)
윤희 : 제가 깨웠나봐요?
준석 : (윤희의 허리를 감싸 안는) 너무 착한 사람이라서 더 미안합니다.
윤희 : (준석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24 씬. 병원 내. (낮)
강형사, 김형사, 간호사와 얘기하고 있는.
간호사 : (사진 보면서) 박옥경씬데?
강형사 : 지금 이분 이 병원에 근무하고 있습니까?
간호사 : 아니요, 재작년인가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이직했는데....
#.25 씬. 감자탕집. (낮)
희섭, 영재, 대한 밥 먹고 있는.
영재 : 그런데 말이예요? 그 연수연이라는 여자,
형사 말을 들어보면 우리 회사와 전혀 연관이 없는 게 아닌 거 같던데?
희섭 : (수저를 떨구는)
영재 : (예리하게 보는)
희섭 : 밥 먹다 말고 그 얘긴 왜?
영재 : 죽은 김대리 처도 매각한 우리 계열사에서 일했고,
그래서 죽은 연수연이라는 여자와 알고 있었다잖아요?
희섭 : 왜 자꾸 그 얘긴 하냐니까?
영재 : 이상하지 않냐구요? 그 연수연이라는 여자가
우리회사 간부 사원들 와이프들에게 포상으로 준 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게.
아까 부장님 회의 들어가셨을 때, 반장이라는 사람이 왔었는데, 다른 시계는 다 확인이 됐답니다.
그럼 회장님 사모님이 가지고 계신 그 시계가 없어졌다는 말인데. 그것도 이상하잖아요?
도둑을 맞았다고 하는 게 더 이치에 맞는데, 가지고 계시다는 게...
희섭 : 아, 그 사람 밥 맛 떨어지게 왜 죽은 사람 얘긴 자꾸 해. (벌떡 일어나서 나가는)
대한 : 식사 안하시고 그냥 가세요?
영재 : (묘한 눈길로 바라보는)
#.26 씬. 병원 일각. (낮)
강형사, 김형사, 옥경과 서있는.
옥경 : 주, 죽어요? 수연이가?
강형사 : 네. 살해 됐습니다.
옥경 : 아니, 누구한테요?
강형사 : 그걸 지금 밝혀내려고 수사 중입니다. 그래서 연수연씨의 과거 행적을 좀 알았으면 싶은데요.
옥경 : 애 낳고 3년 정도 함께 살았어요.
김형사 : 그럼, 이 아이가 연수연씨의 아입니까?
옥경 : 네.
김형사 : 이 아인 지금 어디 있습니까?
옥경 : 죽었어요. 세살 때 폐렴을 앓다가. 태어날 때부터 많이 아프던 아이였어요.
강형사 : 아이 아빠는 혹시 아십니까?
옥경 : 아니요. 친자매처럼 지냈는데도 아이 아빠 얘긴 전혀 안했어요.
늘 누군가한테 쫓기는 것처럼 두려워하며 살았어요.
강형사 : 누구한테요?
옥경 : 그 얘기도 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집에 누가 찾아오기만 해도 하얗게 질리곤 했어요.
#.27 씬. 미희의 사무실. (낮)
덕길, 강형사, 미희 앉아있는, 수민 차 가져다 놓는.
덕길 : 죽어라? 수연이 아그가?
강형사 : 그렇다네요. 대체 누구한테 쫓기며 산건지, 그것만 알면 범인 잡는 건 시간문젠데.
#.28 씬. 준석의 집 거실. (밤)
한여사, 혜미 차 마시고 있는.
들어오는 준석.
혜미 : (일어서는) 저녁 먹고 어머님이랑 말씀 나누고 있었어요.
한여사 : 저녁 약속도 없다던데 일찍 들어오지 않구.
준석 : 올라가겠습니다.
#.29 씬. 준석의 방. (밤)
준석, 겉옷을 벗는데, 혜미 들어오는.
혜미 : 방해 됐나요?
준석 : ......
혜미 : 정윤희씨가 예쁜 팔찌를 하고 있더군요.
준석 : ......
혜미 : 준석씨 표정을 보니 누구한테 선물 받은 건지 짐작이 되네요. 정식으로 셋이 가게 되는 건가요?
준석 : 그 사람한테 함부로 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혜미 : .....
준석 : 그럼 고혜미씨와 결혼하죠.
혜미 : 정윤희라는 숨겨진 여자의 존재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않으면 너와 결혼하겠다, 그건가요?
준석 : 만약 그 사람한테 함부로 대한다면 다른 결혼 상대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혜미 : 숨겨진 여자라도 상관없다고 하던가요?
준석 : 그건 우리 두 사람의 문젭니다.
혜미 : 우리 두 사람.....그럼 나와 준석씨는 뭐라고 불리게 되는 거죠?
준석 : ......
혜미 : (서글프게 미소 지으며) 용납하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으니 책임을 져야겠죠. 알았어요.
하지만 너무 요란한 연애는 하지 않으시길 바래요.
그럼 제 입장이 너무 처참해질 테니까요. (나가는)
준석 : ......
#.30 씬. 창고. (밤)
덕길, 곰인형 눈알 붙이고 있고, 고니는 잠들어 있으면.
들어오는 수찬.
덕길 : 리조트에서 시방 올라오는 것이여?
수찬 : 월급 타다 줬는데 왜 아직도 그 짓이야?
덕길 :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월세방으로라도 가야 안 쓰냐.
수찬 : 곰 눈알 붙여서?
덕길 : 근디 말이다.
시간 경과.
수찬 : (굳어진 표정으로 덕길을 보는)
덕길 : 고니 동생인 갑드라. 3살 때 폐렴으로 죽었다는디.
어째 수연이 갸 인생은 박복혀도 그렇게 박복하디야.
수찬 : ......
덕길 : 주민등록도 말소시킬 정도루다가 누군가헌티 쫓김서 살았다는디
법 없이도 살만큼 착해터져분 아가 당최 누구한테 뭔 원한을 져서 그러고 살았을까나.
수찬 : 고니 놈 동생 애비라는 놈 아니겠어?
덕길 : 너 생각도 글치야? 근디 예슬이 어머님은 좀 다른 소릴 하드라.
수찬 : 딴 소리?
덕길 : J그룹 간부사원 와이프들헌티 준 시계를 수연인가 가지고 있었다는 거 말이여.
예슬이 어머님 말씀으로는 간부사원 누군가허고 내연의 관계가 아니었을까 그러대.
수찬 : 설, 설마.
덕길 : 나도 수연이 성격으론 그럴 리 없다 싶기두 허지만. 근디 듣고 보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란 말이시.
누군가헌티 쫓기믄서 살았다잖냐? 수연이가 우연허게 J그룹 극비 문서 겉은 걸 가지게 되부러서,
그것 때문에 쫓기며 산 것이 아닐까 뭐 그런 거제, 연속극 같은 디 보믄 그런 거 많아 불잖냐?
수찬 : ......
덕길 : 강형사님 말대로 진짜 미스테리한 사건 같다.
#.31 씬. 윤희의 집 마당. (아침)
수찬, 창고 쪽에서 걸어나오면, 선우 기다리고 있는.
선우 : 저기?
수찬 : 네.
선우 : (잡아끌면서) 우리 저 물건 혹시 연애 하는 거 같아?
수찬 : 네?
선우 : 아니, 예슬이 말로는 밤에 몰래 전화도 하고 그런다는데. 친구니까 뭘 좀 아나 해서?
수찬 : 아닌 거 같던데요.
선우 : (실망해서) 그러면 그렇지, 지주제에 연애는.
윤희, 집에서 나오는.
선우 : 벌써 가냐?
윤희 : 응.
선우 : (수찬에게) 이상하긴 이상해. 두들겨 깨워도 안 일어나는 물건이
요즘은 밥도 안 먹고 일찍 일찍 나간다니까.
#.32 씬. 동네 길. (아침)
윤희, 수찬 걸어오는.
수찬 : 너 밤에 몰래 그 친구하고 통화도 하고 그러냐?
윤희 : (보고) 참 비밀이 없는 집구석이네.
수찬 : 할 건 다 하나보다. 좋냐?
윤희 : (앞만 보고 걷는)
수찬 : 좋아 죽겠냐구? 진짜 연애 같은 연애 하니까 살맛이 팍팍 나냐구?
윤희 : 그래, 사는 게 재미나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 됐어?
수찬 : 근데 왜 밥은 안 먹냐?
윤희 : 알고 싶은 거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네.
수찬 : 그 친구가 이미란처럼 비비틀리게 말라야 자기 취향이라고 하디?
윤희 : (노려보는)
수찬 : 이미란 마른 걸로는 유명했잖냐?
윤희 : 그만 좀 하지.
수찬 : 내가 뭘?
윤희 : 배 아파? 내 주제에 재벌 2세 세컨 자리 낙점 받은 게 배 아파서 죽겠냐구?
수찬 : 그래, 배 아프다.
윤희 : 그럼 그냥 속으로만 배 아파 해. (풀이 죽은 느낌으로 걸어가면)
수찬 : (미안한 마음에 윤희의 목을 장난스럽게 팔로 나꿔채면서) 그냥 웃자고 해본 소리다.
애가 쪼잔하게 왜 그러냐? 삐쳤냐? 삐쳤어?
혜미, 차 타고 오다가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수찬 : (어색하게 인사하면서, 팔을 푸는)
윤희 : ......
#.33 씬. 옥상. (낮)
윤희, 혜미 서있는.
혜미 : 행동을 좀 조심해야 하지 않나요?
윤희 : (뭐라는 거야 하는 표정으로)
혜미 : 언젠가는 정윤희씨가 누구 사람이라는 거 알려질텐데. 그거 모르나 봐요?
본처보다는 첩이 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쉽다는 거.
윤희 : (기가 막혀서 입 벌어지고)
혜미 : 저러니까 첩질이나 하지, 그런 말 들으면서 살아야 되겠어요?
윤희 : 너 지금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와서 화풀이 하니?
혜미 : 그런 언행도 무식한 첩다운 말투거든요.
J그룹 오너의 첩이면, 그래도 정윤희씨 입장에선 대단한 신분 상승일텐데,
좀 더 공부를 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윤희 : 결혼 할 남자한테 찬밥 취급당해서 밸이 꼴리면 그냥 밸이 꼴린다고 해.
우아한 척 하는 거 내가 보기엔 더 비참해보이거든.
무릎까지 꿇고 애원하는 남자 차버리고 목맨 자린데 찬밥 취급당하니 열 받는 건 알겠는데......
혜미 : (뺨을 때리는) 첩이면 첩답게 굴어. 내가 용납해주지 않으면 너 그 자리 어림없어.
윤희 : 너 지금.....나 쳤니?
혜미 : 연습을 해둬야 하지않겠어? 앞으로 평생 당하고 살일일텐데.
가끔 우리엄마한테 분풀이 당하면서 머리채도 종종 잡힐테고.
윤희 : (싸늘하게 미소 지으며) 이제야 가면을 벗는군. 고상한척 꼬박꼬박 존댓말이더니.
이젠 더 못 참겠는 모양이지.
하긴 여자들이 그런다드라. 사랑 받지 못하는 본처 보다는 사랑 받는 첩으로 사는 게 훨씬 낫다구.
혜미 : (다시 손을 드는데, 누군가에게 팔목을 잡히는)
돌아보면, 수찬이 혜미의 손을 잡고 서있다.
수찬 : 뭐하는 짓입니까? 지금? 이런 화풀이는 유준석씨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혜미 : (매섭게 보다가 가버리는)
수찬 : (윤희에게) 괜찮냐?
윤희 : (이 악물고 모멸감에 떨면서) 왜 끼어들어?
수찬 : 몇 대 더 맞고 싶었냐?
윤희 : (눈물을 뚝 흘리면서) 나도 한 대 치려고 했단 말이야.
수찬 : (그런 윤희가 더 가엾고)
#.34 씬. 감자탕 집. (낮)
윤희, 수찬 밥 앞에 놓고 묵묵히 앉아있는.
수찬 : 둘이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옥상으로 가는 거 같아서 따라 갔더니 겨우 그 짓들이냐?
윤희 : 그만해. 그렇지 않아도 창피해 죽겠으니까.
수찬 : 혜미씨 말 틀린 거 없어.
윤희 : (보면)
수찬 : 너......평생 당하고 살아야 할지도 몰라. 그 자식 옆에 있는 동안은.
윤희 : 내 더러운 성질에 당하고만 살겠어? 지가 한 대 때리면 나도 한 대 때리고.
수찬 : 맞받아치면서도 너 비참하긴 마찬가지일 거 아냐?
윤희 : ......
#.35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일하고 있으면, 윤희 휴게실에서 나오는.
윤희 : 식사 전혀 안하셨네요.
준석 : 점심은 같이 하자고 했을텐데요.
윤희 : 친구하고 할 얘기가 좀 있어서요.
준석 : 백수찬씬가요?
윤희 : ......네.
준석 : 너무 자주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합니까?
윤희 : 친구니까요.
준석 : 난, 남녀 사이에 진정한 우정이라는 게 존재 할 수 있다는 생각 못하는 사람입니다. 인간이 촌스러워서.
윤희 : 우린 아니예요.
준석 : 백수찬씨와 우리로 묶는 거 듣기 거북하군요.
이제부터 윤희씨한테 우리는 나 이외엔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윤희 : ......
준석 : 말했잖아요. 나 촌스러운 인간이라구.
윤희 : 나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는)
준석 : (기분이 좋지 않은)
#.36 씬. 윤희의 집 마당. (낮)
선우, 빨래 걷고 있으면, 덕길, 미희 들어오는.
선우 : 일찍 왔네.
미희 : 과로사 할 거 같아서 큰 맘 먹고 일찍 들어왔어.
선우 : 고니 아빠, 고니 아빠? (덕길 잡아끌며)
덕길 : 와요? 우리고니가 또 영이하고 한판 붙었어라?
선우 : 그런 게 아니고, (얼른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 꺼내보여주는. 40대로 보이는 후덕한 아줌마 사진이다)
덕길 : 누군디요?
선우 : 찜질방에서 매점하는 여잔데, 어때 인상 좋지?
미희 : (슬쩍 들여다보는) 푹 퍼졌네.
선우 : (흘겨보고) 딸 하네 데리고 상처 해서 혼자 사는 여잔데.
내가 양씨 얘길했더니 마음이 좀 동하나 보더라구. 사진까지 슬쩍 내미는 거 보니까.
어때? 양씨는?
덕길 : 지 처지에 어디 결혼이란 것을 꿈이나 꿀 수 있간디요? 살 방 한 칸도 없는디.
선우 : 그런 건 걱정하지마. 이 여자 알부자야, 알부자.
그 매점이 장사가 보통 잘 되는 게 아니거든. 가지고 있는 아파트도 40평이 넘는대.
덕길 : 아니, 그러코롬 좋은 조건의 여성분이 워째 저겉은 놈헌티.
선우 : 내가 양씨 칭찬을 좀 했나. 이 여자가 사람이 됐어, 자긴 남자 돈 같은 거 보고 혹하는 속물 아니라고 하더라구.
양씨만 좋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자리 만들 수 있는데.
덕길 : 지야.....
미희 : 엄마는 윤희 시집 못 보내서 안달복달 하다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내 집 물건도 못 치우면서 웬 오지랖 넓게 남의 집 홀아비까지. (팩해서 들어가는)
선우 : 아이고, 저게 지한테는 신경 안 써주고 양씨한테만 그런다고 삐쳤나보네.
저건 워낙 눈이 이마 위에 가서 붙었으니 아무나 끌어다 붙일 수 있나.
#.37 씬. 창고. (낮)
고니, 덕길, 수찬 모여 앉아있는.
덕길 사진 보여주고 있는.
덕길 : 어떠냐?
고니 : 아부지보다 늙어 보이는디.
덕길 : 사진이 잘못 나와서 그렇디야. 사진이. 실물은 훨씬 젊어 보인다는디.
수찬 : 형은 벌써 혹한 거 같은데? 아파트 40평짜리 있다니까 마음이 확 가나보지.
덕길 : 나가 그런 속물이더냐? 단지 예슬이 할머님 성의도 있고 혀서.
수찬 : 선 봐서 나쁠 거야 있겠어. 경험을 쌓는다는 의미로 봐보던지.
덕길 : 너 생각도 그렇지야. 근디 말이시?
수찬 : 왜?
덕길 : 윤희씨가 서운해하지 않을라나?
고니 : 아부지, 지가 보기엔요, 아부지 그러시는 거 주책 같어라.
수찬 : 애가 주책이라잖아?
#.38 씬. 의상실. (낮)
준석, 직원과 함께 옷을 고르고 있는.
그 옆에 멀뚱히 서있는 윤희.
준석 : (윤희에게 옷을 내미는)
윤희 : 또요? 벌써 많이 골랐는데.
준석 : 입어봐요.
#.39 씬. 의상실 앞. (낮)
직원, 옷 봉투 대 여섯 개 차 뒷좌석에 실어주는.
직원 : (깍듯하게 인사하는)
준석 : (차 문 열어주면)
윤희 : (타는)
준석 : (운전석에 앉는)
윤희 : 이렇게까지 안하셔도 되는데.
준석 : 아까 점심 때 좀 심하게 한 거 같아서 반성하는 의밉니다.
윤희 : ......
준석 : 하지만 본심이 아니었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진심으로 하는 반성은 아니구요.
윤희 : 점심 혼자 드시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게요.
준석 : 뇌물이 통했나보네요.
윤희 : 뇌물 때문이 아니구요.
준석 : (웃으며) 농담입니다.
#.40 씬. 레스토랑. (낮)
준석, 윤희 식사하고 있는.
준석 : 주말에 이틀 오후에 두 시간씩 시간 좀 비워놔요.
윤희 : (보는)
준석 : 영어하고 불어 개인 교습 준비해놨으니까 열심히 해봐요.
윤희 : 영어하고 불어요?
준석 : 난 윤희씨 비서 그만두게 할 생각 없습니다. 그럼 회사 생활이 너무 지루할 거 같아서 싫어요.
윤희씨에게 좀 더 비중 있는 업무를 맡길 생각이니까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두는 게 좋지 않겠어요.
외국 출장길에도 동행 할 거구, 그럼 내 파트너로 파티에도 많이 참석해야 할텐데,
외국어 몇 개 배워두는 게 나쁘진 않을 거예요.
윤희 : (이게 뭔가 싶으면서도) 네. 알았어요. 열심히 해볼게요.
준석 : 아, 그리고 아직 교수 분과 시간이 안 맞아서 일정은 잡지 못했는데,
여성학과 교수분에게 특별 강의도 듣게 될 겁니다.
윤희 : 그건 또 뭔데요?
준석 : 기본적인 에티켓도 익혀두는 게 나빠지 않을 거 같아서요.
윤희 : 또 그때 뮤지컬에서처럼 창피 당할까봐 겁나시나 봐요?
준석 : (미소 지으며) 또 길에다 버리고 가게 될까봐 겁나서요. 그럼 진짜 윤희씨한테 차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준비 좀 해두려구요.
윤희 : (어색하게 웃으면서, 뭔가 좀 답답하다는 느낌으로)
#.41 씬. 공원 일각. (밤)
수찬, 걸어오면, 윤희 옷봉투 옆에 놓고 앉아있는.
수찬 : 왜 자려는 사람은 불러내고 그러냐?
윤희 : 이것 좀 맡아달라구.
수찬 : 이게 다 뭐냐? (들여다보면) 옷에 걸신 들렸냐? (그러다) 그 친구가 사주디?
윤희 : 집에 들고 들어가면 어디서 났냐, 무슨 돈으로 샀냐, 귀찮아서.
수찬 : 이런 거 사줬을 때는 내가 사준 옷만 입어라 그걸 텐데 괜찮겠냐?
윤희 : 한 벌만 가방 속에 구겨 넣어뒀어. 회사 가서 갈아입으면 돼.
수찬 : 힘든 길 간다.
윤희 : 나 이제 본격적으로 상류 사회에 진입하나봐.
수찬 : 옷 몇 벌로 상류 사회는 너무 앞서 가는 거 아니냐?
윤희 : 영어, 불어 교습에, 여성학과 교수한테 특별 에티켓 교육까지 준비해뒀대.
수찬 : 있는 놈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이제 본격적으로 지 여자로 세팅해나가겠다 그건데.
너 본격적으로 상류 사회에 진입 한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고생문에 들어선 거 같다.
윤희 : (가슴 치면서, 답답해하는)
수찬 : 임신 했냐?
윤희 : (주먹으로 퍽 치는)
수찬 : 주먹질 좀 하지 말라니까.
윤희 : 그 사람하고 나 거기까지 발전 하지 않았거든.
수찬 : 그것도 그 친구 작전이다. 난 네 몸이 탐나서 이러는 게 아니다.
널 인간적으로 너무 사랑한다는 시위라고 할 수 있지.
윤희 : (가슴 치는)
수찬 : 왜 그러는데? 임신도 아니면서?
윤희 : 저녁 먹은 게 체했나봐.
#.42 씬. 약국. (밤)
혜미, 약사와 얘기하고 있는.
약사 : 이 약은 처방전 있어야 하는데요.
혜미 : 그냥 좀 주시면 안될까요?
약사 : 곤란합니다. 이건 진정 효과가 센 진통제라서요. 좀 경미한 진통제는 드릴 수 있는데.
수찬, 윤희 들어오는.
혜미 : (돌아보고)
약사 : 그 진통제라도 드릴까요? 그 약이 필요하시면 의사 처방을....
혜미 : 아니요, 됐어요. (나가는)
수찬 : .....
윤희 : .....
#.43 씬. 약국 앞. (밤)
수찬, 윤희 걸어 나오는.
수찬 : 좀 내려가는 거 같냐?
윤희 : 조금.
수찬 : 인생 자체가 불타는 식욕인 애가 어울리지 않게 왜 체하기까지 하는데?
윤희 : 비싼 음식은 체질에 안 맞나보지. 무슨 고기 한 덩어리가 한 접시에 20만원이드라구.
수찬 : 있는 놈 하고 연애한다고 자랑하는 거냐?
윤희 : 근데 고혜미....
수찬 : (보면)
윤희 : 조금 가엾기도 하다.
수찬 : .....
윤희 : 내 앞에선 센 척은 혼자 다하더니......약까지 사먹어야 할 정도로 저도 괴롭다는 거 아냐.
수찬 : 맞은 게 억울해서 펄펄 뛸 땐 언제고?
윤희 : 약 사는 거 나한테 들키고 그냥 나가는 모습 보니까 좀 안된 생각이 들어서.
수찬 : 윤희야?
윤희 : 응?
수찬 : 니 생각만 해.
윤희 : (의아하게 보는)
수찬 : 넌 그 여자 그냥 미워만 해도 돼. 그러니까 안됐다 어쩐다 하면서 쓸데없이 마음 쓰지마.
지금 유준석, 고혜미, 너 중에 제일 불쌍한 인간은 너거든.
그러니까 그 인간들 가여워 하면서 마음 쓰지 말라구.
윤희 : (히죽 웃는, 주먹으로 수찬 가슴 툭 치면서) 친구 맞긴 맞구나.
#.44 씬. 창고. (밤)
수찬, 옷 봉투 잔뜩 들고 들어오는.
고니, 덕길 마주 앉아 숙제 하고 있는.
덕길 : 그게 다 뭣이다냐?
수찬 : 그런 거 있어.
덕길 : 월급 탄 돈 다 써서 없앨라고라?
(옷 봉투 뺏어서 들여다보고 놀라는) 이게 다 뭣이여? 워디 여자 옷집 털어온겨?
수찬 : 그냥 좀 누가 맡아달라고 해서 가져온 거야.
덕길 : 누가?
수찬 : 뭘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알려고 해?
고니 : 아저씨? 제비 짓 다시고롬 시작허신 거여요?
수찬 : 임마, 그런 거 아니야. 한번 관두겠다고 했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관두는 성격이야, 난.
덕길 : 당최 누가 이런 걸 너한테 맡기냐 그것이여 시방?
수찬 : 아, 좀 그냥 좀 넘어가지.
덕길 : 니 놈 인생도 참말로 미스테리 허다니께.
#.45 씬. 대한의 집 거실. (밤)
정숙, 서류 봉투 들고 서있는.
대한 : 별 거 아니라니까.
정숙 : 왜 또 이러냐구? 별 거 아닌데 왜 이런 게 당신 책상 서랍 깊숙이 감춰져 있는데?
대한 : 그냥, 좀 궁금해서.
정숙 : 수찬이 뒷조사해서 뭐에 쓸 거냐구?
대한 : 당신하고 친구니까 어떤 인간인가 좀 알고 싶어서 그런 것 뿐이야.
정숙 : 정말 왜 그러니? 당신? 왜 이런데 돈 쓰냐구? 제발 이러지 말라고 했잖아?
사람 시켜서 남 뒷조사 하는 거 이젠 그만 한다고 손가락 깨물고 혈서까지 쓴 게 언젠데?
대한 : 근데 수찬이라고 그러는 거 보니까 그냥 단순한 동기만은 아닌 거 같다, 당신.
성 빼고 이름만 부르는 건, 친한 사이나 그런 거 아닌가?
정숙 : (대한 손잡으며) 정말 사정 좀 하자. 내가 애원 할 게. 이러지 마. 아무 짓도 하지마.
대한 : 내가 무슨 짓을 한다고 이래.
#.46 씬. 회사 전경. (낮)
#.47 씬. 비서실. (낮)
윤희, 미나 일하고 있는데.
미나 : (호들갑스럽게) 어머, 어머, 이게 뭐야? (컴퓨터 모니터 들여다보면서)
윤희 : 왜 그래요?
미나 : 제비래요. 제비.
윤희 : 네? (모니터 들여다보고, 놀라는)
미나 : 백수찬씨요. 신입 사원. 대학 교수까지 했었대요.
그런데 이사장 딸하고 바람피다가 걸려서 잘린 거래요.
윤희 : 누, 누가 이런 짓을.
미나 : 어머, 어머, 조회수 막 올라가는 거 봐.
윤희 : 누구예요? 그런 글 회사 게시판에 올린 사람이?
미나 : 익명이예요. 회사 신문고엔 익명으로 글 올릴 수 있잖아요. 어머나. 전과자였네.
윤희 : .....
#.48 씬. 회사 복도. (낮)
수찬, 걸어가면. 사원들 지나가면서 이상한 눈으로 수찬을 보는.
수근거리고, 여사원들 킬킬거리고.
수찬 : 이 놈의 인물값은 어딜 가서도 멈출 줄 모르네.
#.49 씬. 사무실. (낮)
희섭, 대한, 영재 모여서 얘기하고 있는.
수찬 : (들어오면서) 모델하우스 주차 관리에 문제가 좀 있던데요.
희섭 : 어, 그래요? (무안해서 얼른 자리 피해버리는)
수찬 : (의아하고)
영재 : (딱하다는 듯 보고 자리에 가서 앉는)
대한 : (수찬 어깨 다독이며) 괜히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한 짓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요새 세상에 유부녀하고 바람 좀 핀 게 무슨 문제라구.
백수찬씨 싱글인데 간통으로 걸린 것도 아니고.
수찬 : (갸웃하는 느낌으로)
#.50 씬. 고사장 사무실. (낮)
고사장, 준석 앉아있고, 희섭 주눅이 들어 서있는.
고사장 : 신입 사원 채용하면서 신원 조회는 기본 아닌가?
희섭 : 그게, 먼저 있던 대학에서 보내온 조회서만 봐서.....
고사장 : 여자 문제는 그렇다 쳐도, 전과자라는 말이 되나? 우리 회사 이미지는 뭐가 되냐구?
희섭 : 죄송합니다. 제가 부주의해서.
준석 : 나가보세요.
희섭 : (인사하고 나가는)
고사장 : 적당한 이유 붙여서 해고 시키도록 하게.
준석 : 그건 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여자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에 관련 된 거구,
전과자라고 해서 고용에 불이익을 주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고사장 : 그러니까 적당한 이유를 찾아보라는 거 아닌가.
어떻게 그런 놈이 우리 회사엘 들어와. 도대체 일들을 어떻게 하는 건지.
준석 : .....
#.51 씬. 비서실. (낮)
고사장, 준석 고사장 사무실에서 걸어 나오는.
윤희, 미나 일어서는.
고사장 : 찾아보게. 문제 생기지 않는 선에서.
준석 : .....
고사장 : (경직된 표정으로 걸어가는)
준석 : (사무실로 들어가는)
미나 : 백수찬씨 일 때문에 화나신 거 같죠?
윤희 : ......
#.52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앉아있으면, 윤희 들어오는.
윤희 : (눈치 보면서 다가와 서는) 저 게시판에 오른 글엔 과장 된 부분이 많이 있거든요.
준석 : (보면)
윤희 : 백수찬씨 일이요. 백수찬씨가 그렇게 살았던 데는 피치 못할 사정도 있었구.
준석 : 다 알고 있었습니까?
윤희 : .....
준석 : 그런데도, 내 비서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 채용 되는 과정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까?
아니, 윤희씨 백수찬씨의 입사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거 같은데.
윤희 : 전문적인 제비였다는 건 정말 과장이예요. 전임 강사 자리 좀 얻어볼까 하고 이사장 딸한테 조금....
준석 : 조금 뭡니까?
윤희 :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거 아닌가요? 그 여자가 적극적으로 달려드니까.
준석 : 지금 백수찬씨 변명 해주는 겁니까?
윤희 : 아니요, 변명이 아니라, 진실을 제대로 아셔야 할 거 같아서요.
준석 : 전임 강사 자리 얻어 보자고 이사장 딸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면
그걸 제비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 하는 겁니까?
윤희 : ...... 첫사랑 때문이예요.
준석 : 뭐요?
윤희 : 첫사랑에 너무 깊은 상처를 받아서, 그래서 홧김에 싸움을 하고 폭력으로 구속 되서 전과자도 된 거구.
감방에서 이상한 스승을 만나는 바람에 여자한테 받은 상처는 여자로 극복해야 한다는
뭐 그런 지령, 아니, 교육을 받아서..
준석 : (책상 쾅 내려치면서) 정윤희씨?
윤희 : (놀라고)
준석 :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윤희 : 제 말은요. 정말 나쁜 사람 아니거든요. 보셨잖아요? 일도 열심히 해서 고객들한테.....
준석 : 전부 여자 고객들한테 높은 점수를 받았죠. 특기를 살린 덕이겠죠.
윤희 : 너무 그렇게 삐딱하게만 보지 마세요.
자기 딴엔 열심히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사람인데.....
준석 : 대체 왜 그런 사람하고 친군겁니까?
윤희 : ......
준석 : 윤희씨, 사람 보는 눈이 의심스럽네요.
윤희 : ......그 눈으로 팀장님도 본 거거든요.
준석 : ......
윤희 : 참 재수 없는 인간이다 했는데.....지금은 이 팔찌까지 끼고 있잖아요. (나가는)
준석 : ......
#.53 씬. 사무실. (낮)
희섭, 영재, 대한 일어서는.
희섭 : 보고회 들어갑시다.
수찬, 서류 들고 일어서는.
희섭 : 차차장?
영재 : 네.
희섭 : 오늘 보고 차차장이 하지?
영재 : (수찬을 보는)
수찬 : .....
대한 : (수찬의 역성을 들듯) 아니, 오늘 리조트 고객 관리 보고는 백수찬씨가 하기로 한 건데.
희섭 : 차차장이 대신 해요.
수찬 : (영재에게 서류 건네며) 슬라이드는 다 준비 돼 있습니다. 그냥 읽기만 하시면 될 겁니다.
영재 : (수찬이 들고 있는 서류 어색한 느낌으로 받는)
수찬 : .....
#.54 씬. 옥상. (낮)
수찬, 우두커니 앉아있는.
다가와 자판기 커피를 건네는 윤희.
윤희 : (옆에 앉으며) 그러기에 제대로 좀 살지 그랬어.
수찬 : 누가 아니라니.
윤희 : 금방 지나갈 거야.
수찬 : .....
윤희 : 우리나라 사람들 냄비 근성 있잖아. 와르르 끓다가 금방 잠잠해질테니까.
수찬 : 회사에서 내 옆에 오는 거 삼가라.
윤희 : 왜?
수찬 : 너 귀하신 몸이잖아. 나같은 놈하고 어울리는 모습 사람들한테 보여 봐야 좋을 거 없어.
윤희 : 왜 그래? 정말? 이만 일로 기운 빠져서? 백수찬답지 않다, 정말.
수찬 : 내 말대로 해, 윤희야.
윤희 : (손잡는)
수찬 : (얼른 주위 살피고 얼른 손 빼는) 너 이러면 저 제비 놈 마수에 걸려들었다고
사람들이 너도 한 묶음으로 묶어버려.
윤희 : 세컨드 하겠다는데도, 친구 해줬잖아? 전직 제비 친구는 못 해줄까 봐.
수찬 : ....(보다가 울컥하는 느낌으로) 너란 놈을 어째야 하냐.
#.55 씬. 준석의 집 거실. (낮)
강형사, 김형사 두리번거리고 있는.
김형사 : 으리으리하네.
강형사 : 재벌이 달리 재벌이겠어.
아줌마, 차 가져다 놓는.
한여사 방에서 나오는, 강형사, 김형사 일어서는.
강형사 : 이렇게 불쑥 찾아봐서 죄송합니다. 회사에다 계속 뵙게 해달라고 말을 넣어도 안 된다고만 해서.....
한여사 : 무슨 사건 때문에 오셨다고 아줌마가 그러던데.
강형사 : 네. (시계 보여주면서) 연수연이라는 여자의 살인사건에 관련 된 증거품입니다.
조사를 해보니 이 시계가 10년 전에 창립 기념으로 포상 차원에서
간부 사원들 부인들께 전달 된 거라고 하던데.
한여사 : 그래요?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강형사 : 연수연이라는 피의자가 가지고 있던 시곈데,
지금까지의 조사론 사모님이 가지고 계셔야 하는 시계라는 결론이 나서
이렇게 무례를 무릎 쓰고....
김형사 : 그때 받으셨던 시계를 좀 보여주셨으면 하는데요.
한여사 : 아, 그 시계요. 받긴 받았는데, 그때 집에서 일하던 사람이 도벽이 있어서
집안에 있던 패물 일부를 가지고 도망을 친 적이 있어요. 아마 그때 같이 가져간 거 같은데.
강형사 : 신고는 하셨습니까?
한여사 : 아니요. 밖에 알려지면 괜히 구설수가 될만한 패물들도 있고 해서 그냥 덮어버렸어요.
강형사 : 그런데 왜 가지고 계시다구?
한여사 : 살인사건인 줄은 모르고, 가지고 있냐고 회사에서 물어와서 그냥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그게 문제가 되나요?
#.56 씬. 준석의 집 앞. (낮)
강형사, 김형사 걸어나오는.
김형사 : 아니, 그럼 진작 도둑을 맞았다고 하던가.
강형사 : 도둑맞은 거 아니야. 사람이 진실을 말 할 땐 오른쪽을 보고 얘기하지.
하지만 거짓을 말 할 땐 왼쪽을 보고 말하거든.
김형사 : 그런가? 그거 믿을 만한 거예요?
강형사 : CSI도 안보냐?
#.57 씬. 영재의 집 거실. (낮)
영재, 하니 식사하고 있는.
하니 : 회식 있다고 하더니?
영재 : 사무실 분위기가 좀 그랬어.
하니 : 왜? 변부장님 회식 기회 절대 안 놓치잖아? 변부장님한테 문제 있는 거지? 그치? 왜 뭐 실수 했어?
영재 : (벌떡 일어서는) 맞아, 그날이야. 그날.
#.58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일어서고, 서있는 윤희.
준석 : 보고 싶은 영화 있어요?
윤희 : .....
준석 : 영화 보러 갑시다.
윤희 : 오늘은 일찍 들어가고 싶은데요.
준석 : 또 내가 점수 잃은 겁니까?
윤희 : 아니예요, 그런 거. 그냥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고 싶어서요.
준석 : (보다가) 그럼 그렇게 해요.
윤희 : (인사하고 나가는)
#.59 씬. 사무실. (낮)
빈 사무실에서 서류 보며 일하고 있는 수찬.
윤희 들어오는.
윤희 : 다들 퇴근 했는데 뭐해?
수찬 : 안 짤리려면 아까운 놈이란 생각이라도 들게 해야 할 거 같아서.
윤희 : 갑시다, 친구.
수찬 : 먼저 가.
윤희 : (잡아 일으키며) 오늘 같은 날 일이 눈에 들어오나. 내가 거하게 쏘겠네.
#.60 씬. 술집. (밤)
윤희, 수찬 앉아있는.
윤희 : 사장님, 닭똥집 거하게 한 접시요.
사장 : 네, 알겠습니다.
수찬 : 참 무지하게 거하다. 난 거하게 쏜다고 해서 어디 룸싸롱 같은 데라도 가는 줄 알았다.
윤희 : 사장님 들으셔. 여기가 룸싸롱보다 못한 게 뭔데? (술 따라주며) 술이 있어 좋은 세상 아닌가?
수찬 : (웃어버리는)
윤희 : 난 있지, 죽어서 천국 갈까봐 진짜 겁나는 거 있지.
수찬 : 천국에 못갈까 봐 겁나는 게 아니라?
윤희 : 천국엔 술이 없을 거 아냐? 술이. 술 없는 천국 진짜 끔찍하지?
수찬 : 난 그렇게 말하는 댁이 진짜 끔찍하네?
유준석은 알콜 중독자라는데 어떻게 맞춰 살려고 그러냐?
윤희 : 어떻게 알았어?
수찬 : ......리조트에서 자기 입으로 말하더라.
윤희 : 그런 말 잘 안하는 사람인데.
수찬 : 내가 한 대 갈겼었거든.
윤희 : (놀라고) 갈겨?
수찬 : 너한테 세컨드 제안 한 거, 욱하는 성질에 그만 한방 날려버렸었다.
윤희 : 미쳤어, 미쳤어. 오너를 신입사원이?
수찬 : 그 방면으론 쿨 하더라. 어디 부러질만큼 때려줬으면 좋겠다고까지 하는 거 보면.
윤희 : .....이 같은 거 부러지게 때린 건 아니지?
수찬 : (보다가 시선 돌리는) 내 주먹이 니 주먹만큼 세냐?
#.61 씬. 준석의 방. (밤)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준석.
그 위로 겹쳐지는 사무실에서의 대화.
준석 : 윤희씨, 사람 보는 눈이 의심스럽네요.
윤희 : ......그 눈으로 팀장님도 본 거거든요.
준석 : ......
윤희 : 참 재수 없는 인간이다 했는데.....지금은 이 팔찌까지 끼고 있잖아요.
준석, 일어나는.
#.62 씬. 노래방.
수찬, 서서 노래 부르고 있는.
수찬 : 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 가눌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메이고...
윤희 : (물끄러미 보고 있는)
수찬 : (윤희의 시선을 피하고 노래 부르는)
노래 끝나고.
윤희 : 여자들한테 좀 먹히긴 했겠다.
수찬 : (마이크 내밀며) 불러라, 제비 노래.
윤희 : (히죽 웃고 일어나 마이크 잡는)
친구야, 열창하고.
수찬, 일어나 윤희 어깨동무하며 같이 부르는.
수찬 : (순간 깊은 눈길로 윤희를 보는데)
윤희 : (뭔가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다가, 확 바뀌면서, 와락 끌어안는) 역시 친구란 좋은 것이여.
#.63 씬. 윤희네 동네 번화가. (밤)
꽃집. 준석, 꽃을 사고 있는.
#.64 씬. 번화가. (밤)
윤희, 노래방에서 걸어 나오는.
건너편 길에서 꽃을 들고 차에 오르려던 준석,
준석 : (핸드폰을 누르며 차에 오르려 하는데, 윤희의 모습이 보인다. 반색하며 윤희를 향해 길을 건너가는.)
윤희 : (준석을 보지 못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준석 : (꽃다발을 뒤로 숨기고 윤희 옆으로 걸어가는데)
노래방에서 뛰어나오는 수찬.
수찬 : (윤희의 목에 팔을 걸면서) 야, 서비스라고 테이프 줬다.
윤희 :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준석)
준석, 윤희, 수찬 굳어져서 서있는.
수찬 : (윤희의 목에서 팔을 푸는)
준석 : (다가와 윤희의 팔을 나꿔채서 걸어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