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정보화의 문제점
21C는 정보화 시대이다. 정보화의 진전은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줌과 동시에 인간의 책임을 요구하는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이 결합하여 정보의 축적, 처리, 전달 능력이 획기적으로 증대하면서 컴퓨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시대에 이르렀다. 하지만, 편리함과 효율성 이면에는 정보격차로 오는 계층 간 불평등 심화, 정보의 오남용 등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1) 정보화의 순기능과 역기능
정보화 사회는 정보의 선택, 향유가 용이한 사회로서 정보 접근의 개방성과 평등성은 네티즌 문화를 형성하여 네티즌이 사회구성원의 주체로서 건전한 시민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자유로운 토론과 참여로 대의민주정치를 보완할 수 있는 전자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했고, 이는 정보화 시대의 풀뿌리 민주주의로 국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대화의 통로로 활용되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 나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친구가 되고 평등하게 만날 수 있으며 교육에 있어서는 화상강의나 원격강의 등 혁신적인 수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반면에 정보화로 건전한 인간관계의 단절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적 경향으로 인해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 지고, 정보윤리 및 최소한의 기본생활습관도 준수하지 않고 있다. 또, 컴퓨터를 통한 매스미디어의 무분별한 수용은 모방범죄와 언어폭력의 일상화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정체성 혼란, 계층 및 지역 간의 정보격차의 심화로 국민통합의 저해, 해킹 및 정보의 오남용, 지적 재산권 침해와 정보의 조작, 불법정보유통 등을 낳는다.
2) 교육적 과제
따라서 정보화의 긍정적인 기능은 확대하고, 역기능은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화시대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지식, 창의력과 아이디어 전쟁의 시대이기 때문에 우선 창의성과, 정보활용·생산능력을 신장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개별화되고 특성화된 교육,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고 창출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인간성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정보화란 미명하에 개인의 존엄성이나 가치가 상실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도덕적 가치와 평등의 기초위에 상호 존중과 신뢰 바탕으로 바람직한 정보화 사회가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정보가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된다. 정보화가 교육현장은 물론 우리사회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인간이 소외되고 사회가 혼란에 빠져서는 안 되는 만큼 올바른 가치관과 정보활용능력을 갖춰 정보화의 긍정적 효과를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보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산업·취업 구조의 변화
정보화가 산업·취업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마하르프·폴라트 등의 연구로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해졌다. 그것은 정보통신 서비스, 정보처리 서비스, 정보기기 제조 등의 정보산업(폴라트가 정의한 바로는 제1차정보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반면 비정보기기의 제조와 농림·어업 등의 비정보산업의 신장은 둔화한다는 것이다. 한편 취업구조를 보면 정보관련 직종에 취업하는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동으로 산업간·기업간 격차가 커지며, 호경기를 맞는 산업이나 기업이 출현하는 반면, 구조불황을 초래하여 도산을 맞게 되는 기업도 많이 발생할 것이다. 또 취업구조의 변동으로 노동자의 직종 전환이 불가피하다. 고도화·다양화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기획, 디자인, 연구, 조사, 시스템 설계, 영업 등의 비정형(非定型) 정보직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OA나 CAD에 의해서 기계화가 진행되는 정형 정보직이나 공장 등에서 기계를 다루는 비정보직은 감소할 것이다.
사람들을 상대로 서비스를 하는 비정보직은 아무리 기계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그 한계가 분명하므로 다소의 증가가 전망된다. 이 같은 산업·취업 구조의 변동 속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정보 소프트웨어업의 급성장이 가져오는 문제이다. 이 산업은 규모의 크기에 관계없이 사람에 의한 생산성 격차가 크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때문에 규모가 작은 조직이 난립하여 성쇠를 되풀이할 우려가 있다.
이것은 첫째, 생산한 소프트웨어에 적정한 가격을 붙이는 것을 곤란하게 한다. 둘째, 전직(轉職)을 증대시켜 종신고용제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셋째, 능력급의 필요성을 높여 노동조합에의 가입률을 격감시킨다. 따라서 이 산업이 성장하면 기존의 주요산업과 다른 조직원리를 가진 산업이 국내에서 병립하게 되고, 그에 따르는 많은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국토·도시 구조의 변화
이것은 다음과 같은 2가지의 다른 근거에서 야기된다. 첫째는 정보화가 산업·취업 구조를 바꾸어 그 결과 국토·도시 구조가 변화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정보화가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바꾸어 국토·도시 구조의 변화를 유도하는 경우이다.
첫째의 경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것은 ① 비정형 정보 직종의 지역적 분포문제, ② 지금까지 많은 수의 종업원과 광대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공장의 입지문제, ③ 인구집중에 비례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서비스 업종의 입지문제 등이다. ①의 경우에서는 비정형 정보직종의 내용에 따라서 지역 분포가 달라진다고 생각된다. 본사의 기능 관련 정보 직종은 의사결정자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과의 접촉이 불가결하므로 그런 사람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개발과 교육분야 등의 정보 직종은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발달에 의해 지방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대면 커뮤니케이션(face to face communication)도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에 대도시 주변으로 분산하게 될 것이다. ②의 경우에는 산업의 퇴조 경향과 FA화 등의 정보화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공장의 철수나 인원 감축이 진행될 것이며, 따라서 콤비네이트 등 연안공업도시의 쇠퇴를 불러오는 한편 IC 공장과 VTR 공장의 지방 입지가 추진되어 내륙부에 임한 공항 도시나 고속도(高束道) 도시가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③의 경우에는 비정보 서비스업이 정보화에 의해서 공간적 거리의 제약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전자 쇼핑이 보급되면 소매업의 입지 제약은 감소되고, 신용이라는 최대의 정보자원을 가진 대도시의 대형 소매업자가 유리해질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대도시, 특히 수도권에로의 인구집중이 서서히 진행될 가능성이 강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검토할 문제는 정보화가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변화시켜 그것이 국토구조나 도시구조를 변하게 할 가능성이다. 정보화가 생활양식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도시적 생활양식(생활기능의 외부의존)의 심화이다. 그것은 교육·여가·건강·안전 등의 생활기능의 '충실'이 정보산업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결과 도시의 매력은 정보산업의 충실도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며, 특히 정보통신 네트워크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진짜'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또 정보화는 취업형태의 부분적 변화를 가져온다. 자유롭게 창조적인 산업에 종사하는 자는 재택근무(在宅勤務)의 가능성도 있어 통근시간의 제약이 없어진다. 토플러가 말하는 '전자 오두막집'의 생활도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런 경향은 전반적으로 크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대도시 중심부 및 대도시 근교의 도시나 촌락에로의 인구이동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환경의 문제
공업사회가 공해와 자원고갈이라는 환경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정보화사회의 경우에도 많은 환경문제가 대두되리라는 것이 예상된다. 그것은 정보화를 촉진하는 구조 속에 부정적인 면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라이버시의 침해문제는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싼 값에 제공하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이 만들어내는 부산물이다 (→ 색인 : 프라이버시권). 또 저속한 정보가 범람하고 사회적으로 유익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유통정보의 파행성도 환경문제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보의 격차도 환경문제의 하나이다. 이것은 지역간의 정보격차와 사회계층간의 정보격차가 겹쳐지는 형태로 발생한다. 정보 코스트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들, 새로운 정보에 접하기 어려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정보빈곤층을 형성하여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정보화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조직의 정보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낙오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사고나 재해에 수반하는 정보통신 시스템의 기능마비 내지 정지는 전화국의 케이블 화재, 태풍이나 지진 등의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정보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충분한 안전대책이 필요해지는데, 이는 개개 기업의 자발성에 맡길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특히 공공성을 띠는 정보통신 시스템에 관해서는 국가에 의한 시스템 안전기준의 설정이 불가결하다. 또 컴퓨터 범죄와 같은 정보통신 시스템을 이용한 범죄도 정보화사회의 새로운 환경문제가 될 것이다.
사고방식의 변화
첫째, 정보화의 진전에 따른 간접체험의 증가는 효율적인 지식의 충전에는 유효하지만, 직접체험이 갖는 전체성·깊이·복잡성·생생함과 같은 측면을 사상하여 컴퓨터적 단정, 단순지향, 표면적 사고를 증대시키는 위험성이 있다.
둘째, '획일적 다양화'의 문제가 있다. 다양화의 경향이 본질적인 곳에서가 아니라 지엽말단적인 곳에서만 전개되어, 공업사회적 획일성을 탈피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셋째, 정보화는 새로운 생활양식이나 삶의 보람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데, 각종 정보기술에 의한 모든 업무의 효율화, 혹은 정보기술에 대한 적응만이 강조되어 도리어 사람들로 하여금 삶의 보람을 상실하게 만들어갈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모두가 인간의 본질에 관련된 문제이므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이다. 그것이 곧 고도 정보화 사회에 대한 전망을 좌우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정보화 사회론은 선진국이 정보화 사회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보이지만 정보화 사회의 기본적인 성격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인다. 쟁점은 결국 정보화 사회가 ① 탈산업사회인가 고도산업사회인가, ② 관리사회인가 참여사회인가, ③ 고도문명화인가 고도문화화인가, ④ 대도시 집중인가 지방 도시로의 분산인가 하는 것이다.
미래 정보화 사회는 이행과정 하나하나의 선택에 크게 의존하여 구현되므로 고도산업사회, 참여사회, 문화화, 지방 분산으로 유도하면서 정보화 사회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