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신입 공채 없애고 100% 인턴선발 기업 늘어
포스코는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중단했다. 신입사원 250명 100%를 인턴 중에서 뽑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세계와 LG텔레콤도 올해 인턴사원 중에서만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SK그룹도 올해부터 기존 하반기 공채를 상반기 인턴십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에 인턴사원 600여명을 선발, 2개월간 인턴십을 거친 후 절반 이상을 신입사원으로 뽑는다는 것. 올해 예상 채용인력인 700여명의 절반가량을 인턴 중에서 뽑는 셈이다.
최근 대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확 바뀌고 있다. 단순히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인턴 제도를 도입, 인턴에게 '커피심부름 등 단순 노동 정도에 지나지 않는 일만 시킨다'고 해서 '커피 인턴'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인턴이 '금(金)턴' 대접을 받고 있다.
◆인턴제도 도입 활발… 이유는?
대기업들이 이처럼 인턴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존 공채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인턴제도는 업무 현장에서 1~2개월간의 '검증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옥석을 가려낼 수 있다는 평가다.
LG그룹 관계자는 "몇 번의 면접이 전부였던 기존 공채 방식으로는 지원자의 '진짜 능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인턴을 시켜보면 적어도 능력을 과대 포장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지원자를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태 SK㈜ 기업문화부문장은 "좋은 학점과 영어점수만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DNA를 가진 인재를 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입사 후 바로 실무에 투입해도 각 분야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일 잘하는 인재'를 뽑는 것이 채용방식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최근 SK텔레콤이 이상적인 인재상으로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이나 실패 경험을 보유한 인재인 '야생형 인재'를 꼽은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넘어야 할 '산'도 많아
기업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구직자 입장에서도 인턴제도는 유용하다. 인턴 입장에서도 회사의 업무를 직접 경험해 자신과의 궁합을 맞춰 볼 수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오인영씨는 "인턴을 하는 기간에 '정말 이 일, 이 회사가 나와 맞는지' 끊임없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인턴십은 회사나 구직자 입장에서 효율적인 제도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의 기업이 객관적인 '인턴 평가 기준' 잣대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양대 경영학과 홍성태 교수는 "인턴들이 배치받은 부서 분위기나 어떠한 '멘토'를 만났는지에 따라 평가 기준이 바뀌기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효과적인 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유통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한 한모씨는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 했지만 나를 관리하는 상사와 직접 이야기할 기회가 적어 나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인턴들이 상사로 누구를 만나느냐도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인턴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말은 내걸고 있지만 '50% 이상' '약 30%' 등 비율만 제시할 뿐 구체적으로 인턴 중 몇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숫자'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인턴 제도를 통해 몇명을 뽑겠다는 기준이 제시돼야 구직자 입장에서도 안심하고 전력을 다해 인턴 기간에 업무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