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를 부쳐 본다면
-花石亭-
林亭秋已晩 - 수풀 속 정자엔 가을이 이미 깊었는데,
騷客意無窮 - 근심스런 객들의 걱정하는 생각들은 많기도 하여라.
遠水連天碧 - 먼 곳의 물은 하늘에 닿아있어 푸르고,
霜楓向日紅 - 서리 맞은 단풍잎은 해를 향해 붉게 타네.
山吐孤輪月 - 높이 솟은 산은 외로이 둥근 달 하나 토해 냈고,
江含萬里風 - 긴 강물은 만리의 풍광을 담아 흘렀 왔네.
塞鴻何處去 - 변방에 까지 날아들던 기러기 떼는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聲斷暮雲中 - 그 우는 소리는 해질녘 구름 속에서 조차 들리지 않네. 에서
먼저 起聯에서
때가 마침 가을이기도 한데 숲 속의 정자에서 모여 환담하는 분들의 면면들이 모두 퇴임관리로서 인생의 환혼길을 가고 있음을 비유하여 秋已晩이라 하였고,
그들이 모여 나누는 대화가 나라 걱정하는 말들만 끝 없이 나누고 있다.
이는 율곡이 그것을 곁에서 듣고서 들은 사실을 그대로 시로 옮긴 것이라고 보아진다.
承聯에서
漢陽의 朝廷 대감(遠水)들은 임금님을 곁에서 직접 모시기 때문에(連天) 權勢(碧)를 누릴 수 있는 것이고,
亭子에 모인 아버지 친구이신 退任官吏분(霜楓)들은 아직도 임금을 향(向日)한 忠誠心은 변함없다네(紅),
이는 율곡이 그들의 대화내용을 엿듣고서 나라의 정치현실을 해득한 것으로, 8세 아이로는 認知力이 과히 대단하다 할 것이다.
轉聯에서
科擧도 못 본 무식한 당시의 실권자 윤원형(문정왕후의 오라버니)의 小尹일파(山)들은 겨우(孤) 中宗의 王妃 文政皇后(輪月)를 배출(吐)하였을 뿐으로, 곧 바로 높은 권세를 부리고 있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여기 退官들은 科擧에 及第하여 地方 守令方伯(江:여러 곳을 거치면서 지내왔기에 흐르는 江으로 비유한 것)을 거치면서 많은 業績을 남겼고 온갖 民生들의 삶 속에서 많은 것을 體驗하면서(萬里風) 묵묵히 임금에게 충성을 다(含)해 왔다.고 하는
騷客들의 이야기 하고 있는(承聯) 내용을 율곡자신이 해득하고 이를 다시 풀이하여 小註로 부친 詩句다.
사실 '江含萬里風'은 자연 현상에서도 강이 흐르면서 그 강물 속에 비추이는 자연풍광(風을 바람이라고 해석하면 시의 전체적 구성미를 잃을 수 있어 적절치 않다)을 강물이 담아서 흐르고 있다는 詩的 情感을 기막히게 읊어 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 자리에 있은 이원수의 친지분들이 놀랐다고 하는 것 뿐 아니라, 지금의 후인들도 8세 율곡의 천재적 詩覺能에 오직 놀랍기만 하다.
結聯에서
지난 날 官職에 있을 때에는 여러 많은 사람들(塞鴻)이 찾아와 門前成市를 이루더니 그 사람들 다 어디로 갔는지
지금 퇴임 후 한가로이 정자에서 환담이나 나누는 신세가 되니(暮雲) 찾아오는 사람 하나도 없다(聲斷)는, 현재 林亭의 쓸쓸하기 그지없는 분위기(秋已晩)를 그 현장에서 느낀 대로 율곡이 詩로 구성하여 읊어낸 절묘한 멋들어진 맛이 있어 이 花石亭 시의 白眉라 할 것이다.
八歲 밖에 되지 않은 栗谷의 高次元의 知的認知能과 作詩能力에 아버지 친구 분들은 감탄해 마지않으며 칭송하였다 한다.
拙見이나마 올려봤습니다. 부족한 점 양해를 구하면서, 漢詩를 공부하는 분들에게 참고 됐으면 합니다.
첫댓글 정성들여 올려 주신 글 고맙습니다.한시는 누구의 풀이가 완벽하다고 할 수 없고 다만 얼마나 시인의 시의에 가깝고 타당한 설득력을 갖느냐 라는 점을 잘 아실 겁니다.구도장원공의 영민한 시재는 세상이 다 아는 바이나 현재 전하는 시가 8세의 학동이 지은 그 시인가 아니면 퇴고를 거친 시 일까요?굴어당의 이 계절의 한시 한 수 84번에도 이 시에 관한 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