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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은 행복과 가족을 잃은 아픔이 노트북 영상속에 차곡차곡 담겨 상처받은 가장을 위로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다이어리처럼 기쁨과 슬픔이 교차된 세식구의 모습은 영화 도입부의 따뜻하고 절제된 디지털 영상만 보고도 자연스레 감정이입이 된다. 영화 도입부, 가장의 클릭으로 재생되는 한 가정의 지나간 일상은 영화의 형식과 가족의 현실을 설명한다.
영화 '서치'(searching)는 디지털을 소재로한 가족영화다. 아내를 암으로 잃은뒤 고교생 딸과 사는 아버지가 어느날 밤늦게 부재중 전화 세통을 남기고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SNS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소재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더구나 웹 곳곳에 남겨진 누군가의 흔적을 찾아내 삶을 추적하는 과정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91년생인 아나쉬 차칸티 감독은 전통적인 영화문법과 전혀 다른길을 찾았다.
아버지는 딸을 찾기위해 무작정 거리로 나서지도 않고 경찰에 의존하지 않는다. 딸이 가입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등 SNS를 추적하며 실종의 실마리를 찾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스크린은 오로지 사건의 전개를 노트북, 모바일, CCTV 등 디지털 기기의 눈으로 쫓아간다. 모든 영상을 모니터 화면으로 구성한 것이다.
영리하고 기발한 발상이다. 그래서 '히치콕에 견줄만 하다(더 플레이스트)', '영화의 신세계를 경험할 것(슬라시 필림)'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영화 형식만 혁신적인 것이 아니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 구조까지 탄탄하다. 애절한 부성애와 그릇된 모성애가 충돌하는 지점에선 마음이 서늘할 만큼 가족드라마의 감동과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추구했다.
'서치'는 10대들이 즐기는 SNS, 라이브방송등 인터넷 문화까지 깊숙히 들여다 보았다.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공간이다.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이용자를 현혹시키는 채팅사이트의 부작용은 물론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를 꽃을 듯한 댓글의 폭력성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아빠가 딸과 수시로 톡을 교환하며 누구보다도 잘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피상적인 면만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빠는 딸이 피아노학원을 6개월전에 그만둔지 모르고 계속 학원비를 보냈고 학교에서 외톨이 였으며 심지어 점심도 혼자 먹는것도 몰랐다. 활달해 보였던 딸은 실은 마음을 터놓을 만한 상대가 없는 외로운 소녀였다. 가족이라도 깊은 속내를 알기는 쉽지 않다.
헐리우드 영화지만 한국계 미국인 가정이 축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존 조, 미셀 라, 조셉 리등 한국계 배우들을 주요 인물로 등장했다. 영화속 미국내 소수인종 가정의 10대 실종사건이 언론의 주목받고 지역사회의 이슈가 되지만 인종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는다. 다문화가정이 급증하는 한국사회에서 이런일이 발생했으면 어땟을까.
반전 과정에서 허술한 점이 엿보이긴 하지만 새로운 형식을 스크린에 자연스럽게 녹여 참신하고 흥미진진하다. 2018년 선댄스영화제 화제작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영화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