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에는 많은 유명한 가구 브랜드들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들의 경우 대개 상위 고급 시장을 지향한 제품들이 많다. 이는 물론 이들 가구 브랜드들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에 의해 만들어진 디자인 가구들이고 그 품질과 디자인에 걸맞은 제값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이러한 디자인 가구들을 사랑하고 싸구려 가구를 잠깐 쓰다 버리는 것보다는 좋은 가구를 오래 쓰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항상 이러한 값비싼 가구 제품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좀 더 대중적인 가구 브랜드이다. 이러한 가구 브랜드로는 가장 유명한 것이 물론 이케아이다. 이케아는 인스턴트 가구의 개념으로 널리 판매되고는 있지만 조악한 품질과 다른 유명한 디자인을 카피한 모방디자인으로 악명이 높다. 사실 디자인 모방의 경우 저가 가구 브랜드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면이기도 한데, 괜찮은 디자인 아이디어를 가진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인을 저가 가구에 적용하기 보다는 보다 고가 브랜드 제품으로 내놓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케아의 이미지는 북유럽에서 마치 간편성 때문에 이용하지만 정크 푸드라고 무시당하는 ‘맥도날드’와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는 이러한 패스트푸드를 보급한 선구적인 사업모델로 인정받는 것도 사실이다. 맥도날드의 뒤를 이어 나온 많은 패스트 푸드 브랜드들은 ‘패스트푸드’이면서도 건강을 생각한다는 이미지를 더해 ‘유기농’이라든지 건강의 균형을 생각한 메뉴를 내놓는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접근을 하고 있기도 하다.
덴마크의 가구 브랜드들 중에서 이러한 비슷한 접근방법을 취하는 브랜드들로는 볼리아, 보컨셉 그리고 일바가 있다. 이중 지난 기사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볼리아와 보컨셉은 이케아보다는 약간 더 높은 가격대로 접근하고 있고 제품 라인은 좀 더 제한적이다. 보컨셉 같은 경우 최근에는 다임러의 자회사인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 스마트와 협력해서 자동차 디자인에 보컨셉의 디자인을 적용하고 반대로 보컨셉 디자인에 스마트 디자인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콘셉트카와 콘셉트 디자인은 실제 제품 판매를 통한 이익창출이라는 면보다는 어떤 면에서는 이슈를 만들고 다양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여러 활동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소형차이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매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스마트와의 협업을 통해 좀 더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와 보컨셉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이미지: 스마트 자동차)
덴마크 가구 브랜드인 일바는 좀 더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덴마크의 ‘이케아’와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취급하고 있는 가구들도 이케아처럼 침실, 거실, 서재와 어린이 방 가구와 각종 소품 등 거의 비슷하다. 가격대는 이케아보다는 조금 더 상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내구성과 가구의 마무리 상태 역시 이케아보다는 한단계 더 위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 면에서는 이케아와 마찬가지로 독창성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케아가 좀 더 스웨덴 디자인에 현대적인 색채가 더해진 현대적인 디자인에 가깝다면 일바의 디자인은 1960년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전성기의 덴마크 디자인 형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덴마크 사람들의 경우 이케아보다는 일바를 더 선호하는 편인데 내구성 등의 이유도 있지만 1960년대 스칸디나비아 모던 디자인에 가까운 형태가 대중적으로 선호되기 때문이다. 사실 덴마크 디자인과 스웨덴 디자인을 보면 같은 북유럽 디자인으로서의 공유점이 많이 존재하지만 소비되는 디자인 면에서는 둘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실제로 인테리어 장식을 보면 스웨덴의 집인지 덴마크의 집인지 쉽게 구별이 된다. 일바의 경우 이케아의 예를 따라 덴마크 밖으로 진출을 시도했었는데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첫 번째 무대인 영국에서 실패하고 현재는 매장의 범위가 덴마크 내로 국한되어 있다.
일바의 가구들. 이케아와 대비하여 좀 더 전통적인 디자인을 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지: 일바)
보컨셉 같은 경우 매장을 미국 등지로 확장했지만 역시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으로 일부 구조조정이 있기도 했다. 과연 이러한 북유럽 디자인에 바탕을 둔 대중적 디자인 브랜드들이 이케아처럼 성공적으로 커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