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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강 낙동강 강정보
올 가을에는 나들이 한 번 가고 싶다는 호진 스님의 말을 듣고 어디로 가면 좋겠느냐 했더니 사대강 개발지 하나인 고령 강정보에 가 보자고 했다. 그리하여 날을 잡은 것이 10월 13일 토요일이었다.
일행은 부산 배기수 거사님과 부인 김 숙현 여사, 그리고 차를 내어 종일 운전을 해 준 화태곤 거사 호진 스님과 나 5명이었다. 배기수 거사님은 철강사업을 하는 사장님이시고 반야거사회 고문이시다. 김숙현 보살님은 문학 박사에다 극작가요 불교신문 논설위원이기도 하다. 화태곤 거사는 경영학 박사로 하는 일이 바빠 좀처럼 시간 내기 어려운 분인데 호진스님과 나를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었다고 하였다.
이번 주 서울 강의를 마치고 서울역발 7시 KTX기차를 타고 울산역에 9시 23분에 내렸다. 약속한 대로 배거사님과 화박사가 역에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차를 타고 경주로 갔다. 경주 IC 휴게소에 도착 10여분 기다리니 호진스님이 왔다. 그 시간이 10시 30분. 출발, 고령 강정보!
사대강 사업은 현정부의 국책사업이었지만 시비논란이 많았던 사업이다. 해야하느니 말아야 하느니 수년을 논쟁이 그치지 않았다. 우리는 이런 시비와는 전혀 관계없이 가을 바람을 쏘이러 이곳으로 가게 되었다. 호진 스님은 이곳이 오고 싶었다 하였다. 처음 들었는데 호진 스님은 환경운동하는 단체에서 발간하는 책자를 받아 보고 있다고 하였다. 아마 회비인지 성금인지 소액을 희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인연 때문에 강정보에 가지고 했는지 알 수 없다.
여름은 피서를 가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어디론가 가 보고 싶은 곳을 찾아가는 계절이다.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면 내가 또 하나의 가을을 보내고 있는 것이 느껴지면서 때로는 쓸쓸해 지는 허전함이 뭉클하기도 한다.
두부 비게를 잘 하는 음식점을 배거사님이 알아 두어 우리는 거기에 가 점심공양을 하고 강정보 구경을 시작했다.
먼저 영상실에 들어가 슬라이드 화면을 보면서 이 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물이 많이 차 있었다. 보는 원래 물이 고이게 하기 위해 만드는 저수용이다. 물이 많이 고여 다리를 중심으로 상류는 수심이 10m나 되고 하류는 7m가 된다 하였다.
다리와 보가 매우 아름답게 완성되어 있었다. 모양이 산뜻하고 운치가 있는 것 같았다.
보 다리 밑으로 물살이 생겨 흐르도록 한 수로가 있었는데 물고기가 역류하여 올라가도록 하는 길이라 하였다.
우리는 다리 위에서 기념사진을 두어판 찍었다.
한적한 시골이라 다리를 지나는 차량은 보이지 않았으며 우리처럼 관람객이 되어 온 사람들이 다리 위에 와 구경을 하고 있었다.
문화관을 비롯한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었고 한창 건설 중인 건물도 있었다. 수상스키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음악회도 열리게 된다고 하였다. 보 주위가 공원처럼 문화공간의 역활을 하는 것 같았다.
강정보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다 경주 기림사 입구 동편에 있는 호진스님 거처지로 갔다. 마당가에 코스모스가 만개헸다 벌써 기울어 꽃송이가 줄어 들고 있었다.
현판도 없는 열댓평 되는 초라한 오두막과 같은 이 토굴을 그냥 동쪽에 있는 암자라 하여 동암이라 부른다. 말이 암자지 초라한 오두막이다 이곳에서 호진 스님은 보리라 이름 지은 개 한마리와 살고 있다. 개가 밥주는 주인의 말을 잘 듣지 않고 풀어 두면 도망을 가버려 호진스님이 서운해 할 때가 많은 걸 전부터 나는 잘 알고 있다 오늘로 도망가 인근 암자에 놀고 있는 보리를 해가 저물자 그곳 스님이 경운기로 줄을 매어 데려다 주는 것을 보았다. 그래도 악수를 하자고 호진 스님이 청하니 앞발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화해하는 것을 보았다.
어느덧 코스모스가 여위어 가는 걸 보니 단풍들어 낙옆지면 또 한해가 저물어 무상을 알리는 신호등이 깜박일 것 같다. #이 글은 지안큰스님께서 10월13일 고령강정보에 나들이하시고 "반야암 지안스님"카페에 게재한 것을 스크랩한 것입니다. 당대 최고의 학승이신 호진큰스님과 지안큰스님, 배기수회장님, 김숙현박사님과 동행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화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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