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퍼포먼스 작가로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90년대 인사동에서 ‘퍼포먼스 결혼식’을 올려 전 매스컴의 세례를 받았던 그녀가 2005년 또 한 번 자녀교육법으로 세간에 이목을 집중시킨다.
현재 8. 10~8. 23일까지 명동성당 내 <평화화랑>에서 여섯 번째 개인전(천연 염색 아트전)을 열고 있으며, 이 책은 아들의 시와 그녀의 교육법을 함께 엮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그녀는 아이들도 다 커서 일하기에 딱 좋다고 소감을 밝힌다.
천 권의 책을 읽으면 아송이처럼 시인이 되고, 만 권의 책을 읽으면 퇴계(이황)선생처럼 우주의 깊은 뜻을 알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1천 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열 살에 200여 편의 놀랄 만한 시를 쓴 한 소년의 이야기와 그 아들이 있기까지 그 엄마의 교육법은 어떠했는지를 소개하는 감동적인 책이다. 이제 겨우 열 살 나이에 감히 삶을 통찰할 수는 없겠지만, 제 나이에 맞는 감수성으로 천진난만하게 표현한 글들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사랑받기를 바라면서, 아송이의 시와 그의 어머니 퍼포먼스 작가 임경숙의 육아법, 어머니로서의 마음가짐 등의 글을 모아 엮었다.
아송이는 북한산에 걸린 낙조와 우이계곡 시냇물을 보며, 어린 시심(詩心)을 키웠다고 한다. 그 어머니는 아송이가 어렸을 때부터 상상력을 키울 수 있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매일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는데, 여섯 살 때부터 일기를 조금씩 쓰기 시작하더니 초등학교 2학년 때에는 시 같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3학년 때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을 출간하면서 미래의 대문호(?)가 될 수도 있는 한 천재 시인(소년)을 세상에 알리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또 많은 어린이들이 책을 많이 읽고 나름대로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아송이처럼 동네 도서관을 이용해 동네마다 도서관 수가 늘어 났으면 하는 소망, 그리고 더불어 침체되어 있는 출판계에 책 읽기 붐을 조성하는 발단이 되어 모든 출판사들이 신바람나는 가을을 맞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엮는다.
♣ 책 소개 1장에 소개된 140여 편의 ‘시’는 아송이가 초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때 매일 쓴 ‘일기’다. 4학년 때는 전혀 쓰지 않았다고 해서 왜냐고 물었더니, 재미있는 사연이 있었다. 체육선생님이 담임이었는데 “일기는 이렇게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손바닥 때려 그 다음부터 일 년 동안 매를 맞고 일기를 안 썼다고 한다.(한마디로 시인이 붓을 꺾은(?) 것일까) 진짜 시인들을 감동시킨 10살 소년의 시를 한 편 소개한다.
유혹은 안 보인다
유혹이 보이면 피할 거다
유혹은 우리가 항상 방심할 때를 노린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게 한다
나쁜 유혹
2장 임경숙(엄마)의 교육법은 어떠했을까? 놀아주기, 질문에 답하기, 대화하기, 책읽기, 생각의 힘 키워주기, 보여주기(영화․다큐), 여행하기…. 라고 한다.
이게 무슨 특별한 교육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법하게 보이는 이런 방법들이 아이들에게는 더 효과적이며, 아이가 어렸을 때는 특별한 선수학습법이 아닌 상호작용(놀아주기, 대화하기….)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주목할만한 점은 ‘책을 많이 읽혀 준 점’과 ‘대화하기’ ‘생각의 힘 키워주기’와 <독후감 쓰는법> <독서 지도법> 책 선정 방법에서는 ‘무슨 책을 먼저 읽을까?’ ‘어떤 영화가 좋을까’를 간단한 설명과 함께 소개하여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책과 영화를 소개한다. 아송이가 쓴 독후감도 책 속에 소개되어 있어 어머님들이 자녀들에게 독서지도를 할 때 많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송이와 엄마의 대화법을 한부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날 아침 아송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엄마, 나 사람 안하고 싶어” “왜 그런 생각을 하니?” “사람은 맨날 걸어만 다니니까 심심하고 재미가 없어요, 사람은 바보예요.” “그러면 뭐가 되고 싶은데?” “벌이요. 날라 다니는 벌이 되고 싶어요. 날라서 산으로 멀리 가버릴래요.” “날라 다니기만 하면 벌도 심심할텐데…….?” “아니예요, 엄마! 벌이 되어서도 유치원에 가고 날개달기 공부도 할께요. 꽃으로 날라가 꿀을 먹을래요. 쪽-쪽” “무슨 꽃이 좋은데?” “엄마가 말해봐” 난 천천히 “장미, 코스모스, 진달래, 개나리, 국화……..” 하며 꽃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아송이는 “알았어요, 장미를 먹어야지 냠냠~ 개나리를 먹어야지 냠냠냠~ 국화도 먹고 무궁화도 다 먹어야지 냠냠~ 냄새가 참 좋아 배불러요.” “그리고 또 무얼 할래?” “구름으로 높이 올라가서 용이 되야지. 불을 내뿜어야지 푸~푸~” “용이 되어서도 심심하면 어떡할래?” “걸어 다니는 탬버린이 될까, 소리를 막 내야지, 짜라라란 짜라라란……. 아니야, 난 물개가 될래요.” “물개는 무엇을 하는데?” “엄마! 그것도 몰라요? 헤엄을 치고 공을 코로 높이 던질게요.” “물개 다음엔 뭐가 되고 싶어?” “팬더곰을 할래요, 멀리 숲속으로 갈래요.” “아송이가 멀리 가버리면 엄마는 보고 싶어서 울텐데……...” 우는 시늉을 하였다. “엄마, 꿈 속에서만 갈게요. 엄마도 꿈속에서 내 손을 잡고 팬더곰을 해요. 우리가 대나무를 다 먹어버려요. 냠냠~” “나도 팬더곰이다. 대나무를 먹어보자, 냠~냠~” 하고 먹는 시늉을 하다가 둘이서 껄걸 웃고말았다. “아송아, 또 되고 싶은게 있니?” “토끼가 되어볼래요. 깡총~깡총~ 숲속을 뛰어 다녀야지” 뛰는 시늉을 한다. “그 다음엔 뭐할래?” “네, 미이라요. 미이라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이라는 움직이지 못하는데 그래도 좋아?” “그러면 드라큐라가 되어볼까?” “아송아, 드라큐라는 피를 빨아먹는데 징그럽지 않니?” “피 안 빨아먹는 드라큐라가 될래요.” “네가 너무 배가 고프면 죽게돼” “그러면 미국사람하고 나쁜 사람피만 먹고 다른건 안먹을래요.” “드라큐라가 되면 하루종일 뭐할래?” “재미있게 밖에서 놀기만 하고 유치원도 갈래요.” “친구가 네가 무서웁다고 안놀아주면?” “미이라를 친구로 할께요. 또 귀신공부도 열심히 할께요” “드라큐라도 심심해지면 또 뭐할래?” “사람이 다시 되야죠. 아송이가 될래요.” 아침동안 서유기를 넘나들 듯 아송이는 사람이 하기 싫어서 곤충이나 동물, 드라큐라 까지 되었다가 결국은 아송이로 되돌아 오는 놀이를 했다. - 본문중
책 읽기는 그당시 아송이를 유치원에 보낼 형편이 아니어서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동네 도서관에서 시작했는데, 아송이가 책을 못 읽을 때는 엄마가 읽어주고 책을 읽을 때는 엄마가 읽고 선별해 주고 하다보니 초등학교 1학년까지 1천 권이 넘는 책을 읽혔다고 한다. 한번은 사서 누나에게 “나 내일부터 책 읽으로 안와요” 해서 “아송아 왜?” 하니까 “책은 꾸며졌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나도 꾸밀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하더란다. 건방진 녀석!.(엄마의 생각) 시는 2~3학년 때 주로 썼는데, 엄마가 혼자보기 아까워 어느날 동내에 사시는 한 시인에게 보여드렸더니 “아송이 시를 읽으니 진짜 시인들은 다 붓을 꺾어야 되겠다”고 농담을 하셨을 정도로 감탄을 하셨다고 한다.
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며 정년퇴직이 없는 예술가의 직업에 긍지를 느끼지만 자식들에게 넌 커서 꼭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식들의 인생은 그네들 것이며 자신들이 진정으로 고민하고 찾아보면 반드시 자기 소질에 맞는 일을 찾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의 꿈은 원대해지지만 무언가 뚜렷한 목표가 세워졌을때라야 그 꿈은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인류를 사랑하고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을 위해 무언가가 된다면 그것이 어떤 무엇이 되든 박수를 치며 환영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조심스런 발걸음에 지팡이가 되어주는 엄마로서의 역할에 지금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다짐해본다. - 본문 중에서
“엄마, 꽃은 왜 자꾸 떨어져요?” “빗방울이 무거워서 떨어져.” “빗방울이 안 무거우면요?” “바람이 무거워서 떨어져.” “바람이 안 무거우면요?” “시간이 무거워서 떨어져.” “시간이 안 무거우면요?” “그러면 자기 몸이 무거워서 떨어지지.” “자기 몸이 안 무거우면요?”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자기 몸이 무거워서 떨어진단다.” “아, 알았어요, 엄마. 꽃이 왜 자꾸자꾸 떨어지는지….” 아송이와 엄마의 대화 -
♣ 박 희진 시인은 추천사에서
오늘 아침 아송의 풋풋한 시 50여편을 단숨에 읽었다. 이제 겨우 10대의 문턱을 넘은 어린 소년이 어떻게 이런 시적 표현들을 서슴없이 써냈을까?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날은 빨리 지나갔다 날이 자동차 타고 부르릉 꽝꽝 하는 것 같다 날이 늦었을 때 굼벵이다 날이 빨리 가도 안 좋고, 늦게 가도 안 좋고 날은 적당히가 짱이다 -「날」의 전문 -
우선 신선하고 놀랍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 어른 시인이라면 도저히 이렇게 표현할 수 없으리라. 어른이 아닌 어린이기에, 그 나름대로 단도직입적인, 그러면서도 감각적인 말투가 재미있다. 언어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이 순수무구한 시심이 솟는 대로 작용한 까닭에 그런 표현을 얻게 된 것이리라. 이런 시를 두고 인생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보인다고 말한다면 걸맞지 않는 과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송은 어린이답지 않게 평소에 많은 궁금증이랄까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느님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뭘까?’ ‘종교는 왜 다를까?’ ‘지구는 왜 있을까?’ ‘내 인생/잘 가고 있나, 잘못 가고 있나?’ ……그는 이런 식으로 궁금증이 많다. 그리고 그것들이 소박하게나마 시를 쓰는 계기가 되어 있다는 것은, 그가 장차 큰 시인이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좋은 가능성의 실마리임엔 틀림이 없다. 하여간 아송은 이미 시의 기본적 ‘틀’에 대한 감각은 되어 있는 것 같고, 사물에 대한 시적 파악력 내지 상상력도 잘만 공부하면 풍성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으나, ――여기서 한마디 가볍게 내뱉은 ‘공부’라는 말이 기실 얼마나 의미심장한, 무서운 말인가를 아송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 추천사 중 일부
▣ 배아송 (아들) 시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1천 권의 책을 읽었고, 2~3학년 때 시(자신은 일기라고 함)를 쓰기 시작하여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송이는 앞으로 멋진 시인이 되겠다”는 칭찬을 받았다.
현재 아송이는 백운초등학교 5학년이다. 그 외에도 아송이는 축구를 좋아하여 학교 축구부 단원이고, 강북구 오케스트라 바이올린(피아노도 수준급) 단원이며, 우이동 천주교회 복사 및 보이스카웃 단원이다. (E-mail:fnvl2001@hanmail.net)
▣ 임경숙 (엄마) 글
본적 해남. *1985 ·플레리드라퍽뜨 의상과 데생학교 졸업 ·한국인 최초 유럽에서의 패션쇼와 행위예술 ·파리 8대학 그룹전 ·퐁피두센터 두 차례 초대 패션쇼와 행위예술 ·유럽 아카데미 예술협회에서 동메달 수상 *1986 ·소금창고 제1회 개인전 ·금호문화재단 초대 제2회 판화전 및 행위예술 *1987·주불 한국문화원 판화전 *1988·시집 <나는 생을 노래하네> 출간 *1989·한, 일 퍼포먼스 페스티벌 *1991 ·시나리오 <겨울 애마… 봄> 집필 ·폴란드 국제 퍼포먼스 페스티벌 참가 및 케냐, 인도, 이집트, 그리스… 9개국 공연 여행 ·예술의 전당에서 D.M.Z. 그룹전 ·포항제철, 광양제철, 산업근로자를 위한 초대 행위예술 ·경인미술관 3회 유화 개인전 *1992 ·대성리 설치미술제 중 ‘정신대 통곡’ 행위예술 ·수필집 <배꼽에 바람을 넣고> 출간 *1993·경인미술관 4회 유화 개인전 *1995 ·미술의 해를 위한 퍼포먼스 ·삼성항공 초대 6회 퍼포먼스 ·수필집 <프로는 말이 없다> 출간 *2000 ·‘너는 복이 되리라’ 장충체육관 퍼포먼스 연출 ·도봉도서관 ‘너, 폐품? 아니 나 작품’ 5회 정크 아트전 *2002 ·인도, 싱가폴, 말레이지아 아시아 여성 인권 세미나 참석 및 퍼포먼스 여행 *2005·제6회 천연염색 아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