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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 자신도 모르는 최종목표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질 수도 있는 이스라엘
‘적’을 제거하면 할수록 더 생겨나는 더 강한 적들
지상전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을 레바논의 헤즈볼라
헤즈볼라 공격은 이란 핵시설 공격 명분 짜내기?
‘2개의 국가’를 통한 평화공존의 열쇠를 쥔 미국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집킨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발생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교전을 벌였다. 2024.09.23.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전쟁 또 전쟁, 그 끝없는 전쟁의 끝,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뒤 꾸려진 이스라엘의 전시 비상 거국내각에 참여했던 베니 간츠가 지난 6월 내각을 떠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거국내각은 무너졌다. 네타냐후는 대답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네타냐후 자신도 모르기 때문에.
승승장구 이스라엘 헤즈볼라 잇단 공격
지난 몇 주간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에 대한 잇따른 공격에서 이스라엘은 대단한 전과를 올렸다.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한 헤즈볼라의 수많은 거점, 미사일 발사기지 등을 맹렬한 공습으로 파괴했다. 지난 달 27일에는 지하 벙커에서 회의를 하던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간부들을 대형 유도폭탄 벙커버스터로 폭사시켜 헤즈볼라에 큰 타격을 가했다. 여세를 몰아 지난 1일엔 지상군 1개 사단을 투입해 18년만에 레바논을 침공했다. 헤즈볼라를 약화시키고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피난을 간 6만여 명의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을 귀환시키 위해서라는 지상군의 레바논 투입은, 그러나 이제까지 일방적인 공세에 가까웠던 공습과는 달리 헤즈볼라의 반격이 만만찮을 것이다. 자칫 이란 개입까지 불러 중동 전체로 확전될지도 모를 위험성도 안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 발동이라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지하고, 방어적 입장을 취한 이란의 미사일 반격을 오히려 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규탄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2024.09.27. AFP 연합뉴스
초국적인 이스라엘 첩보전 단면 드러낸 ‘삐삐’ 원격폭파
이에 앞서 지난 7월 말에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 축하사절로 이란 테헤란을 방문 중이던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정치국장을 유사한 방식으로 죽였다.
이스라엘은 군사력, 특히 공군력과 기술, 정보전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하니예와 나스랄라 등 표적의 움직임을 치밀한 정보망을 통해 시시각각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밀한 유도폭탄으로 그들을 잇따라 제거했다. 9월 중순 무선호출기(페이저, ‘삐삐’), 워키토키 등의 통신기기를 원격 폭파해 헤즈볼라 대원 9명을 죽이는 등 28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 사건은 이스라엘의 파괴적인 기술 정보전이 첩보기관 모사드 등을 중심으로 극비리에 초국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현실의 단면을 드러냈다.
무선호출기 원격조종 폭파는 헝가리에서 제조된 호출기의 제작과정에서부터 이스라엘 첩보조직이 관여해 적어도 1온스 정도의 고성능 화약을 집어넣고, 그 호출기를 작동시키는 컴퓨터 등 관련 통신기기에 바이러스를 미리 침투시켜 특정한 신호를 입력하면 호출기의 화약이 폭발하게 만들었다. 문제의 호출기를 헤즈볼라 대원들이 집단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이스라엘 첩보기관이 심어 놓은 공작원이 스마트폰 등 최신 통신기기의 해킹 위험설을 유포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구식 호출기를 집단적으로 사용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질지도 모를 이스라엘
이런 치밀한 기술 정보전, 압도적인 공군력, 미국 영국 등 친이스라엘 서방국들의 일방적인 지원 속에 이스라엘은 전술 차원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네타냐후 등 이스라엘 우파 지배세력이 노린 최종목표는 아닐 것이다.
지난 1년간 지속적인 가자지구 하마스 공격과 지난 몇 주간의 레바논 헤즈볼라 공습으로 이스라엘은 그들 조직을 거의 붕괴상태에 빠뜨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그것으로 이스라엘이 확보하고자 하는 더 근본적인 안전보장, 나아가 네타냐후 등 우파가 추구하는 통일적 ‘대이스라엘’ 건설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전투에서는 연전연승했지만 시오니즘의 완성이라는 면에서 전쟁에선 패배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적지 않다.
이스라엘군의 융단 폭격이 이어지자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가지에 지역에서 피란하는 현지 주민들의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49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2024.09.23. EPA 연합뉴스
‘적’을 제거하면 더 많이 생겨나는 더 강한 적들
<가디언>은 지난 2일, 1980년대 초에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끈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레바논에서 강제퇴거당한 뒤에도 반이스라엘 무장투쟁이 와해되지 않은 사실을 상기시켰다. PLO가 나간 뒤 레바논에는 헤즈볼라가 그 빈 자리를 채우고 세력을 더욱 확장했다.
이라크에서도 미국 등 서방 연합국들의 대공세로 알카에다는 궤멸됐지만 그들의 빈 자리를 더 과격한 ‘이슬람국가’가 채웠다. 2016년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지도자 물라 아흐타르 만수르를 드론 공격으로 제거했으나, 미국이 바랐던 평화협상의 길은 열리지 않았고, 그 5년 뒤 탈레반 전사들이 카불을 점령하고 아프간을 장악했다.
이스라엘이 단기전에서 헤즈볼라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더라도, 그것이 장기전에서 이스라엘의 승리를 보장해 주진 않는다. 사담 후세인을 제거했지만 이라크는 안정되지 않았고 오히려 내전으로 치달았으며, 이란까지 개입하면서 더 많은 ‘적’들이 생겨났다. 이스마일 하니예와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해도 새로운 지도자와 조직들이 등장한다. 하니예와 나스랄라도 이스라엘과 미국이 예전에 이미 제거했던 ‘적’들의 자리를 이어받은 그들의 후예들이었다.
2003년 5월 개전 한 달여만에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갑판 위에 소형 전투기를 직접 조종해 올라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임무를 완수했다”며 이라크전 승리를 선언한 것은 미국의 오만을 드러낸 것일 뿐이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최근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한 잇따른 공격 성과로 더욱 거침 없어진 네타냐후의 기고만장이 사태 종결과 전쟁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지상전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을 레바논의 헤즈볼라
당장 전투에서도 레바논 지상전은 이제까지의 공군 위주 공습과는 달리 이스라엘에게 일방적인 승리를 보장해 주지 않을 것이다. 지난 1일 1개 사단을 레바논에 투입한 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군 8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당했다.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레바논은 산지 등의 험한 지형들이 많아 게릴라식 매복 습격이 용이한 땅이다. 이스라엘은 1982년 침공이나 2006년 침공 때도 레바논에서 기대한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철수했다.
그리고 <가디언>이 지적했듯이, 가자나 요르단강 서안, 레바논 내의 하마스나 헤즈볼라 조직을 제거하면 더 강력하고 더 많은 대체 조직들이 그 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정부 공식발표로도 4만 2천 여명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숨졌고, 그들의 3분의 2는 어린이와 여성들이다. 또 다른 기구의 추정치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아직 확인도 못한 사망자까지 합치면 숨진 사람들이 총 10만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많은 사람들 목숨과 그들의 가재와 공동체를 무자비하게 파괴해서 얻게 될 지워지지 않을 기억과 원망과 대를 이은 피의 복수라는 악순환을 상쇄하고도 남을 이익을 이스라엘이 기대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시오니즘의 종말’을 단언하거나 예고하는 소리들이 커지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그런 악업이 쌓아갈 인과응보의 어두운 역사에 대한 두려운 예감이 아닐까.
바빌론 유수에서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이르기까지 억압과 학살, 강제이주로 점철된 유대인 피의 역사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지금의 이스라엘 방식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끝없는 수난을 통해 유대인들은 오히려 살아남았다. 이스라엘은 이제 수난자가 아니라 타민족을 박해하는 가해자로서 그런 역사적 진실을 입증하는 반면교사가 되려는 것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과 관련해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2024.10.04. 로이터 연합뉴스
전쟁 전쟁 또 전쟁, 그 끝은 어디인가?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가 “오직 전쟁을 향해 나아갈 뿐이라면, 이스라엘을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가?”라며 내년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설을 쓴 것도 그런 예감 때문이 아닐까. 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을 역임한 네타냐후의 정치적 라이벌 베니 간츠가 전시 거국내각에서 발을 뺀 것도 이스라엘 내부의 이런 여론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일 수 있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골란 고원 등 점령지들을 통합한 일원적인 통일 이스라엘, ‘대이스라엘’ 건설을 꿈꾸는 네타냐후 등 이스라엘 우익 및 극우세력이 가자와 레바논에서 제노사이드를 강행하는 것은 그 점령지들에서 살아 온 팔레스타인인들을 모두 국외로 쫓아내거나 죽이거나 무력화해 중앙집권적인 통일 대이스라엘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극우파들과의 연정을 통해서만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네타냐후는 그 자신이 뇌물수수 등의 비리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어서 전시체제 유지 또는 전쟁 확대를 통해 국민들의 시선이 국내정치에 쏠리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그럴수록 팔레스타인 축출 또는 말살을 바라는 극우파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주변 아랍국들과 유엔 등 국제사회, 그리고 미국정부까지 지지하고 있는 ‘2개의 국가’(이스라엘에서 각각 독립적인 유대인 국가와 팔레스타인 국가가 공존하는 것)안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대이스라엘 건설이라는 야망과 전쟁을 통한 정권 유지에 매달리고 있는 그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의 인구수가 비슷한 이스라엘 내의 두 민족이 어느 한쪽을 몰아내거나 말살하는 건 도덕적 문제 이전에 달성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은 유엔에서, 역시 유엔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자들에 둘러싸여 있다”며 자신의 끝없는 전쟁 수행을 정당화한 네타나후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매우 분명하게 얘기해 줄 수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과 골란고원의 불법) 점령을 끝내고 독립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허용한다면 우리 모두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이다.” “2개의 국가 해법을 바라지 않는다면, 전쟁 그리고 전쟁, 또 전쟁 외에 최종목표(endgame)가 무엇인지 이스라엘 관리들에게 물어 볼 수있는가?”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은 이란 핵시설 공격 명분 짜내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일, 이스라엘이 하산 나스랄라 등을 폭사시키는 등 헤즈볼라를 연일 공격하는 것이 이란을 전장으로 끌어내 전략적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고안된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하니예와 나스랄라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미사일 180여 기를 이스라엘로 이미 쏘아 보낸 이란이 이스라엘의 그런 계산대로 본격적인 전쟁 개입에 나설 경우 네타냐후는 그것을 빌미로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해서 파괴할 것이라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이전부터 이란 핵시설 공격을 주장해 왔으나 이스라엘 장성들이 그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기 말의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란 핵 프로그램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이란의 인기없는 신정체제의 신권정치가들과 군부 강경파들 입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네타냐후의 도박을 지지하거나 심지어 직접 가담할 수도 있다고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믿고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가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확전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미국이 자신의 그런 도발을 미국이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반정부 시위자가 '바이든에게 네라고 말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3단계 휴전안을 제시한 바 있다. 2024.09.19.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공존의 열쇠를 쥔 미국
하지만 <가디언>이 지적했듯이 설사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궤멸적 타격을 입히고, 1979년 ‘호메이니 혁명’ 이래 반미적이고 반이스라엘적인 이란의 신정체제를 흔들어 놓거나 무너뜨린다고 한들, 이스라엘의 더 근본적인 안전보장을 그런 전과들은 보장해 주지 않는다. 무참한 인명살상 끝에 무너뜨린 조직의 빈 자리를 차지할 더 많고 더 강력한 새 조직들의 등장으로 오히려 장기적으로 문제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전쟁에서는 질 수 있다.
2개의 국가를 통한 공존의 길을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막대한 무기와 재정 및 정치 외교적 지원을 통해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을 뒷받침해 온 미국이 전쟁 지속 여부에 대한 관건을 쥐고 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등이 지적하는 미국 내의 막대한 이스라엘(유대인) 로비와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구미인들의 역사적 부채감, 보수 기독교가 집착하는 이스라엘 환상 등이 그 길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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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스라엘은 도대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