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도민일보 2025년 2월 28일 금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정권과 배설
유종인
나라를 팔아먹는 듯한데 말로는 미래로 나가는 거라 한다
정권은 이념을 내다 파는 데가 아니므로
시민들은 종종 호수공원을 돌면서도 정치를 나무란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낭만도 아닌 저것들
악행은 선택지를 모르는 일일까도 싶다만
길을 이르면 천지간 길을 터주면 그리로
물꼬가 트인 물들이 번져 나가듯 그런 벌물이듯
긴 한숨 끝에 여기저기 꽃을 기다리는 자세
꽃망울은 늦겨울 끝에서 햇빛과 바람과 하늘을 받들 듯이
정권은 무리의 한 사람의 배설이 아니므로
서민들이 종종 여럿이 한목소리로 탓해도
길가 화단의 바위도 문득 제 어둑한 가슴에서 귀를 꺼내 듣는 것이므로
그럼에도 여전히 여전한 방종의 정권이
여기저기 싸질러놓은 저 무더기들을 어찌 치울지 모르므로
길 가다가 보게 되는 저 귀가 덮인 개는
뒷다리를 동시에 쪼그려 볼일을 보는 게 암캐인 거 같다고 하고
한쪽 뒷다리를 들어 기우뚱 선 채로 갈기는 게 수캐 같은데
그러나 배설할 때는 다 엉거주춤 서게 마련이므로
제 언행을 싸질러야 할 때는 정권이 그래도 멈추는 법을
멈추어 뒤를 보면서도 저를 둘러싼 풍경의 가혹함과 고혹스러움을
우연처럼 그러나 비명을 삼킨 풍경의 고요를 보아야 하므로
♦ ㅡㅡㅡㅡㅡ 지도자와 권력자는 다르다. 권력이란 남을 지배하여 복종시키는 힘을 말하지만,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게 행사하는 강제력은 공권력이다. 공익을 위해 행사해야할 권력을 지도자가 아닌 권력자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서민들은 겪지 않아도 될 고초를 겪게 된다. 물질이 앞서는 현대문명 속에는 절대다수가 존경할 지도자를 만난다는 건 꿈일 것 같다. 시대마다 어려운 고비가 있기 마련이고, 지금 또 한고비를 넘어가는 중이다.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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