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 호박과 코
이영주
텔레비전을 보면 젊은 연애 인들은 얼굴이 점점 비슷해져 가는 것 같다.
더군다나 코는 점점 서양식 코로 닮아 가는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의 여성 코는 개성 없이 기계에 찍어 낸 것처럼 똑같은
코를 볼 때가 머지않은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정말 자연스러운 미인을 보기는
보석을 고르는 것처럼 힘든 시대가 도래할는지 모른다.
요사이는 농촌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외국 사람들이 국내에 들어오지를 않아
외국인 인부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호박 작목반에 나가는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에 바쁜 일이 없으면 호박 작목반에 와서 호박이 너무 많고 사람이 없으니
조금만 도와주는 심 잡고, 도와 달라는 것이다.
아내가 말을 해 오후만 도와주겠다고 나간 것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한나절 도와준다는 것이 벌써 호박 작목반에서 일한 지 한 달이 가까워진다.
시간이 가도 사람 구하기는 힘들 것 같아 어쩌면 호박이 끝나가는
올 9월까지는 도와 주워야 할 것 같다.
호박도 두 종류로 분류하는데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애호박과
호박에다 비닐을 씌운 인큐 애호박이 있는데 요사이는 인큐 애호박이 대세다.
일반 애호박은 일정하지가 않고 굵기가 크고 작고 여러 종류에다.
호박을 선별하다 보면 상처들이 나고 호박이 벗겨져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앞과 뒤의 굵기가 다르고 호박 때깔이 일정치가 않다.
그들은 그런대로 자유롭고 자기 본연의 생을 지키며 살다가
인간의 먹거리 가치에 값은 내려가지만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한다.
인큐 호박은 조금 크면 비닐봉지를 씌워서 더는 크지 못하게 하여
호박이 크기가 일정하고 이쁘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는 것은 상품 가치가 있는 인큐 호박을 팔지만,
이곳 농촌 사람들은 비닐을 씌워서 키운 인큐 호박이 아니라
자연에서 햇빛을 보고 큰 애호박을 먹는 것이다.
그럼 왜 인큐 호박을 선호할까? 비닐을 씌울 때 품이 좀 들지만,
보관하기 편리하고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고 관리하기가 편하다.
소비자들이 고르느라고 만지면 호박이 상처가 나는데
인큐 호박은 상처가 나지를 않는다.
호박의 크기가 일정해지고 보기가 좋아서 값이 인큐 호박이 더 나간다.
어쩌면 요사이 사람들은 맛으로 먹기 전에 눈으로 먼저 먹는다고나 할까?
그들은 어느 정도 커지면서 비닐봉지에 씌워져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움직임 없이 인고의 세월을 견디다가 사람의 먹거리로 생을 마감한다.
생산자나 판매자나 소비자나 3박자가 딱 맞는데 희생되는 것이다.
한번은 서울에서 작목반에 견학 온 세 명의 아가씨들이 호박을 보며 말을 한다.
“비닐 안 씌운 호박도 있네, 나는 비닐 안 씌운 호박은 오늘 처음 본다,”
마트에서 자기들은 비닐 씌운 인큐 호박만 보았지
비닐 씌우지 않은 애호박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인큐 호박은 모든 것이 좋아 보이지만 그 뒷면을 생각하면
그리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현대인들은 어쩌면 본질을 잊고 모든 먹거리를 자기 입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표시되어있는 유통날짜와 눈에 맞춘다.
우리 손주들도 먹기 전에 유통날짜를 꼭 확인한다.
한번은 요구르트 유통기간이 이 틀 지난 것을 마시다 손주들에게 할아버지는
유통기간이 지난 것을 마신다고 손주들에게 꾸중을 듣는 시대다.
몇 년 전 턱을 성형수술을 했는데 겨울이 오면 수술한 자리가 시려서
밖에 나가기가 괴롭다는 말을 들었다.
성형수술로 서양 코가 개성 없는 미인이 되는 시대,
건강을 생각하고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먹는 시대,
호박 작목반에서 일하면서 나는 오늘도 아무리 시대에 따라가야 한다지만
여자들이 콧날을 세운 개성 없는 서양 코와 비닐을 씌운 인큐 호박을 보면서
좀 씁쓸한 생각이 든다. (2020.8)
2020년
<
첫댓글
사먹기만 했지 인큐 호박을 배웠 습나다
요즘 호박값이 아주 비싸던데~~ 사람이나 호박이나 자연산은 없어 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