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바엔 죽자”…강력범죄로 번지는 ‘엇나간 사랑’
입력 2021. 08. 22 오후 4 : 16
#1. 지난 12일 밤 수원시 권선구의 한 주택가. 30대 남성 A씨와 그의 여자친구가 동거하던 집에서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연인의 이별 통보에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A씨는 여자친구를 마구 때린 데 이어 성폭행까지 저질렀고, 두 사람이 함께하던 공간에 불을 지른 뒤에야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구대로 붙잡혀 온 뒤로도 여자친구에게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멈추지 않았다.
#2. 이보다 앞선 이달 7일에는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한 끝에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B씨는 자신과 헤어진 뒤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이유로 전 여자친구를 괴롭혔고, 지난해 12월에는 여자친구를 때려 기절시킨 뒤 납치했다. 이후 감금 상태로 성폭행까지 저지른 B씨는 범행 이튿날 한때 사랑했던 연인을 산 채로 양평군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연인 간의 다툼에서 시작되는 ‘데이트폭력’이 강력범죄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범행에 대한 별도의 판단 기준이나 양벌규정이 마땅치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데이트폭력으로 입건된 건 4만3천46명으로, 경기도에서만 9천10명(20.9%)이 붙잡혔다.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데이트폭력 범죄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폭행ㆍ상해가 6천119건으로 가장 많았고, 체포ㆍ감금ㆍ협박 1천199건, 성폭력 79건, 살인ㆍ살인미수 6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는 국정감사, 국회의원 요구 등이 있을 경우에만 집계될뿐 평시에는 경찰에서 ‘데이트폭력’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전무하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처벌 규정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고, 피해자가 신변 보호를 요청해도 주거지 100m 내에서만 적용되는 탓에 생활 반경에 가해자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특히 강력범죄의 전조라 여겨지는 스토킹 역시 물건 훼손죄 수준의 경범죄에 해당하는 가벼운 처벌이 내려지기 일쑤다. 오는 10월부터 흉기를 소지한 채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스토킹범죄처벌법’이 시행되지만, 이마저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스토킹인가 규정하는 기준이 모호한 탓에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 그에 맞는 무거운 처벌이 내려져야 하고, 데이트폭력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는 스토킹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스토킹범죄처벌법이 생긴 건 고무적이지만, 스토킹에 대해 정의하는 명확한 기준없이 법만 시행되면 되레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출처 :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7504 경기일보 장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