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거대한 재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프란츠 M. 부게티츠(Franz M. Wuketits, 1955~)교수는 그의 저서 [멸종, 사라진 것들]을 통해 “인류는 수백만 년에 걸쳐서 생성되어온 고유한 생물체의 형태들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파괴는 바다동물들에게서도 무차별적으로 진행되어 고기, 가죽, 기름, 약재를 얻기 위해 상당 수의 종들을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바다동물들은 이제 인류의 공격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데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다. 결국 인류 스스로 남획을 절제하는 것 말고는 멸종을 막을 길이 없다. 어느 한 종의 멸종은 먹이사슬을 타고 다음 포식자로 무섭게 번져 생태계 균형은 무너지고 만다. 파충류 이후 가장 강력한 포식자로 지구 생명체를 군림하고 있는 인류가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균형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어차피 인류 또한 생태계에 속해 있는 동물의 한 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돌출된 머리모양이 나폴레옹 장군의 모자를 닮았다해서 이름 지어진 나폴레옹피시는 움직임이 느린데다 고기 맛이 좋아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멸종 위기에 놓인 바다동물들
극지의 바다동물들은 인류의 남획으로 멸종 위기를 맞았었다. 북극에서는 주변 지역의주민들이 고기와 가죽을 구하기 위해 바다동물 사냥에 나서며, 많은 바다코끼리가 희생되었다. 남극권 바다생물들의 시련은더욱 가혹했는데, 그것은8개 주변국(노르웨이, 덴마크, 러시아, 미국, 스웨덴, 아이슬란드, 캐나다, 핀란드)들이 영유권을 가지는 북극권과 달리 남극권은 주인 없는 땅으로 인식되어 어느 나라든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그곳에 있는 동물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석유가 상업용으로 개발되기 전까지 인류는 동물 지방에서 짜낸 기름에 의존해야만 했는데 기름을 위해 사냥된 대표적인 동물 중 하나가 남극권의 코끼리해표(코끼리물범)였다. 무게가 3톤에 이르는 수컷 코끼리해표 한 마리를 잡으면 700~800킬로그램의 기름을 얻을 수 있다 보니 남극에 진출한 상인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코끼리해표를 살육했다.
이미지 목록 북극권에 접한 주민들은 고기와 가죽을 구하기 위해 바다코끼리 사냥에 나섰다. 사진은 노르웨이 스발바르군도 스피츠베르겐 섬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그림을 촬영한 것이다. | 과거 석유가 상업용으로 개발되기 전까지 남극의 코끼리해표는 동물성기름을 구하기 위한 인류의 손에 의해 무차별 살육 당했다. |
물개 또한 한가지였다. 역사 이래로 물개는 가죽, 연료, 고기를 얻고자 하는 인류에 의해 조직적이고 잔인하게 사냥되었다. 예로부터 물개 잡이 선원들을 해적, 노예선 선원과 함께 바다에서 가장 거칠고 잔인한 부류로 간주해 온 것만 봐도 물개 사냥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이었는지 짐작케 한다.
남극 펭귄도 사람에게 처음 발견된 이래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 초창기 비싸게 거래되던 코끼리 해표의 기름을 끓여내는 연료로 펭귄 기름을 사용하느라 마구잡이로 잡아들였을 뿐 아니라 남극에 진출한 탐험대원, 상인, 선원들의 식량으로 사용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끼리해표, 펭귄, 물개 등 남극의 모든 동식물들이 “남극환경보호의정서 ”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이미지 목록 남극물개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무리를 이루고 사는 물개의 특성은 물개 사냥꾼들에게 좋은 표적이 되고 말았다. | 우리나라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의 펭귄마을에 군락을 이룬 췬스트랩 펭귄들의 모습이다. |
진행 중인 멸종
전 세계적으로 바다거북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우리나라 등 동양 문화권에서는 바다거북이 그물에 걸리거나 상처 입은 채 발견되면 보은의 동물로 길하게 여겨 정성껏 치료하여 바다로 돌려보내지만 멕시코 등 중남미 해안가에서는 손님이 찾아오거나 생일, 부활절과 같은 특별한 날에 바다거북을 요리로 대접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정력제 등으로 밀렵하기도 해 이동하는 바다거북의 80퍼센트 이상이 이곳에서 최후를 맞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현재 모든 바다거북은 멸종 위기 동물로 보호받고 있지만 개체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실고기목에 속하는 해마의 경우 중국을 비롯한 중화 문화권 국가에서 정력제뿐 아니라 난치병의 특효약으로 처방되어왔다. 국제 무역 자료에 따르면 1995년에만 최소 2천만 마리의 말린 해마가 유통되었는데, 주로 중국 전통 약재나 그 파생 상품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으로 구매력이 생긴 중국인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해마의 공급이 급격히 늘어난 때문이다. 지난날 고기를 잡다가 부산물로 잡히던 해마를 유통하던 데서 해마만 집중적으로 잡는 어업으로 발전한 것도 이 시기에 이르러서였다. 집중 포획으로 해마가 멸종 위기를 맞게 되자 2004년 5월부터 해마는 사이테스(CITES) 동물군에 포함되어 보호받게 되었다. 그러나 해마에 대한 불법 조업은 여전한 실정이다.
이미지 목록 바다거북은 모든 종이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받고 있다. | 해마를 잡는 어업이 발달하면서 해마는 멸종위기를 맞게 되었다. |
성체의 길이가 1.5미터, 무게가 200킬로그램에 이르는 대왕조개는 조갯살은 식용으로, 남은 껍데기는 장식품으로 가공되어 관광객들에게 판매되곤 했는데 대왕조개 껍데기가 수집을 좋아하는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게 되자 원주민들은 대왕조개를 무차별적으로 남획하고 있다.
지구 상에서 덩치가 가장 큰 어류인 고래상어의 경우 성격이 유순하여 자기방어 능력이 부족한데다 성장 속도까지 느려 남획될 경우 멸종에 이를 수밖에 없는데 설상가상으로 고기 맛이 좋다 보니 대만,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지금도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지 목록 고기와 패각이 인기리에 거래되면서 대왕조개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말았다. | 고래상어는 성장이 느린데다 성격이 유순해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
우리연안에서 자취를 감춘 귀신고래
우리나라 동해를 거쳐 타이완까지 회유하던 한국계 귀신고래(천연기념물 제126호)가 멸종 위기를 맞게 된 것도 남획의 결과이다. 19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연안에는 남하하는 귀신고래들이 흔하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일본 강점기 일본 수산업자들의 싹쓸이 조업으로 개체수가 급감하게 되었으며 회유하는 도중 반복적으로 잡히다 보니 바닷길마저 잃어버린 꼴이 되어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귀신고래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귀신고래는 가족애가 강해 가족 중 한 마리가 작살에 맞으면 슬픔에 젖은 나머지가 그 주위를 떠나지 않는데 포경업자들은 이런 가족애를 이용해 잡기에 만만한 새끼부터 시작하여 어미까지 싹쓸이 조업을 해왔다고 한다. 국제포경위원회는 이런 포경방식 때문에 귀신고래가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로 1948년 귀신고래에 대한 전면적인 포경 금지를 선포했지만 이미 개체수가 급감한 후의 조치였다.
이미지 목록 귀신고래를 찾기 위한 민관의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2005년 울산에서 개최된 제 57차 국제포경위원회를 기념하기 위해 귀신고래를 모델로 한 우표가 발행되었다. | 1844년 멸종된 큰바다쇠오리는 이제 박제표본으로만 남아 있다. |
멸종된 바다동물
인류의 남획으로 멸종된 바다동물도 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 그린란드, 영국 웨일스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이르는 북대서양에 광범위하게 서식했던 큰바다쇠오리의 경우이다. 몸길이 80센티미터에 5킬로그램 정도의 체중을 가졌던 큰바다쇠오리는 짧은 날개를 가지고 헤엄을 잘 쳐 물고기를 잡거나 해양 포식자들의 공격을 피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펭귄처럼 날지 못한다는 약점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만만한 사냥감이었다. 사람들은 큰바다쇠오리를 수십만 마리씩 잡아들여 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고래기름만큼 질이 좋은 기름을 짜냈다. 선박 건조능력과 항해술의 발전은 큰바다쇠오리들의 포획을 가속화시켜 이들의 서식지는 하나 둘 사라지고 말았다. 1844년 마지막 큰바다쇠오리가 죽음으로 이 새는 공식적으로 멸종되었다. 모든 포식자들로부터 자기를 지켜낼 수 있었던 큰바다쇠오리는 인류의 욕심 때문에 박제 표본만으로만 남게 되었다.
이전 이미지 귀신고래
귀신고래를 찾기 위한 민관의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2005년 울산에서 개최된 제 57차 국제포경위원회를 기념하기 위해 귀신고래를 모델로 한 우표가 발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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