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재령 이씨 집안의 노비로 태어나고 싶다!"
'배고픔을 즐긴다'는 낙기대(樂饑臺) 앞에서
김주영 소설가의 고향에 조성되는 '객주문학관' 개관 기획전시회 준비 때문에 경북 영양에 들른 김에 근처 문학기행을 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여중군자(女中君子) 장계향 선생의 삶과 조우하며 큰 감명을 받았다.
조지훈 시인의 주실 마을과 이문열 소설가의 두들 마을 등을 보기 위해 영양군 문화답사 길에 우연히 만난 '조선의 어머니, 장계향'은 신사임당보다 위대했다. 장계향(張桂香)은 400여 년 전, 안동 태생으로 한글로 쓴 최초의 요리서 <음식디미방>의 저자이다.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어받은 학자 장흥효의 외동딸로 어릴 적부터 부친에게서 성리학을 배웠고, 석계 이시명 선생과 혼인하여 10남매를 훌륭하게 키운 현모양처이자 교육자이며 예술적으로도 뛰어난 시인, 화가, 서예가였다. 또한, 나눔과 사랑으로 백성을 구휼한 사회사업가였다. 1999년 11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문화인물'이 되었고, 경북도청에서도 '경북 정신문화'를 조명하며 가장 선양할 만한 인물로 여중군자 관련 문화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행에서 배운다! 우리나라 전통 고택 건축기행을 하다 전국의 명문가에서 배운 선비정신 3가지는 '적선, 덕행, 교육'이었는데 여성의 신분으로 유학의 수신(修身)과 애민(愛民)의 실천적 길을 걸었던 비범한 조선시대 여인을 시공을 초월해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천하인이 모두 굶주리는데 나만 배부르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16~17세기 조선 시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님과 권문세가들을 둔 민초들은 병란과 질곡의 세월을 처절하게 보내고 있었다. 오랑캐에게 머리 숙인 조정에는 출사할 수 없다며 은거한 선비와 결혼한 장계향은 시아버지와 함께 병자호란과 흉년으로 굶주린 백성을 보살피는 선행을 실천했다.
집안의 아픈 노비에게도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고 닭백숙을 손수 끓여주었으며, 어려운 이웃의 굴뚝 연기를 머슴들에게 확인하게 하고 심부름시킨 뒤 곡식을 품삯으로 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소통과 배려의 섬세한 여성리더십을 보였단다.
10남매 중 아들 7형제는 학문이 뛰어나 칠현자(七賢者)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자녀교육을 한 훌륭한 어머니였고 전처소생인 어린 아들을 5리나 떨어진 서당으로 매일 업고 다녔다는 일화도 들었다. 특히, '배고픔을 즐긴다'는 낙기대(樂饑臺) 유적지 주변의 300 년 넘은 아름드리 도토리나무들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수천 석의 쌀로도 구휼을 할 수 없자 도토리나무를 심어 도토리죽을 쑤어 전란과 흉년에 지친 수많은 백성을 돌보았다고 한다.
"움직여라! 가만히 있지 마라!"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으로 잔인한 4월을 목도한 침몰 위기의 총체적 부실 코리아! 경북 영양으로 치유의 여행을 떠나보라. 진정한 선비들은 출세와 축재의 도구로 공부하지 않았고, 민중과 유리된 풍요와 권위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진정 선비정신을 만나는 인문학의 고향! 두들 마을에서 '2014 장계향 아카데미'에 참여해 여중군자의 삶을 사유해 보고, 검박한 한옥인 석계고택, 석천서당, 세심대, 존안각, 정부인 안동장씨 유적비, 여중군자 유물전시관, 장계향 예절관, 음식디미방 체험관, 주곡고택, 유우당, 석간정사, 광산문학연구소, 북카페 두들책사랑 등을 관광해 보고 외씨버선길도 걸어보라.
여인천하, 대한민국. 어른들의 무책임과 탐욕으로 피지도 못한 꽃다운 아이들의 세월호 참사 소식에 웃음이 난파당한 시대상황에서 현대여성의 롤 모델이며 진정성 있는 관용의 모성애를 만나는 '역사 속에서의 성찰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