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오후.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나들목으로 진입한 뒤 경기도 화성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
지난 9월 초순에 화성휴게소에서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진입하다가 대형 박스 차량 바퀴와 갈고리에 부딪쳐서 교통사고를 낸 아내는 화성휴게소에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저녁 무렵에 서울로 돌아왔다.
나는 고단해서 이내 잤다.
오늘은 2017. 9. 22. 금요일 아침이다.
피곤이 덜 가셨는지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묵직하며 나른하다.
지난 며칠간 서해안 작은 산골마을에 있었다.
토요일에는 서낭댕이(서낭당) 앞산 집단 묘역에서 벌초했다.
외지에서 풀 깎는 일꾼을 샀고, 친척들이 서울 대전 등지에서 내려와 선산 벌초작업에 동참했다.
나도 예초기(풀 깎는 기계)를 등에 짊어지고는 풀을 깎았고, 베어낸 풀을 갈퀴로 긁었고, 톱으로 무덤 주변의 잡목을 베어냈다.
지난해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나들목과 붙은 상장산은 일반산업단지로 조성되었기에 앞산과 앞뜰은 모두 변하기 시작했다.
많은 무덤들을 파서 다른 곳에 이장하거나 화장했으며, 산을 깎아내린 흙으로는 앞뜰을 메꾸고 있었다.
나도 졸지에 많은 무덤을 파서 인근에 있는 서낭댕이 앞산으로 이장해야 했다.
예전의 선산에서는 많은 석물이 있었지만 새로 이장한 곳에는 십여 개의 빗돌과 작은 와비(이름을 새긴 돌이 누운 형태로 만듦)로 아주 간소화했다. 그래도 엄청나게 넓었다.
벌초를 끝낸 다음날인 일요일부터는 텃밭에서 일했다.
서울에서 한 달 넘게 살다가 내려간 시골집 텃밭 세 자리에는 나무와 풀들이 가득 차 있었다.
방울토마토는 너무 익어서 땅바닥에 2/3쯤 떨어졌고, 1/3만 매달렸다. 2~3일마다 조금씩 땄다.
무화과도 이틀 간이나 땄다.
밤송이도 따고, 낫으로 속껍질을 짝 벌려서 알밤을 발랐다.
풋대추는 덜 익었는데도 올 추석 때 차례 지내려고 미리 땄다.
대추나무는 여러 종류. 방콩만한 대추도 있고, 새알만한 것도 있고, 살구만큼이나 큰 것도 있다. 방콩만큼이나 잘은 대추맛은 단맛보다는 신맛이 더 강했다. 또 살구나 골프공처럼 큰 개량종 대추는 맛이 지리하다.
대추는 재래종이 제일 맛이 낫다.
마을회관은 내 텃밭(윗밭) 가생이와 붙어 있고, 윗밭은 아랫밭과 담부리밭으로 붙어 있다.
텃밭 세 군데는 조금씩이나 마을길이 되었기에 나는 마을 길에 난 풀을 깎아야 했다. 내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만 해도 200m도 훨씬 더 넘었다.
마을 길인데도 마을사람들은 풀을 깎지 않았다. 나만 버럭빠지게 에초기로 풀을 깎고, 대빗자루로 쓸었다. 올해에도 세 차례나 길섶의 풀을 깎았다.
나는 2014년 2월 초순부터 시골집을 비우기 시작했다.
집을 비울수록 과일나무, 정원수, 잡목, 잡초들이 가득 찼으며, 밭을 망치는 억새도 자꾸 번져서 내 일거리가 그만큼 더 늘어나게 생겼다.
아흔여섯 살의 늙은 어머니를 지방종합병원에 장기간 입원시켰기에, 텃밭을 가꾸지 못한 채 방치한 결과다.
몇 백 그루의 과일나무와 가로수는 제멋대로 크고, 돌보지 못한 탓으로 잡목인 찔레나무, 산머루와 잡초인 환삼넝쿨들이 마구 번졌다.
밭 세 군데. 밤을 주우려고 밤나무 주변을 예초기(풀 깎는 농기계)로 풀을 베어냈다.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만 흉내냈다.
마을 안길 담부리밭(예전에는 돌더미를 내다버리는 곳) 가생이에 심은 유카가 무성하게 번졌다.
외국식물인 유카는 잎줄기가 엄청나게 억세고, 잎 끝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서 잘못 건드려서 찔리면 무척이나 아프고, 아렸다.
유카가 제멋대로 번지는 어덕 아래에는 산딸기넝쿨이 마구 번졌다.
넝쿨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정말로 많아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살갗을 파고 들었다.
낫과 호바(자루가 긴 호미)로 넝쿨을 잡아당겨 베고, 예초기로 넝쿨을 조금씩 잘라냈다. 잘라내는 흉내만 냈다. 작업할 시간이 부족했기에...
담부리밭 가생이와 붙은 이웃집 울타리도 문제였다.
시누대(작은 대나무) 뿌리가 내 텃밭(담부리밭)으로 번지고, 이런 곳일 수록 산딸기 넝쿨이 마구 엉켰다. 또 키가 2m도 넘는 억새도 번지고.
이웃집 남자(67살)은 올 7월 경에 대전 자기네 집에 갔다가 죽었다.
어린 시절 대전으로 이사 갔다가 퇴직한 뒤 그의 옛집으로 돌아왔다. 본채는 그의 당숙모가 수십 년 째 살았기에 그는 사랑채를 개수하여서 혼자 살았다. 이혼했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지난 여름철에 대전 본가에서 죽었단다. 언제 죽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무래도 당뇨병환자였기에 저혈당으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웃 사람이 살던 옛집 담장의 피해지는 내 텃밭이다.
내가 실톱(작은 톱)으로 시누대와 잡목(산뽕나무, 쭝나무, 찔레나무 등)을 베어내고, 예초기와 낫으로 억새풀과 넝쿨가시를 조금만 걷어냈다. 겨우 사람이 다닐 정도로만 다듬었다.
다음날, 아내가 나를 다급하게 불렀다.
벌집을 발견했다면서 가리켰다.
내가 유카 아래에서 산딸기 넝쿨을 낫으로 후려쳐 내다가 그만 둔 바로 그 아래서 둥그런 바가지 형태의 말벌집 하나를 확인했다. 새끼손가락 굵기의 말벌(왕탱이)이 윙윙 거리면서 날고 있다니...
아내는 119소방소에 연락하라고 했다.
나는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 집으로 돌아와 비옷인 바지와 윗도리를 입고, 얼굴에는 투명한 비눌봉지를 둘러쓰고는 눈만 빠곰히 남겼다. 다시 눈을 보호하기 위하여 철망으로 된 모자를 썼다. 완변한 차림. 모기약 두 개를 들고는 말법집에 내뿜었다. 말벌집에 난 구멍에 모기약을 집중으로 뿌리니까 말벌이 꾸역꾸역 나왔다. 삽으로 말벌집을 건드리니 말벌이 땅에 떨어지면 벌떼처럼 날아 들었다. 발로 으깨고, 모기약 두 개로 마구 뿌렸다. 완전 퇴치했다.
말벌, 쏘이면 사람이 이따금 죽는다.
산소 벌초하러 갔다가 벌에 쐬여서 죽었다는 뉴스가 올해에도 떴다..
아내가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큰일 날 뻔 했다. 내가 깊섶에 난 풀과 산딸기 넝쿨을 걷어내다가는 벌에 쏘일 뻔 했다.
야생곤충과 동물한테 공격당할 수 있기에 발밑과 음습한 곳을 늘 조심해야 했다.
일전, 사촌네 산(신한재)에서 벌초를 끝낸 뒤 내려오다가 산길에서 뱀을 발견했다.
도망치는 새끼뱀을 내가 장화로 밟아서 으깨여 죽였다.
일전, 내 텃밭에서도 도망치는 뱀을 발견했다. 새끼뱀을 으깨여 죽였다.
나는 올해에만 뱀 세 마리를 죽였다.
내가 늘 장화를 신고 다니고, 텃밭에서는 삽을 곁에 두는 이유이다.
시골생활은 낭만일까?
나한테는 전혀 아니다. 말벌, 나나니별, 땡벌 등 맹독성 벌과 뱀이 살기에.
산에서 100m도 안 떨어진 텃밭이기에 늘 뱀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봄에는 뱀이 산에서 내려와 대섶을 거쳐서 논으로 내려가고, 가을철(늦여름철부터) 뱀은 논에서 밭을 거쳐 산으로 들어간다. 내 텃밭 세 자리는 나무와 풀로 가득 차 있으니 이들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통로였다. 더군다나 나는 농약을 전혀 치지 않으니...
텃밭 세 자리에는 나무와 풀이 아마도 200종은 넘게 있다. 해충들이 엄청나게 서식한다는 뜻도 되겠다.
작은 산골마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이다.
새들이 날아오고, 멧돼지, 고라니도 산에서 내려온다. 이들 큰 동물때문에 고구마 농사를 짓기 힘이 드는 곳이다.
사람 사는데 힘든 것이 어디 동물뿐인가?
내 텃밭 가생이에는 엄나무, 드릎나무, 탱자나무, 명자나무, 모과나무들도 있다.
이들 나무에는 억센 가시가 엄청나게 많다.
야생찔레나무와 환삼덩쿨도 마구 번졌다. 줄기에 잔 가시가 있어서 잘못 건드리면 살갗이 찔리게 베였다.
밤, 대추, 무화과, 감을 따거나 주으려면? 야생 가시나무한테 찔기게 마련이다.
요즘에는 쇠무릎(우슬) 풀이 씨앗을 맺었다. 이게 갈고리가 있어서 겉옷에 달라붙고, 살갗을 긁었다.
환삼덩쿨의 줄기와 잎에도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서 살갗을 파고 들었다.
나를 괴롭히는 동물, 가시 있는 나무와 풀뿐인가?
또 있다. 야생곤충인 모기, 지네, 설렝이, 바퀴벌레, 쐐기(나방이류) 등도 정말로 많다.
내 집 주변에는 온통 잡목과 잡풀이 많기에 이들 해충도 엄청나게 많다. 윗집, 내 집, 아랫집에는 왕대나무, 시누대 숲이 있었고, 이게 산으로 이어졌다.
더군다나 내 텃밭에는 과일나무, 정원수, 화초, 잡초로 가득 찼기에 벌레들이 극성이었다.
모기도 무척이나 많다.
구정모기(엄청나게 독이 강함)는 뜨거운 한낮에는 나무 잎 뒤에 숨어 있다가 서늘한 아침과 저녁 무렵에는 사람을 공격한다. 내가 텃밭에서 일할 때에는 긴 옷 입고, 장화 신고, 장갑 끼고, 목이 꽉 조이는 옷을 입고, 밀짚모자를 써도 모기떼는 늘 나를 쏘아댔다. 땀으로 흠뻑 젖어 있기에, 사람 냄새를 맡고는 모기 떼가 달라들었다.
시골집 주변에는 뱀, 말벌류(여러 종류의 벌), 쐐기 해충도 있고, 멧돼지도 있다.
이번 9월 중순 경에 시골집에 내려갔더니만 그간 센 바람이 지나갔는지 감나무 잎이 많이 떨어지고 땡감도 많이 떨어졌다. 땅 위에 떨어진 땡감은 금방 곯기 마련이다. 늘 습기가 가득 찬 집이라서 그럴까. 곰팡이류도 엄청나게 많다.
일전, 시골집 부엌 창문쪽으로 반딧불 벌레가 자꾸만 기어들었다.
바람이 서늘해진 탓일까?
새벽녁 기온이 낮아진 요즘(9월 말)이라서 그럴까, 야생곤충들이 무척이나 많이 줄어들었다. 사마귀들의 풀벌레가 배가 불룩하게 내밀고는 어기적거렸다. 알을 까고는 곧 죽을 게다. 한해살이 풀벌레들은.
밤을 따다가 밤송이 가시에 많이 찔렀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방송이를 자루가 긴 호미로 잡아당겨서 따다가 밤송이가 떨어졌다. 밤송이의 가시가 날카롭게 살갗을 파고 들었다. 땅에 떨어진 밤송이를 낫으로 껍질을 벗겨낸 뒤 알밤을 줍다가도 가시에 찔렸다. 어디 밤뿐이랴? 대추나무 잔가지를 잡아당겨서 대추를 따려면 대추나무가 가시에 찔려서 아팠다.
어디 이들 뿐이랴, 밤나무 곁에 다가서다가 탱자나무, 찔레넝쿨, 산뽕나무가시에도 찔렸다.
내 텃밭에는 왜그리 가시 나무들이 많은지...
시골생활이 겁이 난다.
아내는 나보다 겁을 더 낸다.
아내는 시골에 내려가서 며칠만 머물면 온통 벌레한테 쐬여서 얼굴과 목이 붓고, 허벅지 등이 부풀어 올랐다.
텃밭에서 풀을 뽑는다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
작은 풀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해충이 숨어 있고, 작은 잎에도 풀독은 숨어 있게 마련이다.
벌레독과 풀독이다.
무서운 것들이 무척이나 많은 시골이다.
2017. 9. 22. 금요일.
무척이나 지쳤다.
오늘 아침에도.
위 글은 글감으로 긁적거린다. 나중에 보완할 예정.
올해에는 무화과 딸 시기에 맞춰서 시골 내려간 덕분에 무화과를 세 바께스 쯤 땄다.
날마다 나와 아내는 이십여 개를 먹었다.
무화과는 금세 맛이 들고 시기에 장시간 보관하기가 힘이 든다.
얼른 먹거나 잼 등을 만들어서 장기간 보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일 쯤에는 또 잔뜩 익었을 터인데 누가 따야 할까?
주인이 없는 텃밭이기에 날벌레, 새들이나 입맛 다실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입맛 볼까?
아내는 어제 시골에서 가져온 무화과 열매로 오늘은 잼을 조금 만들었다.
내일 또 만들 예정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