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강신석 목사님의 2주기를 앞두고 귀한 선물을 받았다. 며칠 전 아들이신 강의준 목사로 부터 부모님 그림을 교회에 보관하고 있는데 실로암사람들에 기증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5.18 시민군이었던 김상집 님이 무진교회를 배경으로 강신석 목사님 부부를 그린 작품이다.
이 그림을 처음 접한 것은 작년 5월이었다. 강의준 목사가 톡으로 사진을 보내왔을 때 두 분을 다시 만난 듯 반가웠다. 강신석 목사님의 특유의 환한 미소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100cm×80cm의 대작이다. 실로암센터에 걸어 놓으니 매일 뵐 수 있겠구나 싶어 가슴 벅차다.
2년 전 강신석 목사님이 돌아가신 후 실로암사람들은 '미아'가 된 듯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했던 목사님의 삶은 실로암사람들의 나침반이었던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 한걸음 내디딜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주었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어렵고 힘들더라도 피하지 않았던 강 목사님의 정신은 실로암사람들이 도가니 대책위 활동의 중심에 서게 했다.
지금도 실로암사람들에는 강신석 목사님의 손길을 느낀다. 희망나눔 바자회 때 티켓판매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면 "적선을 하는 사람보다 적선을 하게 하는 사람이 복되다"는 가르침이 떠오른다. 무진장학회를 시작하면서 강신석 목사님의 아호(雅號)를 명칭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지만 작은 것이라도 드러내기를 싫어하는 목사님은 끝내 허락하지 않으셨다. 결국 강 목사님이 목회하고 있던 광주무진교회의 명칭을 따서 사용하게 되었다.
민주사회장으로 치른 장례식을 마치고 강의준 목사와 유가족들이 조의금으로 들어온 3천만 원을 후원해 주셨다. 실로암사람들이 아버님의 뜻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의미 있는 곳에 써달라고 했다. 생전에 목사님은 실로암센터를 직접 마련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하여 늘 미안해하셨다. 목사님의 유지를 받들어 실로암센터 건립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강신석 목사님의 삶은 '진실하라 온유하라 두려워 말라'는 말로 요약된다.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목회자였고, 연약한 이들에게는 한없이 온유한 아버지였으며, 불의한 권력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투사의 삶을 사셨다. 2주기를 앞두고 목사님을 추모하는 현수막을 5.18 민주묘지 입구에 걸었다. 실로암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했던 목사님이 그립고 그립다. 강신석 목사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올곧게 나아갈 것이다. (2023.02.02)